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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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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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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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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쉘터(1)

DUMMY

바위는 지금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자신의 느려진 성장속도와 한가지 문제때문이다. 12020000010. 어제 두번째 자릿수가 변했다. 주변에 있는 초능력자들의 바코드를 확인하고 비교해 본 결과 자신의 성장은 느린편이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압도적으로 빨랐다. 대부분 아직 두번째 자릿수가 1을 넘긴 이는 소미뿐이었다.

소미의 경우는 이젠 아예 대놓고 능력을 쓰고 있었고 그만큼 성장이 빨랐다. 주변 많은 사람들이 아프거나 다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일우의 어머니는 주기적으로 치료를 해주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일우는 거의 그녀의 시종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 덕분에 고아원은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

" 우와! 천사 언니다! "

마침 소미가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 뒤를 꼬맹들이 따라가며 놀아달라고 붙어있었다. 언제부턴가 아이들 중 고학년 학생이 백의 천사 나이팅게일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준 뒤로 저런 별명이 붙어버렸다. 소미는 매우 부끄러워하며 하지말라고 몇번이나 당부했지만 그런 반응이 더 즐거운 아이들은 약간 놀리듯이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여튼 그녀는 고아원 생활을 가장 잘 적응한 한명이었다.

그런 반면 고아원 생활을 가장 적응 못하는 인물은 지금 막 고아원을 빠져나가고 있는 다희였다. 언제부턴가 그녀는 어두워졌다. 아니 원래부터 그랬던가? 여전히 바위주변을 맴돌며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은 분명했지만 그 외의 시간은 수련 뿐이었다. 이것은 아마도 바위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거라고 제비가 말한 적이 있었다. 뭐 심리적으로 뒤쳐지면 버려질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라나···

그리고 가장 많이 변한 것은 도끼와 제비였다. 그 동안 강행군으로 말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유용성에 대해 회의를 품었다. 쉽게 말해 상품으로 말하자면 가치가 너무 낮아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각자 잘하는 것을 준비했다.

제비의 경우는 어디서 구했는지 커다란 지도책을 가지고 와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뭔가를 쓰고 지우며 뭔가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녀석의 말로는 이곳을 요새화시키고 나아가서 서울의 어느 부분에 정착하면 좋을지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지도를 통째로 외우고 있다고 했다.

도끼의 경우는 할 수 있는게 몸쓰는 거라고 나름 애를 쓰고 있었다. 예전에 쓰던 솥뚜껑을 버리고 제대로 된 방패를 구하겠다고 이곳저곳을 찾아보다 도저히 못찾아 자신이 직접 만들기로 결정했다. 고아원에는 자급자족하는 경우가 많아 도구들이 많았다. 심지어 용접기와 발전기까지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뒷 작업장에서 한참을 두드리고 자르고 붙이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마지막으로 조폭들과 그들과 함께 온 여자들, 제니와 써니들도 본인의 위치를 알고 노력하고 있었다. 조폭들은 이미 바위의 기세에 눌려 조용히 주차장이나 뒷산에 올라가 무엇을 하는지 꽤 오랫동안 있다가 오곤 했다. 엉망이 된 옷차림을 봐서는 무슨 수련을 하는 듯 보였다.

제니와 써니는 가장 고아원에 잘 녹아든 케이스였다. 빨래, 청소, 식사차림등 기존에 있던 봉사 아주머니들을 도와주고 아직 어린아이들과 놀아주는등. 자신들의 역할을 찾아 충실하게 적응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들 어느새 어울려 바퀴 맞물리듯 억지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마음속 한구석에는 여진히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그중 가장 심한 증세를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중학생, 고등학생인 아이들이었다. 어느정도 현실도 알고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해 볼 나이때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자아이들은 현실적응이 빨라 별말이 없었지만 남자아이들은 매일 이렇게 찾아와 바위에게 투정아닌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 바위형! 우리도 싸울 수 있어요! 저기 일우형이나 다희누나랑 같이 연습할 수 있게 해줘요! "

대충 이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얼마전에 본 일우와 다희의 연습대련을 본 후부터 이렇게 매일같이 졸라대는 것이다. 자신들도 뭔가 계기가 있으면 저런 초능력을 각성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감이 섞여 있는 눈빛들.. 이건 위험했다.

몇번의 설득과 호통, 무시등이 있었지만 남자아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기가 생긴듯 시간이 날때마다 찾아와 조르는 통에 바위만 곤란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원장님이 다가와 한마디 했다.

