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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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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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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20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5.1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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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5. 도움의 흐름

DUMMY

어떻게 봤을 때는 한 몸을 공유해서 쓰고 있는 3명이었지만 현우는 베르테르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었다.


알베르트에 대해서는 기억을 통해서라도 알고 있었고 실제로 알베르트가 몸을 빼앗고 앞으로 나선 적도 많았지만 베르테르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베르테르인가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알베르트나 베르테르와 진현우였던 자신의 인격이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그렇다면 베르테르는 어떻게 되는 거지?


“정확하게 말하면 알베르트가 나에게 각성계의 왕을 넘겨준 거지.”


“둘이 만난 건가요?”


베르테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는 각성계가 사후세계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 그건 아니었죠.”


“그렇지. 처음에 나에게 각성계의 왕을 넘겨준다고 했을 때는 나는 ‘저승세계의 왕’따위는 될 생각이 없다고 했다니까.”


베르테르가 빙긋 웃었다.


“그럼... 각성계의 왕을 넘겨줄 때 조건이나 아니면 설명 같은 건 없었나요?”


“조건은 없었어. 사실 그가 나한테 미안할 일은 없지. 애초에 내가 그를 속이고 총을 빌린 거였으니까. 그런데도 왜인지 그는 슬픈 얼굴로 나를 찾아왔더군.”


베르테르의 얼굴에도 왠지 모를 슬픔이 스치고 있었다.


“내가 물었던 첫마디는 로테는 어떻게 하고 여길 왔냐는 거였지. 나는 죽었으니까. 당연히 나를 찾아왔으면 알베르트도 죽은 거 아니었겠어?”


베르테르는 기억을 더듬듯이 왼손으로 오른손등을 찬찬히 쓰다듬었다.


“솔직히 그 설명이 다 무슨 말인지는 이해하지 못했어. 각성계의 왕이고 왕비고... 알아들은 것은 로테를 부탁한다는 말이었지. 그리고 염치없게도 나는 그 말 하나에 덥석 받아들였을 뿐이야.”


어떻게 봤을 때는 그 정도로 단 한 명 만을 생각하는 것이 대단했다.


로테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지만.


“하지만 결국 각성계의 왕이 된다고 로테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 애초에 신의 미움을 산 입장이었으니까.”


“... 그건 무슨 소리죠?”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던 나에게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죽음을 선사한 거지.”


... 이 사람들의 특징인 걸까. 왜 어렵게 빙빙 돌려서 이야기하는 거지?


“진현우... 너의 기억은 언제부터지?”


“그야... 어릴 때부터...”


말을 하면서 생각을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사실 사고 이전의 초등학교 시절은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거의 없지?”


“...”


한 때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쏟아졌다. 사고에서 동생과 자신을 구하고 돌아가신 아버지.


그런데 모습이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그때 죽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으로 인해서.”


“네...?”


“그래서 우리도 궁금한 거야. 너는 어디서 온 거지?”


“그게 무슨...”


“나는 진현우로 다시 태어났어. 그리고 적당한 때가 되면 로테를 만나서 각성계의 왕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신은 꼼꼼하게도 나를 처리하려 했지.”


그 사고.


그게 우연이 아니었다고?


그냥 차가 빗길에 미끄러진 게 아니었나?


“알베르트가 ‘페이’를 넘겨줬지만 이미 늦었지. 나는 그 자리에서 죽었다. 페이가 대미지를 흡수해서 흉터를 만들었지만 이미 죽은 거였어. 그런데 살아났지.”


베르테르는 잔잔한 눈빛으로 현우를 쳐다보았다.


“로테가 너를 늦게 찾아온 것은 그 때문이야. 그녀는 내가 죽었다고 판단했지. 나도 내가 죽었다고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자랑은 아니지만 한 번 죽어봐서 잘 알고 있었거든.”


“그럼... 저는 어디서 나타난 거죠?”


“그걸 내가 물어보고 있는 거 아니었어?”


그럼 나는 그 사고를 기점으로 갑자기 나타난 건가?


어디서? 왜?


“... 혹시 원래 진현우로 태어났어야 했던 영혼이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 있다가 베르테르가 밀려나니까 나온 건 아닐까요?”


“영혼이라고?”


베르테르가 실소를 터트렸다.


“왜 아예 유령이라고 이야기하지 그래?”


