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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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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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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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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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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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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왕국의 잔재 (1)

DUMMY

“저러다 카를만 죽겠어!”


비록 칠흑 같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 술법 안이지만, 예언의 아이들은 술법 안의 일을 모두 지켜볼 수 있었다.


“아니, 카를은 튼튼해. 분명히 파괴자가 먼저 쓰러질 거야.”


“지금 직접 카를을 흡수하려 하잖아! 저 상태에서 어떻게 버텨?”


“그렇다고 지금 술법을 해제할 수는 없어.”


그랬다가는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최악의 경우, 카를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모두가 죽을 수도 있다.


하스트의 말은 정확했기에, 모두가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결국 카를의 자연력을 나이트가 흡수하기 시작하자, 엘르가 참지 못하고 소리친다.


“안 되겠어! 나라도 저 안으로-”



“안 돼! 이 술법의 가장 기초는 너야! 네가 연결을 끊으면 그리 오래 유지할 수 없어!”


“조금은 유지 가능하다는 거잖아! 그럼 그 잠시의 시간이라도-”


“잠깐만요, 드워프 왕이 이상해요.”


엘르와 하스트의 설전은 시미의 말에 중단됐다. 시미의 말대로 술법 안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대단한 순도다! 엄청난 밀도다! 훌륭한 힘이다!’


카를의 자연력을 흡수하기 시작한 나이트는 그 힘에 놀라워했다. 갑옷이 그 기능을 되찾고 있다.


‘무슨 속성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루기 크게 힘들지 않겠어.’


나이트는 카를의 힘을 갑옷 곳곳으로 퍼트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갑옷에 맞닿은 피부가 재생하기 시작한다.


‘놀라워, 별다른 술법도 쓰지 않았는데 이런 영향력을 발휘하다니 말이야. 이런 자연력도 있었군. 치유의 힘이 있는 자연력이라니.’


나이트는 점점 충만해지는 자연력에 안도감을 느꼈다.


‘아니야. 이 술법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니,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야.’


나이트는 냉정하게 술법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술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자신이 모르는 요소다.


‘그래도 이 힘이라면 억지로 나갈- 응?’


두근. 두근.


그때, 갑자기 갑옷이 맥동한다.


‘이, 이런! 봉인이!’


카를의 자연력이 갑옷을 개조한 나이트의 술법들을 부순다.


나이트는 어떻게든 수복하려 했지만, 카를의 자연력을 원래의 화염처럼 자유자재로 다루기는 힘들었다.


결국 나이트는 카를의 자연력이 갑옷의 핵까지 침투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파직!


핵을 둘러싸고 있던 최후의 술법이 파괴된다.


‘헉.’


갑옷의 자연력이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자, 나이트는 당황했다. 어떻게든 기를 쓰고 통제권을 가져오려 했지만, 도저히 역부족이었다.


갑옷의 기능들도 하나하나 나이트의 통제에서 벗어난다. 이미 갑옷은 나이트의 것이 아니었다.


‘이, 이러지 마라!’


가동 중이던 기능이 방향을 바꾼다. 그것은 흡수. 갑옷은 가장 가까운 자연력을 흡수하려 한다.


그리고 갑옷에서 가장 가까운 자연력은, 카를이 아니라 나이트였다.


‘아, 안 돼!!’


나이트의 자연력이 사라진다. 갑옷, 파괴자에게 흡수된다. 자연력을 잃은 육체조차, 형태를 잃고 있다.


‘으, 으아아악!’


나이트의 손가락이 잘린다. 잘린 손가락은 다음 순간 형태를 잃고 사라졌다.


자신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소름 끼치는 감각에 나이트는 발버둥 쳤다. 카를이 발버둥에 밀쳐진다.


‘나, 난 나이트다!’


나이트의 발목이 사라진다. 나이트의 어깨가 사라진다. 나이트의 하반신이 사라진다.


파괴자에게 가득 찬 자연력이 나이트를 자연화시켜 흡수하고 있다.


‘난 드워프 왕이다!’


나이트는 어떻게든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저항했다. 그러나 어림도 없다.


‘세계를 정복할 남자다! 예언자를 뛰어넘은 사내다!’


나이트의 내장이 하나하나 사라진다. 얼굴의 형태조차 사라졌다.


나이트는 절규했다. 현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대로 끝나지 않아! 난 최강-’


뇌를 마지막으로 나이트는 사라졌다. 그의 정신마저도.


세계의 일부를 지배하고, 새로운 왕국을 건국하였던 포악한 왕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파괴자의 동의라도 얻은 줄 알았더니, 억지로 차지하고 있던 거였군.”


“나이트···”


스트라는 나이트의 최후가 믿기지 않았다. 너무나도 허무한 죽음이었다.


강력하기 그지없던 나이트조차, 죽음의 허무함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어찌 되었건 이제 고원과 습지마저 영향 하에 두었던 왕국은 지도자를 잃었다. 최악의 인재(人災)는 끝났다.


