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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56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6.18 15:41
조회
1,272
추천
23
글자
18쪽

습격(3)

DUMMY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천사고아원은 본래 강북도심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재건축과 주변 개발호재를 맞은 주민들의 청원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바위는 그 당시 어린나이였지만 그와 형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싸늘한 눈길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단순히 부모들이 사고로 돌아가시거나 혹은 버림받은 아이들이 모여있는 고아원을 왜 그렇게 사람들이 싫어하고 혐오시설처럼 생각하는지 그때는 몰랐다. 단지 자신들이 무언가를 그들에게 잘못했나하는 생각과 미안함만이 있었을 따름이다.

결국 쫒기듯 시에서 나오는 보상과 보조금을 받아 이사를 해야했지만 어떤 동네도 우리를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건물을 짓고 아이들과 함께 이사를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회라는 곳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다면 부모없는 고아따위는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게 바위의 시선에서 본 사회와 어른들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자신은 어른이 되면 그런 약자들을 위해서 살겠노라고 말이다. 그래서 전공을 사회복지학과로 선택했고 그런 미래를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도중이었다. 그런 사회가 이렇게 바뀌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바위는 이제 한번쯤 이기적으로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끔하고는 했다. 그렇지 않다면 가장 소중한 가족과 고아원 아이들까지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어느새 총 11명이 된 바위일행은 이름 모를 산자락 아래에 지어진 고아원에 다다랐다. 멀리서도 충분히 보일 정도의 인원들이었기에 몇십미터를 남겨둔 시점까지 고아원에서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바위와 은혜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 바위오빠. 좀 이상해.. "

은혜가 바위를 보며 불안해 했다. 바위 역시 두근거리는 가슴을 붙잡고 다시 고아원을 천천히 살펴봤다. 그때서야 방금까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꽤나 큰 이층짜리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낮은 담, 그리고 그 앞에 마련된 주차장. 그 주차장까지 나있는 포장된 일차선도로까지. 낮선 풍경은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들이 많다는 사실과 처음보는 승합차까지 몇몇 자동차는 처음보는 것들이었다. 설마 이시기에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이 자선활동을 하러 올리는 없고 다른 누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 의도가 어떻든 말이다.

다행히 외진 곳에 있는 이곳을 아직 좀비가 손길이 미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 사실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은혜에게 말해주었다. 그제야 조금 마음이 놓였는지 은혜의 표정이 풀렸다.

일행들이 더 가까워져 주차장부근까지 도달을 하자 그제야 안쪽에서 부산한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은혜의 기대와 달리 그 움직임 끝에 마중나온 사람은 우락부락한 대머리 사내였다.

" 니들 뭐야? 어디 피난이라도 가는거야? "

" 누구냐? 여긴 천사고아원이다. 원장님을 뵈러왔다. "

바위의 덩치에 잠깐 흠칫했지만 좀비가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대머리는 특유의 껄렁거리는 인상과 함께 침을 뺏으며 위협했다.

" 꺼져, 여긴 사거리파가 접수했으니까. "

그러면서 슬쩍 사시미를 보여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정도면 일반인들은 겁을 먹고 물러선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대머리였다.

하지만 대머리는 이미 자신의 앞까지 다가와 목을 움켜쥐는 바위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족히 백키로는 되어 보이는 대머리의 발이 땅에서 떨어져 들어올려지자 켁켁거리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바위의 손목을 부여잡으며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대머리를 차가운 눈으로 훑어본 바위는 던지듯이 대머리를 놔주었다.

콰당! 커억!

시멘트 바닥에 엎어지며 충격을 먹었는지 한참을 컥컥 거리며 일어나지 못하고 있자 바위가 싸늘하게 말했다.

" 일어나라, 대머리. 그 머리를 부숴버리기전에.. "

콰앙!

시멘트 바닥에 발을 들었다 내리꽂자 폭탄이 떨어진듯 주변이 흔들리며 굉음을 내었다.

삐융삐융!

