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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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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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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95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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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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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20. 이상한 공감

DUMMY

베르는 깨달았다.


‘주’는 자신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아니. 그럴 리가.


“너에게는 너를 믿는 수많은 신도들이 있지 않은가?”


“그들은 신의 목소리를 믿는 백성들이다.”


“과연 그럴까...”


말을 하면 할수록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만나고 믿은 게 너일까 아니면 신일까.”


“그들은 처음부터 신의 목소리를 따랐을 뿐이다.”


“그들이 처음에 무엇 때문에 너를 믿었는가는 상관없다. 결국 지금 그들이 너를 믿는가 아닌가 가 중요한 거지.”


역시... 비슷하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하는 느낌이었다.


“... 과연 각성계의 왕이라는 건가. 처음에 저 ‘아무것도 모르면서 잘도 끼어드는 자’와 비교했던 것을 사과하지.”


“아니 그런 건...”


베르는 자신도 사실 그 모든 이야기를 오늘 전해 들었을 뿐이라는 이야기를 차마 할 수 없었다.


옆에 있던 백야는 베르가 주를 세치 혀로 휘두르는 것을 보고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너는 확실히 알베르트와는 다르다.”


“...”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


나도 알고 싶다.


하지만 뭐라도 말해야 했다.


“... 사는 거다.”


주가 잠시 베르를 쳐다보았다.


“각성계는 불멸이라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


주의 말에 오히려 백야의 몸이 움찔했다.


“각성계의 왕이여. 그대는 각성계의 편에 서는 것인가? 그게 자연스럽긴 하겠지.”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다.”


베르가 서둘러 말했다.


베르는 이제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끝이 없을 것처럼 믿고 살아가는 거다.”


“현실계에서 말인가?”


주는 약간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베르는 자신을 돌아봤다.


“주여. 각성계와 현실계가 둘 다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 입장에서는 둘은 공존해야 하는 존재라고 보고 있다.”


주는 조금은 편안해진 표정이었다.


“인간들은 신의 존재를 아무렇지 않게 믿는다. 현실계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존재인데도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들이 믿는 신은 현실계의 법칙이 통용되지 않는 존재들이었다.


악마.


도깨비.


수많은 존재들이 현실계와 어울리지 않지만 인간들은 믿는다.


“그렇다면 각성계의 입장에서 현실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 그것이 아마도 나의 존재 이유겠지.”


주는 신도들을 모았다.


현실계의 믿음에 의해서 움직이고 돌아가는 건가. 그럼 수많은 사람들이 각성계를 알고 있는 지금은 더 많은 힘이 각성계에 작용하는 거 아닌가?


“각성계의 왕이여. 그대의 통찰과 의지를 존중한다. 나도 신에게 다시 도달하는 그날까지 내가 해야 하는 것을 하도록 하지. 그 중간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 일이 있을 것이다.”


베르는 이유는 모르지만 뭔가 더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붙잡을 말이 없었다.


-----------------------------------


주가 물러가자 백야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확실히 격이 달라진 건가...?”


“그런 건 아니다.”


“... 일부러 그러는 거야?”


백야는 마치 주와 대화하는 것 같은 베르의 말투에 질색했다.


“이봐.”


“음?”


“... 계속 그 컨셉으로 말할 생각이야?”


“아아.”


‘젠장 맞을 꼬마 녀석이’라고 중얼거리던 백야가 그냥 말을 꺼냈다.


“각성계의 왕이라는 건 사실인가 보군. 그건 알겠어.”


“아아.”


‘아아는 무슨 얼어 죽을’하고 다시 중얼거린 백야가 말을 이었다.


“너도 우리에 대해서 이제 좀 알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 설단 같은 꼬맹이들한테 들은 게 아니라 너 자신이 알고 있는 게 있겠지.”


“음.”


“그을음에게 들었는데... 각성계의 왕이 ‘끝을 내는 자’라면서?”


멸망의 인도자를 이야기하는 건가?


“그게 사실이라면... 각성계의 왕은 우리와 목표가 같다. 우리도 끝을 원하니까.”


“그건 무슨 소리지?”


“거기까지 네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백야가 그 답지 않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든 각성자는 한 번의 죽음을... 자신의 손으로 경험한 자들이다.”


백야는 베르가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씁쓸하게 웃었다.


“알고 있나 보군. 과연 각성계의 왕이라는 건가...”


내뱉듯 던지는 말들이 이어졌다.


