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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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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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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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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6.1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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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깊은 어둠속에서(5)

DUMMY

새벽에 일어난 일어난 일행들은 아직 잠들어 있는 차돌과 은혜, 다희를 보며 아래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무래도 새벽에 움직여 이 원룸촌을 벗어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미리 얘기해두고 일어난것이다. 도끼도 이 사실을 알아야 했기에 삼총사는 아랫층에 자리잡고 작전을 세우기로 했다.

"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있는 위치는 여기, 삼보대학병원의 위치는 여기. 직선거리는 그리 멀지 않지만 중간에 낀 산과 공원때문에 돌아가야 해. "

제비가 스케치북에 지도를 그림으로 그려가며 설명을 했다. 제법 자세하게 그려진 지도때문에 쉽게 이해가 갔다.

" 결국은 우리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잖아. 너무 오래걸릴꺼 같은데.. "

도끼는 그동안의 여정을 상기하며 걱정스레 말한다. 거의 이틀에 걸려 여기에 도착했기에 왕복할 것을 생각하면 그 두배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 네명이 움직이는 거랑 두명이 움직이는 건 달라.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적게 걸리지 않을꺼야. 그래서 우린 여기, 산을 타고 넘어갈꺼야. "

제비가 그려진 지도의 최단거리를 짚으며 말을 이었다.

" 내가 예전에 운동한다고 몇번 올라가본 적이 있어 지리는 대충알어. 이곳을 통하면 대학병원까지 하루면 충분히 갔다 올 수 있어. "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 바위가 자신의 장비를 점검하며 일어섰다. 두꺼운 쇠사슬을 주먹에 감고 등에 맨 커다란 가방에는 하루치 식량과 물통과 몇가지 장비외에는 비어있었다. 역시 제비도 같은 가방을 메고 자신의 무기 빠루를 들어올리며 준비를 마쳤다. 그런 모습을 뻔히 지켜보던 도끼도 일어나 까치발로 바위와 제비를 가볍게 앉아주며 조심하라는 말을 남겼다.

" 도끼, 네가 여기에 남겨진 사람들을 이끌어 줘야해. 특히 여기 사람들 조심하고. "

" 걱정말라고, 조금이라도 그럴 기미가 있으면 대가리를 쪼개버릴테니. "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과하게 액션을 취하는 모습에 서로를 바라보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 소음에 잠이 깼는지 다희가 반쯤 감은 눈으로 내려와 자석에 끌리듯 바위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그런 그녀를 가볍게 앉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당부를 했다.

" 이곳 사람들을 잘 부탁해. 다희야. "

품에 안겨 기분이 좋은지 헤실헤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떼어놓고 제비를 보며 말했다.

" 출발하자. 더 늦기 전에 갔다와야지. "

원룸 밖 풍경은 어제는 너무 급히 오느라 자세히 보지 못했던 광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과 달리 온갖 쓰레기가 뒹굴러 다니고 길가에 눌러붙은 것은 핏덩이인지 내장조각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바람따라 실려오는 냄새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매캐한 것들이 섞여있다.

초가을 새벽공기가 피부에 닿는 느낌은 약간 싸늘했다. 예전같으면 기분좋게 들이마시며 운동하기 좋은 날씨라고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아직 활동하기에 이른 시간이라 거리는 조용했다. 좀비들도 청소가 되어 비록 짧은 거리지만 예전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저기 주차된 차들과 건물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길을 피해 예정대로 산쪽 방향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금세 원룸패거리들이 쳐놓은 방벽을 벗어난 바위와 제비의 눈에 도로에서 하나둘 어슬렁거리는 좀비들이 들어왔다.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좀비들을 피해 등산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도중 그들의 시야에 특이한 광경이 잡혔다.

그워어어..

수십마리의 좀비들이 한 주택을 감싸고 있었다. 주택 안에 사람의 기척이 들려 공격하기 위해 것이라고 보기에는 분명히 달랐다.

오히려 공격보다는 보호하듯이 집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이었다.

" 뭐지? 저기에 뭐가 있나? 흐음.. 일단 위험하니 돌아서 가자. "

약간의 의문을 담았지만 곧 제비의 의견에 따라 그 주택을 돌아 등산로에 들어섰다. 그리 높지 않고 험하지 않은 산세라 평지 걷듯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가지 않아 그들의 앞을 막아서며 달려드는 좀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크롸악!

