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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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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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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6.1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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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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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9쪽

아포칼립소(4)

DUMMY

콰르릉! 두두둑! 쾅! 쾅!

클레이모어가 터지는 소리와 자동소총의 콩볶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이곳은 철원의 한 38선 철책부근이었다.

" 대대장님, 일소대, 삼소대 부근이 완전히 밀렸다고 합니다. "

" 대대장님, 4F 부근에서 세자리숫자의 좀비무리가 접근중이라 합니다. "

" 대대장님··· "

쾅! 야전철제 책상을 내리친 사내, 무궁화 두개를 견착한 대대장은 3사단 백골부대 18보병연대 1대대를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입에서 담배가 떨어져 버린것도 모를정도로 흥분하고 있는 그는 지금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지금도 최전선에서는 자식같은 대대의 병사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현실때문이었다.

" 도대체 포병연대, 이 개새끼들은 언제쯤 도착하는 거야! 통신병! 통신병! "

" 네! 상병.. "

" 아직도 포병얘들 회신이 없나? 엉? "

통신병의 관등성명도 듣지 않고 재촉하는 대대장의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다. 자신의 자식같은 병사들이 저 빌어먹을 좀비들의 먹이감으로 전락하는 이 순간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대장의 질문에 상병이 급히 대답을 했다.

" 아닙니다. 방금 통신연결 되었습니다. 퇴각명령도 떨어졌습니다. "

" 그럼 당장 우리 얘들 퇴각하라고 통신 때려! 당장! "

그 명령에 막사에 있던 서너명의 통신병들이 각자 통신기를 들고 여기저기 연결을 해 후퇴명령을 내리는 것을 지켜보던 대대장은 겨우 한숨을 돌리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을 뒤로하고 야전지휘관내에 비치되어 있는 군용지도로 눈을 돌린 대대장은 흥분을 가라앉히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 너무 이상해. 좀비들이 왜 이렇게 조직적으로 공격하는 거지? 마치 누군가가 지시를 내리는 것처럼.. '

대대장은 바닥에 떨어져 버린 담배 대신해 새로운 것을 빼들어 물고 잘근잘근 씹으며 불을 붙일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초조한 표정이었다.

본래는 그동안은 탄약만 충분히 공급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좀비들이 들어왔다. 많아도 두자리 숫자내의 좀비때가 남하하거나 수시로 한두마리가 넘어오는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상황이 급변했다. 마치 누군가 작전을 짜서 공격하듯이, 조직적으로 변한 것이다.

그날 밤, 정확히 엊그제 저녁, 무려 네자리 숫자에 달하는 좀비때의 첫번째 야습에서 대대병력의 20%를 잃은 대대장은 뒤로 전선을 물려 재정비하고 포병연대에 지원을 요청했다.

평균적으로 1개 대대의 총병력은 500명에서 많아야 1000명정도였다. 그중 전방에서 보초중이던 3개소대, 백명이상이 그날 전사한 것이다. 이쪽의 병력 손실은 좀비의 병력증강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싸움이다. 그런 불리한 싸움에서 미처 정비를 하기도 전에 대대적인 침공이 시작되었고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이다.

" 대대장님 모두 퇴각을 완료했다고 합니다. "

상념에 잠겨있던 대대장의 귓가에 통신병의 보고가 들려왔다. 바로 지시를 내렸다.

" 그럼 포병얘들 한테 통신넣어. 쑥대밭을 만들라고. "

꽈릉! 꽈릉! 삐이익-! 삐익!

잠시후 휘파람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KH178 견인곡사포가 불뿜는 소리와 함께 105미리 포탄이 대기를 가르며 날아가며 공기와 마찰하는 소리였다. 몇초도 지나지 않아 멀리서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우뢰처럼 사방을 휩쓸고 지나갔다. 1차 사격이 끝나고 약간의 시간을 두고 2차사격이 준비되고 다시 천지가 울리는 소리가 퍼져나갔다.

