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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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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6.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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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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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두개의 죽음(4)

DUMMY

" 이게 무슨 일이래? "

5톤 탑차를 몰고 있던 남자가 옆자석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옆좌석에서는 왼쪽빰에 길게 칼자국이 나 있는 사내가 30센티에 달하는 파냐드 대거를 들어 손톱을 정리하고 있었다. 운전자도 만만치 않게 험악한 인상이었지만 이 남자는 절로 섬뜩한 느낌을 주는 사내였다.

" 나도 모르지. 위에서 지시한 사항이니 시키는 대로 할뿐이니까. 크크큭, 이런 심부름은 너무 심심해.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

사내가 말하는 재미있는 일이 뭔지 짐작한 운전자도 따라 크큭대면서 도로를 달렸다.

" 요즘 너무 조용한거 아냐? 다른쪽 얘들도 너무 잠잠하고, 우리들도 자숙하라고 하고 말야. 뭐랄까? 태풍이 불기 직전의 바다? 맞나? 하여튼 전쟁이 곧 터질꺼 같은 분위기야. "

" 크크, 설마 북한 얘들이 내려오겠냐? 군사력 차이가 얼마인데? "

" 모르지, 그 북쪽 돼지가 미쳐서 핵날리고 미사일 날려서 공격할지 말야. "

"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그럼 우리들도 마음껏 날뛸 수 있을거 아냐? 위기는 기회다. 이런 말도 있잖아. 보스도 그 상황이 오면 더 큰 기회를 잡을지도.. "

" 하긴.. 크큭, 그것도 좋겠네. 지금처럼 지겹지는 않을테니 말야. "

가로등 불빛만 비추는 야심한 밤의 남자 둘이서 하는 드라이브는 그 누가해도 지겨울만 했다.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던 운전자가 뒤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 도대체 이런 보스의 취미를 이해할 수가 없단 말야. 하긴 너도 비슷한 부류이긴 하지. 쯧. "

인천에서부터 서울 본사까지 수송업무는 몇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이벤트였다. 항상 그 이벤트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운전자는 정기적으로 입항하는 러시아 선박에 실려 한국으로 통관없이 밀수입되어 뒷편 탑차에 실리는 제품이 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 크크큭, 넌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꺼다. 이 아름답고 잘빠진 몸매,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말이야.. "

손톱을 깍던 파냐드를 들어 보이며 황홀하게 쳐다보는 사내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며 운전에 다시 집중했다. 순간 그의 눈에 잡히는게 있었다. 도로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

끼이이익-!

야간이라 식별거리가 멀지 않았기에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제동거리때문에 이미 그 인영을 치고 지나가서야 멈춰섰다.

" 무,뭐야? 씨발. 방금 사람친거야? "

" 크윽, 진정해. 차에 아무런 충격도 없었어. "

당연히 안전밸트를 매지 않은 옆좌석 칼자국은 앞 대시보드에 부딪혀 여기저기 타박상을 입고 나서야 차가 멈춰섰다. 급히 주변을 둘러본 사내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박차듯이 차문을 열고 내려 뒷편을 확인했다.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아무것도 없어. 귀신인가? "

" 서,설마.. 으윽! 너 무,뭐야! 헉! "

빠직! 쿵!

운전자가 내린 방향에서 전기튀는 소리와 함께 약한 비명이 흘렀다. 워낙 조용한 새벽 도로였기에 천둥처럼 크게 들린 칼자국이 품속에 넣두었던 파냐드를 꺼내들고 민첩하게 차를 돌아 반대편으로 돌았다. 그곳엔 흐릿하게 비치는 가로등의 불빛아래 그다지 크지 않은 덩치의 남자실루엣이 서 있었다. 그의 발밑에 쓰러져 있는 자신의 동료를 발견하고 몸을 낮춘 후 역수로 파냐드를 쥐며 외쳤다.

" 뭐야? 누구냐!? "

칼자국은 자신의 동료를 순식간에 눕힌 정체불명의 사내를 집요하게 관찰하며 허점을 찾았다. 전기 튀는 소리가 들린것으로 봐서는 전기충격기를 가지고 있으리라. 교묘하게 불빛을 등진 사내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 글쎄.. 누굴까? 네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 하하하. 뭐하고 있어? "

칼자국은 남자의 말이 자신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몸을 돌려 주변을 훑어봤다. 하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칼자국은 다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자신의 머리를 건드리는 손길을 느꼈다.