등산복을 입은 중년의 남녀가 좀비로 변한 행색으로 봐서 등산을 하다 좀비에게 물린듯 했다. 주로 드러난 부위가 물린 이 좀비들은 얼굴과 목부위를 공격당했는지 도저히 살아생전에 어떤 생김새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있었다.

근육이 드러난 얼굴로 입을 벌려 달려드는 그 좀비들을 가볍게 처리한 바위는 뒤쪽에 따라붙고 있는 제비를 보며 조심하라는 말을 전했다. 그말에 어이없는지 피식웃는 제비가 말했다.

" 조심은 네가 해야지. 앞에서 좀비들이 다 달려들텐데. 난 신경쓰지 말고 앞이나 잘 막어. "

사고가 터진 날이 평일이라 그런지, 의외로 등산객들이 없어 좀비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바위의 무력이 좀비 몇마리 정도는 쉽게 막을 정도였기에 그들이 느끼는 체감위험도는 훨씬 낮았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한시간 정도 산을 빠르게 오르자 어느새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확실히 낮은 산이었다. 아니 산이라고 부르기에도 뭣했다. 딱 동네뒷산 수준이었다.

그래도 다른 지대보다 높았기 때문에 정상에 서자 아래로 붉은 십자가 모양이 건물 꼭대기에 달린 목적지, 대학병원이 보였다. 하지만 골목이나 도로는 빼곡히 들어선 건물들로 시야가 가려 정확한 상태를 볼 수는 없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길을 뚫어야 했기에 마음을 다잡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각자 무기에 달라붙어 있는 좀비 채액을 털어내고 물을 한모금 마신뒤 등산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최대한 서둘러야 했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 정규대학 간호학과를 입학해 4년동안 준비해 국가고시를 패스했다. 어릴적 꿈이었다. 결국 한국에서 유명한 대학병원에 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비록 병원에서 마련해준 서른평 아파트에 8명이 살면서 2교대 근무를 서야 하는 힘든 실습생활이었지만 웃으면서 참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날의 사건이후로 모든것이 엉망이 되었다. 격리병동에 어느날 갑자기 열명이 넘는 사람들이 강제 입원되었다. 그 입원한 환자들에 대해 여러가지 검사를 하고 의사샘들이 하는 연구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했다. 그런데 사고가 터진 것이다. 고열과 복통, 구토에 시달리던 환자 한명이 사망을 한것이다.

그리고 일어난 끔찍한 일들. 그 좀비가 된 환자는 간호사, 의사, 환자를 가리지 않고 공격했고 수많은 인원들이 감염되어 안밖으로 뛰쳐 나간것이다. 그날 야간 근무였던 난 다른 일반병동에서 근무중이었고 그런 사실을 조금 늦게 알게 되었다.

뒤늦게 방화셔터가 내려가고 각 병동의 출입구를 막아 인원의 출입을 통제했다. 그것이 어느정도 통했는지 이 병동에 갖힌채 바깥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알음알음 퍼진 소문은 우리들의 희망을 빼앗아 갔다. 영화에서나 보던 좀비가 대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사람들을 공격해 뜯어먹는 장면등. 불과 몇십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진행되는 일들이었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본 좀비는 자신과 평소 친하게 지내던 같은 실습생, 예비간호사였다. 미친듯이 병원 밖으로 도망치던 사람을 쫒아 사라지던 그 모습.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남자환자와 의사샘들이 힘을 합쳐 일반병동 건물내로 들어온 좀비, 다행히 많지 않았다, 를 몇명의 희생으로 퇴치할 수 있었다. 그렇게 건물내에 있는 편의점, 식당을 사수할 수 있어 다행히 아직까지 별다른 일없이 숨어지낼 수 있었다.

그렇게 구조대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와중에 문제가 발생했다. 일반병동에서 모두를 이끌어가던 응급의학과 과장님과 온몸에 문신을 한 저번달에 입원한 나일롱환자간에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그 남자와 몇몇 환자들이 동조를 해 일반병동의 음식과 생필품등을 장악하려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과장님과 의사샘들이 다쳤고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난 지금, 그 남자들은 일반병동의 폭군처럼 군림했고 수많은 범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 저항하는 사람들이 뭉쳐서 반발하고 있어 아직까지 큰 사건은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 어이, 이쁜이! 어제부터 굶었지 않아? 한번 주면 배불리 먹여준다니까. 크크크, 생각있으면 아래층 휴게실로 와~ 알았지? "

