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64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6.18 13:54
조회
2,365
추천
32
글자
22쪽

두개의 죽음(3)

DUMMY

청와대 각료 회의실 내부.

평소에 장관급이상이 모여 정국에 대해 논의하던 이곳에 많은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한쪽에는 양복을 입은 장관과 비서관들이 다른 쪽에는 견장과 전투모에 별들을 가득 단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나눠 앉아 있었다.

가장 상석에는 현 대통령인 문희수가 심각한 얼굴로 좌중을 둘러보고 있었다.

묵직하게 가라앉은 공기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그려진 심각함때문인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 ··· 그럼 정확한 자료를 보면서 브리핑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작하세요. "

정장을 입은 희긋희긋한 머리의 중년인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하자 멀리서 시립해 있던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 국가정보원 제4차장 박동희입니다. 다음에 보시게 될 자료들은 저희 국정원 블랙요원들이 보내온 자료로 검증을 마친 자료들입니다. 그럼 보시면서 브리핑 드리겠습니다. "

주로 해외첩보를 담당하는 국정원 해외파트 가운데 중국을 담당하고 있는 4차장이었다. 블랙요원은 신분을 밝히지 않는 일종의 스파이역할의 국정원 요원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회의실의 불이 꺼지고 테이블에 놓여있던 영사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맞은편 벽을 비추어 영상을 하나씩 플레이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다시 사내가 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 보시는 영상, 사진들은 현재 중국 청도의 실상입니다. "

높은 곳에서 사진을 찍었는지 아래쪽 도로들과 자동차, 사람들이 손톱보다 작게 보였다. 하지만 곧 여기저기를 비추는 카메라에 담긴 도시의 모습은 한마디로 처참했다. 고층건물들 사이사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고 여기저기 파괴된 시설물들이 도로, 인도할것없이 굴러다니는 모습이었다.

하나씩 천천히 사진을 넘기다 하나의 사진에 멈춰섰다.

" ··· 보시다시피 청도의 현재 모습이며 여기를 확대하면··· "

아래를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의 특정부분이 확대되었다.

" 흠.. 저게.. "

누군가 신음을 흘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비슷한 표정으로 뚫어져라 영상을 보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앞에 놓여진 물잔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 네, 마치 인간이 인간을 습격하고 뜯어먹는 모습입니다. 좀 더 자세히 보시면.. "

제4차장의 말이 이어지는 것과 동시에 다시 영상이 바뀌었다. 이번 영상은 시점이 바뀌었다. 어디선가 숨어서 찍은 영상은 커다란 쇼윈도를 두고 인도방향을 비추고 있었다. 시점이 흔들리는 것을 보니 동영상이었다.

소리는 제거했는지 아니면 조작실수를 했는지 소리가 없어 무성영화를 보는 듯했다. 곧 흔들리는 시야에 도망치는 사람들이 잡혔다. 공포에 질린 얼굴, 미친듯이 무언가를 피해 미친듯이 뛰어가는 그들은 순식간에 화면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곧 그 원인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사라진 자리에 인간, 아니 괴물이라 볼 수 있는 인간들이 전신에 피칠을 하고 사라진 사람들을 빠르게 쫒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옆구리가 터져 내장이 흐르고 팔다리가 꺾여 이상한 동작으로 쫒고 있는 모습들 까지. 아비규환, 현실 지옥도가 펼쳐지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끝이 났다. 회의실에 다시 불이 밝혀졌지만 어느 누구도 그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 저희측에서 파악한 바로는 중국에서 괴질이라 공식발표를 한 이번 사태는 훨씬 더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고 있습니다. 이 괴질은 인간을 괴물로 만들고 같은 인간을 공격하게 하는.. 일종의 좀비 바이러스로 보여집니다. 이런 괴질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으며 현재 중국의 10%에 달하는 지역이 감염되었다고 짐작하고 있으며 최초 시발점인 청도를 기점으로 세계 각국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

" 이건 얼마나 된 영상이지? "

견장에 별 네개를 단 군인이 질문했다.