" 그만 주무세요~ 일어나면 모든게 끝나 있을꺼야. "

바람결에 불어오는 미풍처럼 미성이 머리 윗쪽에서 들려오자 발작하듯이 파냐드를 휘둘렀다. 하지만 채 반원을 그리기도 전에 이미 칼자국의 정신이 가출했고 그의 몸뚱아리는 도로 위에 철퍼덕 쓰러졌다.

" 아야! 힝.. 스쳤네. "

칼자국의 남다른 반사신경을 고려하지 못했는지 그만 살짝 스치는 상처를 입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청바지에 반팔티를 입은 여자아이였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가로등 불빛을 등지고 있던 남자가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 에휴. 이 덜렁이. 또 다쳤어? 이런 쉬운일도 제대로··· "

" 그냥 긁힌거야. 잔소리는 그만, 일이나 마무리 하셔. "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남자는 170이 조금 넘는 키에 전형적인 모범생 이미지를 가진 이십대도 안된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와 투닥대고 있는 여자 역시 비슷한 나이대였고 왠지 둘이 닮은 분위기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 도대체 뭔데 이 차안의 물건을 가져오라는 거지? "

" 흐응. 언니가 다 생각이 있겠지. 뭐. 일단 챙기자. "

여자가 차 안을 뒤적여서 뭔가를 누르자 덜컹하며 뒷문이 개방이 되었다. 탑차 안에는 열댓개의 길다란 나무상자가 쌓여있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옮겨서 내려놓은 여자가 소리쳤다.

" 연락했어? 별거 없는데. 이제 싣기만 하면 돼! "

" 어, 여기도 정리다 됐어. 연락했으니 이제 도착할꺼야. 조금만 기다려. "

그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쪽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금방 가까워진 차는 낡은 승합차였다. 승합차에서 중년의 남자가 내리며 말했다.

" 일은 잘 처리했어? 다친데는 없고? 이거 실으면 되는거지? "

중년남자가 탑차 뒤에 내려진 나무상자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 네, 아저씨.. 도와드릴께요. "

" 에효, 아가씨가 도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이젠 도둑질까지··· "

" 언니야, 언제나 앞을 내다보고 일하니 뭔가 있겠죠. "

" 그래, 그래. 어련하실까. 하지만.. "

이렇게 조폭? 어떤 조직의 물건을 강탈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분명히 조사가 들어갈 것이고 아마도 높은 확률로 발각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중년인은 더 이상 걱정의 말을 내뱉지 않았다.

자신을 고용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줄 알기 때문이었다. 여기 쌍둥이 남매만 봐도 그렇다. 이상한 능력으로 일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아온 자신은 절대 배신할 수도 의심할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세상에! 초능력이라니! 아마 이들이 전면에 나서면 세상은 뒤짚어 질것임을 확신했다. 그의 상념도 오래가지 못했다. 승합차에 물건을 다 실은것이다.

" 자, 이제 우리도 출발하자! 고고. "

쌍둥이남매 중 남자가 기절한 두명의 조폭을 차 안에 밀어놓고 뒷정리까지 마친 뒤 승합차에 올라타며 외쳤다. 그렇게 사건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꽤 시끄러운 배기음을 내면서 승합차가 미끄러지듯이 도로를 달려 현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도 뭔가 바뀌었다는 것을 눈치 못채면 바보였다. 요 몇일간 자기에게 발생한 사건들을 되짚어 봤다.

사고를 당하고 입원해서 퇴원, 그리고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현재. 그리고 이 푸른색의 바코드. 가장 크게 바뀐것은 이 바코드때문일 것이 분명했다.

