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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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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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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6.1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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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5
추천
25
글자
20쪽

깊은 어둠속에서(1)

DUMMY

크라악! 그롸앗!

밤낮으로 울리는 괴성과 비명소리들. 커튼을 치고 귀를 막아 봐도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소리들이었다. 어제를 마지막으로 전화까지 막혀 외부에 연락할 방법이 사라진 지금. 남겨진 차돌오빠와 나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흘째. 바위오빠가 집을 나간 후 지난 날짜다. 전날 문자를 마지막으로 생사확인조차 되지 않는다. 하루가 일년같았다. 차돌오빠를 윗층으로 내방으로 데려갔다. 아무래도 높은 곳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었다.

바위오빠에게 알리면 성급하게 행동해 위험할 것 같아 말을 안한게 있었다. 여기 원룸촌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 생활을 강요하고 있다. 그들은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매일 찾아왔다. 무서웠다.

그들은 나름의 방위수단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커튼사이로 좀비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비록 따로 떨어진 한마리를 잡기위해 다섯이상이 달라붙어 싸우고 있었지만 처절하고 위험해 보였다. 그런 모습에 바위오빠의 늠름한 모습이 더욱더 그리워졌다.

오늘 오전, 누군가 찾아왔다. 옆집 젊은 아가씨였다. 여기로 이사오고 몇번 마주친 기억이 있었다. 뭔가 꺼림칙 했지만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워 문을 열어주었다. 그 순간 그 원룸연합이라는 패거리들이 들이닥쳤다.

잠시 후 은혜의 원룸이 숙대밭이 되었다. 문이란 문은 다 열려 있었고 뒤진 흔적이 여기저기 나있다. 아직도 여러명의 남자들이 신발을 신은채 들어와 거칠게 이것저것 챙기고 있었다. 주로 은혜가 모아놓은 음식과 물이었다.

" 하, 쌍년. 그러니 진작에 우리 연합에 들어오면 좀 좋아? 이렇게 머리까지 쓰게 만들어? "

짝-! 악!

머리채를 붙잡고 쪼그리고 앉은 남자가 은혜의 뺨을 후려쳤다. 그런 모습에 차돌이 어슬프게 달려들었다.

아아! 퍽! 차돌이 가슴을 얻어맞고 쓰러진다.

" 뭐야, 이 병신은? 니 서방이야? 오호, 이년 꽤 반반한데? "

은혜를 붙잡고 있던 남자가 은혜의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얼굴에 미소가 걸린다. 더러운 욕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다.

" 야, 아 저새끼 또 저런다. 지랄하지 말고 챙길건 다 챙겼다. 가자. "

" 그, 그래요. 오빠. 우리 목적이··· "

은혜의 원룸 문을 열게 만든 그녀가 위축된 얼굴로 동의했다.

" 닥쳐, 쌍년아. 너혼자 우릴 전부 만족시킬 수 있겠어? 힘든일은 나눠야지? 안그래? "

은혜를 보며 느끼한 웃음을 짓는다. 오랫동안 이빨을 안 닦았는지 누렇게 변색된 그것에 고추가루가 끼어있었다. 욕지기가 치민 은혜는 고개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잡힌 머리채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 니들 먼저 나가 있어. 난 먼저 일 좀 보고 갈테니. 크크큭. "

" 야, 야. 가자. 저거 눈깔 돌면 아무것도 안보이잖아. 지랄발광하다 힘빠지면 기어나오겠지. 흐흐. "

몇몇이 아쉬운 눈빛으로 은혜를 힐끗보다 이내 발길을 돌렸다. 그런 그들을 보며 누렁니가 차돌을 가리키며 말했다.

" 야, 저 병신도 데리고가. 혹시 모르니 좀비들이 덤비면 제물로 던져주고. "

" 흐흐, 당연하지. "

아직도 쓰러져 신음을 흘리고 있는 차돌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끌고 나가려고 했다.

" 하지마! 오빠를 내려놔! 살려주세요! "

그 모습에 은혜가 남자의 손을 물어 뜯으려 달려들면서 소리쳤다. 하지만 남자는 재빨리 손을 빼는 동시에 달려드는 은혜를 후려쳤다.

짜악!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은혜가 쓰러지자 그 위에 올라탄 남자가 외쳤다.

" 크큭, 지금 세상이 바꿨어? 너를 이 좆같은 세상에서 구해주려고 내가 온거라고, 알겠어? 소리쳐도 아무도 오지않는단 말이다. 쌍년아, 반항은 여기까지다. "

완전히 반항기를 죽이려는 듯이 손을 쳐들고 내리치려는 순간, 아래층에서 소란이 일었다.

