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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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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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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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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2)

DUMMY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금지 안으로 보내줄 수는 없어요. 당신은 전적도 있으니, 자칫 잘못했다가는 거래가 끊겨요.”


“저기요, 그래도 사람 목숨이 달려있는데요?”


엘르가 촌장에게 따졌다.


촌장은 엘르의 말에 비웃음을 드러냈다.


“생판 처음 보는 당신의 일행과 이 마을에 있는 사람들 모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윽··· 아무리 그래도-”


계속 따지려고 하는 엘르를 하스트가 막았다.


“저희도 그들과 전투를 하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당신들에게 부탁하는 겁니다. 저번처럼 침입하는 게 아닌, 정식으로 인사와 부탁을 드리려고요.”


“그들은 그 안으로 그 누구도 들이지 않아요. 동물들조차 그 안으로 들어갔다가 번개의 응징을 당하죠. 솔직히 당신이 그들에게 부탁을 한다고 해도, 그들의 성격을 보았을 때, 그것을 허락해줄 것 같지 않아요. 오히려 당신들이 공격당할 공산이 더 커요. 그래도 가실 건가요?”


촌장의 말이 무엇인지는 하스트도 알고 있다. 하스트 또한 예전에 그들과 대화를 시도해보았다. 하지만 어떤 말도 무용지물. 돌아오는 것은 오직 불문곡직의 번개뿐이었다.


‘애초에 말도 안 하던데.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냥 번개를 때려 박기 밖에 안 했지.’


촌장이 말하는 것은 그것이었다. 그들과는 대화의 여지조차 없었다.


‘응? 잠깐?’


“근데 저번에 제가 침입한 것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들에게 직접 들었나요?”


“정확히는 들은 게 아니에요. 제 집 탁자에 글을 새겨놓았더군요.”


‘그래도 언어를 모르는 건 아닌가 보네.’


하스트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했다.


반대로 일행은 놀랐다.


몰래 집에 들어가 글을 새겨놓을 동안,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말이었으니까. 촌장인 그녀조차도. 암살을 하려고 한다면, 그 누구라도 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아무튼 그들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저희는 그들을 만나야겠습니다.”


“... 좋아요. 이번 한 번만 부탁을 들어드리죠. 제 사랑하는 동생과 조카를 여기까지 모셔온 것은 사실이니까요.”


“언니.”


“하지만 명심하세요. 우리는 금지에 당신들을 데려다 줄 뿐이에요. 그들과 교섭하는 데 무슨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하스트는 빙그레 웃으며 이번 교섭에 만족했다.




일행은 하루 마을에서 쉬고 금지로 출발했다. 시간이 촉박했기에, 거의 쉬지도 않고 마을까지 달려왔기 때문이다.


“후··· 후···”


“카를, 괜찮아?”


“어··· 그럭저럭?”


그럼에도 꽤나 시간이 지났기에, 카를의 상태는 악화일로였다. 그나마 농담이라도 할 수 있던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그다지 여유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호흡조차 점점 약해지는 기분이다.


다행히 마을에서 금지까지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여기예요.”


안내를 맡은 유키와 촌장이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은 지금까지와 별 다를 바 없는 풍경만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곳이 금지라는 것은 일행 중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이건, 막?”


거대한 막이 눈앞에 있다. 일행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감지능력을 최대로 해도, 막의 끝이 어디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경계선이지.”


“경계선?”


“그래, 이 안으로 들어오면 죽이겠다는 경계선.”


“역시 하스트 씨는 잘 아는군요. 한번 당해봐서 그런가요?”


촌장의 말에 하스트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우선 그들을 불러보죠.”


“부른다고요?”


스트라는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어디에도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적어도 가까이 있는 것은 아니리라.


촌장은 막에 손을 살짝 가져다 댔다. 막에 아주 자그마한 파문이 생긴다. 그리고 촌장은 그 상태에서 뒤로 물러났다.


잠시 후, 막이 진동한다.


“움직인다···”


시미는 막의 움직임에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이 거대한 막이 움직이고 있다. 그것도 자신들을 향해. 마치 세상이 덮치는 것 같은 거대함이다.