자신과 비슷한 바코드를 가진 사람을 찾으려 일부러 후드티를 뒤집어 쓰고 거리를 돌아다녀 봤지만 그때 본 여자얘 외에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학교에 가서 무작정 그녀를 찾기도 힘들었다. 의외로 학교는 소문과 루머가 쉽게 만들어지고 퍼지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놀이터 겸 운동시설이 있는 곳에 가서 윗몸일으키기, 철봉등을 해봤다. 그 결과 자신이 예전에 가지고 있던 신기록을 몇배나 더 하고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분명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 철봉에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우그러뜨린것은 단순히 실수였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는 바위은 지금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었다.

딸랑-!

워낙 깊이 생각에 빠져있는 바위는 누군가 편의점에 들어와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놓을때 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제야 화들짝 놀라며 상념에서 깨어났다.

" 아, 어서오세요. "

황급히 물건을 들어 포스기를 가져다 대는 바위는 다시 놀랐다. 바로 자신이 본 바코드가 찍힌 그 여자얘가 눈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여자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바위의 눈빛에 주눅이 들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저,저기.. 이거 계산 좀.. "

" 아, 미안해요. 혹시 몇일전에 뒷말에서 본적이 있는 것 같아서요. 하하하. "

그 뒷말이란 말에 표정을 바꾼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 아, 명운대 학생이세요? "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여학생을 보며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확실히 그녀가 맞았다. 이마에 찍힌 바코드도 선명했고 말이다.

좋은 의미는 아니지만 자신이 봐도 자기는 쉽게 잊기 힘든 인상에 덩치였기에 뭐지? 하는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런 표정의 바위를 본 그녀가 우물쭈물 대답했다.

" 죄송해요. 제가 안면인식문제가 있어서 사람 얼굴을 잘 기억못해요. 혹시.. "

" 아, 아니에요. 그냥 스쳐가듯이 본 정도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

이제야 이해가 된 바위는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런 소개를 듣는둥 마는둥 하며 앞에 서있는 그녀를 보며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알았다. 그녀는 단지 편의점에 들러 물건을 사러 왔을 뿐인데 난데없이 덩치가 큰 남자의 소개를 듣고 있는 황당한 상황인 것이다.

' 하아.. 젠장. 제비였다면 몇분내에 통성명에 전화번호까지 땄을텐데.. 어쩌지? '

어떻게든 이 여자얘의 연락처라도 받아둬야 한다는 생각에 급하게 들이댄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중이고 말이다. 일단은 물건을 계산했다.

그렇게 계산까지 마친 그녀는 도망치듯이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절망한 바위는 어쩔수 없이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이 근처에 살고 있든지 아니면 지나다니는 길이라는 것을 아는것에 만족했다.

" 에효. 내가 그렇지 뭐. 근데 왜 이렇게 물품들이 배달 안되는 거지? 아직도 중국 괴질인지 뭔지 정리 안되었나? "

몇일사이에 넓은 매장을 가득채우던 물품들 중의 반정도가 휑하게 빠진 상태로 채워넣을 물품들이 본사에서 배달이 안되고 있었다. 이렇게 가다가는 조만간 생필품등 매진되어 판매가 불가능할것 같았다.

어짜피 자신은 알바일뿐 편의점 운영에 신경쓰는게 우습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마음은 조금 있었다. 오후 알바는 그렇게 생각안하는 것 같았지만.

시간이 흘러 오후 알바가 노란머리를 들이밀며 편의점에 들어섰고 잠시후 교대를 했다. 심란한 마음에 대충 인수인계를 넘겨주고 별다른 일없이 원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 멀지 않았기에 생각하면서 천천히 걸어도 몇분안에 도달할 수 있었기에 인도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때 한쪽 가전매장 앞에 많은 사람들이 웅성대면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다 남들보다 큰 높이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바위의 시야에 가전매장에서 밖으로 볼 수 있도록 전시한 티비에 막 긴급속보가 이어지는게 눈에 들어왔다.

- 대구지역에 괴질 발생. 긴급대피령 발동.

