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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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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82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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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6.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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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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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21쪽

아포칼립소(3)

DUMMY

" 바위야, 이것 봐라. "

이젠 태양이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간 시간이었다. 늦여름의 더위는 아직 가시지 않고 있었다.

도끼의 재촉에 은혜에게 문자를 보내던 바위가 도끼를 쳐다봤다.

" 지금 통화가 안되는게 당연하단다. 통신사 폭주인가 뭐때문에 그렇다는데, 그런데 인터넷은 되네. 여기 서울 곳곳에서 올라온 영상이랑 사진들 봐봐. 여기만 그런게 아냐. 시내 대형병원 몇곳을 중심으로 괴질이 퍼졌다는데? "

도끼의 스마트폰에 재생되는 영상이 보였다. 대부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영상이었다.

" 그런데 말야.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만 있는게 아닌가봐. 남미, 미국, 유럽까지 전세계적으로 난리다. "

도끼가 화면을 전환하면서 보여준 것은 세계적을 가장 많은 사용자를 가지고 있는 SNS화면이었다. 그 SNS들도 온통 괴질과 좀비들에 대한 영상이 올라오고 있었다.

" 씨발. 세계는 하나라더니, 이런 것까지 하나가 되네. 외국으로 도망도 못가고 이렇게 얌전히 당하고 있어야 하나..? 헐.. 러시아는 그냥 무조건 사살이라네. "

" 뭔가 이상해. 이런 정보들이 왜 이제야 퍼지는 거지? 보니까, 저기 올라온 자료들이 오늘 일어난 사건들이 아닌것 같은데 말야. "

제비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 뭐, 뻔하지. 이리될 줄 알고 정부가 막았겠지. 개새끼들.. 지들만 살라고. 하아.. "

평소 정부, 대기업에 불만이 많은 도끼가 투덜거렸다.

" 흠,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 사태가 쉽게 끝나지는 않을것 같네. 어쩔꺼냐? 바위야. "

" 글쎄.. 일단은 형하고 은혜,아이들부터 챙겨야지. "

바위의 상황을 아는 제비와 도끼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아원에 몇번의 봉사를 간 경험이 있는 둘이기도 했고 바위가 얼마나 그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는지 알고 있어서다.

" 휴, 우리 노친네는 별탈 없다고 하고 도끼 부모님도 어제 새벽에 통화했으니.. 같이 움직이자. 당장 거기로 갈 수단도 없으니까말야. "

" 하, 마산까지 갈 방도가 없으니, 어쩔수 없지.. "

도끼의 부모님은 경남 마산에 제비의 가족은 일산에 있기 때문에 노원구 끝자락에 위치한 이곳에서 차나 지하철이 없이 가려면 수많은 시간과 난관이 있을 것이 뻔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당연히 바위는 별다른 거부없이 동의했고 도끼도 고개를 끄덕였다.

" 휴우, 이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벌써 해가 중천인데 말야. 슬슬 배도 고프고 큰일이네. "

제비가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당장 마실것과 먹을 것이 있지만 조교랑 다희라는 여자얘까지 다섯명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아직까지 전기, 수도, 인터넷등이 막히지 않았지만 이것도 언제 단절될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었다.

자꾸 부정적인 생각을 하니 더욱더 부정적이 되는 것이 인간이었다. 제비가 관심을 돌리기 위해 주제를 바꿨다.

" 근데 바위 너, 아까보니 그 좀비를 한방에 날려보내던데? 평소 힘이 쎄다는 건 알지만 대단하던데? "

190이 넘어가는 키에 전신에 철갑을 두른듯 울룩불룩한 근육의 바위를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그 당시 워낙 정신이 없었고 패닉상황이라 인지하지 못했지만 주먹질 한방에 사람을 날려버린 장면은 비현실적이었다. 아무리 그 좀비가 생전에 여자간호사였다고 해도 말이다.

도끼도 그것이 기억이 났는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 헐, 맞다. 그 좀비 목뼈가 부러진듯 보였지. 사람뼈, 그것도 목뼈를 일격에 부러뜨리는건 권투 챔피언도 힘들껄? "

어릴때부터 유도, 격투기등을 배운 도끼의 말은 제법 신뢰를 주었다. 바위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비정상적인 힘과 운동신경이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그롸악!

