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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트의 서재입니다.

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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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185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5.27 07:50
조회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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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115. 퍼포먼스 아닌데요

DUMMY

베르는 그 순간 잊고 있었던 누군가가 떠올랐다.


“... 백야?”


“백야?”


그러고 보니 로테는 백야와 마주친 적이 없었다.


“그때 사무실로 쳐들어 왔던 사람 말하는 거지?”


어? 알고 있잖아?


“네.”


“걔는 검은 정장이잖아?”


아차.


“... 각성계에서 마주치면 항상 하얀 정장이었거든요. 아마도 스트루프의 영향이었나 봐요.”


“아. 그런 거였어?”


CIA는 백야를 마주친 모양이었다.


“너를 찾아서 왔다던데?”


“엥? 왜요?”


“그거야 모르지. 만나야 알 수 있는 문제인데...”


백야가 나를 왜 찾은 걸까? 하긴 각성계의 왕이 된 이후로는 백야를 마주친 적이 없으니... 그런데 백야와 그 일행들은 어떻게 할 생각인 걸까?


“흠. 뭐. 상관없겠지. 어쨌든 내가 거짓말 한 건 없잖아?”


“...”


사실이긴 했다. 우리 쪽 사람도 아니었고 로테는 그게 백야인 줄도 몰랐고... 로테가 실제로 만나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뭐 그렇긴 하죠.”


“아참. 그리고 베르.”


로테가 갑자기 나를 마주 봤다.


두근.


왜 그러지?


“다음 공연 때도 그 퍼포먼스 하는 거지?”


“아...”


퍼포먼스가 아니었는데...


하지만 이제 와서 안 하면 분위기가 오히려 이상하게 생겼다.


“아마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보이는 기색이었다.


“왜요?”


“각성의 주문은 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잖아.”


그런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났다. 로테와 각성계로 들어가기 전이었던가.


“신이 너를 위해서 만들었다고 했을 때 왜 그럴까 했었는데...”


그런 이야기도 했었다.


“이번에 네가 각성했을 때 게이트가 한꺼번에 여러 개가 열렸다고 했지?”


“... 네.”


나중에 전해 들었다. 당시에는 전혀 몰랐지.


“아마 알베르트나 베르테르도 그 정도의 영향력은 없을 거야. 아니 심지어 직접적인 간섭력을 쓰지 않고 각성만으로도 균열이 열린다는 건...”


베르의 표정이 굳었다.


“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일단 너도 각성의 주문을 외우면 컨트롤이 가능한 것 같기도 하고.”


로테의 걱정과는 달리 베르는 매우 단순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 세진 건가?’


베르의 몸에 담겨 있는 두 명은 각자 ‘왕’이 붙어있을 만큼 존재감이 컸다. 각성계의 왕 알베르트와 자살자의 아이돌 베르테르.


베르테르가 그랬지. 그 두 명이 나한테 눌려서 못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내가... 그 둘을 누를 만큼 강해졌다는 이야기인가?”


여전히 빌런은 없는데 히어로만 강해지고 있다고?


“베르?”


“...”


“베르?”


“아. 네?”


로테는 베르의 혼잣말을 듣고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걱정한 건... 정말 이대로 베르가 강해진다면 ‘멸망의 인도자’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부분이었어. 힘을 해방하면 두 세계가 완전히 열리거나 합쳐져 버리는 거 아니야? 그래서 그걸 컨트롤하기 위해서 신이 주문을 준 거고...”


... 어?


그 설명도 왠지 어긋난 부분이 없었다.


“그때 너의 말처럼 왕은 넘겨받는 게 아니라 되는 거라면... 너는 왕이 될 자격을 애초에 가지고 있다는 거지. 멸망의 인도자가 될 자격을.”


각성계의 왕에 집중하다 보니 멸망의 인도자를 잊고 있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나도 모르지.”


베르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자 로테가 한숨을 푹 쉬었다.


“각성의 주문을 외우면 컨트롤이 어느 정도 되는 거잖아?”


“... 그렇죠.”


“그럼 각성의 주문을 외우고 다니면 되지 않을까? 각성상태라고 해서 특별히 이상한 점 없지?”