" 마지막 영상은 바로 어제 도착한 영상입니다. "

" 휴우.. 믿을 수가 없군. 우리나라는 괴질에 걸린 사람이 없나? 보고된 사례도? "

끝까지 침묵을 지키던 문희수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중국 청도면 우리나라 관광객도 적지않게 방문하는 곳이었다. 만약 저런 괴질이 한국에 퍼진다면 상상하기 싫었다. 특히 서울은 인구가 밀집된 도시중 세계에서 첫번째, 두번째하는 도시였기에 겉잡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것은 이 의문이었다.

" 일단 최근 중국을 방문한 이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근데 워낙 범위가 넓고 비협조적이어서··· "

" 감염경로는? 잠복기는? WHO에 문의는 해봤나? "

" 그,그것은··· "

발생한지 몇일이 되지 않아 아무것도 판명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저런 질문은 상대인 국정원 4차장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더군다나 중국이 워낙 비협조적인것도 한 몫을 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국정원 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희수 대통령을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 대통령 각하, 지금은 국가의 비상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국정원에서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으니 시간을 주셔야 합니다. 그전에 경찰과 군인들을 동원해서라도 중국에 갔다온 인원들의 전수조사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국가 전략시설과 기반시설을 방위해야 합니다. "

" 아직 결과도 안나온 상태에서 군을 움직인다면 북측을 자극하는 꼴이 됩니다. 더군다나.. "

반대편에 앉아 있던 장군이 급히 원장의 말에 반박했다.

" 제말은 전략시설과 기반시설에 병력을 충원하자는 거지. 전방에 있는 병력을 움직이자는 소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

의견에 딴지를 걸며 반대하는 노회한 장군을 노려보며 외쳤다. 하지만 또 다른 반박이 반대편에서 터져나왔다.

" 원장의 말이 맞다고 해도 군은 쉽게 움직여서 안됩니다. 이런 시기에 그런 행동을 한다면 국민들의 위기의식과 불안감을 고조시켜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불신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 "

" 하지만 지금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계엄령이라도 선포해서 통제 할 것을 건의드립니다. "

" 원장. 당신은 도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거요. 마치 5공화국때를 잊지 못해 향수하는 것 같소. "

실제로 국정원 원장은 제5공화국때 국정원 직원으로 있었던 사람이었다. 비록 별다른 권력의 힘을 누리지 못했지만 그 당시 발생한 사건들을 직접 겪고 본 인물이었기에 그 말은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 아니, 참모총장님. 그런··· "

양측의 설전을 보다못한 문희수 대통령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 모두들 진정하세요. 원장이 틀린 말을 한게 아니니.. 흠. 일단 경찰측에서 이번 전수조사를 도와서 마무리하시고 시설보호는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해요. 먼저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그리고 당장 중국에서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고 해도 분명히 이 사실은 알려질 겁니다. 민정수석은 언론들을 잘 통제해서 사회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해주세요. "

이런 사실의 일부라도 흘러나간다면 아마 제일 먼저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해 온갖 만행들이 벌어질 것이고 그러는 가운데 약탈, 방화, 강간등 중범죄들이 일어날 수 있기에 최대한 언론등을 막는게 중요했다.

장내를 어느정도 정리한 대통령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 혹시 해외여행을 당분간 금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

대통령의 물음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88년도 해외여행 자율화가 시행되고 이제까지 한번도 그런 통제를 한 적이 없었기에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속이 타는지 앞에 놓인 물을 한모금 마신 문희수 대통령은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그때 입을 연것은 국정원장 옆에 앉아 있던 삼십대 중반의 남자였다. 이런 회의에 참석하기에는 어린 나이였기에 모두가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자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 국정원 제1차장 변형태입니다. 당장 그러한 통제는 힘들지만, 몇가지 방법을 통해 연기시키는 것은 가능합니다. 예를들어 국제공항에 테러로 위장해 몇일동안 폐쇄시킨다던가, 내국인을 대상으로 비행사의 사정으로 전면 환불해 주는등의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외 강제하는 방식으로 간다면 분명히 아까 말씀하신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작업을 해야 합니다. "

" 흠.. 일단 정보를 취합하고 뭔가를 시행하기 위해 시간을 벌 방법은 그다지 많지 않네요. 좋습니다. 일단 그건은 국정원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세요. 군에서도 전시상황에 준해서 각 부대들을 통제하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정무수석은 기업인들과 만찬을 핑계로 만나서 생필품을 최대한 생산, 재고를 쌓아 놓으라고 당부하세요. "

잠시 말을 끊고 좌우에 앉은 인물들을 천천히 돌아본 문희수 대통령은 다시 조용하지만 강하게 입을 열었다.