간간히 멀리서 울리던 괴성이 이번에는 제법 가까이서 울렸다. 건물의 특성상 울리는 소리때문에 정확한 위치와 거리가 감이 안잡혔지만 분명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 우앗! 뭐, 뭐야..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 이제 어쩌지. 통화도 안되고.. "

조교가 또 불안증세를 보였다. 제비가 그런 그를 진정시켰다. 도끼는 복도측으로 난 창문에 붙어 외부를 살펴봤지만 보이는게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바위도 다희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 다희씨, 뭐 불편한거 없어요? "

" 그,그게.. 아까부터 화, 화장실에··· "

그러고보니 아직 아무도 화장실에 가지 않고 있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기 힘들것이란 생각에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 혹시 지금 화장실 가고 싶은 사람? "

이 건물 오층에도 당연히 화장실이 있었고 혼자보다는 같이 가는게 좋다는 생각이었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다른 이들은 별로 생각이 없는지 아무도 나서지 않자 바위가 손을 내밀었다.

" 가요. 제가 같이 가드릴께요. 자.. "

그런 바위를 빤히 쳐다보다 살짝 홍조를 띄우며 손을 잡고 일어났다.

제비와 도끼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화장실에 가기위해 뒷문을 살짝 열고 복도로 나섰다. 훤히 드러난 복도에는 적막만 흐르고 있었다. 화장실은 복도 중간정도에 위치하고 있었다. 거리로 따지면 십여미터정도.

조용히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손짓으로 다희를 불러낸 바위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먼저 나아갔다. 그 뒤를 다희가 숨을 죽이며 따랐다.

너무 조용한 것도 공포를 부른다는 사실을 안 바위가 조용히 속삭였다.

" 무섭죠? 여기까지 괴물들이 올라오지 않은 것 같아요. 걱정마세요. "

" 네.. "

그냥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그녀의 눈동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바위는 그냥 조금 특이한 학생이네 라는 느낌을 받으며 화장실에 도착해 안을 살펴봤지만 좀비의 흔적은 없었다.

" 들어가세요. 밖에서 기다릴께요. "

" 고,고마워요. "

화장실 문이 닫히고 소리,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들렸다. 건물이 너무 조용한 탓이었다. 바위가 느끼기에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다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개를 푹 숙인 그녀를 뒤로하고 다시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크롸앗-! 쿵! 쿵!

갑작스레 좀비의 괴성이 건물을 울리고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크게 났다. 바로 근처에 있는 듯한 입체감이었다.

바위는 다희의 손을 잡고 달려 강의실에 급히 들어가 문을 닫았다.

" 뭐야? 혹시 좀비들 봤어? "

갑작스런 괴성과 소음에 놀란 도끼가 바위를 보며 물었다.

" 아니. 하지만 가까웠어. 뭔가 부딪히는 소리도 나고.. "

" 아무래도 아래층 랩에 있는 사람들인 가봐. 그들이 뭔가를 하려다 좀비와 마주친거 같은데? "

제비가 확신에 찬 답을 내놓았다. 사람들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히 다른 소리가 썩여 있었다.

" 어쩌지?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잖아. "

도끼가 말했다. 평소에도 불의를 참지 못하고 여기저기 끼어 사고를 치는 그였기에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바위도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 일단 내려가보자. 사람부터 구하고 보자. "

오전에 있었던 사람과 좀비무리의 싸움은 어쩔수 없다고 하지만 같은 건물, 불과 몇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숨어 있는 사람들의 희생까지 두고볼 삼총사가 아니었다. 일단 삼총사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자 주변을 살펴봤다. 무기를 찾는 것이다.

그런 삼총사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던 조교가 급히 말했다.

" 그럼 나, 아니 우리는? "

" 조교 아저씨는 그냥 여기 있어요. 금방 갔다가 올테니. "

도끼가 돌아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뒤이어 제비가 부드럽게 다독였다.

" 아래층에 사람들을 구해야 하니.. 다희씨랑 같이 조금만 기다리세요. "

" 네.. "

실상 강의실에서 무기가 될 만한 건 거의 없었다. 고작해야 뒤쪽에 놓인 청소도구, 책상, 걸상정도. 이것저것 들어보며 휘둘러보는 도끼와 제비를 두고 바위는 강의실에 돌아다니는 책 몇권을 주워들고 어디선가 청테이프를 구해와 자신의 한쪽팔뚝에 감기 시작했다. 아까 오전에 보았던 이들의 싸움을 떠올린 것이다.

