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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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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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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6.1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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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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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9쪽

아포칼립소(1)

DUMMY

후욱, 후욱.

또 가슴이 답답해 온다. 심장이 급박하게 뛰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린다. 그리고 식은땀이 흐른다.

그만! 멈춰! 가슴을 움켜쥐며 마음속으로 소리친다. 하지만 여느때처럼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는 지금이 무서웠다.

째깍째깍.

시계침이 흐르는 소리조차도 고통스러웠다. 일초일초가 한시간, 하루같았다.

아, 딸내미가 병원에 가보라고 할때 갈껄. 이란 후회가 밀려온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차라리 해외여행을 가지 말았어야 했나. 점점 희미해져가는 의식속에서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나이가 들어가고 폐경기 우울증까지 중년여인의 몸과 마음이 힘들 시기였다. 그래서 계모임에서 여행을 준비했고 가까운 중국을 거쳐 대만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 사건은 청도국제공항을 경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비행시간이 다가와 급히 화장실로 향하던 도중 괴한의 습격을 받은 것이었다. 운좋게 가벼운 찰과상에 그쳤지만 그 트라우마로 여행 기분을 완전히 망쳤던 것이다.

그렇게 대만여행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귀국했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여느날처럼 대구의 날씨는 더웠다. 평소처럼 몸에 열이 나고 짜증이 쏟구치는 그런 날씨의 연속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몸의 이상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단지 조금 불편할 뿐이었다.

증상이 조금씩 심해져도 이러다 말겠지 하면서 흘렸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든지, 식은땀이 흐르는 정도는 폐경기 증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증상에 대해 걱정하던 딸이 어서 병원이라도 가보라 성화를 부려도 그게 쉽지는 않았다. 중년의 나이에 병원은 쉽게 가기 힘든 곳이다. 내일간다고 말한게 벌써 몇일전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 상황까지 와 버렸다. 희미해지는 의식속에 뭔가를 해야하는데, 마지막으로 딸에게 전화라도, 그렇게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걸 느끼면서 완전히 의식이 꺼져버렸다.

그렇게 중년여인의 몸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쾅! 크롸앗!

아파트 육층 복도에서 사람이 떨어졌다. 바로 아래 주차되어 있던 승용차에 처박힌 그것은 무언가에게 목이 물어뜯긴 이십대 여인의 시체였다. 뼈가 드러나 보이는 목줄기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피가 이젠 간헐적으로 뿜어져나오고 간질이 걸린듯 경련하는 몸둥아리가 더 이상 꿈틀대던 것을 멈추었다.

그것을 지나가면서 본 아파트 주민들이 비명과 함께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꺼내드는 모습이 보인다. 육층 복도에서는 무언가의 괴성이 계속 들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 저,저거 604호 따,딸 아니야? 누가 빨리 경찰에 신고 좀.. "

자동차 본네트에 널부러진 시체의 얼굴을 알아본 누군가 소리쳤다.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듯 시체가 삐거덕대면서 몸을 일으켰다. 떨어지는 충격으로 어깨뼈가 박살이 났는지 덜렁거리는 한쪽팔로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시체의 모습은 장내를 공포로 몰아갔다.

크롸아앗!

그 시체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인간들을 발견하고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남성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 악! 뭐야! 사,살려줘!! "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모두 어,어 하는 순간에 이미 남자의 얼굴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 모습에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사방으로 달아나며 소리를 질렀다.

" 까아아악! "

" 우아악! 괴,괴물이다!! "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버린 아파트 주차장에는 엉키고 넘어진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 사이에 당한 남자가 죽었는지 얼굴과 목을 물어 뜯어먹던 여자가 몸을 일으켜 다른 목표물을 찾기 시작했다. 벌어진 이빨사이에 낀 살점들과 시뻘건 피로 엉망이 된 얼굴은 도저히 인간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였다.