차들이 그 충격에 시끄러운 비상음을 울려댔다. 그러자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대여섯명의 남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 뭐야, 문어 새꺄! 무슨 일이야? 씨발 니들 뭔짓을 한거야? "

문어라 불린 대머리가 아직도 바닥에 쓰러져 머리를 감싸고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을 보자 사내들이 대뜸 욕하며 무기를 빼들었다. 대부분 손잡이에 테이핑을 한 사시미였다. 딱봐도 조폭냄새가 풀풀 풍기는 모습이었다.

그런 조폭들 뒤로 한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좀비들에게 우리 여기있다고 광고할 일있어? 새끼들아! "

꽃무늬 나시를 입은 중년인은 드러난 살결에 온통 문신이 도배가 되어 있었다. 그가 눈쌀을 지푸리며 타박하자 사시미를 빼어든 사내중 하나가 보고를 했다.

" 저기 피난민같은 새끼들이 갑자기 들어와서.. 문어가.. "

" 뭐? 이새끼야. 일반인 하나 처리못해서 이 난리를 피운다고? 아무리 우리 사거리파가 이 모양이 되었지만 가오가 땅에 떨어지면 안돼. "

" 옛, 두목. 금방 처리하겠습니다. "

" 이새끼 아직도 두목이라 부르네, 내가 몇번을 말해. 사장님! 사장님이라 부르라고, 새꺄! "

퍽! 보고하던 부하는 두목에게 결국 한대 얻어맞고 나뒹굴었다. 그런 모습을 심드렁하게 보고 있던 바위일행은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 별다른 표정변화가 없었다. 그동안 좀비를 처리하면서 이런 정도의 위협은 아이들 장난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저들도 나름 계산된 행동이었지만 상대가 아무런 동요를 하지 않자 직접적으로 위협을 하기 시작했다.

" 다희, 넌 나서지마.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나서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

다희를 콕 집어 말한 이유는 그녀가 나서는 순간 상황을 알아 볼 여유도 없이 몰살 당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들은 괜히 나서다 다칠 수 있기에 말린 것이었다.

" 뭐라고? 이 덩치새끼가.. 이얏! "

똘마니들이 사시미를 흔들며 다가와 공격을 했지만 바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똑바로 두목을 향해 걸어갔다.

파팍! 퍼퍽! 아악!

나름 칼질 좀 해본 경험이 있는지 바위의 허벅지에 사시미를 들이 밀었지만 강철같은 바위의 허벅지에 생채기도 내지 못하고 도리어 자신들의 손가락을 베이며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일직선으로 두목에게 다가간 바위는 어버버하고 있는 두목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리며 말했다.

" 말해라. 여기 원장님과 아이들은 어디에 있지? 거짓말을 할때마다 사지중 하나씩 뽑아주마. 까득! "

바위가 평소 답지 않은 어조로 바닥에 굴러다니던 사시미를 들어 손에 쥐고 뭉그러뜨려 고철로 만들자 두목은 이제야 현실로 돌아왔는지 서둘러 입을 열었다.

" 안에, 안에 얌전히 모시고 있습니다. 지,진짜입니다. 손하나 대지 않았어요. 믿어주세요. "

" 너를 믿지 않는다. 손가락 하나라도 다쳤거나 흠집이 난 아이들이 있다면 너는 살아있는 것을 저주해야 할꺼야. 내가 약속하마. "

그대로 두목을 들고 안으로 들어선 바위는 원장님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 바위의 눈에 새로운 인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옷을 야시시하게 입은 여자 두명이었다.

" 어머! 사장님? 그리고.. 누구신데..? "

" 원장님은 어디계시지? "

그녀들은 바위와 그가 한손으로 들고있는 사장의 모습에 대충 상황파악을 했는지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 아, 호호. 원장님은 원장실에 계시죠. 제가 안내해 드릴께요. "

두 여자중 코에 점이 있는 여자가 말했지만 그녀를 그대로 지나쳐 원장실로 향했다. 무시를 당했지만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바위 뒤를 졸졸 따라가는 그 여자는 눈에 이채를 띄우고 있었다. 화류계에 오래 있다보면 이런 권력 다툼때 눈치껏 어떻게 행동해야 아는 것이다.

