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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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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8,034

작성
23.11.1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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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5화

DUMMY

65화





태연하게 말하는 올리버의 손등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비명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이대로 계속 있을 순 없었다.

나가서 지휘를 해야 한다.


올리버는 중년인을 두고 집을 나섰고.

닫히는 문을 보던 중년인이 끌끌 혀를 찼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 하, 건방진 놈.’


비밀스런 거래를 하는 사이긴 하지만 자신은 귀족이고 저녀석은 엄연히 평민이다.

자신과 마주앉은 것만 해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야할 신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명령을 한다?

평소였다면 목이 잘렸을 언행이었다.

하지만 이내 중년인의 입매가 슬며시 치켜 올라갔다.

올리버가 건방을 떠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 병력은 충분히 모았다.

자신이 철가면을 얻는 순간.

발비단의 악마는 영원히 페르단 대륙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

짧은 아량정도는 베풀어줘도 문제없으리라.


마음의 결정을 내린 중년인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


쐐애액-!


밀레나의 검이 철가면의 목을 노리고 파고 들었다.

반원을 그리는 검광은 레이의 입에서도 경탄성이 나올 만큼 빠른 일격이었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속도로 베어 들어가던 그녀의 검은 철가면의 주먹에 가로막혔다.


파캉-!


철가면은 그대로 검날을 향해 주먹을 후려 갈겼고.

그의 괴력에 퉁겨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밀레나의 얼굴이 구겨졌다.


‘막았어?’

그녀가 당황해하는 사이.

밀레나의 얼굴을 향해 철가면의 주먹을 내질렀다.


연타로 이어지는 공격을 막기 위해.

밀레나는 검을 거꾸로 잡고 사선으로 방어를 했고.


콰직-!


철가면의 주먹은 밀레나의 검면에 가로막혔다.

그러나.


주르르륵-!!


철가면의 주먹에 실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뒤로 밀려난 밀레나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크윽!“


손목이 부서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입매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사냥할 맛이 나지.’


양손에 통증을 느끼면서도 밀레나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자신이 원했던 상대가 지금 눈앞에 있다.

그동안 그녀는 자신보다 약한 자들만 베어왔다.

정작 자신의 피를 뜨겁게 할 상대를 만나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전사로서, 그런 사냥감을 만났으니 참으로 즐겁다.


“크아!”


그녀가 투지를 다지는 사이.

철가면이 괴성을 지르며 덮쳐왔고.

그를 바라보던 밀레나의 눈빛이 다시 살기를 머금었다.


슈각-!


그녀의 검이 철가면의 왼쪽 가슴팍으로 뻗어갔다.

아무리 끝없이 재생하는 키메라의 피부라 해도 단 일격에 그 살점을 찢고 핵인 흑마정석에 타격을 입힌다면 제압할 수 있다.


‘죽일 순 없지.’


회수해야 할 존재니 전력을 다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푸악-!


파육음과 함께 철가면의 왼쪽 가슴팍에서 핏물과 체액이 튀어 올랐다.


“크어어1”


자신의 가슴에서 박힌 밀레나의 검신을 외손으로 움켜쥔 철가면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제 쓰러져.’


밀레나가 빌었지만.

클락의 작품은 생각처럼 쉽게 제압당하지 않았다.


치이이익-!!


“······?!!!”


철가면이 부여잡은 검신에서 연기가 나며 녹아들고 있었던 것이다.

철가면이 왼손에 힘을 주자 반쯤 녹아들던 그녀의 검신이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났고.


“크아아!”


검을 부러뜨린 철가면이 그녀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밀레나는 피하기는커녕 멍한 얼굴로 스르 상처가 회복되고 있는 철가면의 왼쪽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클락의 장난감 따위가 나보다 강하다니······.’


아이젠의 제자라는 자존심만으로 움직인 그녀였다.

그 자부심이 꺾인 지금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부우웅-!


이때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철가면의 주먹을 힘없이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눈앞 에 한 사내의 등이 나타났다.


