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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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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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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
글자수 :
94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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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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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08. 각성계의 악마

DUMMY

“그... 지금 말씀하신 신이 ‘릴리’의 그 ‘주’가 아니고 진짜 신 말하는 겁니까?”


옆에 있던 설단이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로테가 말했다.


“각성계의 왕을 그렇게 납치하듯이 데려갈 수 있는 존재가 많지는 않지.”


베르는 뭔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사실 처음에 베르가 만난 건 베르테르였으니 신이 데려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서순이지 인과는 아니었다.


“약간의 대화를 하고... 각성계의 왕을 ‘수거’하려고 했는데 들어가 버렸다고 포기하고 가버렸는데요...”


“수거한다고?”


로테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수거할 수 있는 거였으면 이전에 알베르트를 만났을 때 수거했겠지.”


그것도 그러네.


“... 뭔가 상황이나 조건이 바뀐 걸까요?”


“그건 모르지.”


사실 해야 하는 말은 더 있었지만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바넘은...”


갑자기 바넘 이야기가 나오자 설단이 눈을 크게 떴다. 자신들과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이춘봉과 박만운도 고개를 돌려 베르를 바라봤다.


“신의 화신이었다고 하더라고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군.”


듣자마자 이춘봉이 한마디로 일축했다.


“우리는 신의 노리개 따위가 아니야. 아니. 실제로 신의 노리개로 사는 인간들이 있다 하더라도 바넘은...”


이춘봉이 열변을 토하는 동안 설단은 오히려 안색이 어두워졌다.


바넘이 떠나기 얼마 전 바넘과 했던 대화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각성명을 받는 것이 각성계의 간섭일지도 모른다는 말. 그리고 자신은 주어진 일을 할 뿐이라는 말을 했었다.


만일 그게 각성계의 신의 영향을 이야기한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그럼 이번에 스트루프를 부활시킨 것은 각성계의 신이겠군.”


로테의 말에 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트루프가 사라졌던 것은 바넘이 죽던 그날이었다. 바넘의 죽음을 기점으로 세계는 연결되고 수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런데 이제 와서 스트루프가 다시 생긴다고?


“... 그래도 어찌 보면 각성자가 늘었으니 악마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지 모르겠군.”


박만운이 턱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세계의 동력이 필요했는데 잘 된 것인지도 모르지.”


“하지만 악마는 잡는다고 나오는 보상 같은 게 없는데 그렇게 될까요?”


베르의 말에 이춘봉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베르야. 너는 우리가 그 오랫동안 보상도 없는데 왜 그 일을 해온 거라고 들은 거냐?”


“그거야 각성자가 타인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였기 때문이고... 지금은 사람들이 각성자라는 존재를 알잖아요.”


각성자들이 각성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좋지 않은 선택을 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럼 각성자라고 모두가 알아보는 지금은 이해받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냐?”


베르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각성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계속 바뀌었다. 각성계를 게이트로 바라보던 시선에서 각성계의 위협이 없다고 생각을 하자 손바닥 뒤집듯이 각성자들을 밀어내기도 했다.


다시 스트루프가 생겼으니 각성자들에 대한 생각은 바뀌었으리라.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 악마들이 들어온다면 막아야지. 우리가 원한 것은 그때도 지금도 현실계와 각성계의 분리였으니까.”


로테가 조용히 말했다.


“악마가 뭔지는 대충 이해가 간다.”


로테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각성계의 주민들이 아니었어요?”


“정확히는 아니야.”


베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신이 죽여 왔던 수많은 악마들이 전부 각성계의 주민이고 심지어 자신이 각성계의 왕이라고?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단어가 붙어있었다.


“... 정확히는 이라고요?”


“그래.”


“그 단어가 그리 좋게 들리지는 않는데요.”


“각성계의 주민들이 악마라는 건 베르 너도 눈으로 확인했을 텐데?”


그을음.


우리는 벤더의 회의에서 그를 직접 눈으로 봤다. 그리고 그가 악마이던 시절 백야와 함께 사무실을 습격했던 것도 알고 있었고.


그러고 보니 백야는 어떻게 된 거지?


“각성계의 주민을 포함한 각성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존재가 악마다.”


