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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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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3.12.3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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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4화

DUMMY

94화






교황청 최고의 치료사인 해링턴은 녹초가 된 몸으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후우······.”


이마에 흘리는 식은 땀을 닦아낸 후.

그는 쓰러지듯, 침대에 몸을 던졌다.


“하아······.”


편안한 침대에 몸을 뉘였지만, 입에선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르타곤 남부에는 의술에 일가를 이룬 채, 나름대로 위명을 떨치고는 그였지만 이번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도저히 무리였다.


‘도대체 왜 낫지 않는 거야?’


온갖 최상의 약초나 마나 치료술 그리고 회복 마법이 동원 되었다.

하지만 환자의 몸은 어떤 약이나 치료의 기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치 온 몸의 마나로드가 뒤틀리고 막힌 것 같았다.

이렇게 수십 명의 치료사들과 신관, 회복 마법사들이 달라붙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절명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고생할 줄 알았으면 냉큼 오는 게 아니었는데........’


나름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그런 거물인 환자를 치료한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이 달라질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착각에 불과했다.

물론 자신의 인생은 달라졌다. 이대로라면 자신이 노인네가 될 때 까지 교황청에 틀어박혀 있어야 할 테니까.


“으으으!!”


절망어린 신음을 토하는 그때.

갑자기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동시에.


”누구냐?“


복도를 순찰하던 병사의 외침이 뒤따랐다.

침대에 누워 있던 해링턴도 문 너머로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일어섰다.


‘뭐야?’


그리고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 해링턴의 얼굴이 순간 새파랗게 질렸다. 병사의 머리가 피를 뿌리며 하늘로 날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푸아악!


잘려나간 목 언저리에서 선혈을 뿜어내며 쓰러진 병사를 보고 빙그레 웃은 여인의 검이 동상처럼 굳은 얼굴로 서 있는 해링턴의 양 미간으로 향했다.


”치료술사 해링턴 씨 맞지?“

”그, 그렇소만.“


그녀와 그녀의 뒤에 서 있는 붉은 육망성이 그려진 복면을 쓴 두 명의 거한을 보며 해링턴이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잔뜩 겁에 질린 그를 보고 피식 실소를 흘린 여인이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은 어디 있지?“

”그 사람이라니요?“


해링턴이 되묻자 여인의 콧잔등이 주름을 만들었다.

그녀는 해링턴의 양 미간에 가져간 검에 힘을 주며 말했다.


”네 환자 말이야. 어디 있지?“


털썩.


그녀의 물음에 깜짝 놀란 해링턴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지금 이 자들은 자신의 환자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르타곤의.....



***



‘아이고?’


교황청의 안으로 들어선 레이는 황당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내부가 넓은 건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지만, 미로처럼 꼬불꼬불한 복도와 수십 개의 방은 도저히 어디가 어딘지 제대로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 밤새우겠군.’


보초병들을 피하며 이리저리 복도를 뛰어다니다 보니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이었다.

교황의 침실이나 집무실이 어디인지는 그로서는 도저히 알아낼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일일이 모든 방을 다 뒤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나 한 놈 붙잡고 물어봐?’


한 놈만 잡고 확실히 물어본 후, 바로 교황을 찾아가서 윌터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그나마 나으리라.

이런 식으로 시간낭비를 하는 것보다 목격자(?)를 만드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할 수 없지.’


나름대로 결정을 내린 레이의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

자신에게 교황의 위치를 가르쳐줄 주인의 발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좋아. 그럼.......’


더 이상 시간낭비를 할 필요는 없다. 아랑파천을 빼든 레이가 발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여, 여깁니다. 이 복도를 지나면......“


복면인 둘과 로브를 입은 여인을 안내하던 해링턴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자신이 하려는 건 자살행위와 마찬가지였다.


‘내가 이들을 안내한 게 알려지면......’


아직까지는 해링턴은 안전했다.

지나가다 마주친 모든 병사들과 성기사들을 저 로브를 입은 여인과 복면인이 모두 베어 버린 것이다.

복면인의 창과 할버드, 여인의 검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물을 보며 해링턴은 자신이 이들을 안내한 것이 당장은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런데.