도망치는 사람들을 쫒아 웬만한 육상선수 보다 빠르게 달려 두번째 목표물의 뒷목을 깨물어 쓰러트릴 무렵, 얼굴과 목을 뜯긴 남자도 서서히 일어서고 있었다. 시뻘건 근육이 드러나 있는 얼굴을 주변에서 도망치는 인간들에게 돌렸다.

온갖 비명소리와 소란을 들은 사람들이 주차장쪽으로 고개를 내밀 무렵 육층 복도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복도식으로 지어진 아파트에서 문을 열고 나와 밖을 내다보는 누군가가 604호에서 튀어나온 무언가의 습격을 받는 것이 언뜻 보였다.

삐뽀삐뽀-!

그 사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의 모습과 대여섯으로 불어난 괴물들이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모습, 그 사이에 계속 울려퍼지는 비명소리와 괴성.

대구 수성구에서 일어난 대한민국 최초의 좀비사태였다.


- 국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대구에서 시작된 괴질은 감염된 사람들의 공격성이 극대화되어 타인을 공격하는 아주 위험한 바이러스로 판명되었습니다. 주변에 감염된 사람들은 최대한 피하시길 당부드리며 정부에서 이 사태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집에서 벗어나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지금 이 시간···

하아. 이게 갑자기 무슨일이지. 갑자기 진행되는 일련의 사건들과 자신의 일까지 겹쳐져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바위는 지금 원룸에서 형과 함께 티비를 보고 있었다. 불안한 눈으로 티비를 시청하던 형이 고개를 돌려 바위를 바라봤다.

" 걱정하지마, 아직 서울은 안전하니까. 정부에서 군대까지 동원한다잖아. 별일 없을꺼야. "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아무일 없을꺼라고.

그런 자신의 말을 이해했는지 일그러지는 얼굴로 헤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형이었다.

띵동띵동!

그 순간 초인종이 요란하게 울렸다. 누군지 알것 같았다.

" 오빠! "

문이 열리자 뛰어들듯이 바위의 품으로 몸을 날린 사람은 위층에 살고 있는 은혜였다.

" 괜찮은거지? 나 너무 무서워. 내일 회사 출근 어떻하지? "

" 괜찮아. 회사는··· 아무래도 무리겠지? 따로 연락온건 없어? "

" 응. 다들 정신없나봐. 연락도 안받아. "

" 휴우. 다들 정신없네. 일단 내일은 상황보고 일은 나가지 마··· "

무엇하나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저 괴질이 어디서 왔고 어디까지 퍼져있는지.. 어떠한 전조증상을 가졌는지, 과연 이 사태가 어디까지 갈지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전기, 수도, 통신등 필수시설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티비를 볼 수 있는 것도 다행이었다. 최소한 상황파악을 할 수 있으니까.

" 오빠, 이것봐. SNS에 올라온 사진들.. 너무 끔찍해.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는거야? "

은혜가 들이민 것은 저가스마트폰이었지만 화질은 나쁘지 않아 SNS에 올라오는 사진, 동영상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이 조그만한 화면속에 비치는 영상들은 검열을 거치지 않고 그 생생하고 참혹한 현장을 있는 그대로 송출하고 있었다.

흔들리는 화면속 감염된 사람들의 처참한 모습과 그것들이 흩뿌리는 시뻘건 피, 떨어져 나간 살점, 같은 인간을 덮치는 현장까지.. 아비규환, 현실의 지옥도가 그 안에 들어있었다.

도저히 못보겠는지 고개를 돌려버린 은혜였다. 하지만 영상을 더 찾아본 바위가 결론을 내렸다.

" 이거 하루이틀만에 끝날 사태가 아닌것 같아. 여기 감염자들의 행동패턴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소리에 반응하는것 같아. 여기를 봐봐. "

은혜는 보기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위가 말하는 영상을 힐끔 쳐다봤다. 화면속에는 2층 카페에서 찍었는지 도로방면을 자세하게 찍고 있었다. 여기저기 주차, 정차된 차들이 도로를 가득메우고 있었고 차 안에는 분명 사람들이 내리지 못한채 꼼짝못하고 있었다. 그런 차들 사이로 사람들이 도망치고 그들을 쫒는 감염자들. 바로 옆을 지나면서도 차안의 사람들을 인식못하고 도망가는 사람들만 따라가는 그들을 보면서 바위가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이해가 갔다.

