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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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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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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3.12.0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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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0화

DUMMY

80화








“폐하가 직접 말이십니까?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사옵니다.”


클락이 직접 사냥을 하러가려는 아이젠을 만류했다.

그러나 아이젠은 고개를 저었다.


“저런 애송이들만 상대했더니 몸에 녹이 쓸 것 같네. 오랜만에 하이엘프의 피맛도 보고 싶고 말이야.”

“클클. 알겠사옵니다. 그렇다면 미리 준비해놓았던 주군의 클론을 호출하겠나이다.”


삐이익-!


클락이 휘파람을 불자, 연무장 뒤편에서 까마귀 가면을 쓴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는 복면을 벗었고.


“호오.”


크로우를 본 아이젠이 작게 감탄성을 터뜨렸다.

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내가 서 있는게 아닌가.


“겉모습만 보면 도저히 구문을 못하겠어.”


자신의 모습과 똑같이 성형한 사내를 보며 아이젠이 칭찬을 했고.

그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클락이 다시 웃음을 흘렸다.


“이정도로 칭찬을 하시면 제가 부끄럽습니다. 클클클. 그러면 언제 떠나실 겁니까?”


클락의 질문에 힐끗 어두워지는 하늘을 본 아이젠이 결정을 내렸다.


“서두르는 것이 좋지 않겠나? 당장 움직이세.”


다시 엘프스톤 조각을 놓친다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아이젠의 말을 들은 클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출발하시죠. 클클클.”



***


“타하앗!”

“더 빨리!”

“으아앗!”

“힘차게 찔러! 그런 걸로 오크 가죽은커녕, 메소대지 새끼 가죽도 뚫지 못해!”


새벽녘부터 판드란 산에선 사내들의 우렁찬 함성과 파공성이 연달아 들리고 있었다.

산 중턱의 공터에서 맹렬히 레이피어와 검을 휘두르는 이들은 뾰족한 귀에 투명한 피부를 가진 하이엘프들이었다


“페이오스! 허리를 꼿꼿이 세우라니까!”


이십 여명의 하이엘프들을 훈련시키던 베르하르트는 얼굴을 구기며 대열 가운데에서 헉헉대던 하이엘프 소년에게 소리쳤다ㅣ.


“아, 알았다구요, 대장.”

“오크들이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수적으로는 우리의 수십배에 달한다. 조금이라도 강해져야 마을을 지킬 수 있단 말이다!”

“쳇. 잔소리 대장.”


페이오스의 투덜거림을 들은 베르하르트가 눈에 쌍심지를 켰다.

그러자 움찔 놀란 페이오스가 다시 맹렬히 들고 있던 레이피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열심히 한다구요! 타하앗! 가만두지 않겠다!:

“······.”


페이오스의 기묘한 기합소리를 들으며 베르하르트는 피식 거렸다.


‘귀여운 녀석. 오늘은 한번 봐주마.’


평소였다면 엎드려뻗쳐나 토끼걸음을 시켰겠지만, 간만에 자비를 베푼 베르하르트가 다시 소리를 치려는 순간.


화르륵-!


갑자기 피솟아 오른 화염줄기에 사방이 밝아졌고.

연달아.


쿠콰콰콰캉-!!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다.


“······!!”


깜짝 놀란 하이엘프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 방향이면?


‘마을이다!’


타다다다닷-!


사태를 파악한 베르하르트가 바로 마을 방향으로 몸을 날렸고.

그 뒤를 이십 여 명의 하이엘프들이 뒤따랐다.


***


‘오크들은 아니야.’


수풀을 헤치며 뛰어가던 베르하르트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판드란 산은 이미 터전을 잡고 있는 오크들과 엘프들이 치열하게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비록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계속됐지만 근육밖에 없는 느려터진 오크들이 마검사인 엘프의 상대가 되진 못한다.

지능이 떨어지는 오크들에게는 마법사가 업었기에 이런 식의 화염공격을 할리도 없고 말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다.


‘인간인가?’


지금 마을을 공격하는 건 필시 인간들이리라.


“대장!”


정신없이 뛰어가는 베르하르트의 뒤에서 다른 하이엘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풀 속에서 튀어나온 까마귀 가면을 쓰고 흑의를 입은 자들을 보고 소리친 것이다.


이때.

