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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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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8,034

작성
23.12.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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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3화

DUMMY

83화






“뚱땡이! 고개 숙여!”


레이가 고함을 질렀지만, 바닥에 앉아 식사에 열중하던 헤인젤이 화살을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젠장.’


마나홀에서 마나를 끌어올린 레이가 헤인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아랑파천을 빼든 레이가 달려가면서 그대로 화살을 베었고.


슈각-!

툭-!


베인 화살이 떨어지자마자 레이가 수풀을 향해 돌진했다.


타다다닷-!!


‘좋아. 이번에는 꼭 잡아주마.’


암습을 한 이는 아마도 어제 그 사내일 터.

생포해서 연유를 알아내고 싶었다.


투두두두둑-!


순식간에 수풀 속으로 사라지는 레이를 보며 헤인젤이 작게 탄성을 터뜨렸다.


“호오. 대단한데?”


레이가 아니면 자신은 벌써 화살에 꿰뚫려 목숨을 잃었으리라.


‘저정도 녀석이면 잡을 수 있겠어.’


헤인젤은 자신을 노리는 적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동족을 찾으려는 묘족이리라.

레이라면 빌어먹을 잡종고양이를 잡을 수 있으리라.

자신은 그동안 여유있게 식사를 계속하면 된다.

히죽 웃은 헤인젤이 바닥에 놓인 음식그릇을 집어들었다.



피슝-! 피슈웅-!

수풀로 들어선 레이를 향해 또다시 두 발의 화살이 날아왔다.


파캉-!


아랑파천으로 화살들을 쳐낸 레이가 거칠게 소리쳤다


“숨어서 암습만 할 생각인가?! 그런데 어쩌지? 이런 유치한 공격에 당할 만큼 난 호락호락하지 않거든!”


그의 말대로 이 정도의 공격은 언제든지 피하거나 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만일 이 화살이 자신아 이라마 유렌이나 윌터를 노린다면?

그러니 저 빌어먹을 무뢰한이 치사한 수를 쓰기 전에 잡아야 한다.

결심은 굳혔지만 레이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화살을 쏜 자가 자신이 있는 곳을 들키지 않으려는지 엄청난 스피드로 계속해서 위치를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발을 조금만 떼면 여지없이 화살이 날아온다.

결국 레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랑파천을 치켜들고 방어를 하면서 허세를 부리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지루한 소모전을 계속할 생각은 없었다.


스륵-!


그가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다시 화살이 날아왔다.


슈각-!


단숨에 아랑파천으로 여지없이 화살을 베어버린 레이가 등의 검집을 뽑아들었다.



‘거긴가?’


수풀 속에서 다시 기척이 느껴진다.

레이는 재빨리 기척이 느껴진 방향을 향해 마나가 잔뜩 실린 검집을 집어 던졌다.


슈아아악-!


화살처럼 무시무시한 파공성을 뿜어내며 날아간 검집이 수풀 속에서 날렵하게 움직이던 사내의 왼쪽 어꺠를 가격했다.


“크으윽!”


그 순간 엄청난 통증을 느낀 사내가 어깨를 부여잡은 채 신음을 흘렸다.

그렇게 생긴 빈틈을 놓치지 않은 레이가 재빨리 아랑파천을 휘둘렀다.


스걱-!


아랑파천에 잘려나간 수풀과 사내의 후드가 바람에 흩날렸다.

그런데 다시 아랑파천을 고쳐 쥔 레이의 시선이 떨렸다.

잘려나간 후드 아래로 드러난 사내의 얼굴 때문이었다.


‘고양이인간?’


사내의 얼굴은 고양이의 그것과 똑같았다.

경악하고 있는 레이를 향해 사내가 왼손의 손톱을 휘둘렀다.


파캉-!


레이는 반사적으로 아랑파천의 검면으로 방어했고.


파캉-! 카캉-! 카카캉-!


사내의 공격이 연달아 이어지자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그 와중에 서서히 거리를 벌린 묘족 사내가 으르렁거렸다.


“인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펄쩍-!


뒤로 물러나며 묘족 사내가 크로스 보우의 화살을 쏘았고.

레이는 미간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베는 순간.


휘이이잉-!


