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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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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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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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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7화

DUMMY

87화







힘차게 대답을 한 유렌이 뒤로 물러서자, 레이의 시선이 병사들에게 향했다.


“꺼져.”


그의 말과 함께 검을 내던진 병사들이 조제실을 빠져 나갔다.

결국 혼자 남은 헤인젤이 수술용 칼을 알룬스의 목에 갖다 댔다.


“다, 다가오면 죽······.”

“내기 한번 해볼래?”


걸음을 멈춘 레이가 오러 블레이드의 끝으로 헤인젤을 겨눴다.


“소드 마스터가 네 목을 베는 게 빠른지, 네가 그 아이를 죽이는 게 더 빠른지 말이야.”

“그래? 그럼 죽여주지.”


레이의 도발에 으드득 이를 간 헤인젤이 수술용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아, 알룬스!”


그 순간.

깜짝 놀란 쥬라스가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레이가 일루전 소드를 시전했다.


츄카가가각-!


어둠을 가르며 날아간 오러의 검날이 수술용 칼을 쥔 헤인젤의 오른손을 베고 지나갔다.


“끄아아악!”


툭-!


잘려나간 팔이 떨어지고, 절단면에서 핏물이 분수처럼 쏟아진다.


“끄으으!”


팔 언저리를 부여잡고 신음을 흘리는 헤인젤.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를 노려보던 레이가 이죽거렸다.


“호오, 팔이 잘렸는데 소리도 안 지르고 꽤 잘 참는 걸?”

“죽, 죽여 버리겠다. 꼭 죽여 버리겠어. 이 개자식.”

“난 외팔이 뚱보한테 죽을 놈이 아니야. 이래보여도 소드마스터 세컨드라고.”


레이의 도발에 헤인젤의 얼굴이 더욱 구겨졌다.

그의 말처럼 자신은 레이를 이길 수 없으리라.

지금 당장은 말이다.

하지만.


‘죽일 순 있지.’


결단을 내린 헤인젤이 광소를 터뜨렸고.


“크하하. 크하하하.”


레이가 어이없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너무 아파서 미쳤나?’


팔이 잘리고, 죽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웃어젖히는 헤인젤의 모습이 정상으로 보이진 않는다.

레이 옆의 쥬라스도 황당하다는 얼굴로 동족의 원수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여전히 광소를 흘리던 헤인젤이 벽 하나를 짚었다.


쿠쿵-!


그가 손을 짚자마자 굉음이 터져나왔고.

동시에 헤인젤이 손으로 짚은 벽이 반으로 갈라지며 비밀 통로가 나타났다.


“잘 있게나.”


실소를 지은 헤인젤이 바로 벽안으로 뛰어들었다.


“······!!”

“······!!”


그에 당황한 레이와 쥬라스가 달려들려고 했지만.

그가 들어가자마자 순식간에 다시 비밀출구가 사라졌고.


“하앗!”


레이가 기합과 함께 오러블레이드를 향해 벽을 내리쳤다.


파캉-!


그러나 신기하게도 벽은 부서졌지만, 출구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 마법인가?”


레이가 허망해하는 사이.

쥬라스의 당황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 밑을 봐!”


번쩍-!


쥬라스의 일갈과 함께 고개를 내린 레이의 눈동자가 떨렸다.

바닥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이거 자폭 마법진이야!”


알룬스의 재갈과 족쇄를 풀던 쥬라스가 소리쳤다.

동시에 레이의 입가에서 헛웃음이 흘러 나왔다.


‘이런 것까지 준비해놓았다니, 당했군.’


레이는 허탈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헤인젤은 만약을 대비해 조제실에 자폭마법진을 설치한 것이다.

가문의 비법이 세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놓칠 순 없었다.

헤인젤이 사라진 벽으로 다가간 레이가 쥬라스를 쳐다봤다.


“뒷일 부탁한다.”

“무슨소리지?”

“출구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야.”


레이가 두 눈을 빛냈다.

마법으로 덧씌워져 있긴 하지만, 옅은 바람이 느껴진다.

즉.

눈앞에 가로막힌 벽은 일종의 물리력을 가진 환상인 셈이다.


툭툭-!!


왼손으로 벽을 쳐다본 레이는 솔직히 감탄할 정도였다.