" 바위야. 무조건 밀어내는 것만이 답은 아니란다. 일단은 훈련을 시켜보지 그래. 스스로 한 말을 지킬 수 있는지도 보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니 말야. "

그 말에 바위는 생각을 바꿨다. 지금은 어리다고 학생이라고 봐주는 세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스스로 훈련을 하겠다고 하는 아이들을 고마워해야 했다. 결국 고개를 끄덕인 바위는 오늘부터 훈련을 봐주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자신이 하는 훈련이나 일우나 다희의 훈련법은 아이들에게 전혀 맞지도 않고 불가능한 방법이었기에 조폭들에게 부탁할 수 밖에 없었다.

" 그,그게.. 우리가 하는 훈련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서.. 또 아이들을 훈련시켜 본적도.. "

사거리파 두목격인 사장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난색을 표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바위만 보면 경기를 읽으키는 모습을 종종 보여온 사장이 이렇게 거부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자신들이 하는 훈련은 위험했다. 만약에 아이들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물론 힐러역할을 하는 소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 후환이 두려운 것이다. 심지어 초능력자들이 훈련하는 모습까지 봐온 그들의 입장에서는 좀비보다 바위일행이 더 무서웠다.

그들의 심정이 어느정도 이해가 갔기에 바위가 다시 제안했다.

" 으음.. 이렇게 하죠. 그 산에 올라가서 훈련한다고 막대기 휘두르고 칼질 좀 하는 것 같은데.. 차라리 제가 훈련을 시켜드리죠. 아이들과 함께... 어떤가요? "

바위의 생각은 이랬다. 아이들끼리만 훈련을 시킨다면 비교대상이 없고 성취동기도 없었다. 하지만 조폭의 특성상 사람을 상대해 왔고, 심지어 좀비들까지 잡아 본 그들을 이용한다면 그런것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측의 전력도 올릴 수 있는 일거양득이라 생각했다.

그런 바위의 제안에 고민을 한 사장은 어렵사리 결정을 내리며 대답했다.

" 으음, 좋습니다. 시간은···? "

" 오전 2시간은 기초훈련, 오후 2시간은 실전훈련으로 나눠서 하기로 하죠. 그외에는 자유시간이고요. "

바위의 하루 훈련시간은 20시간 잠자는 시간 4시간, 그중 4시간을 따로 빼서 훈련에 도움을 주기로 한것이다. 물론 그 4시간도 허비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는 동안 바위가 조금 편안해 졌는지 사장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저기, 바위씨? 흠 뭐라고 불러야 할지.. 하하하.. "

그 동안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렇지 사장은 사십대 후반에 가까운 나이의 중년인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존댓말을 듣고 있는 바위는 조금 껄끄러워 대답했다.

" 그냥 편하게 바위라고 부르시고 말하세요. 그 전에는 제가 좀 흥분했네요. "

" 아하하.. 아니에요. 바위씨. 우리의 잘못도 있으니.. 근데 한가지 미리 말을 드려야 할것이.. "

확실히 사회생활을 오래해온 연륜이 느껴졌다. 이런 세상에서 바위가 어떤 위치를 가질지 셈이 끝난듯 저자세를 유지했다. 사장이 말한 내용을 요약하면 이랬다.

사거리파라는 조폭을 만들고 음지에서 양지로 사업을 키워 나온 것이 십여년전, 그 동안 많은 세대교체가 있었지만 본질은 조직폭력배인 그들은 형제처럼 끈끈함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사고가 터지고 조직의 이인자라 할 수 있는 자신의 아들이 많은 조직원들을 데리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러 지방에 내려갔다는 것과 마지막 통화에 자신이 어디로 갈 것이라는 내용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나기로 한 장소가 시외에 있는 별장이었는데 이미 그곳은 좀비들이 휩쓸고 지나가 흔적도 없어져 지나면서 봐온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긴 내용이었다.