아니 그럼 나랑 이야기하고 있는 베르테르는 뭔데?


“하지만 그 이야기가 아예 틀린 건 아니야. 이 세계에 완전한 소멸은 없어. 그 이야기는 너도 어디선가 쭉 있어왔다는 이야기지.”


베르테르는 편안해 보였다.


“죽음도 두 번 해보면 익숙해지는군.”


“... 그럼 지금 제 안에 있는 게 아니었어요?”


“아니. 방금 말했잖아. 완전한 소멸은 없다고. 죽었지만 완전히 소멸하진 않았어. 그러니까 지금 너와 이러고 있는 거겠지.”


현우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오히려 죽음 이후에 존재가 커졌어. 알베르트는 그게 선택의 문제라고 했는데...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군. 이번에는 선택하지 못한 죽음이었고, 하지만 내 존재가 너의 안에 있었으니 맹약이 발동한 거지.”


맹약.


“그럼 그 맹약은...”


“알베르트와 로테, 알베르트와 나, 그리고 나와 로테의 맹약이지.”


그럼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 맹약을 신의 계약아래 묻어놓은 거였어. 그건 알베르트의 생각이라서 정확히 뭐라고 하긴 어렵군.”


그들의 맹약이라면 지금의 진현우는 어떻게 되는 거지?


“저는 어떻게 되는 거죠?”


“뭐가?”


“맹약이라는 것이 알베르트와 베르테르에게 적용되는 것이라면 저는...”


“맹약에서 빠져있는 게 아니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각성계의 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아니면 로테가 너를 인정하지 않는 건가?”


그건 아니었다.


“내게 하나 남은 원념 같은 것이 있다면 로테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거야. 너는 그걸 누리고 있으면서도 잘 모르고 있군.”


지금껏 느긋해 보이던 베르테르의 표정이 고통스럽게 바뀌었다.


“어째서 네가 알베르트와 나를 누르고 베르로 살고 있는지 생각해 봐. 거기서 의미를 알아내야 할 거야.”


“... 그냥 말해주면 안 되는 건가요?”


“나도 모르는데.”


... 이 양반이.


“각성계의 왕이었던 알베르트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의 왕인 내가 너에게 눌려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니까. 그래서 그 원인이 너에게 있지 않을까 하는 거지.”


나에게 있다고?


“아니면... 신이 가까이 있다거나.”


신?


“이 정도로 끼어들 수 있다면 신이 간섭한 것이 아니면 말이 안 되니까. 너에게도 뭔가 신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제가 신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건가요?”


“아니. 그렇게 말하진 않았어. 뭔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지. 나와 알베르트가 발버둥 치지 않는 것은 그럼에도 네가 우리보다 더 강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그리고 적어도 신이라면 홀로 서는 존재인데 우리를 이렇게 품고 있지는 않을 테지.”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자... 이제 그만 가봐야 할 시간인 것 같은데...”


“아...”


“생각해 봐. 갑자기 이런 자리는 누가 마련했겠어?”


그것도 이상했다.


베르테르 자신도 모른다고 했으니까.


“적어도 누군가가 너 스스로 갖고 있는 의문들을 풀어주려고 하고 있다는 거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누가 있을까?”


... 신을 이야기 하는 거겠지?


“알베르트의 기억을 봐서 알겠지만, 기억해. 신은 하나가 아니라는 걸.”


“네?”


“적어도 우리가 실체화할 수 있는 이상 신은 하나가 아니야. 신이 하나가 되는 순간 아마 신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


“...”


마지막 말은 어려워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이 여기서 나가게 되는 순간이라는 것을.


-----------------------------------


일단 로테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설단이 챙겨서 숙소로 이동했다.


“매니저니까 제가 찾아서 돌아가도록 할게요.”


평소 같으면 매니저가 베르를 너무 챙긴다며 한 마디 했을 데스티니였지만 스트루프의 여파로 정신이 없는 데다 베르가 없어지는 것을 눈앞에서 봐서 충격을 받은 상태라 별 말이 없었다.


로테가 각주에게 말했다.


“당신도 다시 들어갈 수 있겠죠? 각성계에 있는 인원들을 동원해서 베르를 찾아보세요.”


“그럼 로테 님은...”


각주가 뭐라 말하려고 한 순간 로테는 허공에 손바닥을 뻗어서 공간에 왜곡을 만들어냈다.