" 어쩌면··· 우리는 건국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할지 모르겠네요.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이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고 지켜낼 분들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이겨낼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이상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국정원 원장은 경찰총장과 함께 집무실에서 뵙죠. 그럼 이만.. "

박희수 대통령이 마지막 말과 함께 일어나자 좌우에 앉아 있던 인물들도 따라 일어나 배웅했다. 문을 열고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덜썩 다시 자리에 앉으며 참모총장이 한탄했다.

" 하, 전역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이봐 원장. 비공식 정보도 없어? "

평소 국정원 원장과 호형호제하던 참모총장이었기에 편하게 이야기를 건냈다. 아까 설전은 다 잊은 듯 했다.

" 휴, 아까 말한게 답니다. 지금 미국, 러시아, EU등 선진국들은 난리가 났어요. 모두 쉬쉬하고 있지만 정보를 다루는 기관끼리 암암리에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하필 진원지가 청도라 그곳의 국제공항을 이용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전세계로 퍼지고 있나봐요. 우리도 그 대상자들을 일일이 파악해서 감시하고 격리시키려고 노력중이고요. 그외 다른 지역에서 입항한 비행기는 아직 손도 못대고 있어요. "

" 그래? 큼, 어떤 사전증상은 있나? "

" 아직 정확한 보고는 없어요. 일단 삼보대학병원등 몇몇병원에 나눠 격리실을 만들어서 입원시켰어요. 아직까지 바이러스에 감염이 확진된 사람은 나오지 않았어요. 한명이라도 우리 감시를 벗어나 거리로 뛰쳐나간다면··· 아마 우리의 상상보다 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

" 이거, 완전히 좀비영화의 실사판이네. 허, 참. "

군복을 입고 있는 누군가 탄식을 내뱉었다.

" 그래도 영화처럼 흘러가지는 않을겁니다. 실제 그것에 대비한 가상시물레이션 결과도 통제가능 범위내였습니다. "

조용히 뒤편에 서있는 참모총장의 보좌관이 말을 받았다. 무궁화 3개를 단 그는 정보 특수전의 경험이 풍부한 정보부 출신이었다.

" 뭐? 그런것도 시뮬레이션하나? "

" 아니 꼭 이런식의 좀비문제가 아니라 가상의 생화학 무기, 바이러스 공격과 감염자들에 대해 시뮬레이션 한 결과입니다만 그리 다르지 않을 겁니다. "

" 그래도 현실과 가상은 다르지.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의 목숨을 잃어야 한다는게 중요해. 우린 기계가 아니야. 살아있는 인간이지. 모두 들었겠지만 전시에 준해서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하자고. 이제 일어나세. "

" 네, 알겠습니다. "

그렇게 청와대 회의가 끝이났지만 진정한 사건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고 있었다.


" 크윽! 야. 니들 진짜 얼마만이냐? 아무리 그래도 연락은 하고 살자. "

명운대 뒷문에 위치한 간판도 없는 호프집. 학생들은 그냥 뒷말이라고 칭하는 곳이었다. 말이 호프집이지 그냥 막걸리, 맥주등 안파는 술이 없는 학생전용 술집이었다.

" 특히, 너 바위 새꺄. 넌 제대한지 벌써 두달이 다되어가는데 이제껏 연락도 없다가 이제서야 어슬렁 나타나서 말이야. 엉? 이 형님이 몇번이나 연락을 했는지 알아? "

뒷말의 구석자리에 앉은 남자 세명은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커다란 키에 구릿빛 얼굴, 옷이 가리지 못해 드러난 울퉁불퉁한 근육을 가진 마초성향의 바위와 적당한 키에 시원한 마스크, 우수에 젖은 눈빛등 완벽한 꽃미남 스타일의 제비. 그리고 작지만 딴딴한 몸매와 산적을 연상시키는 얼굴을 가진 도끼가 자리잡고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각각 김덕환, 도기철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서로 별명을 부르는 것이 더 익숙한 10년지기 친구들이었다. 유일하게 바위만 본명으로 불렸는데 남들은 그걸 별명이라고 착각하고는 했다. 이 세명은 군대가기전에 삼총사로 제법 학교에서 유명했었다.