그래도.


‘부술 수 있어.’


레이는 다시 아랑파천을 들어올렸고.

마나의 환상으로 된 벽에 검을 박아넣었다.


카가가가가각-!


레이가 아랑파천에 마나를 불어넣자, 거대한 벽이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콰드득-! 콰드드득-! 콰앙-!


굉음을 뿌리며 폭발한 후.


후두두둑-!!


다시 출구를 드러냈다.


“갔다 올게. 묘족 친구. 유렌도 데리고 나가줘.”

“······그러지.”


레이의 모습에 감탄을 하던 쥬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유렌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오, 오빠.”

“갔다 올게.”


레이는 유렌을 놔두고, 비밀 통로 속으로 달려갔다.


“······.”


또 다시 사라지는 그를 보며 유렌은 불안한 얼굴로 두 손을 꼬옥 맞잡았다.

그때.

쥬라스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다.”

“예?”


알룬스를 풀부축한 쥬라스가 유렌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저 사내, 강하다. 묘족의 수호자인 나보다 더.”


쥬라스가 말한 것은 단순한 육체의 강함이나 마나의 양이 아니었다.

그는 오랫동안 수많은 군상들을 지켜봐왔고.

대화 몇 마디로 상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레이는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정의를 이루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들은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그런 감정들 말이다.

그러니.

자신들은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자.”

“우리의 일요?”


유렌의 의문에 쥬라스의 시선이 천장으로 향했다.


“남은 묘족의 아이들을 구출하는 일이다. 도와다오.”


쥬라스의 부탁에 유렌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서 가요.”



***



헤인젤이 빠져나온 곳은 저택으로부터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세드란의 북쪽 지역의 뒷골목이었다.


“하아, 하아······내가, 내가 이런 꼴을 당하다니··· 절대 용서치 않겠다.”


후회와 분노가 밀려들어온다.

레이를 데리고 오지 않았으면 자신은 아무런 걱정 없이 어제 같은 오늘을 보냈으리라.

자신이 화를 불러온 셈이다.

하지만 후회는 이미 늦었고.

지금은 회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저택과 병사들을 잃었지만 자신에게는 아직 세드란 은행에 맡겨놓은 재산 절반이 있다.

그리고 그동안 쌓은 인맥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재기할 수 있으리라.

묘족의 간으로 영약을 만드는 기술은 그 어떤 단체나 국가에서도 탐낼만한 것이니까.

재기를 한 후에는 반드시 복수를 할 것이다.


“레이 워커······가만두지 않겠어.”


그렇게 으드득, 이를 갈며 걸음을 옮기던 그의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 같은 녀석들은 항상 똑같은 대사를 하더군. 그렇게 복수하고 싶으면 기회를 줄 테니 지금 당장 하라고.”

“······!!”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헤인젤은 경악성을 터뜨렸다.

아랑파천을 든 레이가 서 있었던 것이다.

마법으로 된 통로를 부수고 자신을 찾아온 모양이리라.

레이의 형형한 기세에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크크크크.”


헤인젤의 입에서 음산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오히려 잘 된 셈 아닌가.


“복수할 기회를 줬으니 너무 고맙군.”


지하 조제실에선 차마 자신의 숨겨진 힘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모든 게 ‘무너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

그 기술로 레이에게 복수를 하면 되리라.


스으윽-!


오른팔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왼손에 가득 묻힌 헤인젤이 수인을 맺었다.


“지옥의 환수여! 그대의 계약자 헤인젤 드락센이 부른다.”


그의 외침과 함께 허공에 그려진 핏빛 마법진 안에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튀어 나왔다.

그 순간.

헤인젤에게 달려들려던 레이가 멈칫 거렸다.


“소, 소환술!”


마법진 속에서 걸어나온 거체를 보고 레이도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헤인젤이 소환한 것은 단순한 좀비 같은 것이 아니었다.

10미터 정도 되는 몸집에 세 개의 눈을 가진 괴물.


“싸이클롭스?”

“크어어!!!!!!!!!”


경악하는 레이를 향해 소환된 싸이클롭스가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가슴을 마구 두드려댔다.

그런 싸이콜릅스의 뒤에서, 헤인젤이 일갈했다.


“저 놈에 네 주인의 적이다. 당장 죽여라!”