바람소리와 함께 묘족 사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 엄청 빠른 놈이네.”


묘족 사내가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던 레이가 툴툴 거렸다.

두 번이나 그를 놓쳤지만 분한 마음은 없었다.

오히려.

사내의 목소리에 담긴 짙은 원한이 마음에 걸렸다.

그것은 소중한 이들을 잃은 사람들만 알아챌 수 있는 감정이었다.

사내는 지금 복수를 하려는 것이다.

묘족과 관련이 되어 있다면 헤인젤이 평범한 상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알아봐야겠어.’


사내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던 레이가 일행들이 있던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어느덧 사흘이 흘러 레이 일행들과 헤인젤 상댄은 세드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첫날 사내의 습격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싱겁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포기한 건가? 그럴 자는 아닐 텐데.’


성문을 향해 마차를 몰며 레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지난 사흘동안 그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헤인젤에게 몇 번이나 질문을 하려 했지만, 그는 애써 자리를 피했다.

힘으로 협박을 할 수도 있었지만 레이는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거짓말을 한다면 알 방도가 없었기에 시간만 흘려 보낸 것이다.

그래도 답답했는지 마부석의 레이가 안톤에게 말을 걸었다.


“안톤.”

“왜?”


조수석에 등을 기대고 있던 안톤이 레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잠깐 헤인젤의 마차와 거리를 확인한 레이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고양이 얼굴을 한 인간을 본 적 있어요?”

“고양이 얼굴이라니, 신종 몬스터냐?”


안톤이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되묻자, 기다렸다는 듯 마차의 창문을 드륵 열고 윌터가 고개를 내밀었다.


“묘족을 말하는 거야?”

“묘족?”


보통 때라면 어른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말라고 면박을 줬을 레이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윌터의 이어질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그가 자신을 존중해주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 윌터가 헛기침을 한 후 말을 이었다.

“묘족, 그러니까 한 마디로 하면 고양이의 얼굴을 가진 인간이야. 300년 전쯤, 르타곤 제국에 살았던 전설의 종족이지.”

“전설의 종족이라면 지금은 없다는 건가?”

“일단 멸종됐다는 소리도 있는데 확실한 건 몰라.”

“멸종?”

“인간들이 노예로 부렸고, 그다음은 반란······그리고 몰살.

”······.“


윌터의 설명은 이랬다.

패황이라 불리는 르타곤의 12대 황제 구스반트 르타의 명령아래 묘족은 인간들에게 잡혀 노예생활을 해야 했다.

결국 묘족들과 르타곤 제국과의 전쟁이 벌어진다.

전쟁은 당연히 르타곤 제국의 승리로 끝나고.

패자의 결말은 죽음이었다.


”모조리 죽였대. 모조리. 반란을 일으킨 노예들을 용서할 수 없었던 거지. 그런데 그냥 죽인 것보다 더 끔찍한 짓을 했다는 거야.“

”뭔데?“


레이의 물음에 눈을 큼지막하게 뜬 윌터가 눈을 부라리며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조리 죽이고 난 다음에······간을 먹었대.“

”······!!!“

”······!!“



윌터의 설명에 레이와 안톤은 동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두 어른을 보며 윌터가 설명을 계속했다.


인간이나 엘프, 드워프, 오크들까지 배꼽 아래 있는 무형의 마나홀에 마나를 모은다.

그러나 묘족들은 특이하게도 간에 마나를 모았던 것이다.

묘족의 간은 마나가 응축된 영약인 셈이었고.

마나를 섭취하며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르타곤 제국인들은 묘족의 간을 뜯어먹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윌터가 또 다시 끔찍한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자, 레이가 얼른 손짓을 하며 그의 말을 잘랐다.

헤인젤이 탄 마차가 가까워졌기에 묘족에 관한 이야기를 함구 시킨 것이다.


”됐어. 이제 조용히 해.“

”치, 더 있는데, 알았어.“


아쉬운 듯 혀를 찬 윌터가 다시 마차의 창문을 닫았다.


‘마나의 양을 높이는 영약이라······.’


묘족 사내의 얼굴을 ᄄᅠᆼᅟᅩᆯ린 레이의 서신이 거대한 천으로 뒤덮여 있는 마차들로 향했다.