“마음 놓지 마! 아직 파괴자가 남았다!”


하스트의 외침에 마음이 풀어질 뻔한 스트라가 정신을 차린다. 그의 말대로 상황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파괴자는 우두커니 허공에 서 있다. 하지만 애초에 이 술법 자체가 파괴자를 상대하기 위한 것. 벗어날 수 없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파괴자가 깨어난 것이 아니다. 본래의 기능에 의해 나이트가 사라지고, 카를이 멀어지자 다시 휴면 상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좋아! 이대로 카를을 꺼내자!”


엘르가 카를의 구조를 선언했다.


“크하하하! 하지만 아직 파괴자가 완전히 잠든 것은 아니다!”


“그건 내가 어떻게 해볼게! 하스트!”


“그래. 하지만 천천히, 조심스럽게 해야 해. 이 상태에서 힘이 약해졌다가는 파괴자가 다시 깨어날지도 몰라.”


“흥! 이제 와서 그런 거에 겁먹을 내가 아니지!”


‘아니, 넌 겁 좀 먹어라, 이 무모한 녀석아.’


하스트가 엘프 마을 촌장의 걱정에 동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게 어찌 되었든 엘르는 하스트를 무시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하스트와 다른 일행도 그에 합을 맞췄다.


회색의 구가 점점 조금씩 줄어든다. 그에 맞춰 힘도 약해지고 있지만, 이미 휴면 상태에 돌입한 파괴자는 그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래, 좋았어!”


엘르의 환호와 함께 카를이 회색의 구에서 벗어난다. 공중에 떠 있던 그는, 술법의 영역에서 벗어나자마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크억!”


그 충격에 카를은 고통을 호소했다.


“다행이야. 아직 정신을 잃지 않았어.”


카를의 고통에 하스트는 안도했다. 저 상태에서 정신까지 잃었었다면, 분명 카를은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걱정도 되었다. 카를은 성벽에서 떨어뜨려도 상처하나 없을 인간이었다. 그런데 겨우 저 높이에서 추락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전례 없이 약화되었다는 증거다.


“크하하하! 다행히 살아있군!”


“정말 다행이네요.”


“그럼 술법을 진행해도 되겠지?”


“그래. 그래도 끝까지 긴장은 놓지 마.”


“야! 카를! 혹시 거기서 벗어날 수 있어? 아무리 그래도 그 근처에 있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


엘르가 카를에게 이동하라 말했지만, 카를은 벌러덩 눕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일행은 카를을 구덩이에서 꺼내고 싶었지만, 술법을 유지해야 했기에 방법이 없었다.


그때 뒤에서 자연력이 느껴졌다. 모두에게 익숙한 자연력이었다.


“형!”


“언니!”


이내 들려온 목소리는 토인 부부의 것이었다. 대피가 완료되고 상황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자 일행에게 달려온 것이다.


“마침 잘 왔어! 우리 귀염둥이들, 저기서 카를 좀 꺼내 줄래?”


“카를 형이요?”


라슈와 라피는 구덩이 안의 카를을 발견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누워있는 카를은, 시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다.


라슈와 라피는 엘르의 부탁에 전혀 망설이지 않고 카를에게 달려갔다.


“성공한 건가?”


뒤이어 퓨지도 합류했다.


“왕국군은요?”


스트라의 물음에 퓨지는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전쟁은 끝났네. 왕이 밀리자 애초에 바닥이던 사기가 완전히 끝장났지. 왕의 자연력이 사라지고, 결사항전을 시도하려던 추종자들도 있었지만, 유키와 러프터라는 간부들이 나서서 모든 왕국군을 투항시켰네.”


“유키 씨가···”


“흥! 그 아저씨도 참, 진작에 얌전하게 굴었으면 좀 좋아?”


그 둘과 싸웠던 스트라와 엘르의 반응이 너무나 비교된다.


“크하하하! 결국 하나는 끝났군!”


“그래. 우리의 승리일세. 왕국은 이제 끝났어.”


“후후후. 속 시원하네요.”


모두가 드워프 왕국의 일이 끝나간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대화를 하면서도 술법에 정신을 놓지 않았다. 파괴자가 남아있는 한은, 끝나지 않는다.


다행히 파괴자는 완전히 휴면 상태에 빠졌고, 정지한 상태다.


“좋아. 이제 더 줄여도 되겠어.”


하스트의 말에 일행은 술법의 영향력을 더 줄여나갔다. 덕분에 라슈와 라피는 카를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술법이 작아짐에 따라, 일행의 부담도 줄어든다.


“이제 마무리지어도 되겠어.”


하스트가 움직인다. 아무리 정지시켜놓았다고 해도, 파괴자를 끝장내기 위해서는 결국 그 핵을 부숴야 한다.


하스트는 파괴자에게 다가가며 생각했다.


