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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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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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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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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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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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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나이트와 파괴자 (2)

DUMMY

하스트의 말대로 카를은 생각보다 더 힘든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제 한계야!’


속도를 올리는 것도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나이트의 속도도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있다. 분명히 나이트도 한계에 다다랐을 것이다.


카를이 나이트에게 일격을 날린다. 지근거리에서의 초고속의 지르기는 다른 사람이라면 일격을 눈치채지도 못하고 목숨이 날아갈 정도의 쾌속이다.


하지만 온몸의 감각을 완전히 일깨운 나이트에게는 그 일격이 보였다. 어깨나 눈의 움직임으로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격을 완벽히 인지했다.


‘음?’


나이트는 카를의 일격을 보고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자신에게 다가올 때까지의 속도는 자신과 비슷할 정도로 무지막지한 속도지만, 정작 공격이 이뤄지기 직전에는 속도가 미묘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뭐지? 사람과 싸우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힘을 빼는 건가?’


지금까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게다가 무언가 노리는 바가 있다고 하기에는 이상하다. 아무리 봐도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것 같다.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날 이길 수 없다!”


“내가 무슨 마음가짐이라는 거냐?”


카를의 팔이 나이트의 검을 미끄러지듯 달려간다. 나이트는 검면을 이용해 카를의 팔을 튕겨냈다.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카를의 배에 참격이 가해진다.


“크윽!”


카를이 뒤로 물러난다.


‘뭐지? 분명히 벤 것 같았는데?’


나이트는 카를의 배를 봤다. 카를의 가죽 갑옷에는 그의 검이 남긴 상처가 또렷이 남아있다. 하지만 자신의 검과 마찬가지로 혈흔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 힘으로도 상처를 내지 못했다고?’


확실히 제압하기 위해 속도를 최고로 올린다.


카를은 이미 나이트의 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속도는 비등, 그러나 나이트의 검술이 카를보다 우위에 있었다.


“이제 한계인가 보군.”


“너야말로 한계 아니냐?”


둘의 육체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서로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더 이상 힘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승기가 눈에 보인다.’


나이트는 카를의 단점이 눈에 띄었다.


그 누구도 카를과 같은 선상에서 움직이는 자가 없었으니, 그의 움직임이 단순하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트는 그 단점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격렬한 전투 중에도 계속해서 카를을 관찰했다.


‘이 놈은, 발에 비해서 손이 서투르다.’


카를은 분명히 확실하게 나이트의 속도를 따라잡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발만이다. 이동은 따라잡고 있는데, 손에서는 무언가 어색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힘에 비해 주먹에서 전해지는 충격량이 적다.


‘제대로 수련하지 않은 놈 같군. 제대로 훈련했다면 더욱 강맹한 공격이 될 텐데. 힘에 취해 단련을 게을리 한 건가?’


나이트마저 카를의 힘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이트 본인의 경지는 훌륭하지만, 그만한 자연력을 모으기는 너무 힘들었다. 그렇기에 갑옷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카를의 힘은 어느 누구도 아닌 본인의 힘이다. 그리고 카를의 나이대는 지금까지의 정보를 토대로 보면 분명 20대다.


‘만약 이 힘이 선천적인 거라면 확실히 훈련이 의미가 없었겠군.’


나이트는 카를의 움직임을 납득했다. 주먹질 한 번이면 세상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데, 무슨 이유로 단련할 필요가 있겠는가?


힘을 모으기 위해 피나는 훈련을 했던 나이트는 오히려 훈련으로는 카를의 힘에 이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선천적인 육체, 그것 말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이제야 나이트도 카를에게서 의심을 끈을 놓고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는 혹시 예언자가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변장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예언자가 강하다면 이렇게까지 막무가내 일리 없겠지. 아무리 그래도 살아온 세월이 있을 테니.’


더 이상 시간을 끌 것도 없었다.


‘이 놈은 쉽게 죽지 않을 것 같으니 강하게 제압하고 끝내야겠군.’


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베어 간다. 카를은 그것을 막는다. 실패. 나이트의 손가락이 움직이더니 검이 아래로 빙그르 돌아 어느새 역수로 쥐고 있다. 갑옷과 일체화되어있던 검은, 어느새 분리되어 있는 상태다.


‘미친! 이 속도에 저런 아슬아슬한 움직임이라니!’