" 흠, 그거 책이라 꽤 무거울텐데.. 괜찮겠어? "

" 어, 불편함은 크게 없어. 한번정도만 막아주면 되니까. 이정도는 감수해야지. "

주먹을 허공에 몇번 휘두른 바위가 돌아보며 말했다. 부러뜨린 마대자루를 쥔 제비와 걸상을 방패처럼 든 도끼가 강의실 문을 나섰다. 가장 앞선 도끼가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워어-! 쿵!

계속해서 건물을 울리는 괴성이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계단을 내려간 삼총사는 사층 복도에 아무런 흔적이 없는 것을 보고는 제비가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르켰다. 워낙 밀폐된 공간이라 소리가 울려 원근감이 없어 위치파악이 안되어 한층 더 내려가기로 했다.

점점 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삼총사는 3층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계단을 내려와 코너를 돌기전 복도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내민 제비가 손가락을 두개를 폈다. 두마리가 보인다는 뜻이다.

최소 네마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일행은 나머지가 어디에 있는지 주변을 살폈다. 보이지 않았다. 제비는 어쩔꺼냐는 눈빛으로 바위와 도끼를 쳐다봤다.

먼저 고개를 끄덕인 도끼가 앞으로 나섰다.

" 하앗-! 이 개새끼들. 여기다! 덤벼! "

걸상을 방패처럼 든 도끼가 소리치며 말하자 무언가를 두드리고 있던 좀비 두마리가 일제히 그를 돌아봤다. 그리곤 미친듯한 뜀박질로 삼총사, 도끼에게 달려들었다.

그래도 한번 봤다고 꽤 침착하게 들고 있는 걸상을 앞세워 달려드는 좀비들을 막아나갔다. 하지만 가까워지는 좀비들을 보면서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무엇에 뜯겼는지 얼굴과 드러난 피부는 시뻘건 근육이 드러나 보이고 흘러내린 핏물은 온몸을 적시고 있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묘한 악취까지 풍기며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모습은 일반인이라면 주저앉을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그롸앗! 쾅!

앞선 좀비가 도끼가 내민 걸상에 부딪히자 뒤따라오던 좀비도 연속으로 부딪히며 충격을 주었다.

" 큭, 이것도 힘이 장난아니네. 으랏차! "

걸상 너머로 이빨을 딱딱 부딪히며 어떻게든 신선한 살과 피를 먹어야 겠다는 일념일까? 괴력을 보이며 도끼를 밀어붙히고 있었다. 도끼도 온몸에 힘을 주며 밀어붙이고 있었지만 힘이 모자랐다. 서서히 밀리려는 그 순간, 바위가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쾅! 꽈득!

바위의 주먹이 좀비의 관자놀이에 박히는 소리와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위의 주먹에 맞은 좀비는 옆면의 벽을 그대로 들이박고 무너졌다. 뒤따르던 좀비는 자세를 잡기전에 바위를 향해 이빨을 들이밀었다.

그 모습에 바위가 책으로 둘러싼 왼쪽 팔뚝을 들어 막았다.

꽈악! 드드득!

좀비의 치악력에 청테이프가 뜯겨져 나가고 책들이 찢겨져 날아갔다. 그 사이에 다시 몸을 움직여 주먹을 뻗었지만 타점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파앗! 퍽!

그 사이로 대기하고 있던 제비가 마대자루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좀비의 얼굴을 찔렀다. 운이 좋게 좀비의 눈을 뚫고 들어간 마대자루에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고 쓰러진다.

" 헉, 허억! 씨발 이짓도 두번은 못하겠다. "

앞에서 좀비들과 용쓰며 힘겨루기를 한 도끼가 헉헉대면서 진저리를 쳤다. 눈에 마대자루가 박힌 좀비는 완전히 죽은게 아닌지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자 제비가 다시 한번 마대자루를 힘껏 밀어넣자 경련이 멈췄다.

" 그러게. 이거 사람이 할 짓이 아니네. 진짜 총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씨바. "

제비가 동의하면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좀비를 경계하자 바위도 사방을 쓸어보며 말했다.

" 일단 여기는 없는것 같다. 이 소음에 모습을 안나타내는 것을 보니 말야. 일단 저기 안에 사람들 부터 구하자. "

그렇게 쓰러진 좀비를 피해 아까 그것들이 부딪히고 있던 문을 향해 걸어갔다. 아까보다 더 심한 악취가 그것들에게서 흘러나왔다. 코를 막고 도착한 그곳은 수학교육과 LAB이라는 글자가 적힌 문이었다. 제비가 나서서 문을 두드렸다.