“... 그게 무슨 소리예요?”


“각성계를 구성하는 것이 우리가 봤던 사람형태의 그들만은 아니라는 것이지.”


베르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소속이 각성계라면 그건 악마라는 이야기야. 단어와는 뜻이 맞지 않겠지만...”


“...!”


소속이라는 말을 듣자 신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기억났다. 두 개의 소속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은 자신밖에 없다고.


그럼 각성계 소속인 사람들은 전부 악마가 된다는 건가?


베르의 시선을 느낀 로테는 베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 내가 각성계의 왕비긴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현실계의 인간이니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베르에게 로테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스트루프 된 각성자는 각성계의 소속이다.”


“어?”


그러고 보니 머콘이 보이지 않았다.


“머콘이 티그와 자이를 챙기러 돌아갔어.”


“아...”


-----------------------------------


당연하게도 세계는 다시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각성계의 왕이 미국으로 이동한 것이 혹시 영향이 있는 겁니까?”


CIA 요원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는 러시아 대표를 향해서 CIA 요원 역시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우리는 정중하게 각성계의 왕을 맞이했을 뿐입니다. 그 사이에 각성계 통로에서 문제가 생겼을 뿐이고.”


누군가 손을 들었다.


“각성계가 다시 경계가 생길 조짐이 있던 건 꽤 됐습니다.”


독일 대표는 이전에 보던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의아해 보이는 표정을 보고 그가 말했다.


“전 대표는 각성계의 인간이라 일단은 각성계로 돌아갔습니다.”


물론 그가 돌아가기 전에 ‘알 수 없는 형상’으로 변한 것에 대해서 타국에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그럼 왜 회의에서 보고하지 않은 거죠?”


“왜들 잡아떼시는지 모르겠는데...”


독일 대표가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각성계 체류기간에 따라서 환각을 보는 현상은 우리만이 아니었을 거라고 확신하는데요.”


다들 대답이 없었지만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 환각을 보는 증상을 그들이 부르길... ‘스트루프’라고 한다더군요.”


아는 이들만 아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건 인류애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독일 대표가 주위를 둘러보고 말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스트루프를 심하게 겪으면 ‘괴물’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지를 상실한 괴 생명체라고 했습니다만...”


“그건 확인된 이야기요?”


평소 독일과는 별로 말을 섞지 않던 중국 대표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각성계의 인간에게 들었던 이야기니 확실하다고 봐야죠. 그리고...”


독일 대표도 그리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보아하니 이미 그 상황에 처한 곳도 꽤 있을 것 같습니다만?”


중국 대표는 누군가를 불러서 바쁘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최소한 게이트의 근처에 일반인은 가까이 가지 않게 하는 게 좋을 겁니다.”


“일반인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각성자는 괜찮다는 이야기처럼 들리는데요?”


독일 대표는 질문을 던진 이를 쳐다봤다.


한국의 각성자 관리국장. 각주였다.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실 것 같은데요?”


“제가 뭘 알겠습니까?”


소리장도(笑裏藏刀).


웃고 있지만 서로 대답을 미루고 있었다.


“듣기로는 한국의 어라우절 소속의 각성자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각성계에 드나들었다던데요?”


독일 대표가 먼저 공격을 던졌다.


“그것도 게이트가 생기기도 훨씬 전부터 말입니다.”


“그래요?”


각주는 태연했다.


“그건 어라우절에 직접 물어보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어라우절을 저희가 컨트롤할 수 있었으면 이 회의 자체가 필요 없었을지 모르죠.”


쾅!


“말장난들 하지 말고, 지금 각성계 상황에 대해서 각성계의 왕에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화를 내는 프랑스 대표를 보면서 다들 프랑스도 이미 일부의 인원이 피해를 봤을 거라 짐작했다.


모두의 쏟아지는 시선에도 각주는 침착했다.


“각성계의 왕은 지금 미국 투어에 들어갔다니까요? CIA에서 얼마나 엄하게 굴던지 저도 따라갔다가 쫓겨났습니다.”


“허튼소리!”


CIA 요원은 벌컥 화를 냈다.


