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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번세(劍龍飜世)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요개
작품등록일 :
2013.02.06 22:14
최근연재일 :
2015.01.19 22:52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9,513
추천수 :
354
글자수 :
95,124

작성
13.07.0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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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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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9쪽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8)

DUMMY

패도혈랑대는 무너졌다. 아주 망해버렸다면 그야말로 무림의 홍복이었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고 그저 패도혈랑대 전원이 병상에 누워있는 것뿐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흉명에 시달리던 이들에게는 충분히 좋은 일임은 틀림없었다.


“이상하군.”


소싯적에 얼굴로 이름깨나 날렸을 법한 불혹의 중년인이 중얼거렸다. 그는 바로 매화검수의 일인, 주성우다.

혈랑대의 뒤를 쫓아 온 지 어언 한 해. 드디어 패도혈랑대를 앞질러 그들이 나타날 곳까지 왔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패도혈랑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며칠 엇갈린 수준을 넘어서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정도라, 산전수전 다 겪은 그로서도 영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의 의문에 옆에서 연신 동전을 튕겼다 받으며 손장난을 치던 소녀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윤 언니가 다 쓰러트린 건 아닐까요? 언니 성질에 그런 잡놈들을 가만히 둘 리 없잖아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 일부러 납치된 다음 혈랑대의 본거지를 알아내는 건 윤 사매가 만든 계획인데 설마 그걸 깨트릴 리 있겠습니까?”


희한하게도 불혹에 이른 주성우는 그 옆에 있는 소녀에게 경칭을 붙여가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소녀는 어색해하기는커녕 당연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언니 성질이 폭발했다면 그럴지도 모르죠. 패도혈랑이 언니 얼굴에 혹해서 허튼 수작을 부리다 당했을 수도 있잖아요.”


“......그건 아닐 겁니다.”


“왜죠?”


주성우는 차마 자초지정을 설명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는 화산에서 유일하게 왜 윤혜연이 이 일을 자청하고, 또한 꾸몄는지 아는 유일한 이였다. 그리고 그 자신은 윤혜연이 마련한 안전책이었다. 계획이 엇나갈 때 주성우 자신이 그것을 바로잡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계획은 산으로 가버렸고 그는 바다 한가운데에 와 있었다.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그런 표정으로 절 보면 저도 할 말이 없네요.”


소녀는 앳된 얼굴과는 달리 꽤 신경질적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는 명가의 기품이 느껴져 오히려 신경질적 어조가 그녀의 품격을 높여주는 것 같았다.


“하여튼 이제 어쩔 건가요, 매화검수가 설마 이 정도 일에 굴복하지는 않겠죠?”


“물론입니다. 애초 계획대로 흐르지 않을 것도 상정해 두었으니까요.”


“과연 언니군요. 제갈세가의 소심녀하고는 차원이 다르다니까요.”


무림의 지모라고도 불리는 제갈세가를 모독하는 언사였지만 그녀는 그럴만한 자리에 있다. 왜냐면 그녀는 정파의 힘이 집약된, 정도무림이 신무림에 대적하기 위해 준비한 새로운 고수였기 때문이다.


“그럼 언니의 차선책은 뭔가요?”

“정면돌파입니다.”


“정말로요??”


그녀가 아는 윤혜연은 성질이 조금 난폭하긴 해도 적어도 지모 하나만은 탁월한 이였다. 그런 이가 이런 방법을 택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소녀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주성우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제 차선책입니다. 윤 사매는 모든 걸 제게 위임했으니까요.”


“그럼 오늘 매화검수의 솜씨 좀 구경해볼 수 있겠군요.”


주성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음침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 길은 패도혈랑대의 근거지로 점찍어 둔 한 곳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거짓말처럼 뻔하게 그 골목을 지키고 있던 사파인이 그들을 막아선다.


“어이.”


매화검수로서의 위엄보다는 곱상한 외모가 돋보여서일까? 사파인은 두 사람을 보고는 피식거리며 껄렁껄렁 그들에게 접근한다. 그것도 바지 속에 손을 넣어 허벅지 안쪽을 북북 긁으면서 말이다. 주성우는 기가차서 대꾸도 하지 못했고, 이를 공포에 질린 것이라 여긴 사파인은 킬킬거리면서 소녀에게 다가갔다.


당연히 사파인은 그들을 얕본 대가를 치른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닥쳐올 일이었고 주성우는 온갖 경험을 다 한 이였기에 다음 일이 눈에 선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정확히 말해서 생각하던 것보다 빨리 일이 터진 것이다.


“끄아악!!”