“그게 의미하는 게 뭔지 알고 있어? 각성자들은 자신들이 한 번 도망쳤던 세계를 위해서 싸우고 있다는 거지.”


베르도 처음 ‘자살자들의 왕’인 베르테르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 그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스트루프를 통해서 그 진실을 깨닫게 되면... 가장 잔인한 곳에 도달하게 되는 거지. 잊어버리고 자신이 도망쳤던 현실계의 노예가 되어 각성자로 허덕거리거나... 그게 아니면 끝내기 위해서 도망쳤던 각성계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는 어둠에 살거나...”


백야의 눈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가르쳐 줘. 우리는 어떻게 하면 다시 윤회의 굴레에 탈 수 있는 거지?”


윤회?


“다른 죽은 자들은 각성계로 오지 않아. 우리만 각성계로 끌려온다는 것은 무언가 우리에게 불만이 있다는 거겠지. 우리가 포기한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일까?”


“윤회라...”


어찌 보면 베르는 윤회의 결과물이었다. 진현우라는 자신 이외에 알베르트와 베르테르라는 전생이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타 있었다.


이걸 원한다고? 진짜?


“윤회의 업을 받게 되는 사람도 그걸 원할까?”


“뭐?”


“지금 네가 이야기하는 건 윤회를 들어가게 될 ‘잊힐 너’의 이야기고... 과연 윤회로 태어나게 된 이도 그걸 원하겠냐는 이야기다.”


“무슨 상관이야. 윤회한다고 그 전생을 기억이나 하겠어?”


그렇지. 보통은 윤회를 기억하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이 이렇게 태어난 것을 기억도 못하는 전생을 탓하기에는 좀 터무니없지 않을까.


“게다가 기억 좀 하면 어때. 과거의 일을 붙들고 있다고 그게 뭐 바뀌기라도 하겠어?”


“...!”


“기껏 태어나서 과거의 삶이나 원망하고 살 거면 의미 없는 거지. 기회를 그런 식으로 날려서 뭐 하겠어?”


백야의 단순무식(?)한 사고방식은 베르가 원하던 답에 근접해 있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을 뿐이야. 나는 다른 이들처럼 스트루프 되었다고 넋 놓고 포기하기도 싫고, 각성자 이전의 삶이 떠올랐다고 현실계를 부정하고 싶지도 않아.”


“그럼 정확히 당신이 원하는 게 뭐지?”


“나는 ‘지금의 나’를 끝내고 ‘다음의 나’를 시작하고 싶은 거지. 그런데... 스트루프 된 각성자는 죽지 않는 거지? 이 빌어먹을 각성계의 불멸의 속성 때문에.”


그런 거였나? 그럼 애초에 어라우절 활동할 때 각성계에서 백야랑 싸워서는 이길 가망이 없는 거였네. 기껏 해봤자 소멸하지 않는다면...


“각성계의 왕은 이 불멸을 끝낼 방법을 가지고 있는 거야? 아니면... 적어도 각성자를 죽일 방법을 가지고 있다거나.”


백야가 주에게 접근해야 했던 이유였다.


그리고 주에게 실망한 이유이기도 했다.


주는 백야와 그와 같이하는 이들을 구원해 줄 수 없었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으로 주가 신에게 연결될 수 있다면 신에게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방금의 주와 베르의 대화는 주와 신의 연결고리가 생각보다 약한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각성계의 왕은 생각보다 신에게 더 가깝다는 것도.


“... 그래서 시비 걸고 다닌 거였군.”


“뭐?”


“혹시 맞다 보면 죽지 않을까 해서 어라우절에 계속 시비 걸고 다닌 거 아니야?”


“... 그런 거였으면 나를 몇 번이고 죽여줄 할배들이 있는데 벌써 죽었겠지.”


“그럼 왜 어라우절하고 대립하고 있었던 거지?”


“그들도 각성자니까.”


“뭐?”


“각성자가 무슨 의미인지 방금 말했잖아.”


베르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아니 그게 무슨 문제야?”


백야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것도 몰라서 행복한 노예는 노예도 아니야? 자발적 복종이 문제가 없다고?”


베르는 노예라는 단어가 불편하긴 했지만 당장에 딱히 반박할 말이 마땅치 않았다.


“... 현재의 삶에 충실한 것이 어째서 노예라는 거야?”


“아니지. 그 삶이 전생의 영향을 안 받았다면 현재의 삶이겠지만 전생의 영향으로 각성자 따위에 묶여있는 거잖아?”


“어차피 윤회 자체도 전생의 영향을 받는 거 아니었어?”


