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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레이 알렌의 쇼타임, 캐나다 공룡을 침몰시키다

레이 알렌의 쇼타임, 캐나다 공룡을 침몰시키다

[명승부 역사 속으로④] 2000~2001시즌 NBA 정규리그 밀워키 vs 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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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2000~2001시즌 밀워키 벅스는 동부 컨퍼런스 2위, 중부지구 1위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외계인' 샘 카셀(45·191cm)의 안정적 경기 조율 아래 '빅 도그(Big Dog)' 글랜 로빈슨(41·201cm)과 '만랩 슈가' 레이 알렌(39·196cm)은 모두 물오른 신예 스타들이었다. 이들의 시너지 효과는 굉장히 폭발적이었고 또한 위력적이었다.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세 명 모두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정신없이 득점을 터뜨리는 경우가 잦았다.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는 수비가 상당히 곤란했다. 벅스는 당시 시즌보다 수년 전만 해도 팀명인 사슴의 이미지처럼 순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성적도 보잘 것 없었던 이 팀이 젊고 유망한 멤버들로 알찬 조합을 이루게 되자 달라졌다. 플레이오프 정도는 문제없이 올라갈 만큼의 힘을 갖추게 됐다.

동부 컨퍼런스 5위, 중부지구 2위의 토론토 랩터스는 '에어 캐나다' 빈스 카터(37·198cm)가 이끄는 팀이었다. 카터는 스타 부재에 시달리던 토론토의 보물 같은 존재였다. 토론토는 역사가 짧은 탓에 초창기 선수부족에 시달렸다. 선수 확보를 위해 세계 각국의 스타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까지 현역이었던 허재 선수에게도 영입제의를 한 바가 있다.

당시 NBA는 흥행을 위해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잇는 새로운 스타 발굴이 시급했다. 카터는 가장 강력한 후계자 후보 중 한명이었다. 조던과 같은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교(University of North Carolina)출신이며 같은 포지션(슈팅가드), 같은 신장(198cm)에 신인왕, 슬램덩크 콘테스트 우승자 등 공통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내·외곽을 두루 장악하는 전천후 선수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했다. 카터는 조던이 그랬듯 엄청난 탄력으로 덩크슛을 찍어대면서도 외곽에서 고감도 슈팅을 날릴 수 있던 선수였다.

그리고 2001년 4월 15일, 밀워키 벅스와 토론토 랩터스의 경기가 열렸다.

1쿼터, 초반부터 심상치 않았던 밀워키 벅스

밀워키는 슈팅 가드 레이 알렌의 정확한 미들 슛으로 첫 득점의 포문을 연 뒤 뒤이어 터진 샘 카셀의 턴 어라운드 미들 슛 등, 순식간에 6-0으로 앞서나갔다. 초반 야투가 잘 들어가지 않았던 토론토는 안토니오 데이비스의 패스를 받은 피터슨이 호쾌한 앨리웁 덩크를 성공시키며 반격에 나선다.

그러나 밀워키는 몸도 채 풀리지 않았을 경기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야투 적중율을 선보인다. 이 놀라운 성공률의 선봉장은 알렌이었는데 그는 장기인 3점 슛은 물론 골 밑 돌파로 인한 바스켓 굿까지 얻어내며 토론토 내곽과 외곽을 마구잡이로 휘저었다. 반대로 토론토의 야투는 자꾸만 림을 빗나갔다.

허나 토론토 간판 빈스 카터의 초반 페이스는 나쁘지 않았다. 카터는 근성 있는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세컨드 슛 등으로 밀워키의 골밑에서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던 탓일까.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는 모습도 여러 번 보였고 투지는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토론토의 공격력은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고 어지러워져만 갔다. 반면 밀워키의 야투율은 토론토의 갈팡질팡 플레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전 선수가 좋은 리듬을 타면서 쏘기만 하면 들어가는 정확성을 자랑했다.