바위가 말도 없이 군입대를 선택했을때 원망보다는 힌달 늦게라도 같이 입영을 선택한 진짜배기 친구들이었다. 물론 바위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지만 그 사실을 나중에 알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바위였기에 그들의 타박에도 변명없이 다 들어주고 있었다.

아직 소위 군대물이 떨 빠져서 그런지 짧은 머리에 어색한 티가 절로 났다. 자신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쉽게말해 눈에 확 띄는 조합이었다. 실제로 주변 술자리를 갖고 있는 학생들도 그런 그들을 힐끔거리고 있는게 보였다. 물론 대부분 제비를 힐끔거리는 여학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 미안하다. 진짜, 사정상 어쩔 수 없었어. 이해줘라. 오늘은 내가 살께. "

" 이야! 이 짠돌이가 돈을 쓴다고? 이거이거 용서를 안할 수 없는데. 크하하하. "

제비랑 같이 바위를 갈구던 도끼가 쏜다는 말에 부리부리한 눈을 크게뜨고 소리내어 웃었다. 그 모습 자체도 마치 인질을 협박하는 인상이었지만 바위는 이미 친구들의 마음이 풀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엊그제 피팅모델비까지 받은 상태로 재정적으로 조그마한 여유가 생긴 탓에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 그래, 얼마든지 먹어라. 근데 니들 제대하고 또 같이 살고 있냐? "

" 나도 지긋지긋하다. 이 제비새끼는 맨날 여자를 데리고 오지. 그때마다 피씨방으로 피난가야 하는 내 심정을 너는 모른다. 씨바.. "

" 네가 그걸 빌미로 새끼치래서 그렇게 소개팅을 잡아도 도끼, 네가 다 날려먹었잖아! 좋다고 할때는 언제고.. "

" 그럼 어쩌라고! 내 얼굴보고 다 도망가는데, 망할놈의 세상.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엿같은.. "

술이 취했는지 분통이 터졌는지 붉어진 얼굴로 흥분하는 도끼를 바위가 진정시켰다. 여전했다. 제비는 그 별명대로 180정도의 키에 꽃미남 마스크의 누가봐도 잘생겼다는 말이 나오는 미남으로 오는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막는다는 신조의 연애관을 가지고 있어 주변에 항상 여자들이 들끓었다.

그에 비해 키가 작고 탄탄하지만 옆으로 약간 퍼진 산적같은 생김새의 도끼는 모태솔로였다. 성격도 불같고 의리를 중시 여기는 도끼의 곁에는 남자들만 모여들었다.

이렇게 전혀 맞지않는 둘이 신기하게도 대학교 생활내내 같은 집에서 자취를 했다. 군대를 제대하고도 같이 붙어산다니 참 알다가도 모를 사이였다.

그렇게 한참을 막걸리를 마시면서 투닥거리는 그들을 누군가 알아보고는 다가왔다.

" 어! 삼총사 오빠들 아니에요? 우와! 진짜 오랜만이에요. 명운대 아싸의 전설, 괴짜, 허리케인과 같은 오빠들~ 드디어 복학하는거에요? "

뭔가 이상한 단어들이 나열되었지만 반가운 기색이 역력한 여학생을 무시 할 수 없었다.

" 누.. 누구? 아하하.. 오랫동안 학교를 쉬었더니 말이야. "

도끼가 가장 먼저 나서서 물었다. 한번 만난 여자는 절대 잊지 않는 제비도 처음보는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어 상대가 누군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 아! 당연히 모르실거에요. 오빠들이 전교생의 주목을 받을때 저는 겨우 1학년 신입생이었거든요. 후후. 오늘 처음으로 인사드리는 거에요. 전부터 인사하고 싶었는데 갑작스레 군대를 가는 바람에··· 그때 알래스카 사건때 근처에 있었는데··· "

왠지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가 언급되고 말이 길어질꺼 같은 분위기에 바위가 말을 끊고 대답했다.

" 아, 그렇구나. 반가워. 저기 일행이지? 그럼 즐겁게 놀아. "

한쪽에서 막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면서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여자얘들 무리를 가르키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말을 서둘러 마치며 고개를 꾸벅하고 무리로 돌아갔다.

