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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선의 한 수?’ KIA 선동열 감독의 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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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동열 감독은 지난 3년간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물러날 위기에 몰려 있다. ⓒ 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은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0점대 평균자책점, 통산 평균자책점 1.20, MVP 3회, 골든글러브 6회, 한국시리즈 우승 6회 등 그가 타이거즈와 한국 프로야구에 남긴 유산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선수 시절 ‘국보’라 칭할 정도로 절대적인 입지를 자랑했다.

때문에 3년 전 고향팀 KIA의 사령탑으로 부임했을 때 팬들 사이에서 쏟아지는 기대는 대단했다. 팀의 레전드 출신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시의 선동열 감독은 이미 삼성 라이온즈에서 명장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은 프로출범 이후 내내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꾸준히 강호로 군림했다. 그만큼 정규 시즌에서만큼은 ‘무적 포스’를 자랑했다. 문제는 한국시리즈였다. 프로 원년이었던 198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OB(현 두산) 김유동에게 한국시리즈 첫 만루 홈런을 얻어맞고 우승을 놓칠 때부터 꼬이기 시작한 이들은 유독 파이널에 약했다.

쟁쟁한 감독과 선수들이 함께했지만 우승은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무쇠팔 최동원의 전설, 큰 경기에 강한 천재 이종범의 신화, 뚝심의 두산 등 상대팀들에게 큰 훈장만 만들어준 채 번번이 눈물을 삼켰다. 그 정도 전력을 보유하고도 준우승만 한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러한 삼성의 한국시리즈 징크스에 종지부를 찍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숙적 해태 타이거즈의 기둥이던 선동열 감독이었다. 선동열 감독이 김응용 감독을 보좌해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후 감독까지 역임하는 동안 삼성은 한국시리즈에 맺힌 한을 완전히 풀어냈다.

배영수는 맨투맨 조련을 통해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 중 한명으로 거듭났다. 최고의 마무리투수 오승환을 비롯해 안지만-권오준-권혁-차우찬 등 수많은 불펜 필승조가 탄생했다. 커브의 달인 윤성환은 ‘선동열의 황태자’로 불렸다. 현재의 투수왕국 삼성은 선동열 감독의 작품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아쉬운 것은 삼성 팬들과의 소통이었다. 우승의 한을 풀어주고 팀을 강하게 만들어줬다고는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삼성의 숙적 타이거즈의 간판스타 출신이다. 삼성 팬들이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선동열 감독은 지나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했다.

선수 시절 프랜차이즈 스타출신이기도 한 류중일 감독은 그러한 선동열 감독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적임자였다. 실제로 류중일 감독은 부임 이후 돌아섰던 팬심을 되찾으며 성적과 인기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SK 이만수 감독이 전임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을 지나치게 빨리 바꾸려다 실패했던 것과 달리 선동열 감독의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아 운영하는 영리함까지 돋보인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KIA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실 그에게 걸었던 기대는 굉장히 컸다. KIA로 팀명이 바뀐 이후 내내 아쉬움으로 지적됐던 취약한 불펜 문제 역시 당장이라도 해결될 듯 했다. 첫해 김진우를 부활시키고 박지훈-홍성민 등 가능성 있는 젊은 불펜 투수들을 발굴해 낼 때까지만 해도 향후 타이거즈 행보는 밝아보였다.

하지만 주축 투수들이 노쇠화와 줄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부터 팀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종잇장처럼 얇은 선수층은 이탈자들을 채우기에 한없이 부족했다. 삼성에는 엄청난 선수층과 훌륭한 재활시스템이 있었지만 KIA는 사정이 달랐다.

결국, 현재의 KIA 투수력은 선동열 감독 취임 이전과 비교해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오히려 에이스 윤석민의 해외진출, 서재응 등 노장들의 하락세가 이어지며 더 나빠진 게 사실이다.

투수력 약화의 책임을 모두 선동열 감독에게 뒤집어씌울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그가 사령탑에 있는 동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높았던 기대만큼 실망도 큰 만큼 재계약도 불투명해졌다.

재미있는 것은 투수층은 약해졌지만 야수층은 두꺼워졌다는 사실이다. 선동열 감독은 조범현 전 감독시절 맹활약했던 국가대표 외야수 이용규, 노련한 좌타자 김원섭, 최희섭-김상현의 'CK포'의 덕을 거의 보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리그를 호령하는 스타급 선수는 많지 않지만 이범호-나지완-김선빈-안치홍 등 기존 선수들 상당수가 건재한 가운데 새로운 야수전력들이 잠재력을 뽐내고 있다.

만년 유망주 신종길은 주전급 외야수로 거듭났으며 트레이드 실패작으로 꼽히던 김다원-이성우 등도 전력감으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FA로 팀을 떠난 이용규의 빈자리는 훨씬 싼 가격으로 데려온 이대형이 완벽하게 메웠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젊은 유망주들의 대거 발굴이다. 김선빈-안치홍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던 키스톤 포지션에 강한울-박찬호-고영우 등이 뒤를 받치게 됐고 답이 없어 보이던 포수진에도 한승택(경찰청), 백용환, 이홍구 등 미래를 기대해볼만한 자원들이 대거 쏟아졌다.

강견이 없다는 지적을 받던 외야진에는 어깨 좋은 외야수 박준태라는 희망이 생겼으며 노장 이범호가 버티고 있는 3루도 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번으로 고교 최고 야수 황대인을 뽑아 미래를 대비했다.

물론 야수층이 두꺼워진 공을 오로지 선동열 감독의 작품으로 말하기에는 다소 억지다. 하지만 앞서 투수진 몰락의 사례처럼 재임 기간 끼친 영향력마저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 같은 야수층은 선동열 감독이 KIA를 떠난다 해도 후임 감독에게 큰 유산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어찌 보면 현 KIA의 야수층은 예상치 못한 ‘선의 한 수’일수도 있겠다.

문피아 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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