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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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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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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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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5.3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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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118. 진로 탐색

DUMMY

그럴듯한 결론이 나왔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래서...”


베르가 페스를 쳐다봤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


그게 문제였다.


그걸 알았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그러니까... 근원적인 문제는 균열에 대한 감응력이 올라갔고... 균열이 열리는 주기나 방식에 규칙을 찾을 수가 없다는 거잖아?”


페스는 어쩔 수 없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주고 있었다.


“그런... 거겠지?”


“그럼 균열이 열렸을 때의 위험도는 어때? 올라갔을까?”


“‘악마’가 넘어올 가능성 말이야?”


애초에 어라우절이 균열을 닫고 다녔던 이유, 그건 ‘악마’ 때문이었다.


“그렇겠지. 적어도 ‘우리’는 악마가 넘어오는 것을 경계해 왔으니까.”


베르는 그 ‘악마’라는 단어가 계속 마음에 걸리고 있었다.


아주 간단하다.


악마라는 단어를 쓰기만 하면 빌런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단어로 묶었을 때 각성계의 어디까지를 악마로 할 것인가?


“... 악마가 넘어오는 게 문제가 되는 이유가 뭐였지?”


“... 누군가를 꼬셔서 타락시킨다던가... 아니면 재앙이라도 일으키려나?”


“...”


문제점을 깨달았다.


이 두 명으로는 상황을 완전히 알 방법이 없었다.


페스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각성계의 왕이라면서 어떤 힌트도 없는 거야?”


베르 속에 있는 두 명도 현실계 각성자들의 삶과는 연이 없던 이들이었다.


“결국 로테한테 물어보는 수밖에...”


잠시 설대표한테 물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판단은 로테한테 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


잠시 생각하던 로테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완전히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저 대답을 긍정적이라고 봐야 되는 건가?


“... 그러면 뭘 어떻게 하는 게 나을까요?”


“뭐... 직접 각성계 들어가서 살펴보는 것 이외에 방법이 있겠어?”


그 말에 베르는 주변을 둘러보는 것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여기는 미국 LA라서 우리에게 균열의 권한이 없다는 뜻을.


로테가 미간을 찌푸리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각성계의 왕이 각성계를 들어가는데 허락을 받겠다고?”


“...”


베르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히려 덕분에 확인할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몰라.”


“뭘 말인가요?”


“각성계에 더 잘 반응한다는 이야기는 우리 쪽에서 각성계를 열 때 더 쉽게 연다는 이야기 아닐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아. 그리고 아까 페스와 했던 얘기인데... 그래서 그게 사실이라고 치면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네. 뭐 바로잡기 위해서 악마를 쓰러트린다든가... 원인이 되는 누구를 쓰러트린다든가...”


“왕께서 싸움을 원하고 있군.”


로테의 놀리는 말에 베르는 뜨끔 했다.


“어지간히 전투에 자신이 있는 걸까?”


솔직히 말하면 로테의 위용(?)을 봤던 감정대로라면 자신은 상대도 안될 것 같았다. 물론 알베르트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 전부터 말씀드렸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아이돌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사실 세계 최고의 아이돌이 되겠다던가... 아이돌로 돈을 벌어서 어떻게 하겠다던가... 아니면 심지어는 역사에 남는 곡을 쓰려는 것도 아니라서...”


“동기가 부족하다는 거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너무 어이없을지 모르겠지만...”


베르는 망설였다.


“마치 어린애들한테 ‘당신이 당신의 삶의 주인공입니다’라고 했는데 주인공다운 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각성계의 왕을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었다. 각성자로 타고난 것도 말 그대로 타고 난 거였다.


아이돌로 발버둥 치는 이유도 그런 거일지도 몰랐다.


그나마 자신의 노력이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라도 드니까.


아니. 사실은 어라우절에 들어오게 된 과정 자체도 자신의 노력은 전혀 없었다. 연예계의 꿈을 안고 어릴 때부터 춤과 노래를 연습한 그 수많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불안해?”


“...”


로테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각성계의 왕이 된 조건을 모르니... 언제 각성계의 왕이 아니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거지?”


“... 그런 거 같아요.”


그냥 주어지는 것들은 달콤하다.


하지만 이유가 없다면, 또는 그 이유가 좋지 않다면?


“아이돌로 이름을 얻는 것도... 데스티니 덕분인지, 아니면 각성자 아이돌이라서 얻는 건지 잘 모르겠고 말이야.”


“... 네.”


“좋아. 그럼.”


로테는 빙긋 웃었다.


이 상황에 왜 웃지?


“다른 이유들에 대해서는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부분도 있지.”


“... 뭔데요?”


“나와의 인연은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야 당연히...