‘카를을 만나기 전만 해도 이렇게 될지 몰랐는데.’


예언의 아이들이 술법을 완벽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능력이 부족했다. 아직 그들의 능력은 완전하게 개화하지 않았으니까.


카를이 처음 파괴자를 이기기 전만 해도, 내심 걱정되었었다. 아이들을 모아 술법을 펼쳐서 봉인이나 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미야 애초에 인종의 특성과 그 능력이 비슷했기에 별 걱정되지 않았지만, 나머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반대로, 아이들의 성장은 더 빨랐다. 특히 근래에 겪은 고난들이 그들을 더 빨리 성장시켰다.


그 결과. 카를의 도움이 있었지만, 이 술법으로 파괴자를 봉인 정도가 아니라, 없앨 수 있게 되었다.


“라피, 힘들어? 이 형, 생각보다 엄청 무거운데?”


“미안하다.”


“아니, 형 그런 뜻이 아니라.”


“그래요, 카를 오빠. 하나도 안 무거워요.”


라슈와 라피가 카를을 구덩이에서 꺼내고 있다. 자연력을 사용하다가 파괴자가 깨어날까 봐 겁나서 신체 강화도 못하고 있다.


하스트는 그 모습을 보다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술법은 이제 파괴자를 겨우 감쌀 정도로 작아졌다.


‘기회는 한 번이라고 생각해야 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저 술법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절대 무사하지 못해.’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가는 나이트의 최후와 똑같은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좋아. 하나, 둘-’


하스트가 셋 하며 주먹을 내지르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


시선이 느껴진다. 느껴지는 곳은 정면. 파괴자가 있는 곳이다.


어둠을 사이에 두고, 하스트는 파괴자와 눈이 마주쳤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투구의 안에서 안광이 뿜어져 나온다.


그것이 잠에서 깨어난다. 단지 기계로서의 파괴자가 아닌, 그 주인이 깨어나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시대를 종말시켰던 자다.


모두가 놀란다. 상황이 끝나간다고 느꼈던 방금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 갑작스럽게 파괴자가 각성하고 있다.


예언의 아이들은 어떻게든 파괴자를 구속하려 했다. 범위를 넓히면 하스트도 위험하기에, 가능한 출력만 높였다.


하스트도 그 상태에서 주먹을 내지른다.


‘움직이기 전에, 핵을 부수기만 하면!’


그러나.


턱.


파괴자가 더 빨랐다. 위험을 감수하고 술법 안으로 주먹을 내지르던 하스트의 공격을 쳐낸다. 하스트의 주먹은 술법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했다.


게다가 어느새 파괴자는 검을 생성하고 길게 늘여 술법 밖의 대지에 꽂아 넣은 상태였다.


으드드득!


그 상태에서 파괴자가 힘을 주자 술법이 진동한다. 술법의 힘이 너무 약한 상태다.


“범위를 넓혀! 내가 갇히더라도!”


그러나 하스트의 각오가 무색하게.


으득!


파괴자가 술법에서 빠져나온다.


예언의 아이들은 파괴자를 술법 안으로 다시 집어넣으려 했다. 술법이 이동하며 파괴자에게로 향한다.


슥.


그러나 아주 조용한 소리와 함께 술법이 갈라진다.


어느새 들어 올려진 파괴자의 검이, 누가 술법을 갈랐는지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


“미친! 이 술법을 공격했다고?”


하스트는 믿기 힘든 광경에 기겁했다.


예언의 아이들은 술법이 파괴되자 휘청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파괴자가 자리에서 뛰어오른다. 하스트는 방어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파괴자의 목표는 그가 아니라 카를이었다.


“안 돼!”


하스트는 비명을 질렀다. 지금 카를은 자연력이 극히 저하된 상태다. 파괴자와 싸울 수 있을 리 없다.


라슈와 라피가 어떻게든 카를을 지키려고 파괴자에게 맞섰다.


라피와 연결된 라슈의 몸에 불이 피어오르고, 화염을 두른 발차기가 파괴자를 노렸다.


그러나 너무나도 부드럽게, 파괴자의 검이 라슈의 발차기를 흘려낸다.


“어?”


라슈는 어느새 바닥에 앉아있었다. 본인조차 언제 앉았는지 모를 정도였다.


라피는 파괴자를 막을 수 없었다. 라슈에게 힘을 연결해놓은 상태라 변변한 술법 하나 사용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토인 부부는 파괴자가 카를의 가슴에 검을 꽂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조회수 50,000 감사합니다!


 이 속도로 연참 대전 완주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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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방관자 (1) 19.09.21 24 0 13쪽
190 왕국의 잔재 (4) 19.09.20 28 0 13쪽
189 왕국의 잔재 (3) 19.09.20 32 0 16쪽
188 왕국의 잔재 (2) 19.09.19 9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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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나이트와 파괴자 (2) 19.09.17 26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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