백야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뭐 각성계의 왕이니 현실계의 시스템에는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아니었나?


“현실계의 종교에서는 업을 쌓으면 그에 맞는 윤회를 하는 걸로 되어있지만... 틀렸어.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가 섞여있다.”


섞여있다고?


“업을 쌓아서 넘어가는 쪽은 각성계의 이야기야.”


그 순간 머릿속에 인과와 간섭력이 떠올랐다.


“이전에는 각성계와 현실계의 순환이었다고 하더군. 각성계에서 쌓여있는 ‘업’으로 인간계의 삶을 살고 다시 각성계로 돌아오는 거지.”


아니 이건 무슨 소리야?


“그런데 현실계와 갈라서게 되면서... 현실계에는 윤회라는 순환의 고리가 생기고, 각성계와의 사이에는 스트루프가 들어선 거지.”


“...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물론 나도 들은 거지만...”


백야가 어깨를 으쓱했다.


“말해준 사람이 현실계의 신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현실계의 신?


“현실계의 신을 만났다고? 네가?”


“그래. 내가 괜히 ‘균형을 잡으려는 자’로 불리는 줄 알아?”


괜히 자랑스러워하는 백야가 꼴 보기 싫었다.


“내가 알기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균형을 이야기하는 자’ 아니었나?”


“아니라고!”


-----------------------------------


“좋아. 그럼 현실계는 윤회로 굴러가는 거고... 각성계는 스트루프로 막혀서 더 이상 순환이 안 된다는 거지?”


“오~! 정확해.”


“그런데 이상하군.”


“뭐가?”


베르는 날카롭게 질문했다.


“이 모든 사실을 들었다면 왜 현실계의 신에게 방법을 묻지 않았지?”


“아...”


갑자기 백야의 얼굴이 푸르게 물들었다.


뭐지?


“... 까먹었다.”


“뭐?”


“물어보는 걸 까먹었다고.”


“... 그게 말이 돼?”


“아니 정신이 없었다니까?”


백야는 진짜로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현실계의 신을 만난 것도 거의 우연에 가까운 거였고... 그때는 내가 정리가 덜 되어 있을 때란 말이야.”


“... 좋아. 그럼 현실계의 신을 어떻게 만난 거지?”


“... 그냥?”


“장난하냐?”


백야는 다시 얼굴이 푸르게 변하고 있었다.


“엄청 예전일이라서 그렇지. 거기다 그때는 내가 그냥 평범한 각성자였던 시절이라고.”


“어? 현실계에 있을 때 만났다고?”


“그래. 그게 진짜 현실계의 신이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건 어떻게 안 건데?”


“... 그냥?”


베르는 이제 대놓고 불신의 눈길을 보냈다.


“야. 너 내가 무슨 능력이 있는 각성자였는지 모르잖아?”


“뭐였는데?”


“나는 원래 귀신을 보는 능력자였다고.”


“...”


악마도 각성계 출신(?)으로 밝혀지는 판에 무슨 귀신이야?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각성계에 대한 적응력이 높았다고 해야 하나... 보통 각성계에서 현실로 밀고 들어온 존재들은 격이 높은 존재들 아니겠어?”


스트루프를 뚫었다는 건 그만큼의 간섭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운이 좋아서 균열을 타고 들어올 때도 있었겠지만.


“그런데 나는 그게 됐어. 그리고... 나중에 알았지. 내 각성 능력에 ‘접신’이 있다는 것을.”


아니. 어라우절이 점집일 때 도망간 이유가...


“나는 박수무당 따위는 하기 싫었다고!”


역시 그런 거였나...


그래서 무기도 벼락 맞은 박달나무 뭐 그런 거였구나.


“아니 그래서 접신이라고 치고... 그런다고 길 가다 신을 그냥 만났다고?”


백야는 답답해했다.


“아니 진짜라고! 이유는 모르지만 갑자기 길 가다 마주쳤단 말이야. 나도 처음에는 ‘종교 안 믿어요’ 이러고 도망가려고 했다고.”


“...”


“예쁜 여자애라서 진짜 이야기만 조금만 들어보려고 했을 뿐이었다고.”


신빙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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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8. 진로 탐색 +1 23.05.30 64 2 13쪽
118 117. 인과의 착각 23.05.29 60 2 13쪽
117 116. 토크쇼 23.05.28 5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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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1. 투어 준비 23.05.13 66 2 13쪽
101 100. 활동 개시 23.05.12 6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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