" ··· 그래서 오늘 그 별장으로 부하를 보냈습니다. 가져올 것도 있고, 무엇보다 아들놈을 만나면 이곳으로 오라고.. 아! 물론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껍니다. "

문득 아침일찍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들중 하나가 도로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기억한 바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신경쓸 내용은 아니었지만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잠자리와 식량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여기 고아원은 지어질때부터 지하수를 이용하는 관정을 파서 식수를 해결했고 전기는 들어왔지만 정부시책에 의해 태양열발전기를 설치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설치한 것이 지금은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늘어난 인원덕분에 아이들의 방까지 내어주는 사태까지 온것이 마음에 걸렸다. 거기에 더해 많은 인원들이 늘어난다면.. 포화상태를 넘어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이미 그것을 파악한 사장이 어렵사리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 조금 문제네요. 뒷편 공터에 막사라도 지어야 하나.. 텐트가 아직 있을까? "

문득 바위는 예전에 아이들과 캠핑을 약속하고 사놓은 싸고 큰 20인용 텐트가 기억이 났다. 그리고 군대에서 수없이 만들었던 군용막사들과 여러가지 물건들까지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 시작했다.

결국 막사와 텐트를 치기로 사장과 얘기를 끝내고 훈련일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리고 찾아본 결과 텐트는 그대로 있었지만 낡아 보수를 해야 했고 막사를 짓기 위해서는 재료가 모자랐다. 고민을 하던 바위는 곧바로 답을 찾았다.

" 우왓! 깜짝이야. 다니면서 기척 좀 내고 다녀! "

바위는 허둥대는 일우를 보며 약간 의심스런 눈빛으로 그가 쳐다보고 있던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고등하교 이하 여자아이들이 모여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나름 도움이 될 것을 찾다가 발견하고 하는 일인 듯했다.

눈빛을 굳힌 바위가 시선을 돌리자 일우가 경기를 일으키며 손사례를 쳤다.

" 오해야! 진짜! 난 그저 쟤들이 대견해서 보고 있었던것 뿐이야. 자,잠깐 주먹은 왜 쥐는거야? 씨발, 오해라고!! 케엑! "

발악하듯이 외치던 일우의 턱이 돌아가며 비명을 지르자 주위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바위와 일우를 발견하고는 그러려니 하고는 다시 자신들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이라 이젠 익숙한듯 보였다.

" 씨발새끼! 변태새끼! 너 일부러 나 따라다니며 꼬투리 잡는거지? 받아라, 나도 이대로 당하지 않··· "

퍼억! 컥!

가죽부대를 때리는 소리와 함께 비명에 날아간 일우가 기절했는지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그런 일우를 한손으로 들고는 뒷마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일우는 여전히 끔찍한 바위의 얼굴이 보이자 발작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자세를 잡았다.

" 씨발, 왜 아직도 네 얼굴이 보이는거야? 지금쯤 소미씨가 돌봐줘야 하는거 아냐? 혹시 이거 악몽인가? "

혼자 중얼거리는 일우는 제정신이 아닌듯 보였지만 바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말했다.

"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네가 필요하다. "

일우는 바위의 목소리를 듣고나서야 제정신이 돌아오는지 멍하니 바위를 보며 대꾸했다.

" 뭐? 내가 필요해? 씨발, 맨날 쳐 때리는 걸로 부족해? 서,설마.. "

옷깃을 감싸며 웅크리는 일우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본 바위는 얘가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너무 많이 맞아서 정신에 문제가 생긴게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무래도 나중에 소미에게 상담을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마치고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 여기에 막사를 지을 생각이다. 너 군대 갔다왔지? 야전막사를 본적 있나? 그래, 그거. 땅을 다지고 뼈대를 네가 세워줬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인원이 더 늘어날꺼 같아서.. 흠 천막은 가지고 있던 텐트를 여자아이들에게 부탁해서 수선하고 버리는 이불등으로 대충 만들면 된다. 그래, 지금 당장 시작해야해. "

바위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오해가 풀렸는지 진지하게 바위가 부탁한 일을 시작했다. 일우가 땅을 짚고 힘을 주자 파도가 치듯이 땅이 물결치며 바위가 말한 형태대로 심상에서 그린 모양으로 바뀌어 갔다. 그렇게 한참을 집중한 일우는 땀을 뻘뻘흘리며 탈진할때가 되어서야 바위가 원했던 공사가 끝이 났다. 단번에 대형막사 뼈대가 완성된 것이다.

" 역시, 대단하군. 너 요즘에 그냥 놀고 먹던데.. 이런식으로 훈련을 해봐. 분명히 도움이 될꺼야. "

일우도 그것을 느꼈는지 이마에 댄 손을 내리며 고개만 끄덕였다. 아까 그렇게 바위에게 쳐맞고, 작업하느라 모든 힘을 쏟아부어 말할 힘도 없는 듯 했다. 바위에게 맞는 것도 수련효과가 좋다는 사실이 일우를 슬프게 했다.