갑자기 페이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왜 각성을 했는데 변한 게 없냐고.


“페이의 말로는 각성을 해서 자아를 끌어올렸으면 당연히 변화가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하던데요...”


“음?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변화가 없잖아.”


바로 그거다. 내가 말했던 것도.


“그래서 스트루프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고 하던데요?”


“...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러고 보면 로테는 각성의 주문이 없었다. 하지만 로테는 스트루프 같은 것에 빠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로테는... 스트루프의 영향을 받지 않나요?”


“음? 글쎄... 난 스트루프 된 각성계에 들어가 본 기억은 없어서.”


어? 그런가?


생각해 보니 로테가 각성계를 드나든 것은 스트루프 이후 였다.


아니지. 각성자가 스트루프 되는 건 꼭 각성계에 들어가서는 아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로테는 자살로 각성자가 된 것이 아니었지...


갑자기 머릿속에서 각성자가 스트루프 되는 원인이 ‘자살’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걸로 특별해졌지만 완전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라면...?


-----------------------------------


각주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어라우절이 공연 준비 중인 곳으로 찾아왔다.


“돌아간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온 거죠?”


“... 한번 익숙해진 편리함을 무시하긴 힘들죠.”


각국은 통로에 스트루프가 발생했음에도 그 통로의 편의성을 포기하지 못했다. 당장은 각성자들만 이용할 수 있지만 언제 다시 VIP용 통로로 부활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다들 겁이 없으시군.”


악마가 있고 없고는 위험도의 차이가 있었다.


“덕분에 회의가 바로 열렸습니다. 어제 공연을 화려하게 끝내주시고 하루 밖에 안 지났는데 말이죠.”


“덕분에 오늘 공연 준비로도 바쁩니다.”


“저는 균열이 열린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오늘 열린 회의도 균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죠.”


로테는 그 말에 바로 ‘백야’에 대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미국 각성자들이 만났다는 한국인... 어라우절의 멤버가 아닙니까?”


“아닙니다.”


로테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사실이었으니까.


“저희가 아무리 그렇게 설명해도 CIA에서는 한국을 의심하고 있더군요. 한국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거기다 베르를 찾아서 오기까지 했으니까요.”


“우리끼리 찾아서 온 거라면 우리가 못 만났을 리가 있을까요?”


각주도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어라우절에 있는 멤버를 생각했을 때 만나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멤버가 있을 가능성은 적었다.


“덕분에 미국이 한동안 귀찮게 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뭐. 그렇게 하라죠.”


솔직히 로테 입장에서는 방해만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당장은 오늘 공연이 핵심이었고.


“... 공연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어제 같은 일은 없을 걸로 보이니까 안심하시죠.”


일단 베르는 이미 각성상태였다.


각성을 안 풀고 있으면 갑자기 그런 문제가 발생할 것 같지는 않았다. 심지어 투덜거리는 페이와 함께 어제처럼 연출하는 연습도 했다.


페스는 그 공연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끙끙거리고 있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각성계의 왕은... 갈수록 강해지는군요.”


각주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베르의 존재감이 느껴진다는 것이 놀라웠다.


“... 스스로 왕의 자격을 갖춰가는 거죠.”


씁쓸한 로테의 말이었지만 각주만큼은 그 숨겨진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 멸망의 인도자가 되어 가는 겁니까?”


“힘이라는 건 그런 거니까요.”


각주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만일 베르가 멸망의 인도자가 된다면... 가장 큰 빌런 아닙니까?”


로테는 각주를 바라봤다.


각주는 움찔했다.


“각주는 이제 현실계의 사람이 다 되었군요. 더 이상 각성계에는 미련이 없는 건가요?”


각주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300년이 좀 못 되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시간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보다 많은 기억들을 각성계에 갖고 있을 터였다.


“현실계는... 정확히는 현실계에 소속된다기보다는 시간에 익숙해져 가는 거겠죠.”


-----------------------------------


“감사합니다!”


전날과 같은 돌발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Thank you! USA!”


인사를 마치고 내려오니 그제야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제 한 번 했던 공연이라서 그런지 나름 익숙하게 잘할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땀에 젖은 옷을 벗어버리고 늘어졌다.