" 악! 너희들 뭐야? 구조대야? "

소란은 순식간에 가까워져 은혜의 원룸까지 올라왔다. 물건을 옮기던 남자들이 슬그머니 물건들을 내려놓고 올라오는 무언가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각자 횟칼부터 야구방망이까지 다양한 무기들을 들어올렸다. 누렁니도 은혜에게서 떨어져 자신의 무기인 식칼을 빼들고 문밖으로 집중했다.

소란의 원인은 금방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간 뉴스에서 본적이 있는 특수기동대의 복장인 검은색 수트와 헬멧을 착용한 인원이었다. 그들 중 가장 앞쪽에 서서 올라오던 사람이 그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 여기도 없네. 쯧, 쓰레기 집합소인가? "

은혜의 비명소리를 듣고 찾아온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천둥이었다. 생존자들에게 정보를 전하면서 미각성 사이퍼와 회주가 찾고 있는 몇몇 인물들을 탐색하는 임무를 수행중에 있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중 사이퍼 재질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천둥은 이미 여러곳을 다니며 별의별 인간의 군상을 보아오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중심으로 탄탄한 조직을 구성한 곳도 있었고 자포자기하며 약탈, 방화, 강간을 저지르는 인간들까지 인간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을 수 없이 보았다. 이곳도 약육강식의 방식으로 힘있는 자가 모든것을 빼앗는 집단인듯 했다.

원룸안에 쓰러져 있는 여자와 남자를 보며 이자들이 어떤 짓을 저지르려고 하는지 뻔히 보였다.

" 물건은 내려놓고 꺼져라. 십초주겠다. 아니면 모두 팔다리중 하나는 내놓고 꺼져야 할거야. "

천둥이 싸늘하게 말했다. 누렁니가 식칼을 휘두르며 흥분했다.

" 이 새끼들이! 니들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야! "

그의 동료들이 그런 그를 말리며 소근거렸다.

" 야, 씨발. 저 새끼들 복장이랑 장비봐라. 존나 전문적인데.. 덤벼들지도 못하겠다. 그냥 가자. 괜히 덤볐다가 골병들지 말고. "

그들도 눈이 있었다. 검은색 수트외에 손에 들고 있는 무기는 척봐도 위험해 보였다. 특히 맨앞에서 위협하듯 말하고 있는 남자의 허리춤에 걸린 환도는 금방이라도 자신들의 팔다리를 잘라버릴 듯 날카로워 보였다.

어느정도 의견 일치를 보았는지 더듬더듬 물러서며 상대의 눈치를 봤다. 어느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나지막히 욕을 하며 돌아섰다.

" 이 새끼들, 두고보자. 결코 가만두지 않을꺼야! "

천둥은 그런 그들을 무시하고는 엉망이 된 원룸의 문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 괜찮아요? 그 놈들 도망갔어요. 안심하세요. "

충격에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은혜는 어느정도 상황파악이 되자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다.

"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흑흑.. "

약간의 공포와 불안을 눈에 담고 천둥을 바라본 은혜는 기다시피 해서 쓰러져 있는 차돌에게 다가가 얼굴을 쓰다듬으며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 헤.. 에, 괘,괜찮..아..? "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며 물어오는 차돌의 말에 또 한번 울음이 터졋다. 자신을 위해 몸을 던진 그가 너무 고맙고 미안한 것이다. 그런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던 물건을 안으로 옮겨주며 천둥이 조용히 말했다.

" 휴우, 우리는 여기 오래 있지 못해요. 당분간 누가 오더라도 문을 열어 주지 마세요. 아마 조만간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육군사관학교를 기점으로 서울 북동쪽 쉘터가 자리를 잡을겁니다. 그때까지 버티세요. "

아직 계획조차 되지 않은 미래의 정보였다. 적어도 몇주는 지나야 가능하겠지만 이들에게는 그런 희망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천둥은 그녀에게 사실을 말해주었다.

" 가자. 일을 마무리 해야지. "

고개를 끄덕이는 은혜를 뒤로하고 원룸의 문을 닫아준 천둥은 다음 행선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멀지 않은 곳에 마에스트로가 있다는 정보였다.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빨리 움직여야 했다.

천둥은 알지 못했지만 이후 전세계 역사의 가장 큰 변곡점을 만드는 순간이었다.


