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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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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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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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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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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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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101. 투어 준비

DUMMY

“... 어딜 가신다고요?”


각주는 조금은 얼이 빠진 목소리였다.


“해외 투어를 생각하고 있죠. 이번 국내에서 진행했던 데스티니와 그래비티의 합동 공연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요.”


묘하게 각주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는 것은 많았다.


앞에 있는 로테의 외모가 자신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던 이전의 각성계 왕비의 모습이라는 것.


그리고 외모의 변화와 함께 말투가 반존대로 다시 바뀌었다는 것.


하지만 로테의 입에서 나온 내용만큼 신경에 거슬리는 것은 없었다.


“... 지금 각성계의 왕이 외국을 방문한다는 이야기이신 거죠?”


“베르는 당연히 그래비티의 멤버니 포함되는 부분입니다.”


골치가 아팠다.


지금 각주 입장에서는 사실 어라우절은 통제 불능이었다. 그나마 그들이 한국에 있기 때문에 조금은 접선이 된다는 이유로 트리플 A에서 한국의 입지가 높은 편이었다.


혹시라도 그들이 외국에 눌러앉는다면?


“저희가 따라가도 되겠습니까?”


“각성자 아이돌이라는 명분이 있으니 충분하지 않을까요?”


로테는 공짜 경호인력을 마다할 생각이 없었다.


“그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로테가 뭔가 이어서 말하려 하자 각주가 로테를 바라봤다.


“듣기로는 지금 대부분의 국가들이 각성계를 이용한 공간이동장치를 개발해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죠. 혹시 그걸로 우리를 데려다줄 수도 있나요?”


“... 그건 좀 위험한데요.”


각주는 자신이 입 밖으로 내놓고도 아차 싶었다.


“어떤 부분이 위험하다는 거죠?”


“물론 각성계의 왕이나 왕비에게 각성계가 위험할 리는 없습니다만, 다른 일반인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아직 완전하게 검증이 된 건 아니라서요.”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정도는 제가 가진 간섭력만으로도 충분히 컨트롤 가능하니까 열어주시기만 하시면 될 것 같군요.”


“... 알겠습니다.”


각주는 돌아서서 나가려는 로테에게 질문을 했다.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뭘 말이죠?”


로테가 발걸음을 멈췄다.


“왕은... 지금 뭘 하려는 겁니까?”


그 질문은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이전의 로테와의 대화에서 각주에게 로테는 왕이 가지고 있는 사명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으니까.


“왕이 현실계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 현실계의 편을 들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현실계의 멸망을 인도하기 위해서인지가 궁금한 건가요?”


너무도 정확한 지적에 각주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왕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 없어요. 우리가 신의 섭리에 대해서 인지조차 할 수 없는 부분들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 알겠습니다.”


“다만...”


로테는 사실 각주도 신에게 농락당한 존재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적어도 왕이 현실계와 각성계 중의 한쪽 손을 들어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


“그걸 무엇을 근거로 믿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트리플 A의 멤버들은 각주의 말에 부정적이었다.


“전쟁을 벌이는 자들도 다들 자신들은 정의로운 전쟁을 벌인다고 이야기를 하지요.”


누군가를 겨냥한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발끈하는 국가가 몇 군데 있는 것 같았다.


“저번 ‘릴리’ 쪽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이어진 말에 화를 내려던 사람들이 멈칫했다.


“각성계의 왕... 각성계가 그걸 인정했다는 건 우리 현실계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하나로 모여서 왕을 뽑지 않죠.”


맞는 말이었다.


수많은 세월 동안 세계통일을 꿈꾸고 세계의 수장이 되고 싶어 한 사람은 많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각성계에서는 왕의 말을 무조건 들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계는요? 당장 저만해도 그가 각성계의 왕이라고 해서 그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데요?”


“그럼 그는 어떻게 해도 각성계의 왕일뿐이다...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까?”


각주의 말에는 왠지 모르게 서늘한 느낌이 서려있었다.


“아니면 그가 현실계의 왕도 될 거라는 이야기입니까?”


하지만 상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각성계의 왕으로서 협상 상대가 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가 계속 현실계의 삶을 영위하는 것을 방조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군요.”


