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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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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8,034

작성
23.11.2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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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5화

DUMMY

75화








“당신, 소드마스터잖아요! 그런데, 그런데도 골렘들을 이기지 못했다구요?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해요?”


침울한 얼굴로 바닥에 앉아 있는 레이를 세리엘이 죽일 듯이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마차에 등을 기대고 서 이썬 안톤도 그녀의 잔소리를 직접 듣진 않아씾만,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기는 마찬 가지였다.


“휴···그래. 내가 죽일 놈이야.”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숨을 내쉰 레이가 불쑥 일어섰다.

그리고 손으로 엉덩이를 툭툭 턴 뒤, 쫘악 기지개를 펴며 말햇다.


“그러니까 내가 가서 꼬맹이 찾아올게. 잔소리는 그 다음에 하라구.”

“어떻게 찾아올 건데요? 여기 산을 다 뒤질 거예요?”


호언장담하는 레이를 보며 세리엘이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레이도 마땅한 방법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무작정 앉아 있을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그때, 말없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유렌이 바닥에서 일어섰다.


“유렌? 왜 그래? 뭐 있어?”


멍한 눈으로 산중턱을 바라보는 그녀의 곁으로 레이가 다가왔다.

그러나 유렌의 시선은 여전히 산 중턱에 꽂혀 있을 뿐이었다.

기묘한 직감이 그녀를 괴롭혔기 때문이었다.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어.’


자신도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모호한 느낌이다.

그러나 격렬하게뛰고 있는 가슴이 다급한 상황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오빠, 가보자. 다들 가 봐요.”

“도대체 어딜 가자는 거야?”


레이의 물음에 유렌이 손을 들어 산중턱을 가리켰다.


“저기, 저기에 윌터가 있어요. 그러니까······.”


그녀의 말에 세리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떻게 저기에 윌터님이 계신다는 거예요?”


세리엘의 짜증스런 물음에 유렌의 확신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힘주어 말했다.


“제가 알아요. 설명은 할 수 없는데, 알아요. 그러니까 제발 빨리 가요.”


유렌의 목소리에는 울먹임까지 섞여 있었다.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던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가보자.”

“지금 농담하는 거예요?”


세리엘이 황당해하자 레이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산을 다 뒤져서라도 꼬맹이를 찾아야 해. 그러니까 저기서부터 시작하는 셈 치자구.

안톤도 갈 거죠?“


레이가 묻자, 안톤이 먼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빨리 가지.”

“역시 말귀를 잘 알아들으시네.”


레이는 히죽 웃으며 안톤과 함께 유렌이 가리킨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


그들의 모습을 보며 세리엘은 그저 기가 찼다.

마법사나 예언자도 아닌데 예감 따위를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설사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신통안을 가졌다는 전설 속의 드래곤 아카론이라고 해도 이 넓은 산에서 단번에 윌터님을 찾을 순 없을 것이다.

세리엘이 주저하고 있는 그때.


“거기 남을 거야? 잘 생각했어. 마차나 지키고 있으라고.”


그녀의 분을 돋우려는 듯, 수풀 속에서 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힐끔 마차를 본 세리엘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마음 같아선 여기 남고 싶었지만.

어차피 윌터를 찾기 위해선 움직여야 한다.


“같이 가요!”


결국 레이와 유렌에게 패배한(?) 세리엘이 그들을 뒤따랐다.



***


베르토는 긴장감이 가득한 얼굴로 책상에 놓여 있는 마법수정구를 바라봤다.

마법수정구에는 리오넬이 하나씩 골렘들을 파괴하며 연구실로 다가오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골렘들만으로는 막을 수 없단 말인가.’


베르토의 얼굴은 침통함이 가득했다.

결국.

골렘만으로 방어가 불가능하면 자신이 나서야 한다.


‘저 정도의 강자라면······죽을지도 모르겠군.’


자신은 전투마법사가 아니라 ‘마도공학자’다.

상당한 전투력은 가졌지만 실전 경험은 떨어진다.


‘죽는 건 괜찮아. 그래도······.’


진작 빌어먹을 무한한 삶을 끝내고 싶었다.

누군가 자신을 죽여준다면 오히려 고마운 일이었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최후의 비밀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

‘주인’을 찾지도 못했는데 여기서 끝낼 순 없다.


