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윈드윙 님의 서재입니다.

스포츠 쓴것


[스포츠 쓴것] '허슬 야생마' 양희종... 소리 없이 강했다

12년 만에 다시 아시안게임 정상에 서는 쾌거를 이뤄낸 남자농구 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대표팀은 지난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강호 이란을 79-77로 꺾고 아시아 최강 자리에 우뚝 섰다. 팬들은 농구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이뤄낸 뜻밖의 성과에 기뻐하고 있다. 이 분위기가 곧이어 개막될 프로농구의 흥행으로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객관적인 전력상 이란의 우세가 점쳐졌었다. 센터 하메디 하다디(218cm)와 포워드 모하마드 사마드 니카 바라미(198cm)는 각 포지션에서 아시아 최고로 꼽힌다. 거기에 마디 캄라니(185cm), 하메드 아파그(190cm) 등 가드진 역시 위협적이다. 이란은 황금멤버들을 이끌고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제패하는 등 수년 전부터 '아시아 일인자' 중국을 유일하게 위협하는 국가였다.

반면 한국은 핵심 멤버 중 한 명인 김민구가 불미스런 사고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등 여러모로 불리했다. 하지만 양동근-김주성-문태종 등 베테랑들과 김선형-김종규-이종현 등 젊은 피들이 똘똘 뭉친 대표팀은 특유의 조직력과 근성을 앞세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대어를 잡아내는 위용을 뽐냈다.

특히 대표팀에서 돋보였던 선수는 문태종과 조성민이다. 이전부터 우리 농구팀은 슈터가 강점이었다. 최근 들어 이런 흐름이 주춤해졌다. 일각에서는 우리 고유의 장점이 퇴색한 것 아니냐며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태종-조성민은 정교한 외곽 슛을 앞세워 공격을 주도했다. 또한 중요한 상황마다 한 방을 터트리며 외곽 강호 한국의 자존심을 지켜줬다.

 양희종(오마).jpg
▲ 바라미 꽁꽁 묶은 양희종 한국 농구대표팀의 양희종이 3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이란과의 결승전에서 이란의 바리미의 골밑 슛을 저지하고 있다.
ⓒ 유성호

 


외곽 슛 약하지만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 선수

그런 가운데 이들 쌍포 못지않게 칭찬받는 선수가 있다. '소리 없는 강자', '허슬 야생마' 양희종(30·KGC인삼공사)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문경은, 김영만, 추승균, 우지원, 양경민, 방성윤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쟁쟁한 3번들은 모두 뛰어난 슈팅력을 지녔다. 공수를 겸비한 케이스도 있었고, 화력에 좀 더 집중하는 스타일도 있었지만 하나같이 외곽 슛이 좋았다.

반면 양희종은 슈팅력이 약점으로 꼽히는 선수다. 프로리그 통산 외곽 슛 성공률이 단 한번도 30%를 넘어선 적이 없다. 자유투 역시 75%가 최고 성공률일 정도로 슛이 약하다. 본인도 이를 의식한 듯 슛을 아끼고 있지만 성공률은 제자리걸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희종은 자신이 속한 무대의 주역에서 밀려본 적이 없다. 소속팀 안양 KGC 인삼공사는 올 시즌 FA자격을 얻은 그에게 계약기간 5년에 6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로 재계약을 체결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대우도 있만 그만큼 팀 내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각종 국가대표 경기에서도 양희종이 태극마크를 놓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처럼 양희종이 소속팀과 국가대표에 꾸준히 중용되고 있는 이유는 높은 팀 공헌도 때문이다. 양희종은 슛을 제외하고 모든 부문에서 우수하다. 장기인 수비는 물론이거니와 팀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워낙 센스가 넘치는지라 부드럽게 팀에 섞이며 동료들을 잘 살려준다. 양희종이라는 선수가 경기에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팀 내 볼 흐름이 크게 달라진다.

양희종 없었다면 이란전 승리 어려웠다

이란과의 결승전에서도 양희종의 존재감은 빛났다. 겉으로 보이는 성적(3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은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없었다면 지난 3일의 승리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 정도로 양현종의 팀 공헌도는 매우 높았다.

대표팀은 앞선의 압박은 물론 골밑에서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하다디를 잘 마크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이란 가드진의 컨디션도 평소보다는 좋지 않아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전을 벌였던 이유는 이란의 주포 바라미의 존재 때문이었다. 대표팀은 필사적으로 바라미를 마크했지만 내곽과 외곽을 오가며 득점을 만들어내는 화력을 완전히 제어할 수 없었다.