사파인은 가랑이를 붙잡고 쓰러졌다. 소녀는 더 들어볼 것도 없다는 듯 사파인의 가랑이에 들고 있던 동전을 던진 것이다. 사천당가의 비전이 담긴 금전비표가 격중한 사파인의 가랑이에서는 쉴 새 없이 피가 솟아나왔다. 주성우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는 더 이상 사내구실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왜요?”


주성우의 시선을 느낀 소녀가 물었다. 주성우는 그의 가랑이 사이가 아려오는 것 같아서 다리를 살짝 오므렸다가 말했다.


“너무 성급하게 손을 쓴 것 같습니다만. 고작 어이라고 한마디만 했을 뿐이잖습니까?”


“아뇨. 기파에서 음탕한 생각을 하고 있음이 느껴졌어요. 다른 건 몰라도 그건 확실해요. 추잡한 사파 놈들 같으니.”


소녀는 확신에 차 있었다. 주성우 역시 소녀가 그리 말한다면 그것이 사실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면 소녀는 독심술에 가까운 감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기의 흐름이나 성질을 읽고 파악하는 데 있어서 그녀보다 더 뛰어난 이는 없었다. 그렇기에 정도무림이 그녀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골목을 조금 더 걸어가니 몇몇의 사파인이 비명소리를 들었는지 완전무장을 하고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에 소녀는 아예 그들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동전을 던져 한 사파인의 급소를 부수었다.


“크아아악!!”


가랑이를 부여잡고 쓰러지는 모습을 본 사파인들의 안색이 새까맣게 죽어갔다. 무공의 수준을 논하기 전에 그 참혹함이 사파인들을 겁먹게하기 충분했다. 주성우는 급기야 정파와 사파 이전에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그녀를 제지했다.


“손을 아끼십시오. 이곳은 저 혼자서 충분합니다.”


“뭐 그럴까요? 마침 동전도 다 떨어졌고.”


사파인들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 모양이다. 무기를 떨어트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소녀는 입맛을 다셨다.


“놓쳤네요.”


“괜찮습니다. 저들은 곧 더 강한 사파인을 불러 올 테니까요.”


과연 산전수전 다 겪은 매화검수다웠다. 상황은 정확히 그가 말한대로 흘러갔다. 제법 강대한 기세를 내보이는 근육질의 사파인은 굵직한 강철 삼절곤을 들고 그들을 가로막았다.


“이 썩을 연놈들아! 여기가 혈랑대의 구역이라는 건 알고 지랄하런 온 거냐?”


“오, 한 번에 찾았네요.”


소녀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근육질 사파인이 소녀에게 눈길을 주자 뒤에서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던 사파인이 그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전했다. 이에 근육질 사파인은 고리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질렀다.빌어먹을, 어디 놈들이냐?”


“무림맹.”


소녀가 딴청을 부리며 던진 말에 근육질 사파인은 코웃음을 치면서 다시 물었다.


“웃기지 마라. 저렇게 잔인한 짓을 하는 게 정파라는 거냐?”


이에 주성우가 포권을 쥐며 앞으로 나섰다.


“그건 미안하게 됐소. 하지만 인과응보라 생각하시오.”


“개소리!!”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 없었는지 근육질 사파인이 선공을 취했다. 이에 주성우는 부드럽게 검을 뽑아들고 삼절곤의 연결고리를 단번에 끊어냈다. 수많은 검초가 분해되고 다시 조합되어 탄생한 절묘한 검초에 삼절곤은 육중한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로 쉽게 망가졌다.


삼절곤의 파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이며 벽에 처박히고, 근육질 사파인은 흠칫 놀라면서 단봉이 되어버린 삼절곤을 떨어트리고 주춤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저, 정말 정파였나?”


“화산파요. 허튼 수작을 부리면 나 주성우의 검의 그대를 해할 것이오.”


“시벌! 야 이 새끼야, 화산파는 절대 아니라면서!!”


근육질 사내가 뒤에 서 있던 사내의 배를 걷어차면서 일갈하자 그 사내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소녀의 잔인한 손속이 부른 오해 아닌 오해가 빚어낸 우연이리라.


“자, 그럼 다 아는 처지에 일을 어렵게 만들지 않았다면 합니다.”


주성우는 검을 집어넣고 사파인들의 혈도를 점했다. 물론 사파인들은 저항하지 않았다. 그들은 결코 매화검수를 당해낼 수 없었고 무엇보다 매화검수 옆에서 히죽거리는 소녀는 더욱 무서운 존재였다.


“우선 묻겠습니다.”


근육질 사파인이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얄팍한 눈을 껌뻑이며 주성우의 말을 기다렸다. 주성우는 낭랑한 어조로 물었다.


“패도혈랑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작가의말

일필휘지입니다.


시점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좋습니다.

이건 진짜로 즐기는 소설이니까요. 깊이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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