“그쪽에서 늦게 도착하고서는 얼마나 무례하게 굴었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거요?”


각주가 오히려 히죽거리며 웃었다.


“누가 무례했는데요?”


“그...!”


말하려던 요원이 멈칫했다.


“말씀해 주시면 제가 전하겠습니다. CIA에서 무례하다고 하더라고.”


“이...”


CIA 요원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그락 푸르락 하고 있었다.


“CIA에서 어라우절과 그리 좋지 않게 풀린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제가 직접 가서 물어보도록 하죠. 그럼 불만이 없으시겠죠?”


독일 대표가 다시 손을 들었다.


“각성계의 통로는 이제 쉽게 사용하지 못할 텐데... 앞으로는 회의를 어떻게 할 겁니까?”


“뭐... 온라인으로 하는 방향을 생각해 봐야죠.”


원래는 손쉽게 이동할 수 있어서 많은 인원이 참가했던 회의였지만 간섭력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아예 통로를 열지도 못해서 자리가 꽤 많이 비어있었다.


“거기다 들리는 말로는 통로가 아예 다르게 열리는 일도 있다고 하니... 각성계를 건너는 것은 당분간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의 말로는 거기에는 ‘악마’가 있어서 위험하다더군요.”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신이라고 하는 녀석이 나오더니... 이번엔 악마입니까?”


독일 대표가 픽 웃었다.


“우리는 각성계에 대해서 여전히 하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곳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얼마나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도 잘 모르죠. 혹시 압니까? 전설에 있던 아틀란티스나 올림푸스가 각성계와 연결된 게이트였을지.”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어 보이지는 않는 이야기였다.


-----------------------------------


“저... 그래도 공연은 하는 거지?”


설단이 조용히 베르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어... 해야 하지 않을까요?”


각성계로 난리 난 건 정치권이나 국방 관련 라인들이지 일반인들에게는 그냥 또 다른 이슈일 뿐이었다.


표를 다 팔아놨는데 공연을 펑크내면 안 되지.


“근데 로테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


설단이 입맛을 다셨다.


“네가 물어봐주면 안 되겠니?”


“...”


대표가 매니저를 겁내는 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뭐 물론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긴 하지만...


“로테. 미국에서의 해외 공연일정은 어떻게 할 거죠?”


“음... 일단 진행해야 할 것 같은데... 데스티니 상태를 좀 보고 오는 게 어때? 그래비티는 다 각성자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그 애들은 너 사라지고 충격을 좀 받았던 것 같던데.”


“... 네.”


하긴 그러고 사라졌으니 놀랄 만도 하겠다.


데스티니는 삼진그룹과 CIA와의 협의로 마련된 숙소에서 쉬고 있었다. 고급 호텔을 두 개 층을 통째로 빌리다니...


이런 호텔 자체도 처음인데.


똑똑.


“누구세요?”


“저. 베르인데요.”


벌컥!


문이 열리고 단디가 뛰어나왔다.


“베르 괜찮아? 어떻게 된 거야? 다친 데는 없어?”


평소에는 조용하고 침착한 단디가 이 정도면 나머지는 난리가 났겠는데?


“베르!!!!!!”


“저... 여기 너무 소란스러울 거 같으니까 일단 들어가시는 게...”


복도에 베르라는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걸 듣고 베르는 얼른 단디를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베르!!!!”


스쿨이 달려와서 몸통박치기를 시전 했다.


“컥!”


“몸은 괜찮아? 어떻게 된 거야!”


“... 방금 안 괜찮아졌는데요...”


그제야 숨을 돌리고 데스티니를 본 베르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 숙소라고 다들 너무 편하게 있었던 거 아니에요? 아니 그럼 문을 열어주면 안 되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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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8. 진로 탐색 +1 23.05.30 6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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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09. 정보 공개 23.05.21 63 1 15쪽
» 108. 각성계의 악마 23.05.20 6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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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 가질 수 없는 것 23.05.18 6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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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2. 장르가...? 23.05.14 64 2 12쪽
102 101. 투어 준비 23.05.13 67 2 13쪽
101 100. 활동 개시 23.05.12 68 2 14쪽
100 99. 맹약의 완결 23.05.11 6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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