" 그래. 수련해야지. 너한테 덜 맞으려면.. 난 간다. 수고해라. "

그렇게 터벅터벅 걸어가는 일우의 뒷모습을 보고는 바위는 천막의 재료 수급을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수련허가를 한 바위의 말에 남자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그 범위를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원하면 가능하다는 말과 수련시간까지 공지를 하고 나서야 아이들에게서 풀려날 수 있었다.

당분간은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이 조용할 것이다. 바위가 계획한 수련의 강도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쉴때와 단련할때를 정확히 배분하는 것이다. 하루 4시간이지만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고 그 시간동안 아이들은 지옥을 보게 될 것이다.

부와앙!

저 멀리 도로를 타고 사장이 말한 자동차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주변에 좀비가 완전히 정리가 되었다고 하지만 저렇게 막무가내로 어그로를 끌면서 오는 승합차들을 보며 눈쌀을 찌푸린 바위는 원장님과 다른 이들에게 그러한 사실들을 이야기했다.

그런 통보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승합차들이 고아원 앞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특이한 것은 자동차들의 형태였다. 분명히 익숙한 승합차였는데 외관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곳곳에 철판을 대놓았고 심지어 창문에는 철사로 만든 방충망을 몇겹씩 쳐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것들 사이로 좀비의 체액과 핏덩이가 굳어 있어 결코 쉬운길을 뚫고 온게 아니라는것이 한눈에 보였다.

곧 승합차의 문이 열리며 덩치들이 하나둘 내리기 시작했다. 특이한 것은 내리는 덩치들의 어깨에 매여있는 K2소총들이었다. 나와있던 일행들은 그 소총을 보고 흠칫했지만 물러서거나 겁을 먹은 사람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내린 사람은 꽤나 거친인상의 젊은 남자였는데, 그 생김새가 사장과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포니테일을 한 젊은 여성도 같이 내렸다.

" 무사했구나. 으뜸아! 두미야! 하하하. "

젊은 남자와 여자에게 다가간 사장이 크게 웃으며 반기는 모습에 그들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었다. 그들을 보며 그동안 위축되어 있던 조직원들도 어깨를 피며 크게 반겨주는 모습이었다.

" 그런데 갑자기 무슨 총들인 것이야? "

반갑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던 그들은 어깨에 매고 있는 K2소총을 가리키며 물었다.

" 이런 소총이 널려있더라구요. 아버지. 팔당댐 부근에 큰 전투가 있었나봐요. 승리는 좀비가 한 듯하구요. 그런 군인 좀비들을 피해서 몇정 슬쩍했죠. 하하하. 이것만 있으면 안전에 대해 걱정은··· "

" 아니, 오히려 위험해. 총소리가 좀비를 끌어모은다. 탄약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만 그것만으로 힘들어. "

현실적인 충고를 하는 바위를 보며 인상을 찡그린 젊은 남자, 으뜸이 앞으로 나섰다.

" 네가 여기 대장이라고? 얘기는 들었다. 하지만 어설픈 충고는 접어둬. "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도발적으로 말하는 으뜸을 무심하게 내려다 본 바위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음지으며 대꾸했다.

" 그래, 어설픈 충고는 이만하지. 그럼 직접적인 충고를 하나 하지. "

" 아,아니. 바위씨. 그러니까··· "

둘의 분위기를 살피던 사장이 나서서 중재하려고 했지만 그런 그를 말리며 막아선 두미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그 사이에 바위가 오른손 주먹을 슬쩍 쥐며 주차장 콘크리트 바닥을 내리찍었다.

쿠앙! 쩌저적!

주변에 지진이 난듯 흔들리며 콘크리트 조각이 사방으로 날렸다. 그 여파로 큰크리트가 사방으로 금이가고 주변이 내려앉았다.

그런 엄청난 광경에 입을 벌리고 주변 조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서 있던 으뜸은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광경에 넋이 나가있었다. 하지만 바위는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 이것만으로 너희에게 믿음을 주기 힘들겠지? 너, 총을 들어 나를 쏴라. "

바위가 지목한 남자는 어깨에 총을 매고 차에 기대에 겨우 서 있었다. 자신을 향해 총을 쏘라는 바위의 말에 흔들리는 눈빛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그들 중 동요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과 같은 위치에 서 있는 사람들 뿐이었다.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바위의 말대로 소총을 들어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 파파팍!