“알베르트?”


“알베르트와 베르테르로 인해서 너와 나의 인연이 생긴 거겠지. 그럼 나는 너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 어? 이거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거지?


심하게 흔들리는 베르의 동공을 보면서 로테는 픽 웃었다.


“적어도 나는 너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나 역시 너에 대한 그 좋은 느낌들이 네 안에 있는 알베르트나 베르테르를 보고 느끼는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한 적이 있지.”


듣고 보니 자신이 겪는 부분과 일치하는 점이 있었다.


“그런데... 네가 잊어버린 게 있어.”


“뭐가요?”


“우린 각성계의 영향 아래 있고, 인과는 선형이 아니라는 거야.”


“네?”


로테는 잠시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바라봤다. 호텔의 로열층에서 보는 LA의 풍경은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고 있었다.


“현실계에 오래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 그리고 알게 된 것들이 조금 있지.”


로테는 창가로 한 걸음 다가갔다.


“시간에 구애받는 현실계라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선형의 인과 아래 없는 경우가 많아.”


... 좀 복잡한 말이지만 여러 번 듣다 보니 선형의 인과라는 말이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도 같았다.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미워하게 되는 것에는 다 무언가 이유가 있지.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선형의 인과는 사라지는 경우도 많아. 처음의 그 원인이 사라졌더라도 좋아하거나 미워하는 감정만 남는 거지.”


... 학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라고 말하면 로테가 기분이 상하겠지.


“내가 왜 너를 좋아하게 됐는지는 상관없이 지금 베르 너를 좋아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지.”


“... 어...”


베르는 스스로가 한심했다.


얼빠진 소리나 내고 있다니...


“아이돌인 너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너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있겠지만 누군가는 그 인과가 남아있을 테고 누군가는 그 인과가 없어지고 좋아하는 마음만이 있겠지.”


로테는 베르를 똑바로 쳐다봤다.


“네가 왜 각성계의 왕이 되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네가 각성계의 왕이라는 것이 중요하고, 누군가 목적을 갖고 너에게 준 것이다 하더라도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것들이 중요할 수 있다는 거야.”


멋있는 말이다.


멋있기는 한데...


“... 문제는 제가 헤매고 있다는 거죠.”


베르는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아직 제가 뭘 해야 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아무 생각이 없어요.”


심지어 아이돌조차도 원하던 꿈은 아니었다.


“... 학교의 진로희망조사표에도 선생님과 공무원이라는 정말 무난한 대답이나 써서 냈으니까요.”


“완벽한 계획은 없어. 심지어 몇백 년을 살더라도.”


로테가 하는 말이라서 반박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그 오랜 시간을 버텨왔을 테니까.


“베르 너는 지금 잘하고 있어. 적어도 지금 자신이 가진 것을 의심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무언가 앞으로 나가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 걸까?


“단이와도 얘기했던 거지만... 나는 네가 가는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이 들지 않아. 그래서 끝까지 같이 확인해보려고 해.”


“로테...”


아니 이거 거의 프러포즈 아닙니까...?


“거기다 평범한 삶을 선택할 기회가 아예 없어진 건 아니잖아?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 아이돌을 그만두고 선생님을 해도 되는 거지. 다만...”


로테의 눈에 의구심이 어렸다.


“... 그런데 선생님을 하고 싶다면서 그렇게 공부를 안 했다고?”


“... 얘기가 왜 그렇게...”


-----------------------------------


도망치듯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나왔지만 나와서 생각해 보니 결론은 아무것도 없었다.


차라리 누군가 베르를 붙잡고 ‘이렇게 해!’라고 말해주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어찌 보면 그래서 아이돌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 그래서 각성계 저 혼자 들어가냐고요...”


로테랑 있을 때 같이 들어갔어야 했는데 이미 도망쳐 나온 후였다.


[각성계의 왕이 뭐 그런 걸로 고민하냐?]


깜짝이야. 가끔 페이의 존재를 까먹는다.


처음에 자기 입으로 과묵하다고 했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들어 생각해 보면 정말 죽은 듯이 조용히 있는 경우가 많았다.


[너 내가 있다는 거 까먹고 있었지?]


그리고 속마음이 안 들린다는 것도 거짓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죽은 듯이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니까 그렇지.”


[... 설마 그거 개그라고 한 건 아니겠지?]


뭐? 아... 죽음.


“... 거기서 개그 각을 보는 네가 문제 아니냐?”


[아니면 됐고.]


그래도 어떻게 봤을 때는 은근히 조언을 많이 해주는 츤데레 같은 녀석이다.


[계획은 필요하고 좋은 거지만 일단 실행이 없으면 결국 의미가 없어.]


