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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6,618
추천수 :
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3.12.29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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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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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3화

DUMMY

93화





다른 일행들도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레이를 바라봤다.

혼자서 교황청에 밤중에 침입하겠다는 건 미친 소리 아닌가.

그러나 레이가 도리어 반문했다.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윌터의 신분을 밝히고, 서신을 공개라도 할 거야? 그러면 문은 열어주겠지. 그 다음에는?”


레이의 말에 그를 말리려던 다른 일행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이 말대로였다.

윌터의 신분이 밝혀진다면, 교황청 곳곳에 심어놓았을 아이젠의 부하들이 그를 노리고 움직일 것이다.

또한 르타곤 역시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만일 그들이 윌터를 수중에 넣는다면, 모든 병력을 동원하여 렌시아를 칠 것이다.

그리고 윌터를 꼭두각시 황제로 세워 뒤에서 렌시아를 지배할 것이다.

훗날 아이젠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르타곤 뿐만 아니라 바루스의 힘을 빌려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당당히 그들과 할 수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교황청을 등에 업는다면 적어도 르타곤이나 바루스에 이용당할 걱정은 줄어들 수도 있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지 않는가.

정치적인 힘이 없는 지금은 일단 몸을 움츠려야 한다.


‘소드 마스터라고 해서 한 국가를 상대할 순 없으니까.’


생각을 정리한 레이가 확답을 내렸다.


“그러니까 조용히 다녀올게.”

“······위험하다는 거 알고 있지> 잘못하면 일이 커질지도 몰라.”


안톤이 낮은 어조로 우려를 표했다.

물론 에이 역시 자신을 걱정하는 그의 심경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들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안톤.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는 건 알잖아요.”


지금이라고 아이젠의 수하들이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어서 교황청의 보호를 받는 것이 윌터를 위한 일이었다.


“오, 오빠. 그래도......”


아직 사정을 모르는 유렌도 걱정스러운지 일렁이는 눈망울로 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도 레이가 얼마나 강한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과 레이는 가족이다. 아무리 강하다 한들, 또다시 위험한 곳으로 뛰어들려는 그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유렌의 심정을 잘 알고 있는 레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걱정하지마, 멀쩡하게 돌아올 테니까.”


장난스럽게 입술을 삐죽이는 그를 보고 유렌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조금이라도 레이의 마음이 가벼워지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아, 알았어, 오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레이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믿는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눈빛에서 자신을 향한 믿음을 읽은 레이가 만족스런 표정으로 일어섰다.


“그럼 나 먼저 롤라갈게.”


마나연공을 하기 위해 레이가 여관의 2층으로 올라갔다. 다른 일행들도 그를 따라 하나, 둘씩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세리엘은 여전히 어두컴컴해진 창밖을 바라보며 의자에 앉아 있었다.


’결국 오늘 밤인 건가......“


프레야의 뜻일까?

마지막을 앞두고 드디어 동생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레이가 자리를 비운다면, 그만큼 자신이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으리라.

하지만 세리엘은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도망가고 싶다.

하지만 동생을 구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여기까지 왔어. 약해지지 마, 세리엘.’


세리엘은 허리춤에 매인 검집의 힐트를 강하게 움켜쥐곤 마음을 다잡았다.

동생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한 창가에 비친 그녀의 창백해진 얼굴의 눈가에는 당장 눈물이라도 쏟을 것처럼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자정이 지나자, 여관 입구의 문이 열리며 레이가 걸어나왔다.

아랑파천을 등에 찬 레이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어려 있었다.


‘말은 그렇게 멋지게 했지만 조금 떨리는 걸?’


혼자서 교황청에 숨어든다니.

아무리 그라도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수백의 성기사들과 수천의 병사들을 헤치고, ‘조용히’ 교황을 만난다는 것은 자신이 생각해도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가는 거야?”


걸음을 옮기는 레이의 뒤에서 안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레이가 그를 보고는 장난스레 입을 벌렸다.


“아직도 안주무신 거예요? 설마 제가 걱정되셔서?”

“네가 아니라 유렌 때문이야. 계속 훌쩍이더라구. 시끄러워서 잘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좀 도와줄까 생각중이야.”


허리춤에 찬 검의 힐트를 툭 치며 안톤이 말했다.

자신이 성기사들과 병사들의 시선을 끌어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잊었어요? 우리는 저 사람들에게 윌터를 부탁해야 돼요. 그런데 그런 소란을 피우면 나중에 어떻게 되겠어요?”


레이의 말 대로였다. 설사 어떤 다툼이 벌어진다 해도, 최대한 조용하게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그의 말에 안톤은 아쉬운 듯, 쩝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알았다. 오랜만에 몸 좀 풀고 싶었는데 혼자만 재미보겠다 이거구나. 매정한 놈.”

“후후후, 안톤은 그냥 여기서 다른 사람들을 지켜주세요. 여기가지 온 이상, 녀석들이 공격할지도 몰라요.”


레이의 말에 안톤은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히 교황청에 도착했다고 해서 방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빨리 갔다 와, 네 녀석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유렌이 또 울지도 모른다구요? 그러니까 잘 부탁한다는 거죠.”


안톤을 보며 손을 휘휘 저은 레이가 어둠 속을 뛰어갔다.

순식간에 사라지던 그를 보던 안톤이 어두컴컴한 골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레이가 사라지자 마자 인기척과 살기를 느낀 것이다.


‘나를 부르는 건가?’


허리춤에서 슬며시 검을 빼 든 안톤이 골목길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골목길에 들어선 순간, 그의 머리를 향해 한 줄기 검광이 베어 들어왔다.