조종간이 점사로 되어 있었는지 세발의 총알이 쏘아져 바위의 몸에 틀어박혔다. 당연히 피를 쏟으며 쓰러질 것이라고 기대한 그들의 눈에 비친 바위는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투투툭!

바위 아래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납작해진 총알들의 모습을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멍하니 쳐다본 상대들은 눈을 비비고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총을 가졌을때만 해도 금방이라도 여기를 차지해 거점으로 삶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오른 그들의 꿈이 그 총알처럼 찌그러진 것이다.

한동안 장내는 침묵이 감돌았다. 상대는 믿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한 충격때문이었고 이제껏 같이 다녔던 바위의 일행은 언제 저렇게 바위가 강해졌는지 놀라서 였다. 실제로 초능력자라고 해서 슈퍼맨이 되는것이 아니었다. 보통 사람과 다름없는 내구를 지녀 똑같이 다치고 피를 흘리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동안 경험과 실험을 통해 확신을 해 온 사실들이었다. 그런데 바위는 그런 것을 뛰어넘었다.

바위를 재단하기를 포기한 일행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수긍했고 일우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망했다. 다희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머금었으며 멀리서 창문을 통해 지켜보던 아이들의 눈은 더욱 초롱초롱해졌다.

하지만 으뜸과 두미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다. 아니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건 당연했다. 그런 그들의 앞을 사장이 막으며 소리쳤다.

" 이게 무슨 짓이냐! 내가 그토록 당부를 하지 않았더냐! 이익! "

불같이 화를 내는 사장은 눈짓으로 재촉했다. 그 눈빛에 정신을 차린 으뜸이 먼저 입을 열었다.

" 무,무슨 말인지 알겠소. 여기에 있는 동안 그대의 지시에 따르도록 하겠소. "

" 저도 알겠어요. 바위, 바위오빠라고 하셨죠? 잘 부탁해요. "

잔뜩 굳은 음성으로 말한 으뜸과 달리 포니테일의 두미는 눈빛에 선망을 가득담고 바위를 보며 인사했다. 그런 두미의 이마에 그려진 하얀 바코드를 잠시 바라보다 시선을 내린 바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두미의 눈빛에 다희가 바위에게 바짝 다가가 팔짱을 끼웠다. 마치 임자가 있다는 듯이.. 그렇게 여자들의 신경전이 오가는 와중에 바위는 무기들을 모아 한곳에 보관하고 위험할때 나눠주기로 정했다.

이미 굴복하고 동의한 조폭들은 서둘러 무기를 모아 건냈고 도끼에게 주면서 바위가 말했다.

" 일단은 도끼가 관리해. 거기 작업실에 공간이 남으니까 말야. "

" 오케이. 오랜만이네. 이것도.. 크 내가 예전에 만발은 기본이었는데 말야. "

전역한지 얼마되지 않은 도끼가 K2소총을 쓰다듬으며 추억하는 말에 제비가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 지랄. 네 부대 옆에 우리부대가 있었는데 그런 소리는 듣지도 못했다. 그리고 지정사수 였던 나하고 집체교육도 한번도 같이 받은적이 없었잖아? 고로 그것은 거짓말! "

제비가 도끼의 말을 냉정하게 평가하자 입이 튀어나온 도끼는 대꾸하지 못하고 사람들과 함께 총과 탄약박스를 옮기기 시작했다. 사람들 앞에서 허세를 피우려던 도끼를 KO시킨 제비가 입을 열었다.

" 보아하니까, 저 사람들 군대 안가본것 같던데? 바위야. 우리가 훈련을 좀 시켜야 하지 않을까? "

제비의 말에 바위도 동의했다. 총을 든 폼, 사격하는 폼을 보니 군대가본 적이 없는 덩치라는게 군필로써 한눈에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당장 급한것은 아니었기에 보류하고 합류한 덩치들에게 말했다.

" 사장님, 예정대로 뒷마당에 막사를 설치했으니 그쪽으로 안내해주시고 훈련일정에 대해서도 통보해주세요. 물론 생활 수칙도 교육부탁합니다. "

" 네, 네! 걱정 마십시오. 바위씨. 얘들아 가자. "

근 스무명이 넘는 장정들을 이끌고 도착한 뒤마당에는 언제 지어졌는지 군용막사와 유사한 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스무개가 넘는 침대들과 식탁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고 침대에는 모포에 이불까지 있어 야영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었다.