카아앙-!


아랑파천으로 철가면의 주먹을 막아낸 레이가 황당하는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실컷 잘난척하더니 이게 뭡니까?”


그의 비아냥거림을 듣고 정신을 차린 밀레나가 두 눈을 치켜떴다.


“옛날부터 미녀를 구해주는 게 사내의 로망 아니야? 로망을 이리구 해줬으면 고마워 해야지.”


그녀의 말을 들은 레이가 피식 웃으며 철가면의 주먹을 밀어냈다.


“누님 소리를 듣고 싶으면 잘 하라구요. 하앗!”


기합을 내지른 레이의 아랑파천에서 다시 새하얀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 올랐다.


‘곧 한계야.’


호기롭게 오러블레이드를 생성하면서도 레이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직까지 자신의 육체가 소드마스터 세컨드의 힘을 완벽히 감당하지 못한다.

하이엘프 마을에서 만난 기연 덕분에 전보다는 유지시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이대로 전력을 다해 싸우다간 곧 탈진하리라.

그랬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이 일격에 온 힘을 쏟아 붓는 것 뿐이었다.


슈가각-!


철가면의 품속으로 파고든 레이의 오러블레이가 철가면의 왼쪽 가슴팍을 강하게 그어 내렸다.

베인 상처에서 다시 흑마정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재생되던 흑마정석이 삐죽이 모습일 보이자-.


검로를 바꾼 그의 오러블레이드가 철가면의 가슴팍으로 향했다.


츄아아아악-!!!


마무리를 지으려는지, 오러블레이드가 더욱 강렬하게 불타올랐지만.


타다닷-!


그의 오러 블레이드는 아슬아슬하게 뒤로 물러선 철가면의 가면을 스치고 지나갈 뿐이었다.


투둑-!


반으로 쪼개진 철가며니 바닥에 떨어지자 화상을 입은 것 같은 그의 흉측한 몰골이 드러났다.


“하아, 하아······아이구, 미남인데?”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지만.

참담함을 숨긴 레이가 이죽거렸지만.


‘이대로 공방만 이어가면 승산이 없어.’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저 놈을 쓰러뜨릴 방법은······.’


지리한 공방보다는 더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빠르게 꼼수를 구상하던 레이의 눈이 커졌다.

자신에게는 마법사가 있었다.

고개를 돌린 그가 밀레나를 보고 소리쳤다.


“미녀 아가씨. 좀 도와줘요.”

“뭐?”


레이의 말에 밀레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상황에서 장난을 치자는 건가?

그러나 레이의 어조는 진지했다.


“나한테 파이어 볼 하나 날려줘요. 그럼 누님이라고 인정해줄게.”

“지, 지금 농담하는 거야?”


갑자기 파이어 볼을 날려달라니.

당황함에 말까지 더듬는 그녀를 보며 레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살고 싶으면 빨리 날려!”


그의 고함소리에 밀레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저토록 다급하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 이유가 있으리라.


“좋아. 이 미친 자식! 파이어 볼!”


외마디 소리를 친 밀레나가 레이를 향해 파이어 볼을 날렸고.


화르르르륵-!!!!!!!!!!!


“좋아!”


자신에게 날아오는 파이어 볼을 보며 레이가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을 했다.

피하기는커녕, 파이어 볼을 향해 왼손을 쭉 내밀었던 것이다.


그리고.

밀레나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콰르르르륵-!!


파이어 볼이 레이의 건틀렛으로 빨려들어가버렸던 것이다.


‘마, 마법을 흡수했어?’


휘둥그레진 눈으로 자신의 건틀렛을 보고 있는 밀레나를 놔둔 채.


푸우욱-!


바닥에 아랑파천을 내리꽂은 레이가 철가면을 향해 몸을 날렸다.


“좋아! 마무리를 짓자.”

“죽인다! 죽여 버릴테다! 크아아!”


철가면 역시 괴성을 지르며 레이를 향해 돌진했다.


.

.

.