똑똑.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다시 문을 두드리며 제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저기요, 이제 나오셔도 되요. 일단 위쪽 강의실로 피신해요. 저기요! "

몇번을 말하고 나서야 안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 누,누구세요? 구출, 구조하러 오신, 부,분이세요? "

" 일단 문좀 열고 얼굴 보면서 얘기하죠. "

그러자 안쪽에서 누군가 속삭이듯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잠시후에 문이 살짝 열렸다. 그 사이로 삼총사를 보더니 황급히 문을 닫는다.

" 이보세요! 언제까지 그곳에 있을 생각이에요? "

어렵게 그들을 구하러 와준 자신들이 이런 대접을 받자 화가 치민 제비가 거칠게 말하려는 순간 바위가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 됐어. 일단 우리꼴이 말이 아니다. 좀비라고 해도 믿겠어. "

아까 격전으로 피와 체액이 여기저기 튄 덕분에 엉망이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한숨을 쉰 제비도 이내 안쪽을 향해 툭 던지듯 말하고 물러섰다.

" 일단 밖에 좀비는 처리했으니 그렇게 알고 계세요. 우린 오층 유아교육과 강의실에 있으니, 오려면 오고.. "

" 일단 다시 물러나자. "

" 그전에 여기까지 왔는데 다른 곳도 둘러보고 먹을 것도 좀 구해놓자. "

도끼가 의견을 제시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모두 동의한 후 삼층부터 천천히 돌아다니며 문을 열고 하나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직 아래층에 내려갈 엄두는 내지 못했다. 남은 좀비들이 최소 두마리 이상이라는 사실과 흩어져서 찾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강의실에는 별다른게 없었고 LAB들도 대부분 문이 잠겨 있었다. 그중 열린 곳에서 생수 몇통이랑 과자 몇봉지를 발견하고 챙겨서 올라갔다.

" 그런데 저기 좀비 시체들은 놔둬도 괜찮을까? 그 괴질이 어떤 식으로 전파되는지 아직 모르잖아. "

" 아냐, 영상을 봐도, 이제껏 좀비가 된 사람을 봐도 공기중으로 전파되는 건 아냐. 영화처럼 좀비가 물어야 되는 거지. "

도끼가 확신한다는 말투로 주장했다. 바위도 크게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 흠,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휴,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 그냥 가자. "

제비가 생각해도 지금은 저 시체들을 어쩔 방법이 없었다. 냄새가 지독하지만 태울수도 묻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사층까지 수색을 끝낸 삼총사는 오층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삼층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 저기요. 오층에 사람들이 모여 있나요? "

아까 수학교육과 랩에 있던 사람, 여자의 목소리였다.

" 네, 일단은요. 어떻할래요? "

" 가고 싶은데.. 여기 다친 사람이 있어서··· "

가녀린 목소리는 여자였다. 삼총사는 눈빛을 주고받고 계단을 내려가니 예상대로 젊은 여인이 서 있었다. 쓰러져 있는 좀비를 봤는지 후들거리는 다리로 인상을 찌푸리며 겨우 서서 삼총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제법 당당하게 말하는 폼이 강단이 있어 보였다.

" 랩에 다친 사람이 있어요. 다리를.. 접질러서.. 움직이기 힘들어요. "

그녀의 말인 즉슨, 도와달라는 말이었다. 어짜피 도와주러 온것이니 문제가 없었지만 아까 푸대접이 생각났는지 제비가 제법 쓴소리를 했다.

" 그럼 아까 말을 하지 그랬어요? "

" 그때는.. 휴, 미안해요. 정신이 없어서.. 도와주실꺼죠? "

" 일단 가보죠. "

랩에 도착한 삼총사는 다리가 부러졌는지 발이 돌아간 상태로 누워있는 남자가 보였다. 도끼가 다가가 살펴보더니 상태를 진단했다.

" 이거 관절이 돌아갔네. 이거 접골원에 가서 맞춰야 하는데? "

운동을 하면서 몇번 겪은 일인지 덤덤하게 말하는 도끼를 간절하게 올려다보며 남자가 입을 열었다.

" 그,그럼 지금 상태가··· 고칠 수 없는건가요? "

땀을 뻘뻘흘리며 상태를 묻는 남자를 보며 도끼가 말했다.

" 뭐, 그건 아니고.. 내가 맞출 수 있긴한데, 잘못될 수도 있어요. "

괜히 건드려 신경이나 인대를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자 남자가 망설였다. 그러자 여자가 대꾸했다.