“할아버지,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때, 베르토의 안색이 변한 것을 느낀 윌터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의 옆에서 베르토의 표정을 살피던 윌터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


그런 소년의 시선에서 자신을 향한 걱정을 읽은 베르토는 몇 백년 만에 웃을 수 있었다.

진심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걱정하는 눈빛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이래서 늙으면 애가 된다는 건가······.’


스스로를 한심해하면서도, 베르토는 윌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줘싿.

자신이 평범한 삶을 선택했다면 윌터 같은 손자들을 봤을 것이ᅟᅡᆮ.

흔들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손자들의 재롱을 보다 편하게 눈을 감았으리라.

몇 백 년 전 포기한 안온한 죽음과 일상을 떠올리던 베르토가 평정을 되찾았다.

최후의 비밀을 지키는 임무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한 적이 없었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페르단 대륙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선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었으니까.

그 누군가가 자신일 뿐이었다.


“이것을 받거라.”


베르토는 책상의 서랍에서 작은 단도를 꺼내 윌터에게 건네줬다.

단도의 힐트에는 새하얀 수정구가 박혀 있었다.


“왜, 이걸······?”


단검을 받은 윌터가 의아한 눈으로 베르토를 올려봤다.

재차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은 베르토가 부드러운 어조로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했다.


“실수로 너를 이곳에 데리고 온 것에 대한 사과의 선물이란다. 그 단검, 겉으로는 볼품 어빚만 한번 정도는 네 생명을 지켜줄 것이야. 그러니 소중히 간직하렴.”

“아., 알겟습니다.”


대답을 한 윌터가 단검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베르토가 연구실의 문을 열고 안내를 시작했다.


“왼쪽으로 쭉 달려가거라. 그러면 시커먼 벽이 나타날 것이다. 그 벽을 지나가면 네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게 될 거야.”


베르토의 설명을 들은 윌터가 연구실을 나섰다.

연이어 굉음이 들리는 걸로 보아 무언가 무서운 것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게 마음에 걸린 걸까.

윌터는 베르토를 도저히 혼자 두고 갈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는요? 지금 위험하잖아요. 같이 가요.”

“나는 내 집을 지켜야지. 이 늙은이는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거라.”


베르토의 손짓에 윌터는 어쩔 수 없이 연구실을 나섰다.

결국.

왼편의 복도를 따라 뛰어가면서도 베르토가 신경이 쓰이는 듯, 소년은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소년의 시선을 느끼던 베르토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페르단 대륙의 운명을 좌우할 비밀을 쥔 자신을 동정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후계제자 녀석들은 그저 자신을 동경할 뿐.

그가 오랜 시간 지하에서 홀로 느껴야할 외로움에 대해선 신경도 쓰진 않았다.

자신은 스스로의 세포에 시간정지 마법을 걸어 생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반신 같은 게 아니라 그저 뛰어난 마법사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단계’를 알 리가 없는 일반인에게는 그저 자신은 완전무결한 신으로 보였으리라.


‘신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죽는 것도 나쁘진 않겟지.’


연구실을 나와 오른쪽 복도로 걸어가던 베르토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오른쪽 복도에서 새하얀 백발에 경장갑옷을 입은 사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반갑군요.”


베르토를 발견한 리오넬의 눈이 가늘어졌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먹이를 발견한 육시동물처럼 탐욕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반면.

베르토는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리오넬의 인사를 받았다.


“넉살 좋은 친구로군. 마음대로 쳐들어온 집 주인에게 인사를 하다니 말이야.”

“조용히 모시러 왔을 뿐입니다. 소란스럽게 만든 건 그쪽의 찰흙장난감이 먼저 공격을 가했기 때문입니다. 손님한테 예의가 없더군요.”

“도둑은 그런 대우를 받아야지.”

“······날이 서 있으신걸 보니 저희에 대해 대충 아시는 것 같습니다만.”

“마(魔)를 추종하는 잡놈들이 설친다는 건 알고 있지.”

“마(魔)가 아니라 질서······하긴 어르신과 이런 쓸데없는 논쟁은 시간낭비겠군요. 다치기 싫으시면 얌전히 따라오시지요.”


리오넬이 예의있는 협박을 했고.

본색을 드러낸 그를 향해.


베르토가 주문을 외웠다.


“파이어 볼!”


