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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870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6.18 15:41
조회
1,302
추천
24
글자
19쪽

습격(2)

DUMMY

" 안녕하세요. 제가 일우 엄마에요. 일우를 구해줬다고요... 정말 고마워요. 콜록콜록! "

일우의 가족은 양부모와 남동생이 전부였다. 고맙다고 인사하는 일우의 어머니는 사십대후반정도의 마른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병색이 완연했다.

일우의 아버지는 오십대정도의 평범한 체구의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중년인이었다. 일우와 어딘지 비슷한 얼굴에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지고 있어 누가봐도 부자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의 성격이 그런지 만면에 사람 좋은 미소를 늘 띄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의 동생은 이제 초등학생, 나이 12살의 꼬맹이였다. 꽤나 당찬 성격인듯 낮선 사람들 앞에서 당당한 얼굴로 인사를 하면서 일행 모두를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미 그 짧은 시간에 세간을 정리했는지 꽤나 큰 봇짐과 가방등이 널려있었다.

" 아니.. 이 짐들을 어떻게 다 들고 가려고..? 좀비와 마주치면 도망도 못치겠는데? 너무 위험해. "

도끼가 아직 일우의 존재를 모르기에 하는 소리지만 그의 걱정은 당연한 말이었다. 제비가 일우를 보며 눈짓을 하자 고개를 살짝 흔든다. 아직 가족에게 능력을 공개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 큼, 도끼야. 너무 걱정하지마. 우리가 앞길을 미리 정리해놨어. 그리고 요즘 좀비가 크게 줄어들어서.. "

" 야, 아무리 그래도.. "

" 걱정하지마, 다희도 있고 나도 있으니까.. 그리고 소미도- "

도끼도 어느정도 눈치가 있기에 분위기를 살피고 이내 수긍을 했다. 그만큼 바위를 믿고 있기도 했다.

" 형아, 우리 이 누나들과 같이 가는거야? 왜? "

" 그래, 이준아. 좀 더 안전한 곳으로 갈꺼야. 예전처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그런 곳 말야. "

" 우와! 진짜로? 그럼 친구들도 있어? "

" 당연하지. 친구들도 많고 어른들도 많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형 믿지? "

띠동갑차이가 나는 그들의 대화에 일우가 얼마나 가족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 그런 선택을 한 것이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를 주고받은 후에 길을 나섰다. 당연한 결과지만 주변에 좀비는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일우가 미리 치원놓은 탓이었다.

건장한 사내들이 무거운 짐을 지고, 여성들 역시 꽤나 많은 짐을 들고 가는 모습이 육이오사변때 피난민을 연상시켰다. 다행히 뒷마당에 놀고 있던 리어카가 있어 대부분의 짐을 리어카에 싫을 수 있어 이동이 편했다.

그 리어카를 끌고 가던 도끼가 제비를 보며 속삭이듯 물었다.

" 야, 진짜 괜찮은거야? 이대로? "

" 어, 문제없어. 저기 일우라는 사람의 능력이 좀비를 조종할 수 있어. "

" 우와, 그럼 이제 좀비걱정은 없겠네? "

" 흠 글쎄. 아까 듣기로는 최대 조종할 수 있는 좀비가 몇십마리라던데? 여튼 방심하지 말고 조심해. "

" 크크큭, 자식아.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이다. 그리고 니가 다희 능력을 제대로 못봐서 그래. 아주 그냥.. 좀비 수십마리쯤은 순식간 일껄? "

원룸으로 쳐들어오는 그 패거리들의 앞에 순식간에 돋아난 진녹색의 가시줄기들의 위용은 다시 생각해봐도 위력적이었다. 그런 그의 뒤를 따라오는 일우가족들중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어머니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주는 소미의 모습이 보였다.

" 몸은 좀 괜찮으세요? 제가 좀 봐드릴까요? "

" 아녜요. 원래 지병이 있어서.. 쿨럭! "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소미가 힘을 쓰자 약간 창백했던 일우 어머니의 안색이 편안해졌다.

