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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굴

검룡번세(劍龍飜世)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요개
작품등록일 :
2013.02.06 22:14
최근연재일 :
2015.01.19 22:52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9,514
추천수 :
354
글자수 :
95,124

작성
13.02.21 11:53
조회
2,242
추천
19
글자
12쪽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7)

DUMMY

“사매는 어디 있느냐 나와라 이 개자식들아!!”


마을 외곽의 숲길에 도착은 도향과 소헌은 아무도 없는 공터에 쓰러져 소리를 지르는 석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옆구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는 마당에 어디서 그런 기력이 솟는 것인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만 해요!!”


피를 쏟아내는 석일이 죽기 전에 손을 써야 할 판이라 도향 대뜸 달려가 석일의 혈을 짚고 상처를 지혈해 주었다. 그때 소헌이 도향에게 뭔가를 내민다.


“뭐예요?”


“금창약이다. 피가 멎는 데 도움이 될 게다.”


미치광이로만 보이던 소헌에게 이런 섬세한 면이 있을 줄이야. 도향은 내심 감탄하며 금창약을 석일의 옆구리에 덕지덕지 발랐다. 그러자 눈에 띄게 피가 멎으며 금창약의 청량한 향이 코 끝을 감싼다. 척 봐도 비싸기 짝이 없는 금창약이리라. 사람을 살리는 일이기는 하지만 도향은 조금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석일의 혈을 풀어 주었다.


“양 할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당신을 말리러 왔어요.”


“아버지의?”


석일은 흠칫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평정을 되찾고 말했다.


“외인이 끼어 들 일이 아닙니다. 나는 사저를 찾으러.....”


석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헌이 급히 끼어든다.


“선금을 받았으니 외인도 아니지. 난 빨리 요리법을 배우고 그것을 해 봐야 하니 실례하겠소.”


소헌이 대뜸 석일의 뒤통수를 치려는 것을 간발의 차로 막아낸 도향이 소헌을 저 멀리로 쫓아내고 석일을 다독였다.


“그러지 말고 우리 같이 돌아가요. 몸은 좀 어때요?”


“발라준 약 덕분에 한결 낫습니다. 하지만 실수한 겁니다.”


도향이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려는 찰나 석일이 신묘한 수법으로 도향을 제압한다. 순식간에 몇 개나 되는 혈을 찔렸는지 말도 나오지 않는데다가 몸도 움직이지 않아서 도향을 눈만 껌뻑거릴 수밖에 없었다. 석일이 도향의 목에 수도를 세운 채 소헌을 노려본다.


“당신들은 내가 정신을 잃거든 날 데려갔어야 했습니다. 이 소저가 다치는 걸 원치 않는다면 아버지가 아니라 날 도와 주십시오.”


소헌은 속을 알 수 없는 의뭉한 표정으로 고민하는가 싶더니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겠소. 그게 더 쉽겠군.”


쉽긴 뭐가 쉽다는 말인가. 혈랑대와 정면으로 붙어볼 생각일까? 도향은 두려움 반 분노 반으로 소리를 지르며 소헌을 뜯어말리려 했지만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몸도 움직이지 않아 눈만 껌뻑거릴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꽤 실력이 출중해 보이는데 왜 혈랑대 따위에게 이런 꼴이 된 거요?”


“함정에 빠졌습니다. 나쁜 놈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생을 인질로 잡은 통에 그만....”


“허어, 흉악무도한 놈들이로군. 그런 자들을 그냥 내버려두어서는 안 될 일이오.”


어느새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있었다. 숲길 주위를 서성이던 석일이 탄성을 내지르며 마을로 향한다. 옆에서 도향을 업고 따라 걷던 소헌이 물었다.


“흠, 왜 마을로 가는 거요?”


“아까 우리 문파만의 표식을 봤습니다. 사저는 아직 몸이 성한지 마을로 몸을 숨긴 모양입니다. 마침 오늘은 장날이니 몸을 숨기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겠지요.”


“그것 참 다행이군. 빨리 해결하고 집에나 갑시다. 사매도 통 조용한 것이 꽤 피곤해 보이니 빨리 들어가 쉬어야겠소.”


도향은 두 눈을 부릅뜨고 두 사내를 노려보았다. 특이 양석일을 더욱. 소헌이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면 혈을 짚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거나 최소한 기억을 해야 할 게 아닌가?

하지만 석일은 사저의 일에 정신이 팔려 도향의 존재는 거의 잊어가고 있었다. 이를 알든 모르든 도향으로선 분통이 터질 일이다.


작은 마을이었지만 장날인지라 사람은 제법 많았는데 그 사람들이 모두 도향 일행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피투성이가 된 사내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뻐끔대는 소녀를 업은 사내가 나란히 걷는데 이런 촌에서는 이만큼 괴상한 이들도 없었던 것이다.