에이스의 책임감을 느낀 카터는 덩크슛으로 바스켓 카운터를 얻어내는 등 투지를 보였다. 그러나 알렌은 외곽에 바늘구멍 정도의 틈만 보이면 여지없이 외곽 슛을 작렬시키며 토론토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토론토가 카터의 개인공격에 의존했다면 밀워키는 알렌을 중심으로 모든 선수가 좋은 야투 성공률을 보이고 있었다. 당연히 점수 차도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밀워키 선수들의 턴 어라운드 슛은 매우 정확했다. 거기에 경기 중 튄 볼이 운 좋게 밀워키 쪽으로 오는 등 여러 가지 행운까지 이어졌다. 중간에 교체된 식스맨들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알렌의 1쿼터 컨디션은 절정이었다. 끊임없이 내·외곽에서 득점을 하던 그는 경기 종료 0.4초를 남겨놓고 토론토의 반칙으로 자유투까지 유도해 내는 등 원하는 대로 공격을 펼쳐나갔다. 토론토는 카터의 개인능력에 의한 공격 말고는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런 카터마저 평소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지라 토론토로서는 플레이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일방적인 밀워키의 우세였다. 밀워키는 좋은 야투율을 더욱 극대화하고자 더블 스크린 등 다양한 스크린플레이까지도 구사하며 방심하지 않고 더욱 고삐를 바싹 당기는 모습이었다. 1쿼터는 37-20으로 밀워키가 앞서 나가며 끝났다.

분위기 가져올 기회 잡지 못한 토론토

밀워키의 햄과 토론토의 찰스 오클리가 신경전을 벌이는 등 2쿼터 초반 분위기는 양쪽 다 어수선했다. 그래서였을까, 밀워키의 야투율도 1쿼터보다는 성공률이 떨어져갔다. 토론토 입장에서 점수 차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토론토는 반전의 기회 앞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밀워키는 카셀의 3점 슛을 기폭제로 린제이 헌터의 외곽 슛이 양념처럼 같이 터져 주며 다시금 살아나기 시작했다. 점수 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다급해진 토론토는 3점 슛을 남발하며 반격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림을 맞고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

2쿼터 5분 여 남겨놓은 상황에서 점수 차는 51-30까지 벌어졌다. 리듬을 탄 헌터의 고감도 3점포는 1쿼터 알렌을 방불케 할 정도로 무서운 위력으로 토론토를 괴롭혔다. 거기에 평소 3점이 좋지 않았던 선수들마저 외곽 슛을 성공했다. 1쿼터에서 투지를 보여주던 토론토의 카터마저 의욕을 상실한 듯 인상 깊은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가운데 경기 양상은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동료들의 신들린 듯한 슈팅 쇼에 힘을 얻은 로빈슨은 골밑에서 위협적인 팁 인 덩크를 선보이는 등 자신만의 무게 있는 공격을 펼쳐나갔다. 1쿼터를 알렌이 이끌어 갔다면 2쿼터는 헌터가 공격을 주도해나갔다. 포인트 가드 카셀의 리딩은 여전히 안정적이었다. 2쿼터가 끝났을 때 점수는 67-44였다.

이미 굳어진 경기, 3쿼터와 4쿼터에도 이어진 낙승 분위기

전반전의 부진을 의식했을까, 후반이 시작하기 무섭게 카터는 허슬 플레이도 서슴지 않았다. 카터가 투지를 불태우며 경기에 임했음에도 한 번 떨어진 토론토의 야투성공률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리바운드 가세와 수비는 악착같았지만 가장 중요한 골 결정력이 제자리였다.

밀워키는 토론토의 기세에 잠시 밀려 주춤거리는 듯 했으나 노련한 포인트 가드 카셀의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쉽게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았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기본기에 충실했다. 그의 냉정한 리딩이 든든함을 안겨주었다.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1번 포지션이 중심을 제대로 잡고 있으니 픽앤롤, 스크린플레이 등 팀 전체의 컨디션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토론토가 경기를 뒤집기에는 점수 차를 떠나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 분위기에서 변화가 없었다. 토론토 선수들은 투지를 완전히 잃어버렸고 밀워키의 낙승 분위기는 굳어져 가고 있었다. 이변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승기를 어느 정도 확실히 잡아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알렌의 슛이 다시금 터졌다. 더불어 헌터의 슛도 찬스만 나면 여지없이 그물을 갈랐다. 토론토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상승세를 타고 밀워키가 갑자기 부진한 모습을 보여도 경기를 뒤집기 어려웠다. 밀워키의 슛이 기복 없이 계속 터지자 토론토는 반전을 포기한 모습을 보였다. 주전 선수 대신 후보 선수를 대거 기용했다.

4쿼터 중반 이후, 양 팀 모두 승부는 이미 결정났다고 생각한 듯 밀워키도 후보 선수 위주로 경기를 펼쳤다. 내용 역시 지루하기 이를 데 없었다. 결국 밀워키는 단 한 번의 위기도 없이 시종일관 점수를 리드해나간 가운데 그대로 경기를 마쳤다. 슈팅 성공률, 투지, 집중력, 용병술, 전술소화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밀워키가 토론토를 압도한 경기였다. 경기는 112-88로 밀워키의 압승이었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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