그롸라앗! 하앗! 퍼억!

바위가 짧은 기합과 함께 내지른 주먹에 마지막 한마리의 좀비가 머리를 잃어버렸다. 이젠 거의 좀비킬러라고 해도 무리없을 정도로 숙련된 자세와 실적이었다.

" 헉,헉.. 이젠 무리야. 좀 쉬자. 제발.. "

제비가 바위의 뒤를 따라오며 사정했다. 그 일행들은 다행히 크게 다친것 같지 않았지만 전신이 좀비의 체액과 피로 엉망이었다. 제비가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좀비의 체액을 털어내며 다시 말했다.

" 도대체 몇마리나 죽였는지 모르겠다. 이대로 가다면 분명히 사고가 날꺼야. 우린 사람이라고 너처럼 돌덩이가 아니라고! "

" 그래, 이젠 좀 쉬자. 후우.. 이거 너무 오랜만에 몸을 썼나. 온몸이 욱신거리네. "

가장 선두에서 일행을 보호하며 좀비와 투닥거린 도끼도 어깨를 주무르며 동의했다. 거듭되는 일행의 요청에 바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침 멀리 떨어지지 않은 편의점을 가르켰다.

" 흠. 그럼 저기서 잠깐 쉬도록 하자. 다희는 좀 어때? 할만해? "

" 우우.. 십년지기 친구보다 안지 얼마안된 여인을 먼저 챙기다니. 이 배신자여. "

" 쓸데없는 소리는.. 자식들. "

건장한 남자들도 힘든 일정이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좀비때들, 순간 방심하면 물려 좀비가 될 수 있다는 공포, 심지어 건물 안에서 그들을 보고 뛰어내리며 공격을 하는 좀비들까지 상대하며 여기까지 온 결정적인 역할의 바위가 없었다면 이미 그들은 전멸하고도 남았으리라.

일단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좀비는 다 처리했다. 가끔 그들을 지켜보는 눈길들이 느껴졌지만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여기 있는 수많은 건물들 중 몇몇에는 분명히 아직도 살아있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을 이미 그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소란을 그냥 넘기지 않으리라. 그들 나름의 생존법이 있을 것이 분명했기에 그들의 안전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바에는 신경쓰지 않는게 나았다.

고작 몇미터 떨어지지 않은 편의점 이었지만 긴장을 유지한채 움직이는 일행들에게는 몇십미터의 거리보다 멀게 느껴졌다. 도착한 편의점은 잠겨 있었다.

" 하아, 그 짧은 시간에 알뜰하게도 잠궈놨네. "

그러고 보니 편의점 내부에 있는 물건들은 아직도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문이 잠겨 있는 탓이었다. 누군가 침입하려고 한 흔적은 보였지만 통유리를 깨고 들어가기에는 소리가 너무 커 포기한 것이 분명했다.

" 나와봐. 내가 열어볼께. "

여기까지 오면서 한번더 신체변화를 느꼈던 바위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편의점 출입문 손잡이에 걸려있는 쇠사슬을 양손으로 잡았다. 굵은 체인으로 손잡이를 감아 자물쇠로 채운 형태였다.

흐읍! 두두둑!

굵은 쇠사슬의 용접부분이 서서히 벌어지면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자 편의점 문이 활짝 열렸다.

" 헐, 우와! 너 이젠 좀비보다 네가 더 괴물같다. 진짜 너는 절대 좀비가 되지마라. 누가 널 감당하겠냐. "

" 하하하. 도끼야. 어짜피 인간은 총앞에 평등하단다. 쓸데없는 걱정보다 저기 생수로 일단 머리부터 감자. 찝찝해서 안되겠다. "

제비가 도끼에게 핀잔을 주며 편의점으로 들어서 아직 전기가 들어오는 냉장고를 열고 생수를 꺼내들었다. 그렇게 다희까지 합세해 편의점을 털고 있을 무렵 누군가 슬그머니 편의점안으로 들어왔다.

" 너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

생수를 마시고 있던 바위가 가장 먼저 그것을 발견하고 물었다. 고작 나이가 열살 조금 넘었을까 하는 꼬마 둘이었다. 눈깔상태를 보니 좀비는 아니었기에 안심했다. 바위도 아직 어린아이들이 좀비로 변한 모습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고아원 아이들이 생각이 나서였다. 그래서 그런 좀비들은 웬만하면 도끼와 제비가 처리했다.

머뭇거리며 다가온 꼬마중 그나마 덩치가 큰 아이가 입을 열었다.