이런 자막이 뭔가를 열심히 말하고 있는 아나운서의 밑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순간 멀리 헬기에서 촬영한것 같은 화면으로 전환되었다. 화면에 비춰주는 장면은 대구시내일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였다. 어딘지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연기가 몇줄기 피어오르고 꽉 막힌 도로와 늘어서 있는 자동차, 그 사이로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비췄다. 워낙 멀리서 찍어 송출하는 화면이라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티비속 도시의 모습은 마치 전쟁 중인 도시의 모습과 유사했다. 통제, 법이 지켜지지 않는 그런 곳 말이다. 때마침 멀리서 탱크까지 등장하자 그런 생각이 더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그와 동시에 모여서 시청하는 사람들의 웅성대는 소리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이들도 혼란스러운 것이었다. 누군가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빠져나가기도 했다.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누군가의 메시지였다.

급히 오래된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하자 도끼와 제비의 문자부터 원장님의 문자까지 연달아 도착해 있었다.

- 야! 티비 봤냐? 이거 실화냐? 어떻게 생각해?

- 도끼야. 호들갑 자제요. 뭐, 봤는데.. 정부가 잘 처리하겠지.

- 그래도 혹시 모르니 뭐라도 준비해놓을까?

- 뭘? 식량이라도 사놓으실려고? 안그래도 집 좁은데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마라!

- ㅋㅋㅋ. 이미 사놨다. 안보이는 곳에 쌓아놨으니 걱정하지마라. 어짜피 라면이랑 통조림만 사놨으니 별일없으면 그냥 두고두고 먹으면 되니까. ㅋㅋㅋ

- 아놔. 이 새끼. 에효. 어쩔수 없지. 나 조금 있으면 들어간다. 라면이라도 끓여놔라.

- ㅇㅋㅇㅋ. 빨랑 오셈.

여기까지가 도끼랑 제비의 대화였다. 그리고 원장샘의 문자도 와있었다.

- 바위야. 티비 보니 상황이 안좋은거 같더라. 일찍 들어가서 형이랑 조용히 있어라. 여기 아이들도 학교를 당분간 휴교한다고 하더라.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휴교명령을 내린듯해.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골고루 분포했다. 그런데 휴교령이 떨어졌다니 뭔가 쎄한 느낌이 들었다.

저 사건이 온나라에 영향을 미칠정도의 일인가? 일단 도끼와 제비의 대화창에 이런 사실을 알리고 당분간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고 전했다. 그 이후에 뭔가 대화가 오가는 알림음이 들렸지만 무시하고 급히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이제 시작되었네. 아직도 부족해. 하아.. "

서울의 모처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휠체어에 앉아 있는 소녀였다. 짧은 단발의 병약한 얼굴, 체구를 지닌 이 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얼굴은 단순히 예쁘다는 말을 넘어 그 무언가가 있었다. 신비로운 분위기와 주변을 지배하는 그 무언가가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그녀의 주변에는 쌍둥이 남매와 그 또래의 청년 2명이 동석하고 있었다. 두명의 청년은 흔한 인상이었다. 특징은 눈이 좌우로 째져 눈을 떳는지 감았는지 모를정도인 새우눈을 가진 한명과 둥글둥글한 인상에 코가 유난히 커서 과장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코봉이 한명 이렇게 두명이었다.

특이한 사항은 장내에 있는 모든이들의 이마에 바코드가 찍혀있는 사실이었다. 새우눈과 코봉이는 하얀색 바코드가 쌍둥이와 그들의 중심에 있는 소녀는 푸른색의 바코드가 빛을 내고 있었다.

" 흐응. 언니 말대로 되고 있네. 대구 사태가 전국적으로 번질꺼라고 생각해? "

쌍둥이 여자의 말에 별다른 대꾸없이 뭔가에 빠져 집중하고 있는 휠체어소녀를 뒤로 금세 장내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갔다.

" 넌 나이도 같으면서 왜 자꾸 언니라고 하는거야? "

코봉이가 자신의 코를 습관적으로 만지며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물었다. 새우눈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그녀를 쳐다봤다.

" 니들은 몰라도 돼. 이건 여자들끼리 사정이야. 실제로 언니가 생일도 조금 빠르고 말야. 흥. "

그녀가 팔짱을 끼며 더 이상 너희들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듯이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들을 조용히 지켜본 쌍둥이 남자가 휠체어 소녀, 이 모임의 대표에게 고개를 돌려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 회주, 이번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까요? 물론 예전에 말한 그대로 진행되기는 했지만.. 뭔가.. 빠진게 있는거 같아서.. "

" 아뇨. 예상대로에요. 여러분들은 이곳에서 대기하시면 되요. 그 명단의 인물들과 접촉은 해봤나요? "

휠체어 소녀, 회주의 질문은 새우눈과 코봉이에게 향했다.