키득거리며 서너명씩 흉기를 들고 몰려다니는 패거리들, 자신들을 동쪽병원모임이라고 동병파라고 스스로 지칭했다. 유치한 이름의 동병파 우두머리는 병구라는 사내였다. 어디 무슨 조폭의 행동대장이라고 들었는데 교통사고로 입원한 나일론환자였다. 평소 병원 골치거리였는데 이런 혼란을 틈타 더러운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순찰을 돈다는 핑계로 여기저기 간호사를 보며 성희롱을 하고 있었다. 만약 다수의 약자들이 모여 그들을 경계하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간호사들과 여자환자들이 그들의 노리개로 전락했을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음식이라는 권력을 저들이 가지고 있는 이상 시간문제였다.

" 휴우.. 큰일이야. 이대로 있다가는 가장 약한 중환자들의 목숨이 위험해. "

어느새 다가온 짙은 초록색의 수술복을 벗고 있는 선배간호사가 그런 그들을 보며 눈쌀을 찌푸렸다. 수술복은 수술실내 대기실에서 벗어 버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술복도 모자라 이렇게 벗어 소독을 일괄로 하고 있을 정도였다.

" 아, 선배님. 수술은 잘 끝나셨어요? "

" 응, 뭐 김샘의 실력은 알아주니까. 그리 어려운 수술도 아니었고 말야. "

원래라면 저번주에 수술을 했어야 하는 중증크론병 환자가 밀리고 밀려 오늘에서야 수술을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사람도 없고 분위기도 안좋았다. 그런 와중에 수술을 진행한 이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휴우, 수술관련 약품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빨리 구조대든 뭐든 와야 할텐데 말야.. "

" 구조헬기로 실어 나르면 안되나요? "

" 어디로? 지금 물류자체가 다 막혀 있어. 무작정 헬기를 띄운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없어. 의약품 공장이 어딨는지도 모르고.. 하, 답답한 상황이다. "

간호데스크에서 지금 상황의 답답함을 토로하던 그녀들의 귓가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 뭐지? 좀비가 들어왔나? 못들어오게 정문 자체를 막아놓은거 아냐? "

" 선배님. 어제 창문사이로 보니 병원약품이랑 식품등 교환한다고 동병파 패거리들이 약품을 들고 나가는 것을 봤어요. 바깥에도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세력을 이루고 있나봐요. 들어보니 백화점, 학교, 빌딩을 거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나봐요. 주로 높은 건물을 거점 삼아서 말이죠. "

하긴 조금만 조심하면 빌딩등 높은 곳을 중심으로 좀비를 막기가 쉬웠다. 초반 아무것도 모를때가 가장 위험했고 감염자들만 가려낼 수 있다면 아직까지 상하수도와 전기가 살아있는 지금은 생존이 그리 어렵지 않았으리라.

" 그래도 좀비영화덕에 모두들 이정도로 버틸 수 있는거겠지? 웃기는 얘기야. 그치? "

" 그러게요. 그런 와중에 쓰레기들의 행동도 똑같네요. 휴우.. "

기분전환 삼아 했던 이야기가 그렇게 그 패거리들을 떠올리는 것으로 귀결될 줄이야. 하지만 이건 현실이었다.

쿠다다땅! 이 새끼 뭐야!

아래층 편의점을 위주로 점령하고 모여있는 동병파 패거리들의 욕설과 집기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병원 안쪽이라 선명하게 울리고 있었다.

" 뭐야, 니들 백화점얘들이야? 학교? 빌딩? 어쨌든 니들은 뒤졌어. 모두 덮쳐! "

퍽! 억! 콰창! 쾅!

시끄럽게 부딪히는 소리가 불과 몇분도 되지 않아 조용해졌다. 간호데스크에서 숨어 머리만 내놓고 있던 간호사들은 이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 뭐,뭐지? 혹시 좀비무리가 들어온거 아냐? 일단 몸을 피해야.. "

" 아냐. 특유의 괴성도 냄새도 안나. 아까 들린 말로 보면 사람이 칩입한 거 같은데.. 혹시 구조대가 왔나? "

" 에이.. 그럼 저들이 뭐하러 저항을 해. 두손들고 환영해야지. 혹시 다른 패거리들이 여길 점령하려고 온거 아닐까? "

그녀들의 말 중에 가장 현실적인 대답이 나오자 모두 그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용해졌다. 그런 침묵에 대답이라고 하듯 아래층에서 누군가 올라왔다. 두명의 남자였다.