" 여기 음식들 좀 가져갈 수 있을까요? 어짜피 다 가져가실것도 아니잖아요. "

꽤나 똘망똘망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꼬마를 보며 피식 웃음을 지은 바위가 말했다.

" 얼마든지. 단.. "

바위가 말을 끊자 긴장한 채 바위를 올려다 보는 아이들이었다.

" 인스턴스 음식은 이미 상했을테니 통조림이나 라면등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들을 챙겨. "

" 네! 감사합니다. 인수야, 너두 어서 인사드려. "

" 응, 감사합니다. 아저씨. "

그런 꼬마형제를 조금은 안타깝게 본 바위는 카운터에서 커다란 봉지를 꺼내 건내며 어서 담으라고 말했다. 꼬마들은 허겁지겁 움직이며 자세히 보지도 않고 무조건 많이 담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꼬마들이 과연 들고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 얘들아. 너희들 이렇게 많이 들고 갈 수 있겠어? 너희 어디에서 지내고 있지? 아빠, 엄마는? "

그런 모습이 조금 걱정이 되었는지 도끼가 질문을 던졌다.

" 네, 저기 저 건물에서 살고 있어요. 어제 아빠, 엄마가 먹을것 구하러 나가셔서요. 금방 오신다고 하셨어요. "

순진한 그 대답에 도끼는 침음을 흘리며 말문이 막혔다. 그 아이들이 가리킨 곳은 불과 몇분전에 지나온 건물 중 하나였고 십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아마 어제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은 이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도끼가 측은지심을 느끼며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제비가 나섰다.

" 그래, 일단 최대한 물건을 담아서 조금만 더 조용히 기다려야 해. 얼마후에 나쁜 괴물들을 물리치고 어른들이 구하러 올거야. 알았지? "

" 네, 엄마도 그렇게 말했어요. 우리 조용히 소리도 내지 않고 둘이 지낼 수 있어요. 헤헤. "

" 그래, 자 이 물건들은 우리가 들어줄테니 집으로 같이가자. "

그렇게 합심해 아이가 지내는 집까지 편의점 물건들 중에 생존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옮겨준 일행은 한동안 대화가 없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것은 제비였다.

" 어쩔 수 없어. 아이들까지 데리고 다닐 수 없어. 씨발.. "

" 그래, 니미 좆도.. 너무 잘 알아서 씨발 욕나오네. 하아.. 젠장할.. "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다희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아이가 지내는 곳을 바라보고는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바위는 집에 남겨진 형과 은혜가 걱정이 되어 다른이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남아 있는 물품 몇개를 챙기고 문 손잡이에 감겨져 있던 굵은 쇠사슬을 바위가 챙겼다.

" 그건 왜 챙기는 거야? "

" 어, 쓸려고.. 나도 무기가 있어야지. "

그동안 두주먹과 발로만 좀비를 상대해도 별문제가 없었기에 무기를 챙기는 바위를 다들 신기하게 쳐다봤다.

" 헐, 무기까지? 그럼 얼마나 더 강해지는 거냐. "

" 바위가 강해져야 우리도 살아남지. 근데 그걸로 되겠어? "

말없이 제법 긴 쇠사슬을 오른손에 감아 주먹을 몇번 쥐어본 바위는 나머지 부분을 팔뚝으로 감아 마무리했다. 쇠사슬 감긴 주먹은 기존보다 몇배는 더 커진 느낌이었다. 거기에 쇠 특유의 빛깔과 거친 질감은 엄청난 박력을 주었다.

" 휴, 저 주먹에 맞을 좀비들이 왠지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오바겠지. "

" 그러게.. "

다희는 말없이 몽롱한 표정으로 그런 바위를 힐끔거리며 훔쳐보고 있었다.

" 근데 바위야. 너 키가 좀 커진거 같다? 아니 느낌이 그런가? "

" 흠.. 글쎄. 내가 보기에는 별 차이 없는데? "

" 아냐. 도끼 너야, 거의 이십센티 차이가 나서 잘 모르겠지만 난 많이 차이가 안나서 금방 느낌이 오는데? 의외로 내가 이런데 좀 민감하다. "

180센티정도의 제비가 190센티의 바위를 보며 가까이 다가가 키를 얼추 재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자자, 이제 충분히 쉬었으니 빨리 가자. 형님이랑 은혜가 기다리고 있다잖아. 고고.. "

도끼가 휴식으로 충분히 충전이 되었는지 기력이 넘치는 목소리로 재촉했다.