원장실에는 원장님이 계셨다. 본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언제나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개량한복을 입은 원장님은 들어온 바위를 어느때와 다름없이 맞아주며 말했다.

" 바위야. 이제야 왔구나. 힘들었지? 그 사장님은 그만 내려주거라. 그래도 이곳을 그동안 방어해주신 분이니 말이야. "

원장님의 말을 듣고는 그 사장을 바닥에 내려다 주었다. 하얗게 질린 사장은 아무말도 못하고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 그동안 별일은 없었어요? 이자들은..? 아이들은 괜찮나요? "

" 허허, 녀석. 뭐가 그리 급한것이냐? 모두 괜찮단다. 밖은 아직도 시끄럽지? "

평온한 원장님의 말을 들으며 조금씩 안정을 찾은 바위는 자신의 실책을 느꼈는지 다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죄송해요. 제가 너무 성급했네요. 거기 사장님도 미안했어요. "

" 허억! 헉! 아니, 아닙니다. 제가 미리 말씀을 물었어야 했는데.. 그,그럼 밖에 정리를.. 나가봐도 되겠습니까? "

어느새 극존칭을 하며 바위에게 허락을 구하는 사장은 그런 변화를 모르는지 고개를 제대로 들지도 못했다. 고개를 끄덕이자 서둘러 바깥으로 나가는 사장을 뒤에서 야릇한 표정으로 보는 여자가 있었다.

" 그럼 저치들은 어떻게 된겁니까? 원장님. "

" 으음. 말하자면 길다. 일단 손님들이 있는것 같은데 안내를 안해도 되겠니? "

" 네, 은혜도 같이 왔어요. 아마 걔가 알아서 안내하고 인원들에게 남는 방을 배정할 겁니다. "

" 오! 잘되었구나. 전화가 막혀서 은혜걱정을 많이 했는데 말이야. 허허. 그래, 그래. 잘했다. 고생했다 바위야. "

원장님의 그 말을 듣자 가슴속에 뭔가 사르르 녹는 느낌이 들었다. 꽉 매고 있던 붕대를 조금 느슨하게 푼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고향에 돌아왔다는 생각이 물밀듯 들어왔다. 따뜻했다.

" .. 그런 사고가 나고 근 삼사일이 지나고 나서 저들이 여기로 피신을 했단다. 큰 마찰없이 자리를 내어주고 저들도 우리를 인정해주는 그런 공생관계를 이어갔지. 물론 식료품이 조금 더 축났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이 아니냐. 가끔 흘러들어오는 좀비들도 저들이 잡아주었으니 그리 나쁜 관계는 아니었단다. 그건 그렇고 이제 앞으로 어쩔 생각이냐? "

그런 원장님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정리한 바위가 대답했다.

" 솔직히 모르겠어요. 제 생각에는 안전한 이곳에서 자리를 잡아서... "

" 으음. 그렇구나. 하지만 이곳도 마냥 안전하지만은 않단다. 아무도 살지 않는 산에 올라간다면 모를까.. 무엇보다 비축해둔 식량과 생필품등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

바위는 얼마전에 본 대규모 좀비무리에 생각이 미쳤다. 그것들이 여기를 지나친다면? 끔찍했다.

바위는 목적이 여기까지 도달하는 것이었지만 이후에 대한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상황이 겹치다 보니 미래계획에 대한 생각까지 하지 못한 것이다. 이럴때 제비라도 있으면 그럴듯한 계획을 세웠을텐데 하면서 아쉬워했다.

" 자세한 것은 제 일행들과 상의를 해봐야 할듯합니다. 원장님. "

" 차라리 높은 건물을 차지하고 주변을 탐색하면서 생필품을 확보하는게 낮지 않나요? 실제로 우리가 보아온 이들의 생존법이에요. "

그동안 얌전히 문가에 서 있던 야시시한 복장의 여자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 아, 제니양. 서 있지 말고 여기 앉아요. "

원장은 그녀를 이제야 발견하고 안면이 있는 듯 제니를 부르며 자리를 권했다.