까마귀 가면, 크로우들이 베르하르트의 목을 노리고 검을 뻗었다.


채카앙-!


레이피어를 사선으로 그리며 크로우의 검을 쳐낸 베르하르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마을 쪽에서부터 강렬한 피냄새가 풍겨왔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벌써 사달이 벌어진 모양이었다.


“이 자식들이!!”


분노를 머금은 베르하르트의 레이피어가 더욱 빠르게 검광을 뿜어댔고.


슈가각-!

푸학-!!!


레이피어의 검로를 따라 목과 가슴에 자상을 입은 두 명의 크로우들이 연달아 쓰러졌다.


채캉-. 카앙-.


그러나 아직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다른 하이엘프들도 숲 속에서 튀어나온 크로우들과 난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고도 베르하르트는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크로우들은 예상외로 강했다.

마치 좀비마냥 치명상을 입어도 쓰러지지 않고 일어난다.

아마 마약이나 주술적으로 개조를 한 모양이었다.

그랬기에 시간이 갈수록 하이엘프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었다.


‘내가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마을이 마음에 걸린다.

그렇게 주저하고 있는 베르하르트를 향해 크로우의 검을 막아내고 있던 페이오스가 소리쳤다.


“대장, 뭐 하고 있어요? 얼른 마을로 가요!”


페이오스의 고함에 베르하르트는 섣불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하이엘프들도 페이오스와 같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들은 자신들만으로도 어떻게든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을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

아마 마을에는 더 강자가 침입했으리라.

그러니.

마을을 지키기 위해선 베르하르트가 가야 한다.


‘알겠다. 곧 돌아오마.’


그들의 의지를 읽은 베르하르트가 몸을 돌려 마을로 달려갔다.





허억-! 허억-!


피가 흘러나오는 가슴을 움켜쥔 채로, 파드리안이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창백한 얼굴로 숨을 몰아쉬던 파드리안이 자신의 가슴에 구멍을 뚫은 적을 노려보았다.


‘이토록 강한 자가 정말 인간이란 말인가?’


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제복을 입은 금발의 사내를 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새하얀 검신에 벌써 몇 십명의 하이엘프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사내는 땀을 흘리기는커녕 숨조차 거칠어지지 않았다.


“노려본다고 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엘프스톤만 내놓으면 편히 죽게 해주지.”


사내, 아이젠의 말에 파드리안의 얼굴에서 두려움이 사라졌다.

엘프스톤의 조각을 내놓든, 내놓지 않든 자신들은 죽는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필사적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

단.


‘이 녀석들은 너무 강해. 우리에게 승산이 없어.’


아이젠이 크로우와 클락이 이끄는 마법사들과 함께 하이엘프 마을을 습격한 지는 삼십 분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마을에 살고 있는 하이엘프의 대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그만큼 아이젠과 크로우들의 마법사들이 강했던 것이다.


‘적어도 이 녀석이라도 죽여야 한다.’


파드리안은 단호해졌다.

아이젠의 손아귀에 엘프스톤이 들어간다면 페르단 대륙의 생명체들에게 어떤 불행이 닥칠지 모른다.

특히.


‘단순한 인간은 아니구나.’


시간이 조금 흘렀기 때문일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이젠에게선 은연 중에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의태한 마족, 혹은······.


‘빙의?’


마(魔)가 인간에게 빙의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때는 엄청난 부작용이 뒤따른다.

육신은 영혼의 모습을 따라가는 법.

보통은 마족처럼 뿔이 나거나, 등에 날개가 돋고, 혹은 온 몸에 비늘로 뒤덮인다.

꼬리가 생기거나 손이나 가슴팍에 눈알이 생기는 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아이젠은 너무나······인간스러웠다.


‘끝까지 막아야 해.’


그래서 더욱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인간의 모습을 한 정체불명의 마(魔)에게 엘프스톤 같은 무기를 쥐어줄 수 없다.


고오오오-!!


결정을 내린 파드리안이 레이피어에 마나를 불어넣자 강렬한 오러가 피어 올랐다.

그 강력한 기운에 파드리안 주변의 지축이 흔들릴 정도였다.

그런데도.

아이젠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그래도 덤비겠다는 건가? 대단하군.”


아무리 전력을 다해도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으리라.

그러나 하이엘프 노인은 엘프스톤 조각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것이다.