음... 일단 질러라 뭐 이런 건가?


[네 문제의 근원은 의외로 간단하다. 여러 개가 아니야.]


“뭐?”


[결국 너는 아직도 네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거고, 뭘 했을 때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뿐이다.]


... 맞는 말 같으면서도 왜 말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거지?


[너는 누구냐?]


“... 베르?”


스스로 대답하면서도 자신이 없었다. 나 스스로를 베르라고 해도 그게 맞는 걸까?


[좋아. 다시 질문하지.]


망설이는 베르의 목소리에 페이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현실계의 ‘너’는 누구냐?]


“... 뭐?”


[너라고 생각하는 과거를 살아온 ‘너’, 그리고 지금 생각하고 있는 ‘너’, 그리고 미래의 네가 될 ‘너’는 누구냐는 이야기다.]


현실계로 좁히니 뭔가 보이는 것 같았다.


“... 진현우?”


[진현우는 누군데?]


진현우는 누구일까?


베르테르에게 과거를 강탈당한 자. 알베르트에게 각성계의 짐(?)을 떠넘겨 받은 자. 그리고...


“... 나 이거 윤리 시간에 들은 것 같아.”


[용케 수업시간에 졸지 않았나 보군.]


결국 베르이자 진현우인 내가 알 수 있는 건 지금 생각해서 결론을 내리는 ‘나’밖에 없었다.


무책임하게 나한테 떠넘긴 알베르트든 무책임하게 자살하고 남의 과거까지 홀랑 먹어버린 베르테르든 내가 알 바 아니었다.


“그렇다면...”


진현우인 베르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 그냥 해보지 뭐.”


그랬다.


나는 원래 그런 성격이었다. 계획해서 뭘 하는 건 애초에 별로 없었다. 일단 해보는 게 우선이었다.


왼팔에 집중하자 페이가 튀어나왔다.


[각오는 된 거겠지?]


“... 각오씩이나 필요한 일이면 네가 말렸겠지.”


이제는 페이의 성격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왜 사신이 붙어있는 나에게 ‘활로추적’ 같은 기술이 있는지도.


“나의 손 끝에 세상이 흔들리고 나의 눈빛에 세상이 침묵한다. 여기 나의 충성스러운 왼팔을 빌어 어둠의 지식을 세상에 풀어놓는다. 나의 발걸음이 곧 새로운 길이며 나의 말이 곧 진언이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 마라.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존재다. 흑염룡이 너의 등뒤를 쫓는다.”


쿠웅!


예의 충격파가 휩쓸고 지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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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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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128. 아티스트 23.06.09 57 1 14쪽
128 127. 마이더스의 손 23.06.08 54 1 14쪽
127 126. 히어로 드라마 23.06.07 56 2 16쪽
126 125. 오디션 23.06.06 55 1 13쪽
125 124. 세상은 넓고 연예인은 많다 23.06.05 59 1 13쪽
124 123. 솔직하게 말해보자 23.06.04 57 1 12쪽
123 122. 죽을 수 없는 자 23.06.03 54 1 13쪽
122 121. 바이러스 23.06.02 57 1 14쪽
121 120. 이상한 공감 +2 23.06.01 59 1 13쪽
120 119. 길을 잃은 자 23.05.31 56 1 13쪽
» 118. 진로 탐색 +1 23.05.30 64 2 13쪽
118 117. 인과의 착각 23.05.29 60 2 13쪽
117 116. 토크쇼 23.05.28 58 1 13쪽
116 115. 퍼포먼스 아닌데요 23.05.27 56 1 13쪽
115 114. 연예인도 아닌데 +1 23.05.26 62 1 15쪽
114 113. 남의 이야기 23.05.25 62 1 12쪽
113 112. 좋아하는 것 23.05.24 64 1 13쪽
112 111. 퍼포먼스 23.05.23 62 1 13쪽
111 110. 문제는 없을 거야 23.05.22 61 1 14쪽
110 109. 정보 공개 23.05.21 63 1 15쪽
109 108. 각성계의 악마 23.05.20 67 1 14쪽
108 107. 누구 편인 거죠? 23.05.19 66 1 13쪽
107 106. 가질 수 없는 것 23.05.18 67 1 13쪽
106 105. 도움의 흐름 23.05.17 68 1 13쪽
105 104. 스트루프의 부활 23.05.16 65 2 12쪽
104 103. 시그널 23.05.15 63 2 14쪽
103 102. 장르가...? 23.05.14 63 2 12쪽
102 101. 투어 준비 23.05.13 66 2 13쪽
101 100. 활동 개시 23.05.12 68 2 14쪽
100 99. 맹약의 완결 23.05.11 6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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