좋은 신체조건에 힘과 스피드는 물론 테크닉까지 장착한 바라미는 과거 한국팀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혔던 중국의 포워드 후웨이동(198㎝) 못지않은 압박감을 선보였다.

양희종은 초반 압박 수비의 중심에서 활약하느라 일찌감치 4파울에 걸렸다. 그런 상황에서도 중요한 순간 필사적으로 바라미를 막아냈다. 덕분에 전반전 대활약을 보였던 바라미의 움직임을 후반부에는 최소한으로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수비로 경기를 지배할 수도 있다'는 말을 직접 보여준 플레이였다. 양희종마저 없었다면 대표팀은 바라미에게 브레이크를 걸지 못해 더욱 큰 위기에 빠질 수 있었다.

양희종의 또 다른 매력은 공격력은 약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엄청난 집중력으로 클러치 득점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난적 필리핀과의 경기에서도 종료 32초 전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슛을 작렬시켰던 그다.

이란전에서도 결정적인 순간, 득점에 성공하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한국은 4쿼터 초반, 이란에 역전을 허용하며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그 때, 양희종은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슛 성공으로 바스켓 카운트를 만들어냈다. 64-63으로 재역전하는 순간이었다. 단순 역전슛이 아니라 경기흐름을 되찾아오는 한 방이었다. 필리핀전 때의 쐐기포 이상 가는 빅샷이었다.

양희종은 접전이 이어지던 경기가 종료 3분을 남겼을 때도 수훈을 세웠다. 리바운드 경합 상황에서 이란의 실책을 유도해 다시 공격권을 가져왔다. 이렇듯 양희종의 경기는 단순 기록 이상의 '분위기'를 잡아낸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허슬과 수비를 통해 대표팀의 한 축을 든든히 지켜낸 양희종이었다. 그의 대활약은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우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157 스포츠 쓴것 | '이대형 제외' KIA 김기태 감독, 족쇄냐 신의 한 수냐 14-12-01
156 스포츠 쓴것 | ‘심스 악명’ KCC 제스퍼 카드 필요하다 14-11-06
155 스포츠 쓴것 | 넥센 서건창·강정호, KS에서도 이종범 포스? 14-11-04
154 스포츠 쓴것 | ‘색깔 없는’ KCC… 무색무취 어디까지? 14-11-02
153 스포츠 쓴것 | LG 정성훈, 미친 존재감…가을의 전설 쓰나 14-10-27
152 스포츠 쓴것 | 오세근 전역 KGC, 태풍의 눈으로 바뀔까? 14-10-24
151 스포츠 쓴것 | KGC 박찬희, 준비 덜 됐나 ‘김태술 공백 실감’ 14-10-23
150 스포츠 쓴것 | 들개 임재현, 오리온스 ‘신의 한 수’ 14-10-21
149 스포츠 쓴것 | '잠자는 복병' KGC 인삼공사... 반격을 시작하나 14-10-19
148 스포츠 쓴것 | ‘유리창 라인업’ KCC… 실속파 없고 계륵만 가득? 14-10-17
147 스포츠 쓴것 | '최종병기' KCC 김지후, 소문 그대로 저격수 14-10-16
146 스포츠 쓴것 | 서건창 197안타 신화, 야구명가 광주일고 '잔치 잔치' 14-10-14
145 스포츠 쓴것 | ‘하승진 효과?’ KCC 윌커슨-심스…양날의 잭팟 터질까 14-10-14
144 스포츠 쓴것 | 정민수-김태홍, KCC 3번라인 마당쇠 조합? 14-10-13
143 스포츠 쓴것 | '성숙해진' 하승진... KCC 수호신 될까? 14-10-12
142 스포츠 쓴것 | '개막전 패배' KCC... 아쉬운 김민구의 빈자리 14-10-12
141 스포츠 쓴것 | 레이 알렌의 쇼타임, 캐나다 공룡을 침몰시키다 14-10-10
140 스포츠 쓴것 | ‘인간지우개’ KCC 신명호, 해법은 3점포! 14-10-08
139 스포츠 쓴것 | ‘선의 한 수?’ KIA 선동열 감독의 공은? 14-10-07
» 스포츠 쓴것 | '허슬 야생마' 양희종... 소리 없이 강했다 14-10-05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