" 안녕하세요. 제니라고 해요. 아까는 워낙 상황이 그래서 인사를 못드렸네요. 저는 제니라고 해요. 예전에 잠깐 아이돌도 했는데 기억 못하시겠죠. 호호호. "

코에 미인점이 있는 예쁘장하게 생긴 제니가 자신을 소개했다. 그런 그녀를 무심하게 쳐다본 바위가 물었다.

" 아까한 한 말이 무슨 말이죠? "

" 아이, 오빠. 너무 딱딱하다. 하긴 난 그런 남자가 좋더라, 몇일전까지만 하더라도 살아남은 대부분의 사람은 높은 건물에 위치한 사람들이었어요. 아니면 대부분 출입이 통제된 곳이거나. 우리 회사도, 아. 아까 그분이 사장님이었어요. 여튼, 회사도 그런 곳들 중 하나라서 꽤 오랫동안 버텼는데.. 감염된 직원이 속이고 들어와서 그만··· "

그때의 참상이 기억이 났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끊자, 대충 이해한 바위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네요. 굳이 우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도심으로 갈 이유는 없어요. 특히 아이들까지 데리고.. "

천사고아원은 어린 신생아는 없지만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미성년자가 대부분이었기에 그런 위험을 감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붉은 바코드가 찍힌 초능력자들도 위험대상에 포함한다면 그리 좋은 결정이 아니었다.

" 아뇨. 도심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어요. 제가 말하는 곳은 외곽에 지어진 아파트단지. 그곳을 말하는 거에요. 여기까지 오시면서 보신적이 있을텐데..? "

조금은 다급한 제니의 말에 자신이 고아원으로 걸어오면서 본 외곽지역에 모여있던 아파트단지가 생각이 났다. 도심에서 떨어져 위성도시처럼 출퇴근이 용이하게 만들어진 아파트들. 그곳이라면 나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 일단은 그 의견도 생각해 놓을께요. 일행의 생각을 들어보고··· "

승낙도 거절도 아닌 바위의 말에 실망한듯 고개를 푹숙인 제니는 알겠다는 듯이 끄덕이며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네, 저는 일어날테니 이야기들 나누세요. "

그리곤 출입문을 터벅터벅 걸어가 밖으로 나섰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여자가 그녀를 붙잡고 말했다.

" 제니 너 또, 그 아파트 얘기했어? 뭐래? 들어주겠데? "

" 아니.. 휴우.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살아있을까? "

" 네 동생이 아파트 밖으로 나가지만 않았으면 분명히 살아있을꺼야. 걱정마. 먹을거리도 충분했다며. "

" 그래. 고마워. 써니야. 아까 그일행들 어디있어? 그 사람들에게도 슬쩍 말해놔야지. 나중에 결정할때 영향을 주겠지. 가보자. "

그렇게 둘이 손을 잡고 다른 일행들을 찾으러 건물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각자의 사정을 품은 채 천사고아원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 박뱀, 주임원사님이 찾으십니다. 빨리 가보십쇼. "

전역을 몇일남겨두고 좀비사태가 터졌다. 그렇게 강제로 전역이 미뤄지면서 처음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더 컸다. 부대에서 서울에 도착한 제3공병여단에 속한 박병장의 눈에는 여기가 서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전투부대들이 청소를 해놓아서 이정도라는 말을 듣고는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철조망 작업을 하던 자신에게 다시 한번 알려주는 이상병의 목소리에 작업장비를 내려놓고 터덜터덜 걸어 주임원사가 있는 간이막사를 향해 걸어갔다.