" 일단 여기서 나가서 안전지대로 가죠. 마냥 여기에 있을 수 없으니.. "

어느정도 공포가 가셨는지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고 삼총사도 동의 했다. 일단은 거처로 돌아가야 할듯했다. 그렇게 도끼와 제비가 양쪽에서 부축을 하고 문을 나서서 계단 쪽으로 향했다.

그때 여자가 말했다.

" 다친 사람도 있는데 엘레베이터로 가는게 어때요? 전기는 계속 들어오던데.. "

그말에 삼총사가 고민하는 사이에 계단 옆에 위치한 엘리베이터 버튼을 여자가 눌렀다. 말릴 사이도 없었다. 일층에 멈춰있던 엘레베이터가 띵하는 소리와 함께 삼층에 순식간에 도착해 문이 열렸다.

꺄악! 그롸악-!

열림과 동시에 문앞에 서 있던 여자가 뒤로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팔다리를 퍼덕이며 어떻게든 뒤로 물러서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그 이유는 잠시 뒤에 드러났다. 열린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좀비 두마리가 서로 뛰쳐나오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미 엘리베이터 안에는 사방이 피칠로 벌겋게 변해 있었고 제법 멀쩡한 남자좀비와 여기저기 뜯겨져 내장까지 흘러나온 여자좀비가 있었다. 그제야 왜 좀비가 두마리밖에 안 보였는지 알아챘다.

저 여자좀비는 밖에 좀비들을 발견하고 도망친것이 엘리베이터 안이었고 가장 앞선 저 남자좀비와 같이 엘레베이터를 탓을 것이다. 그 이후의 상황은 뻔했다. 여자 좀비의 상태를 보니 많이 고통스러웠을 듯했다. 하지만 그런 연민을 느끼기에는 지금 상황이 안좋았다.

그들을 인지하자 마자 바위가 튀어나가 막 뛰쳐나온 남자좀비의 얼굴을 그대로 가격했다. 퍼억! 나오던 그대로 다시 엘리베이터 안으로 쳐박힌 좀비를 비집고 여자좀비가 내장을 덜렁거리며 달려들었다.

그롸앗-!

아까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이 금방 자세를 잡은 바위가 그대로 앞차기로 좀비의 가슴을 때려 다시 엘리베이터 안으로 구겨넣었다. 가슴부위가 함몰된 여자좀비는 그대로 날아가 박혔지만 금방 벌떡 일어서 다시 달려들었다. 역시 머리를 깨버리는 방법 외에는 죽지 않는 괴물이란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래도 다행히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오는 방향만 상대해도 되기에 금방 자세를 잡은 바위가 말했다.

" 일단 올라가! 여기는 내가 상대할께. "

머뭇거리는 도끼를 제비가 끌며 외쳤다. 어짜피 여기 있는다고 도움이 안될 것을 뻔히 아는 까닭이다.

" 바위야, 빨리 처리하고 와라. 기다린다. 어이, 빨리 일어나. "

아직도 누워있는 정신못차리는 이 사태의 원흉인 여자에게 거칠게 말한 제비가 남자를 부축하며 계단으로 올라섰다. 어버버하며 겨우 몸을 일으킨 여자의 하체는 노란물로 축축해져 있었다. 다급히 도끼와 제비를 향해 거의 기어가듯이 네발로 따라붙으려 발버둥쳤다.

그 사이에 다시 한번 좀비를 날려보낸 바위가 점점 익숙해지는 좀비들의 패턴에 사정없이 주먹을 박아넣고 있었다. 오로지 직선적인 움직임과 이빨공격만 피하면 크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지금 좀비의 공격루트를 확실히 파악해놔야 나중에 실수가 없을 것이란 것을 깨닫고 좀더 시간을 끌며 상대하고 있었다.

금방 익숙해졌다. 단지 어려운 점은 이빨공격 말고도 손아귀 힘이라던가 몸통박치기가 조금 까다로웠지만 지금 바위의 신체스펙은 그런 공격들을 무위로 만들기 충분했다.

그워어어..

그렇게 몇분을 상대하자 인간 형상의 좀비가 피떡이 되어 도저히 사람인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가 되자 마지막으로 두개골을 박살내 죽여버렸다. 아마 이것을 마지막으로 이 건물안에 있는 좀비들은 다 처리가 된듯했다.

좀비의 피에 물든 자신의 주먹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 바위는 걸음을 옮겨 친구들이 있는 장소로 걸어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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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개의 죽음(1) +3 18.06.18 3,132 32 18쪽
1 Prologue +2 18.06.18 4,263 4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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