이로써 1차 좀비공습은 막아낼 수 있으리라. 하지만 대대장의 심기는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다. 왜인지 알수없는 불길한 기운과 숨막히는 공기가 이 전장을 휘감아 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북한은··· 완전히 휩쓸려갔다고 합니다. 중국 단둥지역에서 다섯자리이상 규모의 감염자들이 북한경계를 넘어 일시에 남진했다고 합니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북한정권이 불과 몇일사이에··· "

군복을 입은 장군에게 보고를 받고 있는 장년인은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다. 이곳에 불과 얼마전에 모여 감염자에 대한 대책을 나누던 인물의 대다수가 다시 모여 있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실세들이었다.

쾅!

며칠사이에 수척해진 문희수 대통령이 회의실 탁자를 내리치며 고함쳤다.

" 도대체! 이 지경이 될 동안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요!! "

애초에 사안의 중대성을 너무 낮게 평가한 탓이다. 그나마 상식선에서 조치를 하긴 했지만 이정도로 크게 번질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나마 일찍 파악해 초동대처를 한 덕분에 기반시설과 군사시설, 중요시설등은 지켜낼 수 있었다. 문제는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국민들의 생사였다.

" ···. 지금 전군이 비상상태로 각 주요도시를 수복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솔직히 많이 힘듭니다. 각하. "

육군참모총장이 고개를 숙이며 보고를 마쳤다. 도시안으로 진입하기 어려웠다. 좀비들의 호전성과 감염되면 좀비가 된다는 공포가 전군에 퍼져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외곽에서 천천히 깍아들어가면서 접근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제까지 보고된 내용을 종합하면 위로는 북한의 붕괴로 그 감염자들이 계속 남하하고 있는 상황, 38선 부근의 주둔방위부대가 필사적으로 막고 있지만 대대적인 병력충원을 하지 않는 이상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거기에 더해 청도에서 귀국한 사람들을 입원시켜놓은 병원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확산되면서 인구 천만명의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이 단 몇일사이에 좀비들의 소굴이 되었다. 그뿐 아니라 어디서 새어나갔는지 최초로 감염자가 발생한 대구를 포함해 주요도시에도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현재 국방연구소에서 저명한 대학교수 및 연구원들이 지속적인 연구를 하고 있지만 몇가지 사실만 유추할 뿐 감염 바이러스의 존재유무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면 발전소, 상하수도 종말처리장, 주요 공장과 비행장등은 사수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좀비가 늘어나고 방어병력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면 시한폭탄과 다름없었다.

심지어 청와대와 국회의사당조차도 방어가 불가능해 이렇게 강화도로 지휘부가 옮겨 온 상태였다. 본래라면 제주도로 가야 했지만 중국관광객이 많은 그곳은 서울보다 더 일찍 좀비들로 점령되어 있는 상태였다.

" 전세계가 좀비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진원지인 중국 청도의 국제공항을 타고 각국으로 번진게 가장 큰 이유라고 보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가장 안전한 지역은 아프리카로 수많은 사람들이 망명 신청을··· "

" 그래서 망명이라도 하겠다는 거요!? 당신의 조국은 이곳 대한민국이 아니오! "

뒤이어 세계정세를 보고 하고 있던 국정원 제2차장이 대통령의 역정에 고개를 숙이며 말을 끊었다. 그런 모습에 혀를 차며 대통령이 다시 물었다.

" 쯔쯧, WHO와 미국, 러시아, EU의 동태는 어떻소? "

" WHO에서는 아직도 답변이 오고 있지 않고, 각 나라는 현재 각국의 좀비사태 정리에 신경쓰기 바쁘다고···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모양입니다. "

문희수 대통령이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쉬고는 다른 인물에게 질문을 했다.

" 휴, 국내 기업들의 현재 상태는? 생필품등 보급 현황은 어떻소? "

" 다행히 미리 지시 해놓은 놓은 덕분에 최소 일년정도는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기업들도 자구책을 마련해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이것 역시 시간문제입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

정무수석의 답변이었다. 하늘이 무너졌는데 쏟아날 구멍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국내외적으로 고립된 것이나 마찬가지. 그나마 다행인것은 삼면이 바다인 덕분에 북측만 잘 막으면 유입되는 좀비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반대로 보면 이땅에서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미 몇몇 섬밖에 남지않은 옆나라 일본처럼..