그들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가장 나이많은 수간호사가 경계하며 외쳤다.

" 여긴 환자와 의약품밖에 없어요. 먹을거리는 밑에 있어요! "

" 맞게 찾아왔네, 하하하. 안녕하세요. 저는 제비, 아니 김덕환이라 합니다. 긴장 푸세요. "

두 남자 중 피와 체액으로 더렵혀진 빠루를 어깨에 걸치고 그녀들에게 다가와 웃음 지으며 말한 사람은 제비였다. 온 몸에 좀비들의 체액으로 더렵혀 졌지만 특유의 능글거리고 잘생긴 마스크의 영향인지 간호사들은 조금은 경계를 푼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바위도 그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제비를 일부러 데려온 것이다. 자신 혼자만 왔다면 더 빠르고 쉽게 도착할 수 있었겠지만 사람을 설득하고 데려오는 일에는 소질이 전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마디를 주고 받자 완전히 경계를 푼 간호사들이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무려 아래층 쓰레기들을 청소하고 올라온 백마는 아니더라도 왕자와 비슷하게 느낀 탓이다.

한발짝 떨어져서 그런 간호사들을 일일이 살펴보는 바위는 어느 순간 시선을 멈췄다. 그의 시선은 한 간호사의 이마에 그려진 푸른색 바코드에 향해 있었다. 아직 그 간호사는 자신을 정확히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지 제비에게 시선이 가 있었다.

얼굴과 체형으로만 봐서는 이제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동안에 150정도밖에 안되어 보이는 키의 가냘픈 체구의 여성이었다. 곧 그녀도 자신을 봤는지 눈이 커다랗게 뜨며 놀라는 모습이었다.

원래 목적은 유사시를 대비해 건장한 남자의사를 설득해서 데려가려고 했는데 그 순간 목표가 바뀌었다. 그녀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일반인보다는 훨씬 도움이 될 것임에는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 밑에 남자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하. 아마 제대로 일어나려면 몇일은 걸릴꺼에요. 그 동안 힘드셨죠. 그런데 다른 분들은 어디에..? "

이미 병원의 대략적인 사정을 파악한 제비가 말발로 그녀들을 녹이며 전문직 의사들을 찾고 있는 도중에 바위가 그를 불렀다.

" 제비야. 잠깐만.. "

열심히 이빨을 까고 있는 제비는 바위의 부름에 잠시 양해를 구하고 구석으로 가 바위와 밀담을 나눴다.

" 뭐? 또 초능력자가 있다고? 그럼 당연히 초능력자를 데리고 가야지. 저기? 저 어린 간호사 말이야? 확실해? 하긴··· 다희도 그러니.. 오케이! 알았어. 저 얘를 꼬시면 되는 거지? "

" 꼬시긴 뭘··· 하아. 그래 일단 우리쪽으로 데려올 수 있으면 꼭 데려와야 해. "

" 걱정말라고. 내가 누구냐. 저런 얘들은 한시간정도면 자빠트릴 수 있··· "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라고 제비의 등을 팡! 두드리며 다시 간호데스크로 다가간 둘은 다시 입을 열었다.

" 하하. 죄송해요. 어디까지 얘기했죠. 아, 맞다. 그러니까··· 고아원 아이들이 간호사샘들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이 곳에 남아 있는것 보다 안전하게 모시고 또··· "

" 무슨 일인가? 최간호사. "

회진을 돌고 오는 길인지 몇명의 의사들을 대동하고 나타난 사람은 오십대정도의 머리희끗한 의사였다. 조금 다친듯 다리를 절고 있는 모습과 뒤따라온 의사들 역시 얼굴에 피멍이 아직 빠지지 않은 모습이 보였다.

" 아, 과장님. 이분들은··· "

최간호사가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과장에게 보고했다. 그 말을 듣고 앞의 두 남자를 의심스럽게 쳐다보고는 뒤따라 온 의사에게 고개짓으로 확인을 지시했다. 두명의 의사가 빠르게 아래층으로 내려가 확인을 하고 다시 과장에게 보고하자 그제야 얼굴이 풀린 과장이 사과와 함께 인사를 건냈다.