츄아아악-!


안톤은 검면으로 일격을 막아낸 후.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기분 나쁘군... 기습인가?”

“기습이라니요? 설마, 이 정도로 예의를 갖췄는데도 눈치채지 못하신 건가요? 아니면 그 커다란 덩치만큼 감각도 둔하신가 보군요.”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검은 곱슬머리에 잿빛 눈동자를 가진 사내, 사무엘이 그를 보며 이죽거렸다.

안톤도 형형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내심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레이처럼 강한 녀석이 또 있었던 건가?‘


단 일격이었지만, 사무엘의 검에 실린 무게는 상상을 초월했다.

아직도 힐트를 잡고 있는 손이 저릴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안톤은 평정을 유지했다.

레이가 없는 이상 이 자들에게 맞설 수 있는 자는 자신밖에 없었다. 그런데 무언가 미심쩍은 점이 있었다.

어떻게 레이가 사라진 때를 맞춰 나타났단 말인가?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건가?‘

“당연히 윌터를 노리는 것이겠지?”

“일단은 임무라서요. 정확히 말하자면 감시지만. 워, 비슷하다고 헤 두죠. 어쨌든 그 꼬마가 죽어야 내 임무가 끝나는 건 마찬가지니까.”


“감시라고?”


안톤은 사무엘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제거가 아닌 감시라니. 도대체 무엇을 감시한단 말인가?

그러나 안톤이 의문을 풀 새도 없이 사무엘의 검, 니드온이 푸른 스파크를 뿌리며 그의 가슴으로 찔러 들어왔다.


파캉!


다시 검을 들어 그의 공격을 막아낸 안톤이 양미간을 찌푸렸다.


파지지지지지직-!!!!!!!!!!!


검신을 타고 흐른 뇌전에 충격을 입었던 것이다.


’마, 마법검?‘


다행히도 재빨리 물러섰기에 내상은 입지 않았다. 그러나 안톤은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제길... 검에 닿기만 해도 충격을 입으니 어떻게 해야 한다?“


머뭇거리던 안톤의 오른쪽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아이젠의 수하라면 자신의 적이다.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레이 녀석에게 또다시 망신을 당할 수 없지. 하아앗!’


안톤의 오른쪽 눈이 붉어진 순간, 그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

마기를 개방한 것이다. 그러나 사무엘은 안톤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도 겁을 먹거나 위축되긴 커녕 신기한 구경거리라도 보는 것처럼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나의 양이 늘었어. 거기다 덩치까지 커지다니, 보통 녀석은 아니군.’


하지만 자신의 상대는 될 수 없었다.

사무엘은 지그시 안톤을 보며 말했다.


”영 쓰레기는 아닌 것 같군요. 저도 궁금하군요. 당신이 저를 상대로 얼마나 시간을 끌 수 있는지. 얼마나 버틸 수 있는 지 말이에요.“


‘내 여흥이 될 수 있는지 말이야.’

사무엘의 도발에 코웃음을 친 안톤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사무엘도 천천히 니드온을 치켜들었다.


‘천천히 즐겨보자구. 크흐흐.’

안톤을 향해 내뻗는 사무엘의 입가에 괴소가 맺혔다.





굳게 닫힌 교황청의 정문을 지키는 두 보초병들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한밤중에 보초를 서는 것이 불만이라서가 아니었다.

그들도 많은 대륙인들처럼 신년제를 기다렸던 것이다.


”천 년이야, 천 년. 도대체 천 년 동안 이어진 신년제를 왜 안 하시겠다는 거야?“

”입 아프게 떠들어서 무얼 하나? 다 높으신 어른들이 생각이 있으시겠지.“


동료의 투덜거림을 본 보초병이 말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도 불만이 가득했다.

요 근래 부쩍 성기사들이 교황청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었고, 상부에서는 잠시의 쥘 틈도 주지 않고 경계근무를 강화시키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분명한데, 정작 고생을 해야 하는 자기들은 속사정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한 지경이었다.

보초병들이 그렇게 투덜거리고 있는 사이ㅡ 무언가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었어?“

”저, 저기지?“


보초병들이 당혹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바로 교황청 앞의 골목에서 인기척과 함께 소리가 들린 성이다. 누군가 숨어 있을 지도 모른다.


”누, 누구냐? 나와라!:“


골목을 향해 할버드를 겨눈 보초병이 소리쳤다. 하지만 당연히 골목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착각이었나?’

어이없어 하는 동료를 향해 고개를 돌린 사이, 시커먼 신형이 골몱에서 튀어 나왔다.


”비, 빈스. 뒤야!“


동료의 고함을 들은 보초병이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신형의 무릎이 그의 양 미간을 가격한 뒤였다.


퍼억!


커다란 타격음과 함꼐 보초병이 쓰러졌다. 동료가 쓰러진 것을 본 보초병이 소리를 지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으아... 으아아... 치, 침입자~ 커헉!“


하지만 그는 제대로 비명을 지를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다가온 신령의 주먹이 그의 복부에 박혔던 것이다.


”끄어... 끄어어어....“


신음을 흘리며 쓰러지는 보초병을 내려다보던 신형, 레아가 머리를 긁적였다.


”죄송해요... 들어갈 곳이 없어서.“


아무리 교황청의 주변을 샅샅이 훑어 봤지만, 자신이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소드마스터라고 한들 날개가 없는 이상 10미터가 넘는 벽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겨우 이걸 가지고 나중에 시끄럽게 굴진 않겠지.’


쓰러진 보초병을 뒤로한 채 정문으로 들어가는 레이는 제발 교황이 통 큰 사람이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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