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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트의 서재입니다.

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270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5.29 07:50
조회
61
추천
2
글자
13쪽

117. 인과의 착각

DUMMY

하지만 걱정과 다르게 로테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사실 그녀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순간, 결정된 것이었다.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적어도 로테는 신경 쓰고 있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데스티니 쪽은 아무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설단이 머리를 감싸 쥐고 있으니 오히려 로테가 위로를 했다.


“이게 데스티니의 문제는 아니지. 질문이 그렇게 준비되어 있던 거니까.”


그 말도 맞는 말이었다.


“그보다 이제 LA로 이동해야 해.”


문득 설단은 의문이 들었다.


“베르는... 어떻게 봤을 때 현실 도피 같은 느낌으로 저러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로테는 왜 이번 해외투어에 집중하시는 거죠?”


로테는 잠시 설단을 바라보았다.


“시작은 반신반의였지만... 지금은 거의 확신하고 있어.”


“뭘 말입니까?”


“베르가 지금 하는 행동들이 전부 의미가 있다는 거.”


설단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의미가... 로테한테도 의미가 있는 건가요?”


“내 의미는...”


사실 로테의 의미는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 같았다.


동생들을 아끼고 돌보는 건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만을 위해서 사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자신의 의미는 무엇일까?


“만일 지금 내 삶에 의미가 없다면... 내가 뭘 선택해야 하겠어?”


설단은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한 번쯤 경험했던 선택지였으니까.


“베르는... 베르테르가 아닌 지금의 베르의 선택은 적어도 그게 아니라는 걸 이야기하고 있지. 그 끝에 뭐가 있는지는 나도 봐야겠어.”


“... 그것으로 괜찮겠어요?”


“몇백 년을 살면서도 늙어서 죽지는 못했으니 그거엔 미련이 없어.”


“아니... 음. 죽고 사는 거 말고 그냥 하고 싶은 것들이요.”


로테가 웃었다.


“현실계에서 시간에 매달려 사는 자들은 ‘선택’을 꼭 ‘시간’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지. 하지만 생각해 봐. 과연 선택에 있어서 ‘시간이 충분하다’라는 개념이 있을까?”


누구나 해보고 싶은 일들은 너무도 많다.


“선택은 연속적으로 계속되고... 그 많은 선택지를 다 열어볼 수는 없어. 그럼 결국 선택 이전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는 거야. 내가 결정했던 것들이 있고, 그다음은 그걸 실행하는 것뿐이지.”


“그래도 한 번은 돌리셨잖아요?”


“돌렸다고?”


로테는 설단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그것 역시 선택이었을 뿐이야. 지금 이 세상을 봐.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고 죽음을 선택하지. 그 이전의 세계에서는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는데. 그런데 지금 사람들이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서 더 행복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


“시간을 돌려도 우리는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선택지를 되돌릴 수 없다는 거지.”


설단은 알 듯 말 듯했다. 아마도 이게 오랜 시간을 살아본 로테와의 차이일까?


“나는 단이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해. 춘봉이나 만운이는 묶여버린 역할들에 이끌려서 살아가고 있지. 단이 너는 그 안에서도 네가 하고 싶고 즐기는 일들을 하고 있으니까.”


“... 감사합니다.”


“나한테 감사할 게 뭐 있어? 그래도 네가 즐겁고 마음껏 해보면 좋은 거지.”


-----------------------------------


삼진에서 제공한 비행기는 마치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비행기였다.


“와~! 내가 이런 걸 다 타보다니...”


설단은 멋지게 선글라스를 쓰고 턱을 괴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옆에서 보고 있는 베르도 감탄하면서 기내를 둘러보고 있었다.


SNS에서 해외 톱스타들의 자가용 비행기 사진 같은 걸 본 기억은 있었지만 자세히 본 적은 없었다.


자신이랑 연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가장 자연스러워 보이는 건 헤일뿐이었다.


“헤일 형은 자주 타봤어요?”