동굴 입구의 벽에 기대선 채 숨을 헐떡이고 있던 캐서린의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 없었다.

방금 전까지 괴물에게 죽을 뻔했고.

지금 눈앞에는 수십 구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다.

그 와중에 평범한 소녀가 맨 정신으로 서있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도 한 가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살기 위해선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벽을 짚은 채 필사적으로 걸음을 옮기던 캐서릭이 우뚝 멈춰 섰다.

자신의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때문이었다.


거칠지만, 익숙한 목소리.

한 시도 잊을 수 없었던 목소리였다.


저벅-!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린 캐서린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잣닝르 죽이려 했던 괴물이 레이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화상으로 흉측하게 변해 있었지만 캐서린은 동상처럼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의 눈동자 때문이었다.

자신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따뜻하고 맑은 금빛 눈동자.


‘아빠?’


그뿐만이 아니었다.

비록 화상으로 일그러진 얼굴에도 아빠의 이목구비가 남아 있었다.

결국.

참다못한 소녀가 울먹임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외쳤다.


“아, 아빠!”




츄아아아아악-!!


레이의 얼굴을 노리고 들어가던 철가면의 주먹이 일순간 멈칫거렸다.


‘린, 린. 캐서린?!’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그의 머릿속에 사라졌던 기억들이 모두 돌아오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은 하인릭이었다.

40살이 된 은퇴한 용병.

그리고 딸과 동생과 함께 고향에서 여관을 하며 살아가는 그런 평범한 사내였다.

자신이 오랜만에 찾아온 길드의 후배들을 배웅하러 간 사이.

딸이 드미트리의 사병에 끌려가기 전날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래······그래서······.’


멍투성이가 된 채로 집에 돌아온 캐서린을 본 그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말과 미소를 잃어버린 자신의 딸을 보며 그는 다짐했다.

두 손으로 드미트리 남작을 찢어버리겠노라고.

드미트리는 혈혈단신, 영주성으로 잠입했고······실패했다.


드미트리 남작을 죽이기는커녕 고작 그의 사병 이십 여명을 베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감족에서 끔찍한 고문을 당하다 의식을 잃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가 마지막으로 의식을 차린 곳은 시퍼런 약물들이 가득 들어 있는 유리관 안이었다.

유리관 안에서 자신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고.

밖에선, 자신을 내려다보는 차가운 인상의 로브를 입은 사내들이 보였다.


그게 하인릭으로서 가진 기억의 끝이었다.

이후.

자신은 의식이 사라졌고.

그저 괴물이 되었다.

로브를 입은 자들의 명령만 떨어지면 누구도 죽이는 괴물.

자신이 죽인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린 하인릭의 눈가에서 눈물이 맺혔다.


‘내가······죽였어. 그 수많은 사람들을······.’


그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괴물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밀려오는 죄책감에 몸이 으스러지는 기분이었다.

이 추악한 모습으로 캐서린의 앞에 나타날 수가 없다.

자신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죄의 대가를.


크아아아아!!!


죽음을 향해.

하인릭의 입가엣 절규가 터져 나왔다.




‘내 착각이었나?’


레이는 순간 하인릭에게서 살기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그에게서 더욱 지독한 살기가 피어 올랐다.

동시에 하인릭의 주먹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피하기에는 늦은 것이다.


퍼가각-!


왼 주먹으로 가까스로 하인릭의 일격을 쳐내는 레이.

짧은 순간.

하인릭의 가슴이 훤히 보였고.

재생되는 피부에 뒤덮인 흑마정석이 아직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금 뿐이야.’


레이는 직감했다.

흑마정석을 부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 짧은 틈을 타서.

방어를 포기한 레이는 하인릭의 흑마정석을 향해 왼손을 펼쳤고.


츄아아악-!


재차 공격을 해오는 하인릭의 주먹이 레이의 어굴에 닿으려는 순간.


콰아아아-!!


레이의 왼손 건틀렛에서 시뻘건 섬광이 하인릭의 흑마정석을 향해 뿜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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