" 미안하네, 지금 상황이 상황이라서.. 그리고 고맙네. 저 양아치들이 그동안 생필품을 독점하고 얼마나 괴롭혔는지.. 쯔쯧, 하긴 조만간 정리될 입장이었지만.. "

" 네? 과장님. 무슨 연락이라도 받으셨어요? "

최간호사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 허허, 그래 간호샘들이 가장 불안했지? 정부측에서 무전으로 연락이 왔네. 조만간 쉘터가 만들어질 모양이야. 우선적으로 의사와 간호사들이 일순위로 들어갈 예정이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

희망찬 얼굴로 소식을 전하는 과장이 전하는 소식에 그녀들이 환호를 지르며 좋아했다.

" 우와! 이제 제대로 생활할 수 있는거야? 만세! "

그런 소란스러움에도 바위는 별다른 표정없이 생각에 잠겼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료직 종사인원을 빠르게 모셔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자유까지 보장해 줄까? 이런 전쟁에는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물론 좀비에 물리면 그냥 죽는 것과 같지만 이동중, 전투중, 작업중 잘못으로 다치는 것은 의료장비와 인원이 있어야 한다. 혹시 좀비에게 물렸지만 타박상이라고 입원하지 않을까? 그런 그들을 돌보는 일이 쉬울까? 아마 지금 2교대를 돌고 있는 현실보다 몇배는 더 힘들것이다.

이들은 단지 이 지루하고 희망이 없는 현실을 벗어나고자 새로운 길을 찾고 있을 따름이다. 여기 의사들도 간호사들도 조만간 그런 현실을 느낄것이 틀림없다.

" 그래서 이분들이 오신 이유가? 의료진이 필요하다는 말이지? "

" 네, 과장님. 고아원에 아이들과 사람들이 치료가 목적이라고.. "

" 흐음··· 그렇군. 거기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아마 그런 계획은 되어있을테지? 좋네, 우리는 자네들의 제안에 대해 강요하지 못하지만 자네들도 우리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겠지? "

단번에 제비의 제안에 대해 해답을 내놓은 과장은 의미심장하게 좌중을 둘러보며 선택을 하라고 종용했다. 본래라면 제비가 말빨로 구슬려 데려가려는 시도가 애초에 막힌 것이다.

" ···.. "

희망이 없는 예전이라면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곧 군인들의 보호를 받으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 저.. 제가 가볼께요. "

평소에 있는듯 없는 듯 조용하던 한 간호사, 심소미가 손을 들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깜짝 놀라며 최간호사가 급히 말했다.

" 소미야. 너 왜그래?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는 안전한 곳으로.. "

" 그럼 저 아이들은 누가 돌보죠. 그리고 쉘터로 못오는 사람들은요. 그리고··· "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는 그녀를 잠시 바란본 최간호사는 데스크 앞에 서있는 제비를 흘겨보며 말했다.

" 휴우, 이 아이는 이제 수습이에요. 도움이 안될꺼에요. 그러니 그냥 돌아··· "

" 아니. 난 그녀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누구보다도. "

제비가 말하기도 전에 바위가 성큼 앞서며 입을 열었다. 커다란 키와 위압적인 근육, 중저음의 목소리에 눌려 뭐라 변명하지 못한 최간호사는 이내 한숨을 쉬며 소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 소미야. 아무래도, 이건 아냐.. "

" 선배님, 아니 언니. 고마워요. 하지만 제 결정에는 변함이 없어요. 그리고 죄송해요. "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고집을 꺽지 않는 소미를 안타깝게 바라본 최간호사도 포기한 듯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동의했다. 평상시 말이 없고 순종적인 이미지를 배신하듯 단호한 그녀였다.

" 그래.. 에효..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덕환씨? 라고 했죠. 부디 소미를 잘 보살펴 주세요. "

" 하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도 있으니 자매처럼 지내면 될겁니다. "

어쩐일인지 쉽게 풀린 일에 과장되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제비의 모습을 못미덥다는 듯이 째려본 최간호사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잘생긴 얼굴로도 확신을 주지 못한 듯 했다.

" 자, 그럼 소미씨가 따라나서기로 결정했나 보군요. 그리고··· 의약품도 필요하시겠죠? "

몇일 뒤면 안전한 쉘터로 옮길 생각 때문인지 마음이 넉넉해진 과장과 의사들은 미소를 지으며 의약품을 얼마든지 가져가라고 말했다. 내심 두명, 아니 세명이 가져가 봐야 얼마나 가져갈 수 있겠나라고 생각한 듯 했다.

그런 과장의 말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소미와 함께 의약품을 챙기러 자재창고로 장소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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