페스가 물었다.


“아니. 나도 가끔 타봤을 뿐이야.”


이럴 때만 헤일이 재벌가의 사람이라는 게 실감이 나곤 했다.


“이거 샴페인 먹어도 돼요?”


“아. 네. 드셔도 됩니다.”


“와~!”


데스티니도 엄청 즐기고 있었다.


“언니! 언니도 한잔 안 하실래요?”


로테는 그 ‘언니’라는 호칭이 자신을 부른 거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아. 저요?”


“네. 이번에 토크쇼 건도 죄송하고 그래서...”


“아. 뭐 그건 데스티니의 잘못이 아닌데요. 그냥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난리 친 것일 뿐이죠.”


“그래도 데스티니 멤버로 오해를 산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해서요.”


로테는 뭔가 스쿨이 자신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좋아요. 같이 한잔 하죠.”


로테가 데스티니의 옆에 앉았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본 베르는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였다.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


“언니. 한잔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스쿨이 로테의 잔을 따랐다.


“이름이 로테시라고요?”


“네. 정확히는 샤를로테고 주변 사람들이 로테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죠.”


“아. 샤를로테의 로테 군요.”


가볍게 잔을 맞추고 한잔을 했다.


“언니라고 부르고는 있는데...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서른 살이에요.”


의외로 자주 듣는 질문이어서 로테는 항상 서른 살이라고 하고 다녔다.


“와~! 동안이시네요. 솔직히 저랑 나이가 비슷하신 줄 알았어요.”


“말이라도 고마워요.”


“이번에 사진 건으로 힘들지는 않으세요?”


“제가 왜요?”


“그 인터넷에 그래비티 매니저가 아니라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거라는 이야기도 많고 해서...”


루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단디가 끼어들었다.


“스쿨. 실례야. 선 넘지 마.”


“에? 내가 뭘?”


“신경을 안 쓰고 계신데 네가 그런 말을 물어봐도 실례고, 신경 쓰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물어봐도 실례니까.”


스쿨은 단디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저는 사실 언니가 좀 궁금했어요. 저번에 보니까 베르랑도 좀 친한 거 같고...”


“저는 그래비티 매니저라 그래비티 멤버랑은 전부 친한데 콕 집어서 베르랑 친하다고 하시는 걸 보니... 베르가 마음에 들어요?”


풉!


물을 마시려던 베르는 들려오는 대화에 물을 뿜어버렸다.


아니 저기서 뭔 소리들을 하고 있는 거야?


“네.”


이번에는 스쿨의 옆에서 샴페인을 같이 마시던 단디가 뿜어버렸다.


풉!


아니 진짜 왜들 그러냐고...


“각성자가 무섭지는 않아요? 이번에 공연 중에도 베르가 좀 폭주를 했는데...”


“아뇨. 무섭기는요.”


“스쿨!”


단디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언니. 죄송해요. 스쿨이 좀... 아직 어려서 그러니까 이해해 주세요.”


“아니 내가 뭘~!!”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로테도 강하구나.


“당연하지.”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에 베르는 옆을 돌아보았다. 머콘이 와인 잔을 손에 든 채로 구경하고 있었다.


“로테언니는 9남매의 다툼을 얼르고 달래면서 자랐던 사람인데 저걸 못 다룰 거 같아?”


아. 그런가?


“그런데 데스티니랑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가 뭐야? 정말로 쟤들이 맘에 들어?”


애매하다고? 사이가 좋으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단순히 사이가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쟤들이 너한테 접근하는 건 너도 알잖아?”


사실 최근 들어서 약간 접근 방법이 과격해진 부분이 없지 않다.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건가?


“지금 로테언니랑 쟤들을 놓고 저울질하는 거야?”


“아니 내가 무슨...”


“여기 로테언니 동생만 몇 명인 줄 알아? 언니를 쉽게 보면 가만 안 둘 거야.”