" 어이. 박병장, 요즘 너무 빠졌어. 제대시켜줘? "

막사에서 모여있는 병사들에게 무언가 지시하고 있던 주임원사가 들어오는 박병장을 보며 농담썩인 어조로 말했다. 약간 풀어진 분위기, 죽음이 바로 앞에 있으니 최대한 병사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행동이리라. 박병장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충성! 에이, 원사님. 숨도 안쉬고 달려온 겁니다. "

" 흠, 믿어주지. 일단 여기로 와봐. "

넓은 책상에 펼처진 지도는 서울의 한부분을 확대해 놓고 있었다. 바로 여기, 잠실종합운동장 부근이었다. 잠실운동장 부근을 기점으로 군대가 집결하고 좀비를 청소해 나가고 있었다.

" 자자, 다시 집중해. 우리 대대가 맡은 부분은 여기! 잠실실내체육관을 중심으로 한 쉘터구축이야. 조만간 민간인들이 쉘터로 이송되어 올꺼야. 빠른 시간내에 작업을 마쳐야 해. 알겠지? "

" 네! 근데 이 넓은 서울에 여기 한곳만 쉘터를 구축합니까? 잠실에 있는 경기장마다 수용한다고 해도 이십만명이상은 힘들꺼 같은데.. "

모여있던 병장들 중 한명이 의아한듯 질문을 한다.

" 일단 이곳을 거점을 삼아 서울 곳곳에 만들 예정이야. 여기를 최대한 빨리 구축해야 다른 곳도 작업을 시작할 수 있어. "

" 우와.. 공병대 죽어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도대체 몇곳을 더 작업한다는 말씀입니까? "

" 그건 극비다. 너희들은 일단 여기부터 작업을 빠르게 마쳐야 해. 우리가 지켜야 할 국민들이 머물곳이다. 알았나? "

" 네! "

" 그럼 해산. 그리고 박병장은 잠시 남아. "

그렇게 해산을 한 병사들을 뒤로 박병장과 주임원사가 남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고병장은 연락은 안되지? "

" 네. 원사님, 민간인 된지가 얼마인데 아직도 고병장입니까. "

" 국가 재난상황에 동원령이 떨어진지가 언젠데, 자식아. 너도 제대했으면 다시 군대에 불려왔어야 해. 휴우, 고병장이 있으면 작업이 훨씬 빠를텐데 말야. 도대체 이 자식은 어디 있는거야. 살아는 있겠지? "

주임원사가 얼마나 고병장을 이뻐했는지 알기에 박병장이 안심시켰다.

" 염려마십쇼. 고바위병장의 별명이 뭡니까. 인간 굴착기, 터미네이터 아닙니까. 분명히 어디선가 살아서 열심히 삽질하고 있을껍니다. "

" 하, 그 새끼. 말뚝박으라니까.. 왜 쳐나가서 고생이야. "

" 그거야.. "

박병장은 바위의 가정사를 대략이나마 알기에 변명을 해주려 했으나 이내 말문을 닫았다. 지금은 그런 이유가 중요한게 아니니까 말이다.

" 알았다. 그만 가봐. "

" 네, 충성. "

우웅! 끼이익! 뿌다다닥!

사방에서 울리는 기계음과 연신 날아드는 헬기와 어디선가 들어오는 카고차량, 전차 무한궤도 돌아가는 소음까지. 여기가 전쟁터 한가운데인지 서울의 중심인지 알 수 없는 풍경이었다. 이젠 제법 익숙해져 무감각하게 돌아본 박병장은 하늘을 올려다 봤다.

언제부턴가 하늘을 올려다 보는게 습관이 되버린 박병장이었다. 그의 시야에 시커먼 구름이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 구름을 올려다 보며 박병장은 슬슬 태풍이 몰려오는 계절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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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서비스
    작성일
    18.06.30 10:14
    No. 1

    고아에다.장애인.가족도.있는.상태에서.군대는.어떻게.간거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JaeK
    작성일
    18.06.30 15:41
    No. 2

    고아라도 자신이 원하면 군입대가 가능합니다. 병무청에 알아본 사실이에요. 하지만 통상적인 사회관념상 설정이 적절치는 못했네요.

    찬성: 0 | 반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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