“크아아아!”


헤인젤의 명령에 다시 우렁찬 괴성을 내지른 싸이클롭스가 레이를 향해 거대한 주먹을 내리쳤다.


부우웅-!


마치 육중한 바위 하나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


본능적으로 휘협을 느낀 레이가 허공으로 풀쩍 뛰어 올랐다.


쿠아앙-!


싸이클롭스의 주먹이 방금 전 레이가 있던 땅속으로 파고든다.


쩌저저적-!


자욱한 먼지와 함께 주먹을 중심으로 바닥에 실금이 그어진다.


탁-!


작은 집의 지붕위로 착지를 한 레이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정말 저 녀석이랑 싸워야 하는 거야?’


아무리 레이라고 해도 신화 속에서 나오는 저런 괴물하고는 싸워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소드마스터 세컨드라고 하지만, 싸이클롭스 손쉽게 이길 수 있을지 자신할 순 없다.

그만큼 싸이클롭스에게 풍기는 기세가 강렬했던 것이다.


‘그래도 제대로 붙으면 이길 순 있을 거야. 하지만······.’


싸이클롭스를 이겨도 헤인젤이 다시 다른 몬스터를 소환하면 역부족이다.

그러나 지금은 뒷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만일 저 괴물이 설치도록 놔둔다면 어마어마한 인명피해를 입을 것이 뻔했다.

자신이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지금도 깜짝 놀란 이들이 집에서 뛰쳐나와 도망을 치고 있다.


‘사람들이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을 만큼 시간을 벌자. 그리고······.’


레이의 눈빛이 싸이클롭스의 뒤에서 승리에 도취되어 웃고 있는 헤인젤에게 향했다.


‘저 놈도 악마술사인가?’


카일이 사냥해야 하는 자들.

그리고 대륙을 좀먹고 있는 또다른 원흉.


‘악연은 악연이구나. 아니, 행운인가?’


덤으로 카일의 복수도 해줄 수 있다.

생각을 정리한 레이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나는 순간.


쿠오오오-!


싸이클롭스의 주먹이 다시 그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고.

주먹이 닿기 직전.

지붕을 박차고 도약한 레이가 아랑파천을 위로 치켜 올렸다.


카앙-!


오러 블레이드와 팔이 격돌했지만.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을 뿐.

싸이클롭스의 손은 상처를 입지 않았다.


“······!!”


자세히 보니 검은 마기의 띠를 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마기?’


레이가 놀라는 사이.


싸이클롭스가 두 손으로 레이를 움켜쥐었다.


“크억!”


연이어 싸이클롭스는 전력을 다해 레이를 바닥에 내던졌다.


콰아앙-!


무시무시한 속도로 바닥에 떨어진 레이의 몸이 반동으로 인해 한번 퉁겨져 올라갔고.

싸이클롭스의 주먹이 그의 몸통을 후려갈겼다.


파카앙-!


레이는 마나의 갑옷으로 몸을 둘러 보호하긴 했지만.


쿨럭-!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입에 피를 토했다.


쿵-!


결국 바닥에 널브러진 레이의 귓가에 헤인젤의 광소가 들려왔다.


“크하하하! 어떠냐? 이제 이 헤인젤님을 건드린 게 후회가 되지?”


바닥에 널브러진 채 신음을 흘리는 레이를 향해 웃어대는 헤인젤.

그러나 그의 웃음은 곧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린 레이의 살기어린 답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크으윽···조금만 기다려. 곧 네놈 목도 베어줄 테니까.”

“······!!”


레이는 힘겹게 신음을 흘리면서도 바닥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온 몸의 뼈에 금이 간 것 같지만, 레이의 눈빛은 의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정도의 필사적인 싸움은 오랜만이다.

싸이클롭스와 저 빌어먹을 악마술사를 처리한다면 자신은 또 한번 성장하리라.


‘해보자.’


의지를 다지는 레이를 보며 헤인젤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왠지 레이의 검에 도륙당하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승기를 쥐고 있는 건 자신이다.

그가 싸이클롭스를 보며 소리쳤다.


“밟아! 당장 저 녀석을 밟아서 짓이겨버려라!”


“크어어어!”


주인의 명령에 울부짖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싸이클롭스가 왼발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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