" 주요도시의 수복을 위해 201특공여단과 수도방위사령부 및 각 향토방위부대의 합동작전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먼저 지도를 보시면 약 수십개의 종합운동장을 위주로 쉘터를 구축해 각 도시에 남아있는 국민들을 대피시키는 1차 작전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작전에 대대적인 토벌을··· "

스크린에 펼쳐진 전국지도에 빨간색으로 마크가 되는 곳은 종합운동장이었다. 수십개가 아니라 백개는 넘을 듯 보였다. 아마 수십개라 말한 이유는 저들중 선별된 곳만 운용할 예정일 것이다.

" 아직 방송시설이 작동하고 있으니 우선은 이런 정보를 전달하고 군대를 진입시켜 길을 만들어야.. "

그때 누군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와 정무수석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심각한 표정의 정무수석은 보고를 하고 있던 국방장관을 바라봤다.

" 지금··· 방송국등 통신시설이 마비되었다고 합니다. 하수종말처리장이나 발전소는 외곽에 있어 방위가 어렵지 않지만, 통신시설은 그렇지 않으니 이제껏 버틴것만 해도.. 그러니 작전 수정이 필요할 듯합니다. 또한 발전소를 지켰지만 중계기가 끊어져 많은 지역들이 전기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서둘러 주셔야 합니다. "

" 하아. 좋습니다. 최대한 서두르겠습니다. "

" 단 몇일만에 이렇게··· 모두 최선을 다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이만 회의는 마치겠습니다. 국방장관, 합참의장님은 잠시 따로 뵙도록 하죠. 이상입니다. "

국방장관의 브리핑까지 끝이나자 문희수 대통령은 회의를 마치고 일어났다. 그 뒤를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뒤따르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회의가 끝났음에도 장내에 있던 장성들 중 그 누구도 먼저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각자 깊은 고민과 생각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그것이 나라를 위한것인지 자신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진짜 시련은 천천히 그러나 어둠속에서 확실히 한발짝씩 은밀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강남의 노른자라 불렸던 동네, 신사동에 위치한 한 도로가에 지어진 10층높이의 빌딩. 시가로 따지면 수백억이 넘어가는 이 건물의 최상층에서 휠체어에 앉아 투명한 유리를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는 소녀가 있었다. 이 방의 정적인 분위기와 다르게 바깥의 세상은 다이나믹을 넘어 처절했다.

도로 중간중간에 무언가를 들이박고 세워진 자동차들, 그 사이로 언듯보이는 시체조각과 핏덩이들. 그것들을 두고 흘러 굳어버린 갈색의 핏줄기까지 세상은 지옥처럼 변해있었다. 그것들을 헤치며 움직이는 것들은 전부 감염자, 좀비들이었다.

그워어어. 그어억..

어디에서 와서 어디를 가고 있는 걸까. 수십마리가 뒤엉켜 도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과 다르게 움직이는 개체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한방향으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몇번의 무리들이 지나갔는지 모른다.

반복되는 풍경에 눈을 떼고 들고 있는 작은 책, 일기장을 들어올리는 소녀였다. 그 일기장에는 알 수 없는 기호들과 한글들이 썩여 있었다. 소녀가 어린 시절 만든 자기만의 언어였다.

" .. 감염자가 발생하고 몇일이 지났다. 아직 이 건물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무섭다. 두렵다. 언제쯤 예전처럼 꽃꽂이를 하면서 해지는 저녁의 일상을 느낄 수 있을까. 오늘 통신과 전기가 끊겼다. 많은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이 욕을 하고 다툼을 벌이다 건물밖으로 나가버렸다. 저 사람들도 이젠 못보겠지? .... "

거기까지 읽었을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쌍둥이 남자, 천둥라는 별칭을 가진 전격능력자가 들어섰다.

" 회주, 예언대로 통신과 전기가 오늘 아침부터 끊겼어요. 준비한 중형 발전기와 태양열 발전기를 가동하고 원거리 무전기를 대원들에게 전달했어요. "

" 수고했어요. 대한씨, 이제 어쩌면 좋을까요? "

갑작스런 그녀의 물음에 말문이 막힌 썬더, 김대한이 잠시후 입을 열어 대답했다.