카를도 지금까지 엘르가 얼마나 노력해서 자연철의 변형에 성공했는지 알고 있다. 분명 쉬운 게 아니리라. 전투 중에는 더욱.


그런데 나이트는 이 속도에서 변형만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묘기까지 선보였다.


실패하면 검을 잃고 패배했을 것이다. 자신감인지, 무모함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아직은!’


속도에서는 조금씩 밀리고 있지만 카를도 상대의 움직임이 보인다. 그렇기에 역수 상태에서 자신의 목을 베어 오는 상대의 검을 아슬아슬하게 목 근처에서 막을 수 있었다.


튕겨 나온 검을 다시 고쳐 잡은 나이트는 목 근처에서 막고 있는 카를의 팔을 한차례 다시 때린다. 카를의 팔로 목을 부러뜨리려고 하는 것처럼.


카를은 한차례 막은 후에 다시 아래에서 짓쳐들어오는 상대의 검을 확실히 쳐내기 위해 힘을 준다. 하지만 들어오는 오른손에는 검이 없다.


‘속임수?’


나이트는 위로 올라오는 오른손에서 아래로 검을 던져 어느새 왼손으로 검을 이동시켰다. 검이 없는 오른손은 카를의 손을 잡고 검을 쥔 왼손으로 카를의 배를 노려 베어 간다. 검에는 아까보다 훨씬 큰 화염이 자리잡고 있다.


‘안 돼!’


등을 타고 올라오는 섬뜩한 기운에 오른무릎으로 나이트의 왼손을 공격한다. 다행히 손잡이에 타격이 들어가더니 검이 왼손에서 이탈한다.


‘됐어!’


상대에겐 검이 없다. 절호의 기회였다. 이에 방어를 도외시하고 공격할 준비를 한다.


‘응?’


하지만 어느새 자신의 손을 붙들고 있던 오른손이 없다. 그리고 상대는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


후우웅!


아니, 나이트의 몸이 회전하고 있다.


‘설마 내가 검을 쳐낸 것도 계산이었나?’


카를의 무릎에 맞고 날아갔어야 할 나이트의 검.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카를은 보이지 않았지만 예상할 수 있었다. 등을 돌리고 있는 나이트는 이미 그것을 예측하고 검을 잡았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나이트의 등 너머로 예기가 느껴진다. 그와함께 작렬하는 열기도.


공격을 위해 카를은 이미 손을 들었다. 그리고 회전하는 나이트는 이미 옆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역시나 나이트의 오른손에는 검이 들려있다.


‘이젠 정말 속도 싸움이다!’


누가 먼저 상대를 베느냐. 혹은 부수느냐. 이 일격에는 오직 그것만이 필요했다. 화려하고 극적인 기술은 지금 이 순간. 필요하지 않다.


비록 카를 자신의 주먹이 나이트보다 느리지만 나이트의 회전 속도를 보건대, 자신보다 약간 늦는다. 자신이 먼저 닿을 것이다.


어차피 이제는 방어태세를 갖출 수도 없다.


배를 노리는 나이트. 어깨를 노리는 카를. 누가 승자가 되든 나머지 한 명도 상처를 피할 수 없다. 누가 덜 피해를 입고 상대를 제압하느냐. 이 한 합에 걸린 것은 그것이다.


‘내가 이겼다!’


그리고 카를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후우우웅!


갑자기 나이트의 몸이 빨라진다.


‘아쉽게도 내가 노리는 건 너의 몸이 아니다.’


나이트 자신보다 빠를 것이라고 여기던 카를의 주먹. 그 주먹이 목표였다.


‘그래도 내가 더 빨라!’


나이트가 주먹을 쳐내려는 수작인걸 깨달았지만 카를의 주먹을 쳐내기에는 이미 거리가 너무 가깝다. 자세의 불안정함 때문에 카를의 힘을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카를의 주먹이 먼저 어깨에 닿으려는 순간.


‘지금.’


나이트의 예상대로 카를의 주먹이 한순간 주춤한다. 그리고 그것을 나이트는 놓치지 않는다.


쾅!


힘이 빠진 카를의 주먹을 나이트가 회전하는 힘 그대로 전력으로 쳐낸다. 무방비 상태에서 일격을 맞은 주먹이 튕겨나간다.


‘역시. 공격 직전에 제동이 걸리는 건 의식적으로 한 것이 아니야.’


정공법으로 제압하려면 이것보다 오래 걸렸으리라.