" 휴우, 확실히 간호사선생님이라 그런지 손만 잡아줘도 힘이 나는 것 같네요. 하아.. 감사해요. "

아직도 간호사복장을 하고 있는 그녀의 손을 쓰다듬으며 고마워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던 일우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던 도중 만난 다리, 아마도 예전에 말한 일우가 투신한 다리인듯 했다, 를 막 건너려고 하는 도중 뭔가를 발견한 듯 일우가 외쳤다.

" 잠깐! 앞쪽에··· 많은 수의 좀비들이 움직이고 있어. "

오후를 넘어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시간대. 하늘은 푸르거나 하얀 빛깔보다 붉그스름한 색이 점차 세력을 넓혀가는 시간이었다.

" 뭐? 몇마리나 되는데? "

도끼의 리어카를 옆에서 밀고 있던 제비가 급히 돌아보며 물었다.

" 어, 음.. 몰라, 엄청 많아. 통제가 안될 정도로··· "

" 휴, 그럼 어쩌지? 바위야? "

벌써 바위는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사차선 다리는 꽤 넓고 길었다. 다리보다는 대교에 가까웠다. 저길 건너려면 이속도로 최소한 삼십분은 건너야 했다. 곧 결정을 내린 바위가 입을 열었다.

" 일단 저기 보이는 건물에 들어가 오늘은 쉬었다가 내일 다시 출발하도록 하자. "

바위가 가리키는 곳은 다리에서 제법 떨어져 있는 예쁘게 지어져있는 2층 카페였다. 아마 이 한강지류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연인들이 찾아와 쉬다가 갈 목적으로 만들어진 듯했다. 곳곳에 창문이 깨진 것으로 봐서는 예전에 버려진 듯 했다.

바위의 말에 찬성한 일행들은 서둘러 움직여 자리를 이동했다. 1층과 2층의 외골격외에는 통유리로 만들어져 저녁노을에 비친 강을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만든 카페의 디자인은 꽤나 훌륭했다. 예전 주인의 미적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정문입구를 통과해 들어간 카페내부는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 핏자국들과 역한 냄새들이 풍겨지고 있었다.

크롸앗! 촤악!

먼저 들어선 바위와 다희의 인기척을 느낀 좀비 한마리가 주방에서 뛰쳐들었다. 하지만 바위가 손쓸 틈도 없이 자라난 가시줄기에 갈가리 찢겨져 바닥에 그 잔해들이 흩뿌려졌다.

그렇게 좀비를 처리한 다희가 바위를 올려다보며 어서 칭찬해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 모습에 바위가 손을 올려 슬쩍 머리를 쓰다듬자 헤벌레 벌어진 입가를 억지로 감추며 짐짓 날카롭게 주변을 살펴보는 다희였다.

그렇게 2층까지 수색을 마친 바위는 다른 좀비들이 없다는 것을 알고 바깥에서 대기중이던 일행들을 불러들였다. 1층은 음식물 썩는 냄새와 좀비특유의 냄새까지 더해져 도저히 머물수 없기에 그나마 깨끗한 2층으로 일행들을 불러 모았다.

2층 주위의 탁자와 의자들을 치워 공간을 만든 일행은 모여앉아 각자 휴식을 가졌다. 바위는 형의 옆자리에 앉아 신발을 벗겨 부르튼 발바닥을 꾹꾹 눌러주며 마사지를 해주었다. 그동안 힘든 생활과 이런 고된 행군에 불구하고 불만없이 따라와준 형이 고맙고 미안해서 였다.

" 힘들지? 고마워.. 형. "

" 어어.. 아,아냐.. 나,난, 괘,괜..차,찮어. 헤헤. "

그런 바위의 손길에 진심을 느꼈는지 아주 어릴적부터 해오던 바위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손길을 내밀었다. 하지만 높이 차이가 심해 머리에 닿지 않자 바위가 고개를 숙여 형의 행동에 맞춰주었다.

슥싹슥싹. 헤에..

그런 행위에 기분이 좋은지 웃음짓는 형의 모습에 바위도 미소를 지으며 서로에 대한 정을 확인했다. 바위는 일우를 받아들인 이유도 자신이 형과 고아원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과 일우의 가족에 대한 마음에서 동질감을 느꼈지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행들이 편안한 휴식의 시간들을 즐기고 있을 무렵, 건너편 다리에서 자동차 불빛이 비췄다.