" 우리는 회주의 명령만 생각하고 행동할 뿐입니다. 당신이 마지막 희망이라 모두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김대한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천둥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

천둥와 그의 쌍둥이 여동생은 회주 그녀가 아니었으면 지금도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몰랐다. 아니 아마 저 좀비들 틈에서 같이 움직이고 있겠지. 아니면 무리를 만들어서 어디서 짱박혀 지내고 있을까? 어쨌거나 오랫동안 생존은 힘들것이다.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말이다.

회주는 오랫동안 이 상황을 준비했다. 그녀의 아버지에게 투자를 받아 돈을 불리고 이 건물을 매입하고 개조까지. 그리고 수많은 생필품을 지하창고에 가득 쌓아놓고 사람을 찾아 자신의 무리로 끌어들이고.. 같은 싸이퍼임에도 그녀는 특별했다.

그녀의 능력을 정확히 몰라도 미래를 예언하고 준비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봐온 그는 이미 회주의 말이면 절대복종을 외치고 있었다. 물론 약간 사적인 감정도 있었지만 그건 곁가지였다.

" 네, 천둥. 혹시 그 사람들은 찾았나요? "

" 네, 회주. 마에스트로(Maestro)는 흔적을 찾아 쫒고 있고, 그 드레드노트(Dreadnought)는 아직도.. "

" 급한 일입니다. 다른 일보다 우선적으로 그들을 찾아주세요. 그 중.. 드레드노트는 현장에서 사살할 수 있으면 사살까지 허가하겠어요. "

천둥은 회주가 누군가를 죽이라고 말한 것을 그녀를 따른 몇년간 들어본적이 없었다. 회주의 성격상 누구를 헤치는 것을 극도로 꺼렸기에 놀라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 그.. 정도로 위험한 인물입니까? 우리편이 아니면 사살해야 할 정도로? "

회주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실제로 일기장의 절반이상이 그가 어떤짓을 저질렀는지 적혀있을 정도로 움직이는 재앙 그 자체였다.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천둥의 입장은 당혹감만 가득할 뿐이었다.

그녀, 회주의 일기장. 약 5년전에 각성을 했고 비슷한 시기에 이 일기장을 얻었다.

- 희망은 절망의 부산물과 같다. 절망의 크기가 커지면 그만큼 희망도 부스러기처럼 떨어져 사람들에게 각인된다. 하지만 절망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허무, 좌절, 비애, 포기만이 가득한 세상. 지금 이것을 보고 있는 나의 어릴적 내 자신아. 부디 절망이 모든것을 삼키기 전에 인간을 구원해다오. 이 세상은 이미 멸망했다. 하지만 너의 세상은 이제 시작일 것이니.. 너와 나의 일기장으로 세상에 한줄기 빛이라도 내려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절망의 끝에서··· 타임워커 임나연이.

일기장 가장 맨앞의 페이지에 적혀 있던 글이었다. 나연은 어린시절부터 일기를 써온 자신의 필체가 똑같고 심지어 누군가 자신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을 싫어해 자산이 만든 암호형식으로 쓴 자신의 일기장과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일기장이 자신의 비밀장소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처음 이것을 얻었을때는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일기장에 쓰인 내용이 현실에 그대로 반영이 되자 도저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중 가장 큰 충격은 사이퍼, 바코드의 존재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좀비사태였다.

어릴적부터 몸이 약하고 유전병을 앓고 있던 나연은 평생을 휠체어와 함게 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준재벌정도의 기업가였지만 그녀의 병을 완벽하게 고칠 수 없었다. 그럼에도 10살을 넘기기 어렵다고 선고를 받은 나연이 19세까지 살아남은 것은 아버지의 노력이 컸다.