바위는 그런 일행들을 보고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안전하게 지내고 있겠지? 생필품은 아직 여유가 있으리라. 연락이 안되는게 이렇게 불편하고 불안할지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멀지 않았다. 가족을 만날 시간이...


하아아..

어둠속에서 다시 태어났다. 살아생전에 느꼈던 고통은 이제 없었다. 기분좋은 무언가가 전신을 휘감아 돌고 있었다. 한치도 안보이는 이 공간의 먼지 한톨까지 느낄 정도로 무언가 다른 생명체가 된 듯했다.

얼마전 함께 다니던 무리들에게 버림받은 사실은 마치 몇십년전에 일어난 작은 사건처럼 느껴졌다. 좀비에게 어깨가 물려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 동료라고 생각하던 인간들은 적으로 돌변했다. 그리고 이곳에 버려졌다. 버려지는 과정에서 팔다리가 부러지고 뒤통사가 깨진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 크큭, 나라도 그랬겠지. 살아야지. 무슨 수를 쓰던지 말야. "

다시 태어나면 모든 것이 원상복구되었다.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 먹고 싶다. 인간을..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쓰레기 썩는 냄새가 풍겼다. 뒷골목 쓰레기 처리장인듯 했다. 그래, 애초 내가 태어난 곳도 이런 곳이다. 이것은 운명이다. 불우한 어린시절은 오히려 행복한 기억이다.

날이 어둡다. 새벽인가? 어디선가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비릿한 냄새도 공기를 타고 후각을 찔러온다. 어디지? 이 배고픔이 몇배나 심해졌다. 멀지 않구나.

어두운 건물들 사이에서 천천히 걸어나오자 소리의 위치가 선명해진다. 저기구나. 거리에는 온갖 형태의 좀비들이 이리저리 치이고 다녔다. 그것들을 본 순간 느꼈다.

" 저 건물 안에 있는 음식을 가져와라. "

그워어어.. 크롸앗!

주변에 보이는 모든 좀비들이 건물쪽으로 몸을 돌려 달렸다. 하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머리를 쓸줄 모르는 좀비들은 문을 열 수 없다.

" 비켜라, 쓸모없는 것들. 쯧. "

잠겨있는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느껴졌다. 힘을 주었다.

꽈드득!

문이 통째로 떨어져 나갔다. 그제야 좀비들이 건물 안으로 우르르 몰려들어갔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좀비들로 건물안에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소리를 따라 천천히 건물안으로 들어섰다. 얼마가지 않아 구석에 몰려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남녀가 보였다. 막 정사를 치른 직후인지 옷을 걸치지 않은 그 상태로 패닉에 빠져 있었다.

좀비들은 그런 그들을 공격하지 않고 대기중이었다. 그것들의 습성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좀비들을 지나쳐 남녀의 앞에 섰다.

" 사,사람? 어째서··· "

그나마 남자가 정신을 차린듯 이 상황이 이해가 안되는지 혼란스런 눈빛으로 물었다. 하지만 답을 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힘을 써서 그런지 배고픔이 절정에 달했다. 당장 저 뽀얀 살결을 뜯어 배를 채우고 싶은 욕구 뿐이었다. 그렇게 손을 들었다.

" 어,어! 무,뭐야! "

손짓에 따라 남자가 둥실 떠올라 다가온다. 입맛을 다신다. 가장 부드러운 뱃살이 눈앞에 떠 있었다. 입을 크게 벌려 살덩이를 뜯었다.

끄아악! 푸왁!

뜨거운 핏물이 혀를 적시며 목구멍을 넘어갔다. 하아.. 그래 이거야. 정신없이 탐했다. 사내의 내장과 심장까지 먹어치우고 나서야 이성이 돌아왔다. 나머지는 뒤쪽 좀비들에게 넘겼다. 아직 한마리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아쉽지 않았다.

여자는 비현실적인 광경에 정신을 놓았는지 대소변을 동시에 지리고 눈까지 돌아가 있었다. 뭐 상관없겠지. 서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부드러운 육질의 고기를 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그날의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살아생전 어느 식사보다 더한 만족감과 포만감을 주었다. 이건 마약보다 더한 중독성이 있었다. 그렇게 인간이 가진 리미트가 해제되는 이순간 난 변했다.

나는 둠스터, 너희들의 생사를 결정짓는 재판관이다. 더 이상 인간 강동휘는 없다.

만족스런 최초의 식사를 끝낸 그의 이마에는 빨간색의 바코드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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