" 그러네. 오빠, 그럼 소리만 안내면 안전한거야? "

잠시 생각한 바위가 말했다.

" 그건 아니야. 어떤 사실이 숨겨져 있는지 모르니까. 하지만 직접 마주치면 이런 사실들을 잘 기억해야해. 그게 우리의 목숨을 살릴꺼야. "

" 왜, 도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흑, 흐윽.. "

이미 고아원 출신의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한번쯤 버림받고 외면받아 본 기억들이 있었다. 하지만 서로 의지하며 형, 누나, 동생으로 가족같이 살아왔다. 하지만 그 상처는 결코 지울 수 없는 화인처럼 남아있다. 이제 사회에 나와 한 인간, 사회인으로 꿈을 펼치려는 은혜의 경우는 더욱 좌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누군가를 원망하기보다는 자신을 탓하는 그런 착한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씁쓸하게 웃으며 다독거리는 바위는 약간의 시간이 지나 진정된 은혜에게 위로를 건냈다.

" 금방 지나갈꺼야. 오빠만 믿어, 하하하.. "

분위기 전환을 위해 억지웃음을 짓는 바위의 마음을 느꼈는지 마음을 추스린 은혜가 눈가를 딱으며 입을 열었다.

" 그런데.. 이제 어쩌지? 남들처럼 생필품, 음식이라도 구해놔야 하는거 아니야? "

창문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오후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양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지나다니는 것을 본 은혜가 걱정스레 물어온다. 미처 그것까지 생각지 못한 바위는 지금 집에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떠올렸다.

즉석밥 8개들이 2개정도, 밑반찬은 몇일은 먹을수 있으리라. 그리고 라면 몇봉지가 다였다. 통조림은 바위도 형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아 구비된게 없었다.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쉰 바위가 말했다.

" 하아.. 아껴먹으면 일주일은 버틸 수 있을꺼야. "

요근래 이마에 찍한 바코드와 변화된 신체에 대해 신경쓰느라 그런 부분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바위는 자책을 했다. 그런 바위를 보며 기운차린 은혜가 우쭐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 헤헤, 그럴지 몰라서 내가 미리 장을 봐왔지. 통조림부터 즉석밥까지 남아 있는 것들을 최대한 긁어왔어. 그전에 있던 인스턴스 음식들도 꽤 있고 말이지. 우리끼리 버티면 한달도 가능할껄. "

" 그래? 잘했다, 잘했어. 하하하. 조금 안심이 되네. "

과장된 제스처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해주자 그제야 방긋 웃음짓는 은혜를 보며 과연 이사태가 언제까지 될지 속으로 걱정을 삼키는 바위였다. 더불어 친구들, 고아원까지 걱정이 미쳤다.

아까 저녁무렵 각각 통화를 해서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고아원은 시내와 떨어진 외진곳에 있어 그곳에서 나오지만 않는다면 크게 문제될것 없지만 친구들은 시내 한복판, 명운대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어 시비에 휩쓸린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또한 고아원의 특성상 항상 식재료를 넉넉히 구비해놓기에 문제가 없지만 친구들은 그런것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무래도 그쪽이 더 걱정이 컸다. 하지만 서울에서 괴질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없었기에 당장 큰 위험은 없을것이라는게 바위의 판단이었다.

" 일단 당장 오늘부터 은혜는 이 원룸건물을 되도록이면 벗어나지 말고, 무슨일이 있으면 바로 이방으로 달려와. 아니면 전화를 해. 알겠지? "

" 응. 알겠어. "

그렇게 다독여 은혜를 윗층으로 올려보내고 당장 내일부터 할일을 생각했다. 일단 친구들을 찾아가봐야 겠다. 내일도 분명히 생필품 사재기 대란이 이어질 것이 분명했기에 그들과 같이 움직이는게 나을듯 보였기 때문이다.