" 뭐지?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어? 죽을려고? 아님 일부러 어그로 끌려고? "

도끼가 멀리 보이는 자동차 불빛과 배기음을 듣고는 이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도심지역은 수많은 자동차들로 막혀 자동차로 움직인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런 외곽지역은 생각보다 자동차들이 도로 한복판에 주정차되어 막힌 곳이 적었다. 물론 그렇다고 차를 타고 움직인다는 생각은 너무 위험했다.

좀비들은 자동차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순식간에 몰려들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부와앙!

멀리서 보이는 자동차 실루엣과 우렁찬 배기음으로 봐서는 스포츠카가 분명했다.

" 하, 세상에 미친놈이 많아. 그냥 죽기전에 하고 싶은거 하고 죽자는 마인드인가? "

모두들 도끼의 생각과 별다르지 않는지 조용히 긍정했다.

" 근데, 일우가 말한 좀비들은 어디··· "

제비가 의아한듯 말을 다 하기도전에 다리의 건너편에 인간, 좀비때들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냥 봐도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의 무리였다. 카페가 다리보다 고지대였기에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곳부터 시작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좀비때였다.

" 뭐,뭐야.. 갑자기 저 많은 좀비들이 어디서.. 저렇게 몰려다니는 거야? "

누군가 두려움에 차 떨리는 음성을 말을 했지만 아무도 그 목소리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넋을 놓은 것이다.

그롸아아! 크랏악!

수많은 좀비들의 괴성이 하늘을 울리자 카페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은 급히 머리를 숙이며 몸을 숨겼다. 제법 떨어진 곳에 있었기에 저 좀비들과 부딪힐 가능성이 낮음에도 원초적인 공포가 머리속을 지배한 까닭이었다.

" 흠. 대략 15만에서 이십만정도는 되겠다. 어쩐지 우리가 이제까지 마주친 좀비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이유가 있었네.. 운이 좋다고 해야하나. 휴우.. "

" 제비야. 어떻게 그렇게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있냐? 난 그냥봐도 저게 몇십만인지 몇백만인지 가늠도 안오는데..? 도대체 어떤 잔머리야? "

도끼가 궁금한 듯 제비에게 물었다. 다른 이들도 그게 궁금했는지, 아니면 저 좀비에 대해 더 이상 집중하기 싫었는지 일제히 제비를 바라봤다.

" 큼, 뭐 별거 아냐. 일전에 촛불집회등 할때 경찰추산 몇 명, 주최 측 추산 몇 명 하면서 통계를 내잖아. "

" 어, 생각난다. 그때 워낙 둘 사이에 차이가 많이나서 논란도 되고 했잖아. "

" 그래, 그때 나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의외로 간단해. 저기 보이는 좀비들의 아주 일부분만 떼어서, 보통 1평단위로 하는데 그냥 눈대중으로 해도 상관없더라고. 그 일부분에 밀집한 좀비들을 대략적으로 세어보는거지.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단위로 저기 밀집해 있는 좀비들이 그 단위가 몇개가 합쳐진 것인지 보고 곱하면 끝. 오차범위가 워낙 크지만 대략적으로 확인은 할 수 있어. "

" 헐, 너는 그게 계산이 되냐? 어휴, 내 머리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자괴감 드네. 일우야, 넌 계산되냐? "

" 어, 어? 나? 다,당연하지. 크음.. 한 18만마리정도 되네. "

그렇게 얼버무리며 급히 시선을 돌리는 일우를 보며 역시하는 표정으로 도끼가 자신이 정상이라는 것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그런 말들을 나누고 있는 그들을 보며 누군가 의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근데 저 무리들은 저렇게 몰려서 어디를 갔다가 어떻게 다시 돌아오고 있는거지? 저쪽은 서울시 상수원이 있는 방향인데.. "

그 말을 들은 제비가 고개를 돌려보니 일우의 아버지의 심각한 얼굴이 보였다.