막은 일행 전부를 감싸 안았다. 일행은 자신들이 무사히 막 안에 자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에 휘몰아치는 눈보라가 사라졌다. 그저 평온한 설산의 풍경만이 있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일행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큰 힘을 가진 존재들이 다가오고 있다. 그 한 명 한 명이 영물을 넘어선 자들이다.


“뭐야, 이게?”


엘르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더욱 강한 자들이다. 저들 중 한 명에게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다.


“크하하하! 하스트가 도망친 데에는 이유가 있었군!”


다가온 사람들은 모두 세 명이었다. 그들은 일행의 앞에 조용히 섰다.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일행을 둘러볼 뿐이었다. 하스트의 얼굴을 보고 잠시 이채를 띠었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그 눈빛만이 일행의 용무를 묻고 있을 뿐이다.


하스트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보자마자 번개에 공격당하는 것도 예상했으니까. 역시 정식으로 들어오길 잘했다.


“잠시만요.”


하스트는 자신의 활로 바닥에 무언가 끄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상대들도 그것을 보았다.


-우선 저번의 결례를 사과드립니다. 저희는 당신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상대들은 그 글을 보고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이야, 그런데 저 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진짜 크다.”


고요 속에 울려 퍼진 카를의 말. 너무나 평범한 말이었다.


특이한 것은 오직 한 가지. 카를이 가리키는 산이 어느 산을 말하는지 일행 중 누구도 몰랐다는 거다.


그저 그뿐이었다. 주변에 산이 많으니 모두들 그러려니 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분위기 파악하고 조용히 하라는 눈총만 줄 정도의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의 파장은 엄청나게 컸다.


파직. 파지직!


그 말에 반응하듯 상대들이 몸에 번개를 두른다.


갑자기 변한 상대들의 반응에 일행은 당황했다. 촌장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역시 이들을 데리고 오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쳤다.


“너, 지금 저 산이 보인다고 말하는 거냐?”


상대 중 한 명에게서 목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카를에게 한 말이었다.


카를은 당황하면서도 대답했다.


“네? 뭔가 잘못된 거라도···?”


“뭐야? 말할 줄 알잖아?”


하스트는 쓰고 있던 글을 내팽개쳤다.


상대가 글만 쓸 줄 아는 사람들이라 착각했기에 쓴 글이었다. 상대가 말할 줄 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글은 필요 없다.


하스트는 상대를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꺼냈다.


“저희의 말을-”


“시끄럽다.”


“꺄악!”


“으악!”


상대에게서 쏘아진 번개가 일행의 중간으로 떨어진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번개의 자연력이었다.


“이 무슨···”


스트라는 말을 잊었다. 상대가 공격하려는 것을 알았을 때, 자신의 능력으로 그것을 분산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어림도 없었다. 상대가 공격하는 순간, 번쩍하는 빛과 함께, 이미 공격은 끝나 있었다.


“수상한 놈을 발견했다!”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상대 중 한 명이 주머니에서 기다란 무언가를 꺼내더니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


시미는 몰려오는 자연력에 기겁했다. 눈 앞의 세 명만 해도, 일행 전부가 달려들어서 싸워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이 안 서는데, 그와 비슷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 계속 몰려오고 있다.


하늘에서 몰려온 사람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일행의 앞에 섰다.


“크하하하! 이거 정말 굉장하군! 여기서 죽는 건가!”


퇴기마저도 이렇게 말할 정도로 상대의 전력은 압도적이다.


특히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는 제대로 힘이 느껴지지도 않을 만큼 격이 달랐다.


“저번 쥐새끼가 새로운 쥐새끼를 달고 왔구나.”


사내는 패도적인 기운을 흩뿌리며 일행에게 고했다.


몸이 약화된 카를은 그 기운만으로 자신이 죽어간다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무엇보다 상대의 시선은 카를에게 못 박혀있다.


카를은 누가 계속 뒤통수를 후려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체를 밝혀라, 쥐새끼. 이 세계는 너희의 침입을 허락한 적 없다.”


“전 농경지 마을의··· 카를···”


카를이 막혀오는 숨을 가까스로 유지하며 대답했다.


“헛소리를 하는군! 제대로 정체를 안 밝히는 것을 보니, 불순한 자가 분명하다! 이 자를 조사하라!”