“어?”


하지만 해링턴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앞에 한 사내가 나타났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성기사나 병사들과는 무언가 달랐다.


‘옷차림이 왜 이래? 가죽 갑옷? 용병인가?’


하얀 갑옷을 입은 성기사나 병사들과는 달리 눈앞에 나타난 사내는 거친 가죽갑옷을 입은 흑발의 용병처럼 보였다.


”어랏! 너희들 누구야?“


도리어 그들을 본 사내, 레이는 어이가 없었다.


붉은 육망성이 그려진 복면을 쓴 괴한 둘에 로브를 입고 후드를 쓴 여인에 배불뚝이 중년인.

전혀 교황청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거기다 복면인과 로브를 입은 여인이 든 병장기에서는 시뻘건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 이봐, 너희들.....“


그 모습에 당황한 레이가 입을 연 순간, 선두에 있던 중년인을 밀친 로브를 입은 여인이 그를 향해 검을 내뻗었다.


파캉!


순간 엉겁결에 아랑파천으로 검을 막아낸 레이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다짜고짜 공격이라니... 도대체......”


어처구니 없어 하는 그를 행해 두 명의 복면인이 덮쳐왔다.


슈아악!


머리와 가슴을 노리며 연달아 베어 들어오는 창과 할버드를 막아낸 레이의 입매가 일그러졌다.


“이봐, 말로 좀 하자구!”


레이가 소리쳤지만 복면인들은 대답 대신 그를 향해 다시 병장기를 휘둘렀다.


카앙! 카아앙!


연이어 쏟아지는 복면인들의 공격을 막으며 뒤로 물러선 레이의 등이 한쪽 문에 가로막혔다.


물러설 곳이 없었지만, 레이는 차라리 잘 된 기분이었다, 어제까지 상대의 공격을 피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닌가.


’결국 피를 좀 봐야겠네.‘


아직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전력을 다하진 않았다.

그러나 상대가 계속해서 공격을 하는 이상, 쉽게 당할 수는 없었다.

이를 악문 레이의 아랑파천이 할버드를 든 복면인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슈각-


복면인이 할버드를 치켜들려 했지만. 이미 레이의 아랑파천이 그의 가슴팍을 베고 지나갔다.


츄아악!


연이어 검로를 바꾼 레이의 아랑파천이 공중에서 자신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창을 든 복면인의 다리로 향했다.


파캉!


그러나 바닥에 착지한 복면인의 창에 레이의 아랑파천이 가로막혔다.

레이의 아랑파천을 밀어낸 복면인의 창이 그의 머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콰직-


순간 고개를 왼쪽으로 젖히며 복면인의 공격을 피한 레이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방금 자신이 베어버렸던 복면인의 할버드가 그의 복부를 노리고 들어왔던 것이다.


’쓰러지지 않았어?!‘

분명 베었다.

손에는 아직도 벤 느낌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어찌 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당황해하던 레이는 본능적으로 아랑파천을 치켜들어 복면인의 할버드를 막아냈다.


콰지직-


그러자 할버드에 실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떠오른 레이의 몸이 문을 부수며 방 안으로 떨어졌다.


“크으으... 난리났군.”


이내 허리를 문지르며 일어선 레이가 방으로 들어오는 복면인들을 보며 얼굴을 구겼다.

이렇게 난리를 부린 이상 성기사들과 병사들이 몰려 올 것이다.

즉, 교황과의 조용한 독대는 영영 물 건너간 것이다.


’그래, 제대로 해보자고.‘


교황만 만난다면 뒷수습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이다.

굳게 마음을 먹은 그의 아랑파천에 새하얀 오러가 맺혔다.

그것을 본 두 복면인들의 병장기에도 강렬한 오러가 피어올랐다.


’적어도 소드 엑스퍼트 상급은 되는 녀석들이군. 어디서 이런 녀석들이 나타난 거지?‘


그들의 병장기에서 피어오르는 오러를 본 레이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복면인들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바로 자신의 뒤편에 있는 침대에 누워 있는 백발의 노인 때문이었다.