" 아저씨,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

" 어, 아니. 난 걱정이 되서 말야. 좀비들이 오고 있는 방향에 내가 예전에 근무했던 팔당댐, 서울의 상수원이 있는 곳이거든. 그곳이 중지되면 서울의 모든 상수도가 끊겨. "

" 흐음.. 그러면 정말 큰일이네요. 그나마 사람들이 숨죽여 숨어 있을 수 있는 이유도 전기와 수도가 살아있어서 인데.. 아니겠죠? "

그렇게 말하면서 불안한 표정의 제비는 뭔가 골돌히 생각에 잠겼다.

" 그 부분은 우리가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냐. 그리고 그런 기반시설은 군대가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고 하니, 그런 걱정은 말자. 그것보다 저 좀비들 가는 방향에 원룸촌 패거리들이 있는거 아냐? "

바위의 말에 모두들 소름끼치는 표정을 지었다. 만약 하루라도 늦게 출발했다면 저 좀비들과 부딪혀야 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 살아남는 사람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미친것이다.

" 헐, 원룸패거리들··· 살아남을까? 아니면 저 무리에 합류를 하게 될까.. "

도끼가 내뱉은 말에 제비가 손사레치며 말을 끊었다.

" 됐다. 더 이상 그쪽은 생각하지 말자. 당장 우리일이 시급하니까 말야. "

그렇게 결론을 내린 일행은 좀비들이 다리를 건너는 장면에서 눈을 떼고 자신들 자리로 돌아가 몸을 웅크리거나 모여앉았다. 바위는 혹시 떨어져 나온 무리가 이쪽 방향으로 향하지 않을지 걱정하며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바위를 뒤로하고 일행들은 가져온 물품 중 먹을거리를 몇가지 풀어 늦은 저녁을 준비했다. 일우 어머니를 필두로 소미와 은혜가 준비를 도왔다.

" 어휴, 아가씨들이 손길이 야무지네.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냐. 시집가면 살림을 잘하겠어. "

" 아니에요. 아주머니, 저야 어릴때부터 자취를 해서.. 크게 하는 일도 없는데요. 뭘.. "

소미도, 은혜도 자취와 살림경험이 많을 수 밖에 없었기에 당연한 말이었다. 그런 아가씨들을 흐뭇하게 쳐다본 일우 어머니는 금세 식탁을 차리고 일행을 불러모았다.

" 거기, 덩치 큰 총각도 먹고 해요. 먹어야지 힘이 나고 뭐든지 지킬 수 있을꺼 아니에요. "

아직도 심각하게 다리방향을 지켜보고 있던 바위를 불러들인 일우 어머니는 그렇게 모인 인원들을 일일이 손수 챙겨 주며 말했다.

" 모두들 고마워요. 이렇게 만날 수 있게 살아있어 줘서.. 쿨럭. 내 정신좀 봐. 그런 뜻이.. "

" 아니에요. 우리들 모두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루아침에 세상이 변하고 서로를 전혀 모르다 갑작스레 모인 이들이 대부분이니까요. 고맙습니다. 살아있어 줘서.. "

은혜의 말에 대부분 동의한다는 듯이 기도하듯 말을 따라했다.

" 나도 고마워요, 살아있어 줘서. "

" 나도··· "

그렇게 조금은 숙연해진 분위기로 별말 없이 식사를 마친 일행은 불침번을 정하고 각자의 잠자리를 만들어 취침에 들어갔다.

그롸앗!

마지막 좀비무리가 다리를 건너 시야에서 사라질때 쯤, 이미 하늘은 검은 장막이 드리워져 온 사방이 고요함에 잠겨 있었다.

여느때처럼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간밤에 한번 발작한 일우를 아무도 모르게 바위가 가볍게 만져주는 해프닝을 빼면 편안한 밤을 보낸 일행은 아침이 밝자 서둘러 나갈 준비를 했다.

" 근데, 형아. 눈은 왜 그렇게 시커먼 색으로 칠했어? 판다 같아. 아하하하. "

작은 소란이 있었지만 화장실가다 넘어졌다는 해명에 신경을 끄고 모두가 준비를 마쳤다.