" 각자 자리 잡고, 내 말 잘들어라. 지금 세상이 변했다. 위기는 곧 기회야. 우리는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어. "

" 아버지, 혹시 그 기회가 저 바위라는 자를 말하는 겁니까? "

" 허허, 그래. 아까 바위같은 초능력자가 세명이나 더 있어. 내 나이가 되면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바뀐다. 그들이 곧 이 세상의 중심이 될꺼야. 우린 그들과 붙어 그 권력을 일부라도 차지해야 한다. 마치 예전 6,70년대 재벌들이 국가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모든것을 독차지하면서 커왔듯이 말이야. 무슨 얘기인 줄 알겠냐? "

아버지의 연설을 들으면서 곰곰히 생각에 잠긴 으뜸은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답안지를 들고 있는 기분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 으뜸보다 두미가 먼저 대답을 했다.

" 아빠! 그럼 그 남자를 잡으면 모든 권력을 차지할 수 있는 거 아냐? "

뻔히 보이는 두미의 대답을 들으며 허허 웃으며 사장이 입을 열었다.

" 물론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 하지만 그건 정답이 아냐. 오래가는 재벌이나 위대한 가문은 권력과 같이 가는 것이지 그들에 속하는게 아냐. 명심해라. "

" 흥! 어짜피 나는 그런 권력도 힘도 못가지잖아. 그럼 그 권력에 속해야 나도 그런것들을 누려보지. "

어느새 자라 이런 안목까지 가지게 된 딸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 그래, 그건 너의 말이 맞다. 두미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하거라. 단, 그의 심기를 어지럽혀 척을 지거나 적으로 만들면 안된다. "

" 아빠, 그것 정도는 나도 알아. "

평소에 조직원들이랑 어울리며 사건사고를 치던 딸을 조금 걱정스럽게 본 사장은 이내 으뜸의 말소리에 생각을 접었다.

" 아버지, 무슨 말씀인지 알았어요. 그들과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도움과 협력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도록 노력할께요. "

" 그래, 그래. 우리 가문이 비록 바닥부터 시작했지만 큰 기업을 이루었고 지금은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너희들도 우리 가문의 가신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라. "

" 네! 보스! "

스무명이 넘는 남자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막사를 뚫고 울렸다. 그렇게 서로 다른 마음을 가진 남매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고 있는 아버지와 대화는 밤이 깊어지는 것도 모르게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어느덧 태풍이 지나가고 있었다. 언제 다시 태풍이 올지 모르지만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맑고 깨끗한 공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 세상과 달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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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쉘터(2) 18.06.20 1,113 23 19쪽
» 쉘터(1) 18.06.19 1,163 22 24쪽
21 습격(6) +1 18.06.18 1,176 20 23쪽
20 습격(5) 18.06.18 1,265 20 24쪽
19 습격(4) 18.06.18 1,201 24 19쪽
18 습격(3) +2 18.06.18 1,273 23 18쪽
17 습격(2) 18.06.18 1,304 24 19쪽
16 습격(1) 18.06.18 1,313 23 21쪽
15 깊은 어둠속에서(5) +1 18.06.18 1,357 28 21쪽
14 깊은 어둠속에서(4) 18.06.18 1,366 29 20쪽
13 깊은 어둠속에서(3) 18.06.18 1,329 29 20쪽
12 깊은 어둠속에서(2) +1 18.06.18 1,444 27 19쪽
11 깊은 어둠속에서(1) 18.06.18 1,526 25 20쪽
10 아포칼립소(5) +2 18.06.18 1,565 27 20쪽
9 아포칼립소(4) 18.06.18 1,624 27 19쪽
8 아포칼립소(3) 18.06.18 1,729 31 21쪽
7 아포칼립소(2) 18.06.18 1,765 32 19쪽
6 아포칼립소(1) 18.06.18 1,941 26 19쪽
5 두개의 죽음(4) 18.06.18 2,123 33 20쪽
4 두개의 죽음(3) +3 18.06.18 2,366 32 22쪽
3 두개의 죽음(2) 18.06.18 2,581 37 21쪽
2 두개의 죽음(1) +3 18.06.18 3,132 32 18쪽
1 Prologue +2 18.06.18 4,264 4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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