" 생각보다 이사를 한 경우가 많아서··· 생각보다 많이 찾지 못했습니다. "

지시한 일을 제대로 처리 못했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숙이며 말을 있는 그들을 보며 회주가 입을 열었다.

" 됐어요. 어짜피 크게 기대하지 않았으니.. 일단 접촉한 사람들의 신상명세는 파악해 놓고 있죠? "

" 네! 주소, 전화번호까지 확보해서 언제라도 연락할 수 있습니다. "

그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쌍둥이들은 뭔가를 알고 있는지 끼어들지 않고 조용히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대화들이 끝나 잠시간의 적막이 흐르고 회주가 손짓으로 그들, 새우눈과 코봉이를 물러나게 했다.

그렇게 남게 된 세명중 쌍둥이가 몸을 숙여 더욱더 조심스런 몸가짐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 언니, 저들은 언제 각성하는 거죠? "

" 언제든지.. 가능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

" 회주, 아직 그들을 믿지 못하는 겁니까? "

쌍둥이 남매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정리한 회주가 말을 이었다.

" 알다시피 우리는 푸른 바코드를 가진 사이퍼, 초능력자들이에요. 그리고 흰색 바코드 즉, 미각성 바코드를 볼 수 있죠. 하지만 미각성자들은 자신이 초능력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요. 만약 그들이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능력을 어느 순간 가지게 된다면 보통 어떻게 반응할까요? 이건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인간 본성에 대한 문제지··· 여러분처럼 우연히 힘을 얻고 적응기간동안 아무런 사고없이 지금까지 온 경우가 얼마나 될 것같아요? 실제로 사고를 친 초능력자들을 처리한 여러분이 더 잘알고 있을것 같은데 말이죠. "

회주 그녀의 말이 맞다. 그동안 암암리 초능력자들을 처리한 경력이 있는 쌍둥이는 일반인이 갑자기 힘을 얻었을때 어떤 사고를 치는지 처절하게 경험하고 있었으니까. 강력사건 중 미제로 남은 사건 중 많은 부분이 그런 그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 그래서 그가 필요해요. 마에스트로. 그 능력자가 말이에요. "

" 그래서 우리에게 별도로 찾으라 한거군요. 하지만 그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했는데.. 왜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는거죠? "

" 아직 때가 되지 않아서 그래요. 당장 그를 데려와 현실과 미래, 예언에 대해 말해줘도 믿지 못할테니.. 무엇보다 그는 선한 사람이 아니에요.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유형이죠. 그래서 미각성 상태로 남겨둔 거에요. 우리 사람으로 확실히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

" 흐응, 너무 어려워요. 그럼 그 마,마에.. 뭐시기를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거에요? 언니."

" 이제 멀지 않았어요. 아마도.. 그 괴물이 등장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있으니.. "

허공을 초점을 맞춘 회주는 무언가를 생각하며 얼굴을 찌푸리며 살짝 몸을 떨었다.

회주, 이 모임인 만월회를 만들고 쌍둥이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정보를 모으고 돈으로 사람을 사는 등 여러가지 일들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신분을 가진 그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암암리에 재벌가의 막내딸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이 작은 빌딩도 그녀의 소유라고 하니 그런 소문이 날만 했다. 비록 서울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져다고 해도 이십대 초반에 이만한 건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서민들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쌍둥이는 그런 재력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가 싸이퍼라는 사실과 그 능력이 예언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의 지시는 항상 정확했고 무엇보다 아직 일어나지 않는 사건들도 훤히 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그녀 가끔 이렇게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모습은 낯설수 밖에 없었다.

아직 회주의 비밀을 다 알지 못하는 쌍둥이조차도 그런 회주의 모습에 등골이 써늘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늦게까지 그들의 회의는 계속되었다.

아직 세상에 밝혀지지 않은 만월회의 태동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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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개의 죽음(4) 18.06.18 2,123 33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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