“좋습니다.”


각주가 빙긋 웃었다.


“이번에 그래비티... 그러니까 어라우절에서 해외 투어를 다시 한답니다. 그것도 각성계의 왕을 포함해서 말이죠.”


장내가 술렁거렸다.


“아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누군가 어이없어하는 것을 각주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어차피 해외 투어라서 미국, 캐나다를 비롯해 남미와 유럽도 투어 일정이 잡혀있습니다. 기왕 인정하기 어려우신 거 자국을 방문했을 때 강하게 말씀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건...”


방금 전까지 기세 좋게 말하던 스페인 대표는 등뒤에 식은땀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각성계의 왕일뿐이니까 현실계에서 돌아다니지 말고 각성계로 꺼져달라고. 지금 그 이야기하신 거 아닙니까?”


“아니. 나는 그렇게 까지는...”


각주는 그 대표를 매서운 눈으로 쏘아보다가 장내를 둘러보았다.


“지금 어라우절이 저희 한국에 있어서 뭔가 제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해외 투어로 싹 풀어드릴 테니 개별로 접근해 보십시오. 단...”


각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일로 나라가 작살나는 것은 책임 못 집니다.”


노골적인 협박이었지만 대표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투어 일정은 공유해 주실 수 있는 거죠?”


“... 네.”


중국 대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는 처음부터 각성계의 왕에게 우호적이었고 이전에 릴리와 일전을 벌일 때도 서포트를 약속한 적이 있으니 제가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 잘 되시기를 빌죠.”


각주의 표정이 미묘한 것을 두고 다른 대표들은 중국이 제대로 찔렀다고 생각했지만 각주의 생각은 다른 것에 있었다.


‘설마 불똥이 다시 우리한테 튀는 건 아니겠지?’


각주는 로테가 수틀리면 어떤 성격인지 알고 있었기에 그 화가 자신한테 돌아오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데면 몰라도 일본이나 중국이면 너무 가까우니까.


-----------------------------------


“수고가 많으시네요.”


“네... 뭐...”


자이와 베르는 정말 친했지만 자이가 각성해 버리고 베르에게 알베르트와 베르테르가 들어오니 엄청나게 어색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일단 호칭부터가 이전처럼 형 동생을 하기에 애매해졌다. 지인이었던 형은 그렇다 치더라도 매형이 거기 들어가 있었으니까.


“그럼 전곡 편곡을 해주시는 거죠?”


“전곡은 아니고... 그래도 싱글이니까 곡수는 좀 적어서 다른 작곡가와 협업해서 제작하는 중이에요.”


자이는 나름 유명 작곡가가 되어있어서 협업을 하고 싶어 하는 작곡가는 많이 있었다.


뭔가 기대에 찬 눈으로 안절부절못하는 베르를 보면서 자이는 아무리 봐도 베르가 알베르트나 베르테르가 아닌 원래의 베르의 지분이 너무 높은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컨셉이 그대로면 좋겠다고요?”


“네.”


그 중2병 컨셉을 계속 이어서 간다고?


“...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니 뭐 특별한 이유라기보다... 저는 그냥 제 취향인 것 같아요.”


자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납득이 간다.


애초에 자이와 베르는 심지어 같은 곡을 듣고 어라우절에 들어왔었다.


자이는 그 곡을 듣고 각성했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끼고 프로듀서로 뛰어들었지만 베르는 ‘좋던데요?’라고 하면서 들어왔다.


아니. 그 정도를 넘어서 그 곡으로 데스티니 팬클럽에 가입을 했었다.


“그런데 여섯 곡의 컨셉이 다 겹치는 건 좀...”


“여섯 곡이요?”


“데스티니 세 개, 그래비티 세 개 이렇게 하려고요.”


역시 자이... 그 짧은 기간인데 스케일이 다르네.


“어차피 만드는 거, 멤버별 주제곡처럼 메인을 넣어서 만들면 괜찮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오. 그럼 저도 주제곡이 있는 건가요?”


“그렇죠. 뭐.”