" 자, 출발! 오늘 중에 도착할 수 있겠지? "

" 글쎄다. 그건 가봐야 알것 같은데.. 생각보다 좀 멀어. 평지가 아니라 언덕을 타야해서 좀 지체될 수도.. "

언제가 가본 경험이 있는 제비가 대략적인 도착시간을 산정해봤지만 포기하고 대답을 해줬다. 하지만 그런 것과 무관하게 다들 좀더 희망을 내려고 으샤으샤 하는 분위기였다. 어제 본 광경을 지워내려는 행동같았다.

그렇게 일행은 무사히 다리를 건너 맞은편에 닿을 수 있었다. 그렇게 도로를 따라 별다른 광경이 없는 들판과 근처에 서 있는 몇개의 구조물외에는 보이지 않는 길을 꾸준하게 걸어갔다.

" 근데 덩치 큰 형아, 발목과 팔목에 차고 있는 저건 뭐야? "

일우의 동생, 이준이 바위의 팔목과 발목을 휘감고 있는 정체모를 물건에 대해 물어봤다. 아무래도 따분함을 참지 못하고 이것저것 관심을 가지는 모양이었다. 그런 이준을 향해 돌아보며 바위가 친절하게 말했다.

" 이건 훈련하는 용도로 쓰는 것이야. 이 안에는 납이 들어있어. "

손목과 차고 있던 가죽을 들어 안에 있는 납을 보여주며 설명해줬다. 그런 가죽주머니를 양팔에 두개, 양발에 두개씩 차고있고 몸통에 조끼까지 차고 있었다. 더운 날씨였지만 움직이는 와중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운동을 전문적으로 플라이오메트릭이라고 부르는데, 납이나 모래주머니를 이용해 체중 부하를 더해 평상시에도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였다. 하지만 이렇게 바위처럼 자신의 체중만큼 과도하게 부하를 주지 않는다. 보통 자신의 체중의 10%정도만 늘려 운동하는데 바위처럼 100%를 늘려 사용하는 경우 확실하게 관절이 먼저 상할 수 있기에 위험한 훈련법이었다.

하지만 바위는 이런 중량에도 익숙해져 경험치가 서서히 느려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강해져야 가족과 자신을 믿는 친구, 일행들이 안전해질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기에 무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 체육관에서 무기를 구하러 갔다가 구한 이 장비들에 거대한 배낭까지 상상할 수 없는 무게가 그를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바위는 만족하지 않았다.

계속 궁금해하는 이준에게 납덩이 하나를 꺼내 건내주자 냉큼 받아든 이준은 그만 납덩이를 놓치고 말았다. 12세의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탓이었다. 그제야 제비가 걱정반 경외감 반이 담긴 시선으로 바위를 보며 말했다.

" 바위, 너 요즘 너무 무리하고 있어. 강해지는 것도 좋지만 몸이 상하지 않는게 더 중요해. "

" 그래. 알고 있어. 그래서 요즘 무게를 더 늘리지 않고 있어. 고맙다. 걱정해줘서.. "

" 자식, 니가 우리의 구세주 겸 지주니까. 글치. "

늘상 보내던 신뢰를 오늘따라 크게 느낀 바위는 다시 훈련방법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바코드, 11919002584. 이제 두번째 큰 변화가 멀지 않았다. 좀비를 잡아 경험을 쌓는 방법도 꽤 좋았지만 안전하게 자신의 몸에 과부하를 줘서 먹은 경험치의 양도 상당했기에 어느새 이렇게 발전한 것이다.

끝없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능력자가 존재할지, 그들이 어떠한 능력으로 공격해 올지등.. 끝없는 상상력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도달한 결론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었다.

어떠한 능력에 맞서도 상처입지 않을 몸, 어떠한 방어막도 부술수 있는 힘과 스피드, 수백수천의 무리들과 몇날몇일을 싸워도 지치지 않을 체력, 그리고 무너지지 않을 정신력까지. 이것이 바위가 생각한 궁극적인 훈련목적이자 이미지트레이닝의 목표였다.

맑은 날씨의 더위를 헤치며 들판을 가로질러 몇개의 오르막길을 넘자 일행들이 목적지로 정했던 고아원의 표지판이 보였다. 천사고아원. 흔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바위는 그런 이름이 좋았다.

모두들, 특히 은혜의 표정이 밝아지며 힘차게 발걸음을 옮기자 다른 일행들도 힘을 받아 더 열심히 움직였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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