" 잘했다. 바위야. 아직도 그때 일들을 기억하고 있는 학생이 있을 줄이야. 에휴.. "

제비가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했다. 과거 철없던 시절, 여러가지 사고 사건을 일으키고 다녔던 기억들은 지우고 싶을 뿐이었다. 주로 제비가 원인이 되었고 욱하는 성질의 도끼가 일을 크게 키웠고 마지막으로 바위가 해결하는 식이었다.

" 알래스카 사건은 뭐지? "

제비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묻는 바위를 보며 대꾸했다.

" 뭐긴, 알래스카인가 뭔가 하는 술집에서 사고친 내용이지. 니가 다 두들겨 팼잖아. 도끼도 한손 거들고. "

" 야! 말은 똑바로 해. 니가 사고친거 우리가 수습한거지. 제비새꺄! "

도끼가 기억이 난다는 듯이 제비를 보고 삿대질을 했다. 바위는 수많은 사고 중에 하나겠지 하면서 또 다시 투닥대기 시작한 둘을 보고 말했다.

"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먹자. 난 내일도 알바가 있어서 들어가봐야해. 형도 기다릴꺼고. "

바위의 사정을 알고 있는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루이틀 본 것도 아니고 항상 이런식으로 자리를 끝냈기에 이해해주는 친구들이었다.

" 그래, 잘 먹었다. 바위야. 담에는 내가 살께. 크크큭, 건수가 있거든. "

도끼의 말을 들으며 입구쪽 계산대로 향하던 바위는 아까 알은채 했던 여자애가 속한 무리를 힐끔 쳐다봤다. 마침 그네들도 우리가 나가는 것을 보았는지 고개를 돌려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스쳐지나가는 바위의 눈에 들어온 것은 긴 생머리에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여학생이었다. 큼직한 눈망울에 꽤나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의 그녀 미간에 찍혀있는 흰색 바코드가 보인 것이었다.

" 어! "

발걸음을 멈칫하자 뒤따르던 제비도 덩달아 몸을 멈춰세우고는 바위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의 끝에 한 여자애의 얼굴이 보이자 슬그머니 웃음지으며 바위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 이야, 우리 돌땡이가 드디어 군대를 갔다오더니 남자가 되었네. 크크큭. 기다려봐. 내가 역어주마. "

바위의 귀에 속삭이듯 말한 제비가 고개를 돌려 그 여자무리에게 성큼 걸음을 돌리자 바위가 제비의 어깨를 꽉 쥐며 속삭였다.

" 그런거 아냐. 일단 나가자. "

" 아야야.. 이거, 이거부터 놓고 말해, 쨔샤. 아파. "

제비가 아프다고 징징대며 어깨를 감싸쥔 그의 손등을 철썩철썩 때리자 그제야 손을 때며 밖으로 그들을 데려나갔다. 이미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물고 있던 도끼는 늦게 나온 바위와 제비를 보더니 의아한듯 말했다.

" 왜 이렇게 늦게 나와. 안에 먼일 있었어? "

" 아냐. 별거 없었어. "

바위가 별일 없다는 듯이 말하자 어깨를 감싸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던 제비가 억울한 듯 말했다.

" 우와, 너 운동하냐? 어깨 빠지는 줄 알았다. 아야, 아직도 시큰거리네. 시바.. 무슨 스패너로 움켜쥔거 같더라. "

" 미안, 미안. 요즘 힘 조절이 잘 안되네. "

안그래도 요즘 힘이 넘쳤다. 예전에도 비슷했지만 요근래는 그 정도가 심했다. 그래서 최대한 조심하고 있는데 갑작스런 제비의 돌발행동에 나도 모르게 조절에 실패한 듯 했다.

그런 둘을 가만히 보고 있던 도끼가 중얼거렸다.

" 하긴 오랜만에 본 바위의 신체스펙이 좀 달라진것 같기도 해. 덩치가 커진건 아닌데··· 뭐랄까 진짜 돌땡이가 되었다고 할까. 이것봐. 무슨 근육이 돌보다 단단해. 이거 완전 괴물아냐? "

도끼가 드러나 있는 바위의 이두박근을 슬쩍 찔러보면서 말했다. 자신도 예전부터 운동을 해왔기에 이런 근육은 그냥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다지 힘을 주고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런 강도와 유연성이라니.

고개를 갸웃하면서 연신 바위의 몸을 이곳저곳 찔러보는 도끼를 놔두고 제비가 말을 이었다.