“그 숭고함에는 박수를 보내지.”


아이젠은 마의 영혼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기사도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기사도는 부질없지만 그래도 낭만적이지 아니한가.

개죽음을 당할 용기를 내는 것이니 말이다.


“오거라.”


아이젠은 하이엘프의 기사도에 선공을 양보했고.


슈아아악-!!


한순간에 거리를 좁힌 파드리안의 검이 아이젠의 목을 갈랐다.


‘베었어?!’


파드리안의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토록 쉽게 공격을 성공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이내 파드리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이젠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잔상?’


파드리안은 혀를 찼다.

자신은 베이기 직전, 한 걸음 뒤로 물러선 아이젠의 잔상을 갈랐던 것뿐이다.

연이어.


다시 아이젠의 다리에 검은 번개가 튀어 올랐고.


파지직-!


블랙 라이트닝 스텝을 시전한 아이젠의 신형이 번개줄기가 되어 파드리안을 스치고 지나갔다.


슈각-!


아주 짧고, 옅은 파육음이 울렸고.

파드리안의 복부에 붉은 혈선이 그어졌다.


주르르르륵-!


자상에서 핏물이 베어져 나왔고.

연이어.


“끄으으으!”


까드드드득-!


뼈와 살이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파드리안의 상반신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쿵-!


촤르륵-!


펠크로스에 묻은 피를 털어낸 아이젠이 반 토막 난 파드리안을 내려다보며 비아냥거렸다.


“이제 동족들이 죽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하겠구나.”

“개, 개 자식······프레야님이 천벌을 내릴 것이다.

“천벌? 무섭지 않구나. 난 이미 받았거든.”


냉소를 지은 아이젠이 역수로 잡은 펠크로스를 파드리안의 명치에 꽂아넣었고.


푹-!!


파육음과 함께 세차게 몸을 떨던 파드리안의 숨이 끊어졌다.


주르르륵-!


파드리안의 명치에서 펠크로스를 빼낸 아이젠이 검신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이엘프들을 사냥하면 즐거울 줄 알았지만, 예상외로 쾌감은 덜 했다.

너무 시시했기 때문이리라.


“너는 시시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의 주인을 향해 아이젠이 한 마디를 내뱉은 것과 동시에.

채카앙-!


아이젠은 팽이처럼 몸을 회전하며 자신에게 찔러 들어오는 레이피어를 쳐냈다.


“강하지만, 어리숙하군.”


검신을 쥔 손이 떨리자, 아이젠은 상대를 보며 짧게 칭찬을 했다.전력을 다해 아이젠에게 일격을 날린 상대, 베르하르트는 두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초, 총장님을······으아아악!”


그는 괴성을 지르며 아이젠에게 달려들었다.

동시에 아이젠의 가슴을 향해 찔러들어가는 레이피어에선 강렬한 파공성이 뿜어진다.


콰가가가가가각-!!!


강렬한 오러가 폭풍우처럼 소용돌이 쳤고.

그 소용돌이가 아이젠의 가슴을 꿰뚫으려는 듯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슈각-! 서겅-!


아이젠의 펠크로스가 더욱 빨랐다.


검광이 두 번 번뜩인 순간, 베르하르트의 가슴과 얼굴에 깊은 자상이 그어졌고.


“으허억!”


고통스런 신음을 토하던 베르하르트를 향해 아이젠이 물었다.


“같잖은 발악의 말로다.”

“네놈······반드시······벌을······.”

“무력하고 나약한 치들은 항상 똑같은 소리를 하는군.”


텡겅-!!!!!!!!!!!


아이젠의 펠크로스가 사선으로 그어지며 베르하르트의 목을 갈라버렸고.


털썩-!


그대로 베르하르트의 시체가 허물어지자, 아이젠이 펠크로스의 검신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여전히 시시하군.”


천천히 허리춤의 검집에 검을 집어넣은 아이젠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미 주변은 고요해졌고.

더 이상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수하들이 하이엘프들을 모두 처리한 것이다.

피와 시체 위에 내려앉은 지난한 침묵 속에서.


“클클클. 마지막 엘프스톤을 찾았습니다.”


클락의 보고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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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23.12.12 9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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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화 23.12.03 100 2 12쪽
76 76화 23.11.30 97 3 12쪽
75 75화 23.11.27 10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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