당장 은혜와 형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지금의 먹을거리만 있다고 이 사태에서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기에 나가서 호신물품이든 생활품이든 확보해야 했다. 물론 친구들을 안전이 걱정되기도 했고 말이다.

핸드폰을 들어 제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나마 이성적이고 머리가 잘돌아가는 친구였다.

" 나다, 지금 어디야? 도끼랑 같이 있다고? 그래? 흠.. 그래. 같이 가보자. 응, 금방이야. 그래, 거기서 보자. 알았다 조심하고, 내일보자. "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이 밝았다. 다른 날과 다름없는 태양이었지만 오늘은 그 느낌이 조금 달랐다. 오전 6시. 평소와 같이 일어나 은혜에게 문자를 남기고 집을 나섰다. 형에게는 어제 미리 말해 두었다.

아직은 한산한 거리. 어제의 분잡함은 어디로 갔는지 도로와 인도에는 개미새끼 한마리도 없었다. 평소 마주치던 환경미화원도 새벽같이 일을 나가던 아저씨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이 도시에 혼자만 남겨진 그런 느낌이었다.

휘융~ 펄럭펄럭.

텅빈 거리에 바람이 불어와 거리에 놓여있던 현수막을 쓸고 지나갔다. 그런 거리를 바라보다 바위는 자신의 목적지인 명운대 뒷문을 향해 매일하듯이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명운대 뒷문까지 제법 거리가 멀었지만 운동 겸 뛰어 도착한 시간은 삼십분이 채 지나지 않는 시간이었다. 바위는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주변을 돌아봤다. 이젠 바뀐 몸도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다. 뛰어오면서 본 자동차 몇대와 사람들이 간간이 보였지만 어제에 비하면 없는것이나 다름없는 풍경이었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제비에게 통화를 하려고 하는 찰나에 뒷문을 돌아 누군가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긴생머리를 가진 가냘픈 몸매의 여성 실루엣이었다. 해를 등지고 있어 정확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런 여자도 바위를 발견했는지 흠칫하며 발걸음을 멈췄다. 이내 조심스럽게 바위를 피해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고 움직였다. 그순간 드러난 그녀의 얼굴. 그녀였다.

" 아! 안녕하세요. 어제 그 편의점에서.. "

바위의 목소리를 듣고 멈춰선 그녀는 별다른 대꾸없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의 발걸음을 옮겨갔다. 뻘쭘해진 바위도 더 이상 그녀를 붙잡고 있을 수 없어 길을 비켜섰다.

그런 그녀가 학교 안으로 사라질때 까지 지켜보던 바위의 어깨를 누군가 쳤다.

" 야! 뭔 생각해? 불러도 대답도 없고? "

" 어? 어! 아냐. 늦었잖아. 자식들아! "

" 뭘 늦어. 정시구만. 여기서 이러지 말고 빨랑 움직이자. 마트 개장하겠다. "

" 아직 멀었어 7시도 안됐는데.. 지금 가면 두시간은 더 기다려야해. "

제비가 사실관계를 정확히 집어줬다. 그 소리에 도끼가 버럭 소리질렀다.

" 그럼 이 새벽부터 왜 모이자고 한거야? 씨바, 안그래도 어제 잠도 제대로 못잤는데.. "

나중에 들은 그 이유는 경남 마산이 고향인 도끼가 하루종일 통화가 안되는 부모님 걱정에 밤새도록 전화를 돌렸다고 했다. 경상도 쪽으로 향하는 통신회선은 오늘 새벽에야 겨우 풀렀다고 한다. 처음 알았다. 전화가 갑자기 몰리면 불통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도끼는 부모님과 통화가 되어 안전하다는 사실을 듣고서야 잠이 들었고 몇시간도 안되어 다시 깬것이었다. 투덜대는 도끼를 무시하고 제비가 바위에게 말했다.