화륵-!!


피식-!

베르토의 주문과 함께 생성된 파이어 볼을 보며 리오넬이 실소를 지었다.


외침은 우렁차기 그지없었지만.

작은 구슬만한 화염의 구가 리오넬의 앞에 톡하고 떨어진 것이다.


“귀여운 재롱이시군요.”

“뜨거운 재롱이지.”


리오넬의 비난에 한 마디로 응수하는 베르토.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파이어 볼에서 갑자기 수십 줄기의 불줄기가 솟나와 리오넬을 휘감았던 것이다.


화르르르르륵-!



“크으으윽!”


불길에 휘감긴 리오넬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고.

자신의 역공에 당한 리오넬을 보며 베르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젊은이. 이게 노인을 우습게 본 대가란다.”


불길에 휘감긴 리오넬을 보며 베르토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마법은 기존의 마법을 몇 백년 동안 보완하고 새롭게 창조한 것들이다.

이 시대의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단순한 마법이 아니었다.


‘이정도면 이길지도 모를······응?’


승리를 확신하려던 베르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뜨거운 불길이 휘감고 있는데도 리오넬이 쓰러지기는커녕 자신에게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저벅저벅-!!


그가 걸음을 옮기는 동안.


슈아아악-!!


리오넬의 몸에서 새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순식간에 불길이 사라진다.


“영감, 조금 뜨거웠어.”


씨익, 흉소를 지은 리오넬이 베르토 앞에 멈춰섰다.

그사이, 주춤 뒤로 물러선 ᅟᅦᆸ르토가 얼굴을 찡그렸다.


‘화염저항 주문이 걸려 있는 갑옵인가?’


리오넬이 입고 있는 갑옷에서 마나가 느껴지는 걸로 보아 보통 경장갑옷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침착함을 되찾은 그는 재빨리 주문을 외웠다.


“윈드 커터!!!”


주문과 동시에 날카로운 예기를 머금은 바람의 칼날이 리오넬을 향해 날아갔다.


쐐애액-! 쐐액-! 쐐애애애액-!!!


날카로운 파공성을 들으면서도-!


스으윽-.


리오넬은 무표정한 얼굴로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의외의 행동에 놀란 ᅟᅦᆸ르토의 눈이 커졌다.


‘뭘 하려는 거지?’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베르토는 더욱 경악할 수밖에 없엇다.


파캉-! 카카캉-!


냉기가 서린 건틀렛으로 베르토가 바람의 칼날을 모두 쳐내버린 것이다.


“이렇게 나오신 이상 이제 그냥 데리고 가지는 않을 겁니다.”

“······.”

“팔하고 다리를 자르고, 입에 재갈을 물리면 반항따윈 못하겠죠? 흐흐흐.”


리오넬은 양쪽 손가락을 우두둑거리며 베르토에게 ‘선포’했다.

필요한 건 살아 있는 베르토의 머리 뿐이었다.

팔과 다리가 없어도, 목숨만이 붙여서 클락에게 데리고 간다면 그가 마약을 써서라도 ‘비밀’을 알아내리라.


먹이를 노리는 맹수마냥 날카롭게 눈을 빛내는 리오넬을 향해 베르토가 바로 주문을 외웠다.



“매직 미사일!!”


그의 주문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수 백발의 매직 미사일이 리오넬을 향해 쏟아졌다.


콰카카카카캉-!!!!



***



정신없이 복도를 뛰어가던 윌터가 연달아 울려 퍼지는 굉음을 듣곤 멈춰 섰다.


‘이대로 갈 순 없어.’


그도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언지 잘 알고 있었다.

렌시아의 황제가 되어 세상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간다 한들 베르토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계속 도망을 갈 순 없었다.

저런 노인을 지켜주지도 못하는 자신이 무슨 만백성을 지키는 황제가 될 수 있겠는가.


‘미안해. 세리엘. 모두들 정말 미안해.’


복도의 끝을 바라보며 잠깐 고개를 숙였다 든 윌터가 몸을 돌려 되돌아온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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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23.12.12 93 2 11쪽
81 81화 23.12.11 97 2 13쪽
80 80화 23.12.08 99 2 12쪽
79 79화 23.12.06 10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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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화 23.12.03 9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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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화 23.11.27 10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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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화 23.11.21 1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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