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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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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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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177

작성
23.05.1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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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03. 시그널

DUMMY

“...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라우절의 존재는 각주와 한국에만 문제인 것이 아니었다.


첫 번째 투어 목적지였던 미국에서는 드러내놓고 각성자 관리국을 움직이진 않았지만 비슷한 일을 겪고 있었다.


각성자라고 힘을 얻어봤자 그들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들이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은 당연히 불법적인 일들이었다. 그걸 알기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막고는 있었지만 쉽지는 않았다.


“각성계의 왕...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지? 지금 투어 같은 거나 다닐 때냐는 말이야!”


부하들 앞에서야 마음껏 화를 내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들이 실력행사를 할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었다. 이전에 뜨거운 맛을 봤던 탓에 섣부르게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첩보전으로 전환하는 건 어떨까요?”


“첩보전?”


“주변에 인물을 좀 더 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숙련된 요원들이라면 가능할 것 같고요.”


“지금은 누가 가장 가까이에서 활동하고 있지?”


“한국지부가 그렇게 된 이후로 일본 지부에서 건너간 D-161 요원이 커버하고 있습니다.”


“혼자서?”


“네. 한국 각성자 관리국이 그렇게 협조적이지 않은 탓에 각성자나 외부 행적이 있었던 요원을 붙이기가 힘듭니다.”


한국 내부에서도 각성자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긴 했지만 외부에서 봤을 때는 그래도 각성자 관리국을 일찍 만들었던 관계로 각성자들이 범죄에 연루되는 일이 가장 적었다.


오히려 잠시 비판받았던 각성자 관리국이 타국의 각성자들이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들과 비교가 되면서 긍정적인 여론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한국 내에 있을 때야 그렇지. 하지만 우리 영내로 와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번 투어 멤버에 각성자 관리국 요원이 섞여 있습니다. 걸러낼까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지금 미국은 각성자로 이래저래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외국의 각성자가 입국하는 것을 막는 건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일단은 최소한 지금은 어라우절과 나쁘지 않은 관계라는 뜻 아닌가? 그럼 그렇게는 힘들지.”


똑똑.


그때 누군가가 사무실을 노크했다.


“저... 어라우절 측에서 ‘게이트’ 사용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뭐?”


게이트는 각성계를 우회하여 이동하는 방법이었고, 요건이 좀 까다롭긴 하지만 거의 거리 제약이 없는 수준이라서 트리플 A를 비롯한 고위층의 회의와 같은 곳에 쓰이고 있었다.


“아니 무슨 해외 투어를 하는 공연팀을...”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그들도 각성계의 왕이 각성계를 통해서 들어오겠다는데 그걸 막는 게 가능한 것인가 의문이 있었다.


“허가해야 할까요?”


“...”


자존심은 상하지만 이런 문제는 자존심만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어차피 상층부 회의에서 어라우절을 막을 명분이 없으니 협조하라는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 허가해주는 수밖에.”


“알겠습니다.”


어차피 인원수에 한계가 있어서 모두가 그쪽으로 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듣기로는 삼진그룹의 후원이 있어서 대부분의 공연 준비는 이미 현지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아까 어디까지 얘기했지?”


“첩보전을 위해서 현재 마크하고 있는 요원이 D-161 한 명이라는 것까지 이야기했습니다.”


“아. 그 요원... 저들이 게이트를 타고 오면 그 요원도 떨어질 수밖에 없겠군.”


아무리 그들이라도 게이트를 타는 인원은 정말 핵심인원들일 거라고 생각했을 때 아마도 데스티니와 그래비티, 그리고 핵심관계자 일부 정도라고 예상됐다.


“우리도 경호를 명목으로 대놓고 요원을 붙이는 수밖에. 현지 공연 준비업체에는 손을 써 놨겠지?”


“네.”


-----------------------------------


각주는 로테에게 연락했다.


“허가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수고했어요.”


로테는 상냥하게 대꾸했다.


“출발 시각은 저희 쪽에서 통보하기로 했습니다. 언제로 할까요?”


공연은 일주일 정도 남아있었다.


당연하게도 해외에서도 인기그룹이라는 것을 입증하듯이 전석 매진이었다. 데스티니만의 영향이 아니라 전 세계 최초 각성자 아이돌그룹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물론 그들이 베르가 각성계의 왕이라는 것을 알지는 못 했지만.


“뭐 관광도 할 겸 내일 정오에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으로 하죠.”


“알겠습니다.”


연락을 끊는 로테를 보고 베르가 물었다.


“내일 가는 건가요?”


“그래.”


베르에게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두근두근 하는 여행이 아니라 오히려 익숙한 각성계를 통해서 넘어간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데스티니는 괜찮을까요?”


각성자가 아닌 사람들도 게이트를 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괜찮을 거야. 아마.”


끝에 ‘아마’라는 말이 붙어있어서 일말의 불안감을 지울 수는 없었다.


“헤매고 있지만 네가 각성계의 왕인데 각성계를 통과하는 데 문제가 있으면 그게 이상하지 않겠어?”