“아주 잘했어!”


설단은 매우 기분이 좋아 보였다.


사실 어제 로테에게서 이번에 균열이 열리면 전부 어라우절에서 처리해 주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는 엄청나게 불안에 떨고 있었다.


어라우절 엔터에서야 자신이 서열이 높지만 각성계로 들어가면 의외로 자신은 서열이 낮았다.


그야말로 형님들과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뺑뺑이를 돌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


“이제 LA로 이동하는 건가요?”


“그래야지.”


“이번엔 비행기죠?”


설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 비행기를 타려고 했는데 삼진에서 전용기를 제공하기로 했어.”


다들 헤일을 쳐다봤다.


헤일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니 뭐 다른 형제들은 나보다 훨씬 돈을 많이 쓰는데 이 정도는 해주는 거겠지.”


사실 알고 있었다.


“거기다... 어라우절이 어떤 존재인지 삼진 그룹이 모를 리도 없고... 잘해둬서 나쁠 게 없다고 판단하는 거지.”


뭐...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이미 헤일이 있다는 선에서 어라우절은 삼진과 악연을 맺을 생각이 없었다.


그때였다.


“대표님! 여기 계시다면서요?”


스쿨이 그래비티 대기실의 문을 벌컥 열었다.


웃통을 벗고 늘어져있던 베르와 헤일은 화들짝 놀랐다.


“앗...! 미안.”


스쿨은 재빨리 뒤돌았고 그 사이에 허둥지둥 면티를 가져다 입었다.


“다 됐어요.”


“아. 그래.”


스쿨은 살짝 빨개진 얼굴로 사과했다.


“아. 미안해. 급하게 찾다 보니 노크하는 걸 까먹었네...”


“무슨 일 있어요?”


“아. 맞다.”


스쿨이 설단을 바라봤다.


“그... 우리 LA로 이동하는 거 설마 또 그 이상한 통로로 이동하는 건가요?”


“아니.”


설단이 헤일을 흘끗 봤다.


“이번엔 삼진 그룹에서 전용기를 지원해 줘서 비행기를 타고 갈 거야.”


“휴~ 다행이다.”


설단은 어이가 없었다.


“그것 때문에 그렇게 난리 나서 뛰어온 거야? 천천히 물어봤어도 되는데.”


“거기로 간다고 했으면 우리끼리라도 비행기 타고 간다고 하려고 했죠.”


“걱정 마. 우리가 무슨 아무 생각이 없는 줄 알아? 그거 나름 VIP 전용 이동수단이었다고.”


그랬다. 결과가 좋지 않아서 그렇지.


“내일 토크쇼 일정만 해결하고 일찍 넘어갈 생각이야.”


“토크쇼요?”


헤일이 반문했다.


“아. 원래 그래비티는 토크쇼 일정이 없어서 데스티니만 소화하고 가는 거였는데... 갑자기 토크쇼가 잡혀서 너네도 하나 뛰어야 돼.”


갑자기라면 안 잡으면 되는 거 아닌가...?


“나름 유명한 쇼들이라서 이번 기회에 이름을 알리면 좋은 거지. 특히 너네는 헤일이 있잖아?”


설단의 말에 다들 헤일을 쳐다보았다.


“네?”


“너 영어 잘하잖아?”


“아... 네.”


아. 여기 엘리트집안이었지. 영어는 거의 기본이었겠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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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19. 길을 잃은 자 23.05.31 56 1 13쪽
119 118. 진로 탐색 +1 23.05.30 64 2 13쪽
118 117. 인과의 착각 23.05.29 60 2 13쪽
117 116. 토크쇼 23.05.28 59 1 13쪽
» 115. 퍼포먼스 아닌데요 23.05.27 57 1 13쪽
115 114. 연예인도 아닌데 +1 23.05.26 63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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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09. 정보 공개 23.05.21 63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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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 가질 수 없는 것 23.05.18 6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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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1. 투어 준비 23.05.13 66 2 13쪽
101 100. 활동 개시 23.05.12 68 2 14쪽
100 99. 맹약의 완결 23.05.11 6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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