그리고 그날 그녀가 죽었다. 다시 살아났다. 이마에 바코드를 찍고 말이다. 병도 완치됐다. 하지만 휠체어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 편이 더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능력은 시간계열 싸이퍼였다. 사이퍼는 바코드가 찍힌 능력자들을 일기장에서 총칭하는 이름이었다. 시간을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느리게 가는 일들이 가능했지만 예언따위의 능력은 없었다. 그런 미래를 예견하는 일들은 모두 일기장 덕분이었다.

왜 자신이 다시 살아나고 싸이퍼가 됐는지 몰랐지만 일기장에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준비를 시작했다.

보고를 마친 천둥이 고개를 숙이며 이마에 손을 가볍게 터치하듯 가져다 떼고 물러났다. 그들만의 인사법이었다. 이것도 일기장에 적혀있는 자신의 바코드 읽는 방법을 그들에게 전해줘 이런식의 인사법이 생겨난 것이다.

일기장에 적혀있는 절망의 대부분이 드레드노트와 연관이 있었다. 그외 변절자들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었지만 그들을 다 합한것보다 드레드노트가 저지른 일들이 더 크고 위험했다. 그가 활동하려면 아직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상당히 약할터, 빠른 시간내에 추적해 그를 막아야 한다. 분명한건 그가 서울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혼자 남은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아비규환인 서울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그녀의 일기장이 경고하는 위험은 아직 시작되지 않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오른손으로 이마에 찍힌 바코드를 가렸다.

그녀의 시선은 지금 막 소란이 일고 있는 건물의 입구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건물의 입구가 열리며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략 스무명의 인원은 빠르게 움직여 주변으로 흩어져 네개의 무리로 나뉘었다.

그롸앗!

그들을 발견한 좀비들이 미친듯이 달려들었지만 그들이 들고 있는 무기들에 맞아 머리가 깨져나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검은 제복은 방검복 재질처럼 보였고 그들이 들고 있는 삼단봉과 허리춤에 달린 장비들은 용도를 알수 없지만 굉장히 전문적으로 보였다. 마치 대 좀비복장을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물처럼 보였다. 이런 도시내에서 총을 쏜다는 것은 자살하는 것과 다름없었기에 그들은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하게 좀비에 대비한 듯 했다.

그들의 앞을 막은 좀비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머리가 터져 나가고 치워지고 있는 중이었다. 몸놀림도 하루이틀 훈련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듯이 빠르고 강했다. 그리고 자비가 없었다. 망설임없이 좀비의 머리를 터트리고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책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영웅들처럼 보였다.

기계처럼 길을 만들며 전진하는 그들의 모습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확실한 목적지가 있는지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 그리고 하늘, 빌딩사이로는 저소음모터가 장착된 5미터크기의 드론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런 모습들을 매일같이 보아온 그녀, 회주는 눈에는 별다른 감정이 담겨져 있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들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 너머 어딘가를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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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습격(6) +1 18.06.18 1,176 20 23쪽
20 습격(5) 18.06.18 1,265 20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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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습격(2) 18.06.18 1,303 24 19쪽
16 습격(1) 18.06.18 1,313 23 21쪽
15 깊은 어둠속에서(5) +1 18.06.18 1,357 28 21쪽
14 깊은 어둠속에서(4) 18.06.18 1,366 29 20쪽
13 깊은 어둠속에서(3) 18.06.18 1,329 29 20쪽
12 깊은 어둠속에서(2) +1 18.06.18 1,444 27 19쪽
11 깊은 어둠속에서(1) 18.06.18 1,526 25 20쪽
10 아포칼립소(5) +2 18.06.18 1,565 27 20쪽
» 아포칼립소(4) 18.06.18 1,623 27 19쪽
8 아포칼립소(3) 18.06.18 1,728 31 21쪽
7 아포칼립소(2) 18.06.18 1,765 32 19쪽
6 아포칼립소(1) 18.06.18 1,941 26 19쪽
5 두개의 죽음(4) 18.06.18 2,123 33 20쪽
4 두개의 죽음(3) +3 18.06.18 2,365 32 22쪽
3 두개의 죽음(2) 18.06.18 2,581 37 21쪽
2 두개의 죽음(1) +3 18.06.18 3,131 32 18쪽
1 Prologue +2 18.06.18 4,263 4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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