“저는 제 나름대로 찾아볼 테니까.”


“아니 저기...”


다들 당황해서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로테가 공간으로 들어가 버렸다.


“찾으면 어떻게 연락을...”


각주의 뒷말은 이미 사라져 버린 공간에 울릴 뿐이었다.


거침없이 각성계로 들어온 로테는 신경이 날카로워짐을 느꼈다.


여전히 스트루프가 조금씩 느껴지고 있었다.


“맹약... 맹약은?”


로테와 베르는 맹약으로 묶여있었다. 맹약에 의해서 그녀는 베르와 떨어져 있어도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각성계에 들어왔는데도 명확한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


로테의 머리에 불안한 생각이 스쳤다.


“주의 공간으로 잡혀간 건가?”


주가 완전히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가 언젠가 회복할 것이라는 것도. 그런데 이렇게 빨리 돌아왔다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베르...”


돌아온 이래로 이렇게 강력하게 간섭력을 다루어 본 기억은 없었다.


알베르트는 ‘릴리’와 싸우면서 혼신의 힘을 끌어다 쓴 일이 있겠지만 로테는 CIA를 쓸어버릴 때에도 힘을 다 쓴 적은 없었다.


로테의 주변으로 폭풍이 불어오는 것 같은 공간의 왜곡이 일어났다.


“... 거긴가?”


희미한 빛이 잡힌다.


로테는 그게 베르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기다려. 그쪽으로...”


이동하려는 로테를 누군가 붙잡았다.


“안 돼.”


머콘이었다.


“너는 왜 따라 들어온 거야?”


“잊었어? 각성계에서만큼은 내가 더 자유로울걸.”


“가서 동생들을...”


“언니.”


머콘이 로테를 불렀다.


“이제 로테언니가 기억하던 어린 동생들은 없어. 모두들 나이를 먹었고, 심지어 또 다른 삶을 살아보기도 했어.”


“...”


“이제 억지로 짊어질 필요는 없어. 내가 더 이상 돌볼 필요도 없고.”


“... 소피.”


머콘의 표정이 슬프게 변했다.


“이제 그 이름은 없어. 알고 있잖아.”


“... 그래.”


“지금 베르를 쫓아가면 안 돼.”


“왜?”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머콘의 말에 로테는 쉽게 무시할 수 없었다.


“베르는 곧 돌아올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


“스트루프가 돌아왔으니까.”


그제야 로테는 주변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 다시 각성계와의 경계가 생긴 거야?”


“그런 거지.”


“왜?”


머콘은 고개를 저었다.


“거기까진 나도 몰라. 하지만 스트루프는 적이 아니야.”


애초에 스트루프를 통해서 머콘이나 티그, 자이 등이 기억을 찾았다.


“... 어라우절이 그 긴 시간 동안 스트루프와 싸워왔는데...?”


“그래서 스트루프에 빠지면 어라우절을 떠났지.”


머콘도 스트루프에 말려들고 나서 어라우절을 떠난 적이 있었다.


“스트루프가 각성계와 현실계를 분리하는 건 돕기 위해서야. 애초에 스트루프를 멀리 했던 이유가 뭐지?”


스트루프를 멀리 했던 건 스트루프에 빠지면 현실계의 감각을 잃어버리기 때문이었다.


로테는 조용히 머콘을 바라봤다.


돌아오고 나서도 머콘과는 약간 서먹서먹했다. 가장 아끼던 동생, 가장 믿었던 동생이었다.


어린 동생들을 대신 돌봐줄 수 있었던 당차고 책임감 있던 동생.


“베르는 적어도 각성계의 왕이야. 베르가 악마를 한 무더기 만난다고 해서 베르가 위험하진 않을 거야.”


로테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머콘.”


“뭐?”


“나는 너의 거짓말을 알아볼 수 있지.”


“...”


“누가 나의 동생을 꼬드긴 거지? ‘주’일까? 아니면 다른 누가?”


로테의 검은 눈빛에 어두운 불꽃이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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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3. 시그널 23.05.15 64 2 14쪽
103 102. 장르가...? 23.05.14 64 2 12쪽
102 101. 투어 준비 23.05.13 67 2 13쪽
101 100. 활동 개시 23.05.12 68 2 14쪽
100 99. 맹약의 완결 23.05.11 6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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