그날 저녁.

세드란으로 들어선 레이 일행과 헤인젤 상단의 마차는 4층 저택 앞에 멈춰섰다.


”으하하. 여기가 헤인젤 상단이지 제, 집입니다.“


헤인젤이 마차에서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건물의 문이 열렸다.

마차에서 내린 레이가 건물을 올려다보며 감상을 말했다.


”꽤 크군요. 아저씨 대단한 분이신데?“

”하하. 저 이래보여도 이 근처에선 꽤 유명한 놈입니다. 대상인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돈좀 만지고 콧김좀 내고 합니다요. 흐흐흐.“

”······.“


스스로 자화자찬을 해대는 그를 보며 레이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럼 계산부터 하시죠.“

”······.“


살짝 눈가를 찌푸린 헤인젤이 이내 품속에서 꺼낸 두 장의 수표를 레이에게 건네줬다.


”100골드랑 50골드 수표입니다. 으흠.“

”감사합니다.“


만족스런 얼굴로 품속에 수표를 넣는 레이를 보고 헤인젤이 말했다.


”의뢰를 하루만 더 연장할 수 있을까요? 추가요금은 반드시 드리겠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레이가 묻자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헤인젤이 목소리를 낮췄다.


”내일 중요한 거래가 있습니다. 그런데 방해를 하려는 자들이 있어서요.“

”경쟁 상단입니까?“

”그런 셈입니다. 하루만 더 묵으실 수 있겠습니까?“


레이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망설여졌지만, 묘족과의 연관성도 알아보고 싶었다.

평소였다면 그냥 신경을 끊고 헤인젤을 멀리했으리라.

그러나 묘족 사내의 눈빛과 목소리에 담긴 아픔에 공감을 했기 때문일까?

그와 한 번 더 만나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고, 의구심을 풀고 싶었다.

거기다.

유렌의 몸에서 열이 나고 있다.

오래된 여행이 지쳤는지 마차 안에서 유렌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잠들어 있었다.

다시 묵을 곳을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여기서 유렌을 재우는 게 나으리라.


”알겠습니다. 저희도 마침 묵을 곳이 필요하니까 하루 정도 더 신세를 지겠습니다.“


대답을 한 레이가 다시 마차에 올라타닸다.


드드득-! 드드드득-!


레이가 마차를 몰고 저택 안으로 들어섰고.

그 앞에 서 있던 헤인젤의 입매가 미소를 그렸다.


오늘 밤 상품을 만드는 것만 제대로 끝난다면 몇 천 골드가 자신의 수중에 들어온다.

힘겹게 납치한 묘족의 간을 빼내 영약을 만들면 끝이다.


‘기사놈들이 군침을 흘리겠지.’


영약을 주문해놓은 기사들이 스무 명이 넘는다.

마나의 양을 높일 수 있다면 모든 재산을 내놓는 것이 기사들이라는 작자였으니까.

그러나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자신을 쫓고 있는 그 녀석들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선 자신의 힘을 마음대로 쓸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르타곤에서 ‘악마’의 힘을 사용할 순 없으니까.

그랬기에 추적자를 처리해줄 레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레이와의 계약을 연장했고.

지금까진 모든 게 원하는대로 되어가고 있다.


”자, 들어가자.“


만족스런 헤인젤의 손짓에 상단의 마차가 저택 안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1층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레이 일행은 3층에 있는 손님방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꽤 넓군···생각한 것보다 부자인 모양인데?’


계단을 올라가던 레이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천장에는 황궁의 연회장에서 본 것 같은 커다란 상들리에게 빛을 뿌려댔고.

복도에는 비싸 보이는 조각상들과 화분이 가득했다.

상단이 아니라 잘 나가는 귀족의 저택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레이의 뒤에 있던 창백한 얼굴의 유렌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 그래? 추워?“


깜짝 놀란 레이의 물음에 유렌이 고개를 저었다.

몸살 기운이 있지만, 지금 느끼는 건 그런 것들과 다르다.

음습하고 기분 나쁜 기운이 저택 전체를 휘감고 있다.


”오빠. 여기 이상해······무서운 일이 생길 것 같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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