베르는 이 ‘각성계의 왕’이라는 명함이 딱히 도움이 된 기억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지배력이 없는데 왕이라는 칭호를 쓰는 이유가 뭘까? 명맥만 있는 왕정제 국가들이라 하더라도 의존적인 대접은 받는데...


“그리고 여차하면 나도 있고.”


이건 좀 안심이 되는 멘트였다.


“페스는 해외여행을 해본 적 있어?”


페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헤일형은... 아.”


물어보려다 생각해 보니 삼진 그룹에서 후계그룹을 해외 경험을 안 시켰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일은 무슨 의미에서 베르가 말을 멈췄는지 알기에 씁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은 푹 쉬고 준비해서 내일 게이트를 통과하기로 하자.”


최근 싱글을 낸 후에 또다시 정신없는 활동을 이어왔던 데스티니와 그래비티였다.


“짐은 아주 개인적인 것만 제외하고는 가져갈 필요 없어. 만일 불편한 것이 있으면 삼진그룹 쪽에서 현지 조달을 해주기로 했으니까.”


음... 권력의 맛은 달다.


솔직히 각성계의 왕보다 삼진그룹 일가가 훨씬 달달해 보였다.


-----------------------------------


각성계가 생각보다 달달하지 않다는 것은 베르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왜 동물이 없는 걸까요?”


각성계에는 동물이 없었다. 아니 그 흔한 곤충도 없었다.


중국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각성계 개발에 뛰어들었던 국가 중 하나였다.


“각성계의 인간들 이외의 자원은 거의 쓸모가 없다고 보는 게 좋다. 문제는 각성계 사람들을 어떻게 데려와서 쓸 것인가의 문제인데...”


활동적인 각성계 사람들 몇 명을 포섭하긴 했지만 그걸로는 각성계 개발을 위해서 들어간 돈을 전혀 회수할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각성계의 특수한 능력들은 과학의 영역도 아니었고, 개인적인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게이트를 활용한 이동조차 특수한 각성능력을 기반으로만 가능하다고 하니... 수지가 안 맞는 장사지.”


보고를 하던 부하직원이 망설이다 말했다.


“지금 각성계 내부에서 파견되어 활동을 하고 있는 인원들에게서 조금씩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떤?”


“아직까지는 그냥 정신적인 문제로 보고 있는데 약간의 불안증이나 환각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 순환 근무 주기를 당겨.”


“얼마나 줄여야 할까요?”


“지금은 얼마나 하고 있지?”


“일주일입니다.”


“3일로 하지.”


“3일 정도의 범위는 이미 탐색이 끝나서 더 이상 조사할 곳이 없습니다.”


“... 그럼 5일은?”


“아직 남아있지만 금방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보고를 받던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가면 쓸데없는 투자를 한 셈이었다. 물론 각성계의 위협이 한 때 있었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환각의 종류는 뭐야?”


“뭐 하늘이 붉게 물들고 대지가 하얗게 변한다는 경우도 있고... 주변 사물을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 정신 빠진 놈들이 많군. 좀 더 제대로 정신 교육받은 놈들로 투입하는 수밖에.”


주판알을 튕겨보던 그는 부관에게 말했다.


“장기복역수들을 데려와. 각성계에 들어가 있는 만큼 복역기간을 줄여준다고 하고.”


“알겠습니다.”


-----------------------------------


“응? 공항으로 가는 거 아니었어요?”


당연히 공항으로 갈 줄 알았던 차가 삼진그룹 건물 지하주차장을 향하자 스쿨이 말했다.


“삼진그룹의 후원으로 이번에 특별히 VIP들만 이용한다는 ‘게이트’라는 것으로 이동할 거야.”


“게이트요?”


“그래. 각성계를 통해서 단 시간에 해외로 이동할 수 있는 장치지.”


스쿨은 당황했다.


“그런 게 있었어요?”


“아무나 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세간에 있는 사람들은 모르지. 그러니까 혹시 탔다고 아무 데나 떠벌리면 안 되는 거야. 알지?”


설단의 신신당부에 스쿨이 입을 다물고 지퍼를 잠그는 제스처를 해 보였다.


“그런데 대표님도 이번엔 같이 가시는 건가요?”


“아 뭐 솔직히 비행기도 타고 오래 걸리는 거면 시간도 없고 좀 고민하겠는데... 이번에는 좀 쉽게 가는 거니까. 거기다 내 최고의 아이돌 그룹들이 전부 다 나가서 공연하는데 내가 따라가 봐야 하지 않겠어?”


사실 이전 데스티니 해외투어 때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그때는 각성계가 뒤집어지기 전이라 엄두도 못 냈었다.


“아니 설마 내가 가는 게 불만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요!”


“야... 너네 연습생부터 내가 뽑아서 데려온 거 잊어버린 거 아니지?”


“그럼요~!”


삼진그룹에 들어오고 경호 인원이 붙었다.


“와... 우리 나름대로 지금까지도 VIP취급받긴 했는데... 이런 건 처음이야.”