베르는 내가 저울질하는 건가? 하다가 생각해 보니 억울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제대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썸인가 했던 건... 소라였고, 그 뒤로 머콘, 그 뒤로는...


아직 해본 것도 없는데 등 떠밀려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젊은 청춘인데 이렇게 사는 게 맞아?


-----------------------------------


“와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감탄을 터트렸다.


정말 와우 소리가 절로 나오는 날씨였다.


“사람들이 캘리포니아 날씨가 그렇게 좋다더니... 이런 이야기였군.”


더운 것 같지만 습하지 않다.


괜히 사람들이 휴양지로 택하는 곳이 아니겠지.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삼진 그룹 덕분에 정말 풀코스로 편하게 다니고 있었다.


돈 엄청나게 들었을 거 같은데...


“그런 걱정은 하지 마. 어차피 투자라니까.”


헤일의 말에 따르면 아마 자신이 없어도 어떻게든 어라우절과 연을 만들어야 하는 삼진그룹인데 자신이 있다는 명분으로 오히려 쉽게 접근했으니 남는 장사라고 했다.


침대에 몸을 던지니 피곤이 몰려왔다.


“아직 공연하려면 며칠 더 남았지?”


“어. 아마도 5일 정도?”


무슨 호텔방이 방 안에 방이 있었다. 마치 기숙사 같은 모습이랄까. 그래서 3명이서 써도 개인 공간은 충분했다.


“페스도... 해외여행은 처음이지?”


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에 오면 해보고 싶은 거 없었어?”


“뭐 자유 여행도 아닌데 굳이 그런 게 있겠어?”


저 녀석은 너무 현실적이라니까.


“뉴욕에 갔는데 자유의 여신상에도 못 가보고 오다니...”


“그걸 생각하는 것부터가 고정관념이지.”


“... 너는 너무 낭만이 없구나.”


페스가 베르를 바라봤다.


“너는... 영향이 없는 거구나.”


“뭐가?”


“설대표님이랑 로테가 정말 너를 아끼는군.”


“아니 뭔 소리야?”


페스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스트루프가 다시 열린 이후로 각성자들은 전부 스트루프의 영향을 받고 있어.”


“영향을 받는다고?”


설마 환각이나 환통 같은 거?


“설마... 환각을 다시 보는 거야?”


“음... 더 안 좋아.”


더 안 좋다고?


“각성이 미쳐 날뛰려고 하고 있어.”


“뭐?”


“우리는 주문이 있으니까 그래도 컨트롤이 되는데... 일반 각성자들은 어떤 방법으로 컨트롤하고 있는지 좀 걱정이 되긴 하네.”


“...”


어떻게 봤을 때는 공연 중에 자신이 각성하게 된 것도 그것의 일부일지도 몰랐다.


아니 잠시만...


“어? 거꾸로였나?”


“뭐가?”


“난 내가 각성해서 균열이 열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반대였으면?”


“음...?”


“균열들이 열리면서 내가 거기에 반응해서 각성한 거라면?”


순서의 오류가 있었을 수 있었다.


“지금 당장 각성하려는 느낌이 있어?”


“... 아니.”


베르가 느끼기에도 지금 당장은 근처에 균열의 느낌이 없었다.


“균열에 대한 감지력이 올라간 거 아닐까?”


이전에도 균열이 발생하면 가까이 있는 각성자들은 굳이 감지계열이 아니어도 감지가 가능했다.


“감지력이라기보다는... 감응력 같은 게 늘었을 수 있겠군.”


“그럼 내가 문제가 아니었던 거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결국 핵심은 스트루프 자체가 강해졌다는 거였다.


“그 말은...”


“그렇다는 이야기지.”


베르와 페스의 눈이 마주쳤다.


“균열을 닫는 각성자들이 스트루프에 강하게 노출된다는 이야긴가?”


“아마 곧 스트루프 되는 각성자들이 또 다른 문제가 되겠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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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00. 활동 개시 23.05.12 6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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