만약 제동이 걸리지 않았더라도 문제없었다. 나이트는 자신의 어깨에 힘을 집중시켜서 충분한 방어력을 확보하고 있었으니까.


튕겨나간 주먹 때문에 가슴이 비어버린 카를은, 최대한 빠르게 방어하려 했지만, 그보다 나이트의 검이 우선이었다.


어느새 나이트는 카를을 베어 가고 있었다.


“끝이다.”


방어를 잃은 카를의 몸에 선이 그어진다.


강맹한 일격을 맞은 카를이 허공을 가른다. 그대로 땅에 떨어져 뒤로 데굴데굴 구르고, 엎어진 상태로 정지하더니 움직이지 않는다. 카를의 몸에는 화염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다.


나이트는 숨을 골랐다. 무지막지한 격전이었다.


“후··· 꽤나 힘들군. 예언의 아이들 따위보다 확실히 훨씬 대단한 놈이야. 하지만 결국 승자는 나다. 자, 그럼 예정대로 예언의 아이들을 끝내-”


“아직 안 끝났어.”


“!”


미소를 지으며, 예언의 아이들을 청소하고 승리를 선언하려 했던 나이트가 깜짝 놀란다. 고개를 돌리니 카를이 움직이고 있었다.


분명하게 나이트의 일격은 깨끗하게 들어갔다. 카를을 불태우고 있는 화염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를은 그다지 큰 피해가 없는 듯 멀쩡히 일어났다. 신기하게도 그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


“젠장! 뭐 저딴 놈이!?”


아무리 나이트라고 해도 이번만큼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쩌적.


“크윽···!”


카를이 일어나자마자 다시 무릎을 꿇었다.


‘저건?’


카를의 몸에 균열이 생겼다.


‘저곳은 내가 벤 적이 없는데? 저건 내가 낸 상처가 아니야.’


그리고 나이트는 카를의 상태를 알아차렸다.


‘스스로 붕괴하고 있군. 역시 정상적인 힘이 아니라는 건가.’


나이트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절반이 파괴의 폭풍에 휘말렸다.


‘저러다 터지기라도 하면 이 도시는 완전히 끝장이겠군.’


그래도 나이트는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그 기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안타깝구나, 카를. 아무래도 싸움은 끝난 것 같은데?”


나이트가 카를에게서 잠시 눈을 떼고 그 너머를 보았다. 그곳에는 예언의 아이들이 있다.


‘저건?’


그리고 예언의 아이들이 나이트의 눈에 다시금 들어온다.


‘또 술법을 준비하는군.’


마지막에는 카를에게 너무 집중하느라 예언의 아이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맞는 말이리라. 어떤 술법이라도 이 공방의 속도를 따라잡아 정확히 명중하기는 불가능할 테니까.


‘허튼짓을.’


최대한 은밀하게 술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꽤나 신경 써서 만드는 술법 같았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술법이 준비되더라도 상관없다. 방금까지는 카를 때문에 예언의 아이들에게 방해받으면 안 되니 일부러 신경 써서 술법을 방해했지만. 지금이라면 예언의 아이들이 전력으로 술법을 사용하더라도 맞아줄 수 있다.


그나마 신경에 거슬리는 건 오직 한 명. 하스트뿐이다. 그가 술법을 준비하는 것은 분명하나, 무슨 술법인지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나이트는 카를에게 걸어갔다. 상황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방향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방향만이 그의 적에게 향하는 길이다.


“헤, 헤헤. 누구 마음대로 싸움이 끝나냐?”


카를은 있는 힘껏 허세를 부려봤지만, 몸속은 끓다 못해 터질 지경이었다. 어떻게든 예전의 감각을 떠올려, 억지로 잠재워보려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이거 잠재워도 문제가 되겠는데?’


지금의 상태는 너무나 명확하다. 카를의 능력을 벗어날 정도로 너무나 활성화된 육체와 자연력이 말해준다.


‘터지게 내버려 두면 자연화. 뭉쳐서 잠재우면 정령화.’


그 앞에는 죽음밖에 없다. 카를의 존재는 사라진다.


하지만 이대로 고통에 허덕이기만 할 수는 없다. 시간이 없다. 이대로 나이트가 예언의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묵인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예언의 아이들이 최후의 파괴자를 막기 힘들어질 것이며, 그것은 고향이 다시 위험해진다는 것을 뜻했다.


쿠웅!


카를이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주변에 진동이 퍼진다. 카를이 나이트에게 돌진한다.