목까지 이불을 쓴 채 숨을 헐떡이고 있는 노인이 있는 방에서 어떻게 함부로 싸울 수 있겠는가.


’갈수록 짜증나는군. 자기 집에 함부로 들어왔다고 프레야님이 심술을 부리는 건가?‘


자신의 상상에 어이가 없었는지 피식 실소를 흘리던 레이가 갑자기 진지해졌다.

방금 침대에 누워 있던 노인의 얼굴이 낯 익었던 것이다.


‘설마?’


레이는 다시 고개를 돌려 노인의 얼굴을 확인했고.

그 순간 숨이 멎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황제 요한?’


바로 르타곤 제국의 24대 황제, 요한 르타곤이 자신의 옆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왜 교황청에 황제가 잠들어 있는 거지?'


레이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르타곤의 황제가 넓 은 황궁을 놔두고 교황청에 있단 말인가?

거기다 창백한 얼굴과 이렇게 소란스러운데도 불구하고 눈을 뜨지 않는 걸로 보아 혼수상태인 모양이었다.



'그래서였나?'


레이는 그제야 교황청의 출입이 금지되고 신년제가 열리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황제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던 거야······ 그럼 저자들은 지금 황제를 노리는 건가?!'


슈가악!


그러나 레이는 더 이상 생각을 정리할 겨를이 없었다.

복면인들의 병장기가 그를 향해 번뜩였기 때문이다.


파킹! 카카각!


복면인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레이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전혀 딴 사람이 된 것처럼 그들의 공격이 너무나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를 당혹스럽게 한 건 단순히 빨라진 그들의 움직임 때문이 아니었다.


'아랑파천이 녹고 있어?!'


아랑파천에 베인 복면인들의 상처에서는 시커먼 피가 뿜어 졌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 피가 묻은 아랑파천의 날이 조금씩 녹고 있었던 것이다.


“크윽!”


이때 복면인들의 피가 닿은 레이의 왼쪽 뺨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불에 대인 것처럼 화끈한 고통을 느낀 그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인간이 아닌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괴물일 줄은 몰랐군······'


욱신거리는 뺨의 통증을 참은 채, 아랑파천을 고쳐 잡은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나올 지경이었다.

이상하게 요즘 따라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 자주 맞닥뜨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떤 괴물이라도 자신의 상대가 될 수는 없다.

아무리 괴물이라고 해도 산산조각이 나버리면 움직일 수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노는 건 여기까지야


각오를 한 레이가 마나홀에서 남은 마나를 모두 끌어올렸고.


쿠오오오-!!

백색 마나의 갑옷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완전히 소드마스터 세컨드의 힘을 개방한 것이다.

마나가 온 몸을 갑옷처럼 보호하고 있기에, 저 빌어먹을 괴물의 피가 튀어도 타격을 입지 않으리라.

그렇게 마음을 먹은 레이가 복면인들에게 공격을 가하려고 할 때.

복면인들의 뒤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스드 4호, 5호, 멈춰."


그녀의 명령에 레이에게 달려들려던 복면인, 커스드가 양 옆으로 비켜섰고.


저벅저벅-!!!


그들 사이로 걸어 나온 여인이 로브의 후드를 젖히며 말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만났네. 반가워.“


"너, 너는?!"


자신을 바라보는 녹색머리의 여인을 보며 레이는 경악성을 터뜨렸다.


"밀레나?!“

“너도 반가운가 보네.”

“네가······왜 여기 있는 거지?”


레이의 물음에 살짝 미소를 지은 밀레나가 검의 끝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요한 르타곤을 가리켰다.


"재미있는 임무를 맡았거든. 르타곤 제국 황제의 암살 어 때, 멋지지 않아?"


황제의 암살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밀레나의 말투에 황당해하던 레이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아이젠이 노리는 건가?"


"응."


레이의 물음에 밀레나가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비켜. 우리는 저 노인네만 죽이면 되니까 너랑 싸울 필요가 없어."


밀레나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은 레이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마구 살기를 뿜어내는 저 두 괴물들과는 달리 그녀에게서 는 아무런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밀레나는 간절한 눈빛으로 레이를 바라봤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는 딱히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레이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레이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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