검은색 정장을 입고 무전기를 찬 경호 인원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만큼 유명인이 된 거죠.”


“그런가?”


스쿨은 자기 옷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아~ 그래도 공항 패션으로 입고 왔는데 그건 좀 아쉽네.”


스쿨의 복장은 어깨가 한쪽이 흘러내리는 헐렁한 티셔츠에 핫팬츠, 큰 밀짚모자에 선글라스라는 어떻게 보면 무난한 공항룩이었다.


“그러게 그냥 평범하게 입고 나오라고 했잖아.”


단디가 스쿨에게 타박을 주었다.


스쿨은 혀를 내밀어 보이고는 말했다.


“팬들이 없는 건 좀 아쉬운데 그래도 기자들 없으니까 좀 편하긴 하네.”


“기자들이 좀 극성인가요?”


“아마 베르랑 나란히 걸어서 간 것만으로도 기사가 폭발할걸.”


스쿨이 진저리 난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물론 나야 그런 스캔들 오케이지만 저기 있는 우리 대표님이 그걸 참겠냐고.”


원래도 선글라스 마니아지만 어디서 매트릭스에 나왔던 모피어스가 쓴 것 같은 동그란 선글라스를 쓰고 한껏 폼을 잡고 있던 설단이 돌아봤다.


“나 불렀어?”


“선글라스가 참 잘 어울리세요!”


“그래?”


흐뭇하게 웃는 설단을 보면서 차마 ‘중국 공산당 간부 같아요’라고 말을 못 한 베르였다.


-----------------------------------


“오랜만이군요.”


각주의 인사에 베르도 어색하게 인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서로 목을 겨눴던 기억이 있으니까.


“그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네... 뭐...”


데스티니도 그때 각성자가 발표된 특집 방송을 봤었다.


“아. 각성자 관리국 국장님이시죠?”


“네. 데스티니 여러분들 직접 뵈니까 정말 국제적인 스타의 오오라가 느껴지네요.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단디가 물었다.


“그때 보니까 몸이 좀 안 좋으셨던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아. 약간 과로가 있었죠.”


각주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비티의 옆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로테를 보자 죽을 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겉모습이야 정말 온화하게 바뀌었지만 몸에 각인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들 준비가 되셨나요?”


설단이 인원 체크를 하면서 챙기고 있었다.


“아니 대표님이 직접 챙기세요?”


옆에 매니저가 있는데 대표가 일일이 챙기고 있으니 이상하게 보일만도 했다.


“아... 다 내가 키운 애들인데 내가 직접 챙겨야지.”


설단의 어색한 대답을 보고 이상한 표정을 짓던 스쿨이 단디에게 귓속말을 했다.


“대표님이 저 매니저를 뽑은 이유가 혹시...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거 아닐까? 그 왜 있잖아. 오피스 와이프처럼...”


단디가 스쿨을 찰싹 때렸다.


“대표님 아직 결혼도 안 하셨는데 무슨 소리야? 혹시 마음이 있으시면 잘 되라고 빌어주지는 못 할망정.”


“하지만 저 매니저 저번에 보니까 베르랑 너무 딱 붙어 다니더라고.”


스쿨이 볼을 부풀리면서 말했다.


“준비가 되셨으면 게이트에 입장하겠습니다.”


각주가 기계에 손을 대자 일렁이며 게이트가 열렸다.


그리고 각주를 선두로 한 명씩 게이트 안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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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120. 이상한 공감 +2 23.06.01 60 1 13쪽
120 119. 길을 잃은 자 23.05.31 57 1 13쪽
119 118. 진로 탐색 +1 23.05.30 64 2 13쪽
118 117. 인과의 착각 23.05.29 61 2 13쪽
117 116. 토크쇼 23.05.28 61 1 13쪽
116 115. 퍼포먼스 아닌데요 23.05.27 57 1 13쪽
115 114. 연예인도 아닌데 +1 23.05.26 64 1 15쪽
114 113. 남의 이야기 23.05.25 62 1 12쪽
113 112. 좋아하는 것 23.05.24 64 1 13쪽
112 111. 퍼포먼스 23.05.23 62 1 13쪽
111 110. 문제는 없을 거야 23.05.22 62 1 14쪽
110 109. 정보 공개 23.05.21 64 1 15쪽
109 108. 각성계의 악마 23.05.20 68 1 14쪽
108 107. 누구 편인 거죠? 23.05.19 67 1 13쪽
107 106. 가질 수 없는 것 23.05.18 67 1 13쪽
106 105. 도움의 흐름 23.05.17 69 1 13쪽
105 104. 스트루프의 부활 23.05.16 67 2 12쪽
» 103. 시그널 23.05.15 65 2 14쪽
103 102. 장르가...? 23.05.14 64 2 12쪽
102 101. 투어 준비 23.05.13 67 2 13쪽
101 100. 활동 개시 23.05.12 68 2 14쪽
100 99. 맹약의 완결 23.05.11 6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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