“미쳤나? 그 몸으로 나와 싸우겠다고?”


나이트는 돌진해오는 카를에게 검을 내밀었다.


카를의 육체는 불안정하다. 분명히 검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취할 것이다.


하지만 그 예상을 깨고 카를은 오른손으로 검을 막으려 한다. 그 손에도 균열이 있다.


‘손이 아깝지 않나? 손을 버리고 승리를 쟁취하겠는 건가?’


나이트는 카를이 큰 각오를 했다고 생각했다.


‘피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그 손을 확실하게 베어낼 뿐이다.


나이트의 검이 카를의 손에 있는 균열을 향해 나아간다. 아니, 검을 향해 카를의 손이 다가온다.


나이트의 검은 정확하게 균열과 맞닿았다. 나이트의 검이 균열 속으로 사라진다.


이제 곧 있으면 섬뜩한 소리와 함께, 카를의 손은 잘려나갈 것이다.


텅!


“윽?”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튕겨나간 것은 나이트의 검이었다.


‘이게 무슨?’


나이트는 확실히 느꼈다. 분명히 검은 카를의 피부 속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다른 것이 느껴졌다.


‘자연력··· 맞나?’


분명히 자연력이다. 그것 말고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느낌이 너무나 익숙하다. 검을 통해 전해져 온 느낌은 인간의 피부와 같았다.


마치 피부 안에 또 다른 피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이트의 생각은 거기서 끝났다. 상황이 안 좋아졌다.


자신이 확실하게 검을 방어한 것을 확인한 카를이 그대로 나이트의 어깨를 공격한다. 나이트에게는 다행히도 그 어깨는 아까 카를과의 공방에서 방어를 위해 힘을 모아놨던 곳이었다.


‘막아낼 수 있다! 분명 또 멈칫할 것이다!’


게다가 아까와는 다르다. 비록 튕겨나갔지만, 나이트의 검은 카를의 공격력을 반감시켰다. 카를은 분명히 이 방어를 뚫을 수 없을 것이다.


쾅!


“컥!”


우두두둑.


하지만 상황은 나이트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카를의 공격이 예상보다 더욱 강력했기 때문이다.


힘을 모아두지 않았다면 그대로 팔이 뜯겨나가거나, 아무리 적어도 탈골되었을 정도다. 그 강렬한 충격에 반격을 위해 왼손으로 옮기고 있던 검도 놓칠뻔했다. 갑옷은 우그러져 어깨의 움직임을 방해한다.


‘역시 각오했다는 건가? 멈칫하지 않았어. 젠장, 단순한 힘의 집중으로는 막을 수 없는 건가?’


단 한 번의 격돌이었지만 알 수 있었다. 방어로는 소용없다. 상쇄해야 한다.


나이트는 우그러졌던 갑옷을 복원하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지금은 오른팔을 사용하기 힘들다. 이럴 때 정면에서 싸울 필요는 없다.


그리고 나이트에게 아주 다행스럽게, 카를은 절대 정상이 아니다.


“크억!”


카를의 균열이 커진다. 비록 튕겨냈지만, 나이트의 검은 카를의 몸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 여파로 몸 곳곳에 균열이 더 생기고 있다.


억지로라도 나이트에게 다가가려 하는 카를을, 어느새 다가온 나이트가 발로 차 버린다.


그 발차기는 카를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를 밀어내기 위한 발차기다. 카를은 붕 뜨는 느낌과 함께,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예언의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크크크크. 오랜만에 즐거운 전투였다. 카를, 네 이름은 왕국의 역사에 길이 남겠지. 위대한 왕의 앞을 가로막은 어리석은 적으로 말이야.”


나이트는 여유롭게 웃으며 천천히 걸었다.


‘어차피 시간은 내 편이다. 저놈은 강하다. 괜히 빨리 끝내려 했다가 저놈이 나와 동반자살이라도 하겠다고 달려들면 아무리 나라도 위험하다.’


그의 눈은 힘겹게 일어나는 카를에게 고정되었다.


‘후후. 제 몸조차 못 가누는군. 이대로 조그만 더 악화된다면- 응?’


나이트의 눈에 비친 카를이 순간 일렁인다.


‘이건?’


나이트는 일렁임의 근원을 찾았다. 저건 카를에게 일어난 변화가 아니다.


‘하스트?’


그 뒤에 있는 예언의 아이들이 만들어낸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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