" 그럼 일단 편의점부터 돌아보자. 남아있는 물건이 있는지 모르니까. "

" 오케이. 그럼 움직이자. "

" 잠깐, 남자 세명이라도 물건을 옮기는데에는 한계가 있어. 기다려봐. "

그렇게 말하고 어딘가로 뛰어간 제비가 끌고온 것은 공사장에서 쓰는 바퀴달린 팔레트였다.

" 제비, 너 이건 어디서 훔친거야? "

" 훔치긴 뭘 훔쳐 새꺄, 공사장에 버려진거 어제 잠깐 빌려왔지. 이게 있어야 무거운 물통도 옮길 수 있지. "

" 흠, 잘했다. 제비야. "

바위는 제비에게 칭찬을 해주자 당연하다는 듯이 가슴을 내밀고 말했다.

" 멍청하면 손발이 고생이라고, 이런 쉬운것들 좀 생각하면서 살자. 이 돌대가리들아. 크크큭. "

제비의 말에 크게 반박하지 못한 도끼와 바위는 제비의 뒤통수를 치며 서둘러 자리를 옮기려 했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아련히 괴성이 들려왔다.

그롸앗-!

순간 잘못들었나 싶어 도끼와 제비에게 눈을 돌렸다. 그네들도 마침 고개를 돌려 눈빛을 맞췄다.

잘못듣지 않았구나! 빠르게 괴성이 들려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 바라봤다.

이제 오전 출근시간때, 불과 한시간 전과 다르게 제법 사람들이 길거리를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들도 괴성을 들었는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시작은 먹자 골목에서 부터였다. 명운대 뒷문 근처에 늘어서 있는 음식점 골목을 대대로 학생들이 먹자골목이라 불렀다. 보통 새벽까지 장사를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문이 닫혀있었다. 대로와 가까운 곳을 1번 골목,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2번, 3번으로 나뉘는 골목들 사이로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그런 그들을 따라 하얀색의 무언가 쏜살같이 튀어나와 덮쳐나가고 있었다.

" 어, 뭐야? 저 옷.. 삼보대학병원 간호사 복장인데? "

얼마전에 그 병원 간호사와 만나 뜨거운 밤을 보냈다고 자랑하듯이 말했던 제비가 홀린듯 그 광경을 보며 말했다. 그 사이에 행인을 덮친 간호사 복장의 괴물은 밑에 깔려 이미 숨이 넘어갔는지 경련을 멈춘 시체를 버리고 주변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하얀옷 점점이 묻어있는 샛빨간 피자국과 얼굴의 대부분을 피로 물들이고 있는 예전에는 간호사였을 괴물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삼총사를 발견하고 뛰어왔다.

그제야 괴물의 정확한 모습을 파악할 수 있었다. 상의는 거의 벗겨지다시피 드러나 있었고 누군가 파먹은 듯한 상처가 쇄골과 가슴까지 이어져 근육과 뼈가 언듯 드러나 있었다. 브라가 벗겨질듯 말듯 결쳐져 있어 정상상태라면 충분히 보기 좋았을 상황이었지만 흘러내린 핏물과 회백색 눈동자, 괴성을 지르며 입을 쫘악 벌려 달려오는 그 모습은 도저히 그런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롸앗-! 캬앗-!

달리는 속도가 체감상 백미터 10초대에 끊을 수 있을 정도로 빨랐다. 어 하는 순간에 이미 삼총사의 바로 앞 몇미터에 도착하고 있었다.

" 시,시발.. 뭐야! "

순간적으로 패닉에 빠진 삼총사는 급히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몸이 굳어 순간적인 대처능력이 떨어졌다. 갑자기 도로에서 순식간에 트럭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면 몸이 굳는 현상과 비슷했다.

그때 바위가 한걸음 앞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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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개의 죽음(1) +3 18.06.18 3,131 3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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