" 근데, 아까 그 여자얘는 왜 그렇게 뜨겁게 노려봤냐? 관심있는거 아니었어? 그 여자얘도 부끄러워서 고래를 돌리던데? "

" 오호. 우리 돌덩이가 드디어 이성에 관심을? 이거 빅뉴스인데? "

이젠 아예 대놓고 바위의 상체 여기저기를 주물럭대는 도끼가 의외의 소식에 놀라 말했다.

" 휴우. 그런거 아냐. 흐음.. 나중에, 나중에 말해줄께. "

아직 자신도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이 바코드에 대해서 쉽게 말하기 껄끄러웠다. 좀더 알아보고 의견을 구해야 겠다고 생각하는 바위였다. 오늘 자신과 비슷한 바코드를 가진 사람을 보기도 했으니 알아보면 분명히 단서가 나오리라는 생각이었다.

평소처럼 장난을 치며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던 친구들도 이내 바위의 진지한 분위기를 느끼고 쿨하게 더 이상 묻지 않은 채 그동안 해후를 풀고는 아쉬운 이별을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75 몽1239
    작성일
    18.07.02 09:54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15 JaeK
    작성일
    18.07.02 13:10
    No. 2

    아, 그렇군요. 처음으로 글을 써보는 거라. 다음에는 참고하도록 하겠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낸맘데루
    작성일
    18.11.14 17:22
    No. 3

    정부에서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걸 알면서도 조치하는데 갑론을박을 한다는게 좀 와닿지 않습니다. 군을 움직이더라도 항구나 공항에 배치하는데 그리 많은수가 필요할까요?
    그걸 가지고 북측이 가만히 안있다라.... 좀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작중 중국이 심각한 사태를 정부는 안일하다기보단.. 설마 그럴라고라는 무능력의 극치를 보여주네요.. 한국정부가 과연 현실에서도 그러기는 할까?라는 반문을 해봅니다
    어리석은 정부라.... 머리좋은 사람은 많은데 한데 모아두면 개돼지가 된다더니.. 한국이군요... 다른나라기관을 믿을지언정 한국정부내의 사람들은 같은 정부의 기관을 신뢰하지못한다라..... 어이상실입니다
    그만큼 첩자가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네요
    국정원이라면 중국이 저런 사태를 맞았다면 한국에서도 저런 사태가 올거라고 생각해 미리조치를 취해야하는데 이놈저놈의 미루기로 아무행동도 안한다는게 멍청이로밖엔 아보이네요
    그만큼 국민들이 정부의 신뢰도가 최악이라는 반증이네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쉘터(2) 18.06.20 1,113 23 19쪽
22 쉘터(1) 18.06.19 1,162 22 24쪽
21 습격(6) +1 18.06.18 1,176 20 23쪽
20 습격(5) 18.06.18 1,265 20 24쪽
19 습격(4) 18.06.18 1,201 24 19쪽
18 습격(3) +2 18.06.18 1,273 23 18쪽
17 습격(2) 18.06.18 1,303 24 19쪽
16 습격(1) 18.06.18 1,313 23 21쪽
15 깊은 어둠속에서(5) +1 18.06.18 1,357 28 21쪽
14 깊은 어둠속에서(4) 18.06.18 1,366 29 20쪽
13 깊은 어둠속에서(3) 18.06.18 1,329 29 20쪽
12 깊은 어둠속에서(2) +1 18.06.18 1,444 27 19쪽
11 깊은 어둠속에서(1) 18.06.18 1,526 25 20쪽
10 아포칼립소(5) +2 18.06.18 1,565 27 20쪽
9 아포칼립소(4) 18.06.18 1,623 27 19쪽
8 아포칼립소(3) 18.06.18 1,728 31 21쪽
7 아포칼립소(2) 18.06.18 1,765 32 19쪽
6 아포칼립소(1) 18.06.18 1,941 26 19쪽
5 두개의 죽음(4) 18.06.18 2,123 33 20쪽
» 두개의 죽음(3) +3 18.06.18 2,366 32 22쪽
3 두개의 죽음(2) 18.06.18 2,581 37 21쪽
2 두개의 죽음(1) +3 18.06.18 3,131 32 18쪽
1 Prologue +2 18.06.18 4,263 4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