“그럼 굳이 모든 컨셉이 중2병에 몰려 있을 필요는 없겠네요.”


“그 말이었죠.”


“그럼 믿고 있겠습니다!”


“... 네.”


예전이라면 좀 더 잡담도 나누고 장난도 쳤을 텐데...


프로듀서 실을 나오면서 베르는 씁쓸함을 느꼈다.


자신은 크게 변한 게 없는데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달라졌다.


아이돌이 되어서 달라진 것들은 자신이 각오하고 받아들이는 거였지만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알베르트와 베르테르에 자신을 겹쳐서 보는 것에 대해서는 어찌해야 할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뭘 그러고 고민하고 있어?”


갑작스러운 백허그에 깜짝 놀랐다.


“머콘!”


“딴 여자 생각?”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러고 보면 머콘과도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요새 많이 바빴나 봐요?”


“아. 동생들 좀 챙기느라고.”


머콘은 이상하게도 기억도 있지만 베르에게 오빠라고 말을 높이지는 않았다.


“막내들?”


“응. 뭐랄까... 그래도 막내들이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생각과 많이 다른 모습들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 그럼 대부분이 원래의 모습들과 많이 닮은 건가요?”


“그럼.”


하긴.


큰언니가 그 로테인데... 동생들이 선남선녀가 아닌 게 더 이상하겠다.


“방금 언니 생각했지?”


“네?”


말투는 장난스러웠지만 머콘의 눈빛은 우울해 보였다.


“로테 언니는 아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더라고.”


알고 있다.


어쩌면 그 원인은 자신한테 있었으니까.


“여전히 사람들은 다 언니를 좋아하지. 아니 나도 물론 언니를 좋아해. 동생들도 다들 언니만 따르고.”


“동생들도 다들 머콘도 충분히 좋아할 거예요.”


“아니. 예전부터 나는 그런 역할이었어.”


머콘이 픽 웃었다.


“언니는 활발하고 자상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래서 언니가 없을 때는 내가 동생들을 돌봐야 했거든. 그래서 동생들을 야단치다 보니 다들 날 싫어했지.”


둘째의 설움 같은 건가?


“루이... 아니 티그도 마찬가지고. 걔는 남자애라서 나름 의젓해야 한다고 고민하곤 했는데...”


베르는 말없이 듣고 있었다.


어떻게 봤을 때 머콘과 나머지 로테의 동생들은 알베르트와 로테의 결정에 휩쓸린 피해자라고 볼 수도 있었다.


티그는 힘들어하고 있고, 나머지 동생들은 오히려 기억을 찾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로테는 동생들과의 기쁜 재회를 기대했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 와중에 꿋꿋이 자신의 역할과 할 일을 해온 머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단지 아무에게도 속마음을 보일 수 없었을 뿐이었다.


“베르는 언니가 좋은 거지? 아니 생각해 보니까 이미 형부구나...”


“아니 나는...”


아니라고 얘기하려고 하다가 저번에 숙소에서 로테가 이야기한 것이 떠올랐다.


“이번엔 내가 먼저 발견했는데...”


머콘이 베르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이번엔 머콘이 밤중에 자신의 방에 찾아왔던 것이 기억났다.


“그때 난 왜 망설였을까...”


그녀는 그때 이미 베르가 그 베르테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베르테르가 얼마나 언니를 좋아했었는지도.


그리고 자신이 돌아왔다는 건 언젠가 언니도 돌아올 것이라는 것도.


베르는 뭐라도 말하려고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봤을 땐 그때처럼 어린 동생들이 아니라서 내가 보살펴줄 필요가 없어서 좋은 것도 있어.”


머콘이 고개를 들었다.


“나도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 거니까.”


머콘이 베르를 마주 봤다.


“나도 이번 해외 투어 따라갈 거거든.”


“네?”


왜?


“그... 연기 배우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나 원래 공연스탭이었어. 잊었어?”


아. 그랬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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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16. 토크쇼 23.05.28 5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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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 투어 준비 23.05.13 67 2 13쪽
101 100. 활동 개시 23.05.12 68 2 14쪽
100 99. 맹약의 완결 23.05.11 6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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