둘러싸고 있는 인원 중 몇 명이 카를에게 술법을 발휘한다. 일행들은 그것을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어느새 자신들을 포박한 술법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단장님! 결과 나왔습니다!”


“그래! 말해봐라!”


“아니, 저기 그게···”


“잘리고 싶지 않으면 똑바로 말해라! 이 놈이 어디 소속이지! 역시 마족 놈들인가!”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았던 그는 크게 이야기했다.


“네! 결과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신성력의 흔적도 없고, 마나의 흔적도 없습니다! 있는 것은 에테르뿐입니다! 그리고 정보의 연결을 보아, 여기 인간이 분명합니다!”


“뭐?”


조사 보고에 단장이라 불린 자를 포함해서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모두가 웅성거린다.


“여기 인간이 장벽을 뚫고 저 산을 볼 수가 있다고?”


“저 정도면 얼마 전에 왔던 걔네들보다 위 아냐?”


“그게 말이 돼? 아무리 그래도 걔네는 현무의 혈통이던데?”


포위하고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카를의 머리를 살짝 들어 얼굴을 보았다.


“헉!”


그리고 기겁한다.


“다, 단장님··· 이 녀석 그 녀석인 거 같은데요···”


“뭐, 뭐?”


단장도 그 옆으로 날아가 카를의 얼굴을 살폈다.


“기, 기록 좀 조회해봐.”


“마, 맞아요. 그 녀석이에요.”


“이런 젠장! 이 녀석 죽어가고 있잖아! 야, 누가 전화기 좀 줘봐! 얘 죽어간다!”


주변의 부하에게 무언가 전해받은 그는 다급하게 그것을 조작했다.


“네. 여보세요? 네, 누님. 그때 말씀하셨던 그 녀석이 왔는데요. 그게 죽기 직전이라···”


그가 조작한 도구 건너편에서 고함 소리가 들린다. 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했다.


“아뇨, 저희가 그런 게 아니고요. 네. 네. 원래 왔을 때부터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어떻게든 지금 최선을 다해서 조치를··· 네? 그냥 떨어지라고요? 네? 지금이요? 아니, 왜? 아니요. 말대답하는 게 아니고요. 아닙니다. 닥치고 떨어지겠습니다. 아니요. 닥치라는 게 욕한 게 아니고요. 네. 네.”


그는 굽실거리면서 부하들에게 다급하게 손짓했다. 빨리 그 자리에서 비키라는 말이었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도저히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던 일행은 포박이 풀어진 상태에서도 어리둥절했다.


“어이, 거기 둘. 너희들은 이 아래 설녀들이지? 얘네들이랑 같이 갈 필요 없지?”


부하들 중 한 명이 유키와 촌장에게 물었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인 둘은 그대로 부하들의 손에 이끌려 일행과 떨어지게 되었다.


어느새 일행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휴··· 아,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벼락을 부리는 존재가 하기에는 이상한 말이었지만, 그 말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어떻게 된 거에요?”


“누님이 직접 데리고 간대.”


단장은 일행에게 고개를 돌렸다.


일행 또한 단장을 보았다. 그곳에 아까처럼 위엄 넘치는 강자는 없었다.


“저기, 이따가 혹시 어떤 분이 물어보면 우리가 바로 알아봤다고 해주지 않을래? 응? 나중에 내가 크게 보답할게.”


그곳에는 자비를 구하는 사람만이 있었다.


그러나 일행은 그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일행이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헉. 야, 설마 아까 내가 한 부탁 누님이 들은 거 아닐까?”


“분명히 들었을 겁니다.”


단장과 부하들은 통탄에 빠졌다.


“아이씨. 우리 월급 깎이는 거 아냐?”


그에 반해 유키와 촌장은 깜짝 놀란 상태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어? 어?”


주변 어디에도 일행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무슨 술법에 감싸인다는 느낌도 없었다. 말 그대로 사라졌다.


“이게, 도대체?”


촌장은 결국 멍하니 일행이 있던 자리만을 바라보았다.


번개를 부리는 눈 앞의 존재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는 것도 처음 봤고, 그들이 말하는 것도 처음 봤다.


무엇보다 그들이 누군가에게 깍듯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해봤다.


촌장은 하스트의 말이 사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지 안에 있는 위대한 존재의 전설이.


작가의말

 흔한 호칭, 위대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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