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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개막전 패배' KCC... 아쉬운 김민구의 빈자리

김민구.JPG
@KCC
 
'김민구만 있었다면!'

2014-2015 KCC 프로농구 정규 리그가 개막한 가운데 KCC 팬들의 시즌 전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전주 KCC는 지난 11일 전주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동부와의 홈 경기에서 59-65로 패배의 쓴맛을 봤다. 경기 초반부터 야투 부진과 실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방적으로 밀렸다. 4쿼터에서 추격에 나섰지만 김태홍 등 믿었던 선수들이 중요한 순간마다 실책을 내며 결국 패배에 이르렀다.

돌아온 핵심 전력 '하킬' 하승진(29)이 첫 경기부터 좋은 몸놀림으로 17 득점, 13 리바운드, 2 어시스트의 활약을 보여준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하승진은 경기 내내 크게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플레이를 하며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매직 키드' 김태술(30)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으로 아직 좋은 경기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검증된 선수인 만큼 경기가 거듭될수록 좋아질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4쿼터부터는 특유의 뱅크 슛도 성공시키는 등 서서히 컨디션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김태술-하승진 사이에서 활약해 줄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김태술이 아무리 앞선에서 좋은 패스를 내고 하승진이 골 밑에서 활약해도 중간에서 이들과 함께 활약해줄 선수들이 없다면 KCC는 승수를 쌓기 어렵다. 김효범-김태홍-윌커슨-심스 등 주축 선수들의 낮은 BQ(바스켓 아이큐)는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 내내 동부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며 KCC팬들은 아마 이 선수를 떠올렸을 것이다. 다름 아닌 '데릭 민구' 김민구(23)다. 돌파와 외곽슛은 물론 게임 리딩까지 고르게 갖추고 있는 공격수 김민구만 있다면 김태술-하승진의 경기력도 더욱 상승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줘도 오픈 외곽 슛 조차 실패하는 동료들 때문에 김태술은 게임 리딩에서 혼선이 왔다. 그나마 믿을만한 하승진에게 주로 공을 건넸지만 상대 수비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김민구가 내·외곽을 오가며 흔들어 줬다면 김태술-하승진에게 들어오는 압박도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국가대표 팀에서 주로 슈터로 뛰었던 김민구는 막상 프로에서 제대로 뚜껑을 열어보니 더욱 대단한 선수였다. 3점 슛만 잘 쏘는 게 아니라 빈 공간이 보이면 지체 없이 돌파를 시도했고 성공률 또한 매우 높았다. 김선형처럼 폭발적인 스피드로 가속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드리블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수비수를 제쳤다. 김선형이 투박했다면 김민구는 유연했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스타일인 만큼 마무리도 뛰어나다. 큰 선수들이 가로막아도 재치 있게 '플로터 슛(floater shoot)'을 성공시켰다.

무엇보다 팬들을 놀라게 한 것은 김민구의 넓은 시야와 뛰어난 패싱 센스다. 원맨 리딩이 가능한 1번이 줄어들고 있는 현 추세에서 2번은 단순히 공격력만 좋아서는 안 된다. 1번을 도와 보조 리딩을 할 수 있는 슈팅 가드가 각 팀마다 절실해지고 있다.

김민구는 단순히 보조 리딩을 잘하는 수준이 아니다. 경기 전체를 꿰뚫어보는 눈썰미와 순간적인 재치가 워낙 뛰어난 만큼 어지간한 정통 포인트 가드 뺨치는 시야를 과시한다. 정확도는 물론 달리는 동료에 맞춰 속도를 조절해가며 패스를 뿌리는 장면에서는 김민구의 포지션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경희대 시절부터 실질 게임 리딩을 담당했던 진가가 프로에서 그대로 나왔다는 평가다.

때문에 김민구는 어떤 상황에서도 팀 공헌도가 높다. 설사 슛감이 안 좋다 하더라도 패스를 통해 동료들을 살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비하는 상대 선수 입장에서는 슛-패스를 모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더욱 수비가 어렵다. 게임 이해도가 높은 선수답게 수비도 매우 지능적으로 잘한다. 상대의 동선을 미리 읽는 것은 물론 기가막 힌 타이밍에서 스틸을 성공시킨다. '농구 천재' 허재 이후 1-2번에서 모두 정상급 기량을 보여준 선수는 김민구가 유일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김민구에 대한 KCC팬들의 기대는 아주 높았다. 지난 시즌 같은 경우 각종 국가대표 경기에 불려 다니느라 몸 상태도 좋지 않았거니와, 소속팀에서 제대로 호흡을 맞춰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괴물 같은 활약을 펼쳤다는 것을 감안 하면 그의 2년 차가 기대되는 것은 아주 당연했다. 하지만 지난 음주 사고로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며 KCC팬들은 물론 국가대표팀에도 치명적인 전력 누수를 안기고 말았다. 허재 감독의 시즌 준비 역시 엉망이 됐다.

'김민구만 있다면, 김민구만 있다면...'
올 시즌 KCC팬들과 관계자들은 같은 생각을 수없이 반복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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