“사저는 마을 안에 있으니 흩어져서 찾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사저는 머리에 은비녀를 꽂고 있으며 꽤 미인이니 눈에 띌 겁니다. 이름은 윤혜연. 제 이름을 대면 알아들을 겁니다.”


석일은 그렇게 말하고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고 소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터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도향은 이제는 모든 걸 체념하고 소헌이 하는 양을 지켜보기로 했다.


“호오, 계피가 여기 있군,”


석일은 소헌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소헌은 석일의 사저를 찾는 일은 뒷전이었고 마음에 드는 식재료를 발견한 순간부터 돌연 시장을 구경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향은 하도 어이가 없어 푸념이라도 늘어놓고 싶었지만 아직 혈도가 풀리지 않아 입만 뻐끔거릴 수밖에 없었다.


“사매, 돈 좀 꺼내 쓰겠네.”


소헌이 도향의 품속에 손을 쑥 집어넣더니 은자 20냥을 고스란히 꺼내간다. 외간남자의 손길이 깊숙이 들어오니 도향은 발광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석일의 무공이 생각보다 심후한 것인지 아무리 내공을 돋워도 혈이 풀리지 않아 속만 끓일 뿐이었다.


“후후, 돌아가거든 기대해도 좋을 겉 같구나. 오늘따라 물건이 싱싱하구나.”


도향은 기대해도 좋은 거라는 말에는 동감이었다. 적어도 이 혈이 풀리는 순간 잊지 못할 유혈사태가 펼쳐질 것이라는 데에는 기대할만할 것이다.

기억을 잃기라도 한 것처럼 소헌은 여전히 도향의 혈을 풀어주지 않고 그녀를 업은 채 태평하게 시장을 보고 있었고 두 손에 든 물건은 점점 많아졌다. 그리고 은자를 반절 정도 써버리고 나서야 소헌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도향을 내려주었다.


“흠, 조금 쉬었다 가지.”


화를 삭힐 기력도 없어, 도향은 소헌의 왼손에 들린 말린 생선같은 눈으로 소헌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렇게 그늘로 들어가 물건을 정리하던 소헌은 시장통 한가운데를 응시하다가 갑자기 경공을 펼쳐 그 안으로 들어가 한 소녀에게 다가간다. 그리고는 뭔가 대화를 나누나 싶더니 이내 그 소녀와 함께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사매, 찾았다네. 석일의 사저일세.”


“반가워요. 윤혜연이라고 해요.”


도향은 혈이 짚여 대답을 할 수 없었지만 눈짓으로 인사를 건네다 경악했다. 벌써 찾았다고? 대체 무슨 수작을 부렸기에 대번 혜연을 찾아낼 것일까? 도향의 반응이 조금 이상해서 소헌이 도향의 여기저기를 살피며 물었다.


“사매, 몸이 안 좋은가? 왜 대답도 안하고 그러고 있는 거지?”


“음, 혈도를 짚인 게 아닐까요? 제가 풀어드릴게요.”


혜연이 몇 군데 혈을 짚자 깊은 숨이 터져 나오며 도향이 앞으로 꼬꾸라진다. 소헌이 도향을 일으켜주는 찰나 도향이 매섭게 눈을 빛내며 전력을 다해 소헌의 턱을 올려쳤다.


“이 빌어먹을 놈아!”


얼마나 세게 쳤는지 어지간해선 꿈쩍도 않던 소헌이 공중으로 일장 가까지 솟구친다. 그러나 소헌은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균형을 잡고 안착한다. 기왕이면 바닥을 굴러 주어야 도향의 화가 조금 풀렸을 텐데.


“어머, 훌륭한 일권이네요.”


사람이 날려가는 마당에 태평하게 도향의 권격을 평가하는 혜연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닌 듯 했다. 소헌의 말대로 이제는 정말로 지쳤는지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정신이 몽롱하다. 도향은 이제 일이고 뭐고 빨리 들어가서 쉬고 싶었다.


“하아, 석일이라는 사람은 어디 있죠? 그 사람만 오면 빨리 돌아가요.”


“아, 양 사제를 찾으시나요?”


혜연이 해맑게 웃으며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있던 손가락만한 피리를 입에 물고 숨을 불어넣는다. 그러자 청아한 소리가 마을 곳곳을 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후 석일이 맹렬한 기세로 사람들을 헤치고 이쪽으로 오는 것이 보인다. 그 광경을 보고 소헌이 한마디 한다.


“잘 훈련된 강아지를 부르는 것 같군.”


“그러게요.”


도향도 절실히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그러거나 말거나 혜연은 재회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석일을 향해 달려갔고 석일은 그녀를 보고는 비통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사저. 제 불민함으로 얼마나 고초가 심하셨습니까. 부디 저를 벌해주십시오.”


“아녜요. 덕분에 즐거운 강호행이 될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 저 뒤의 분들은 누구신가요?”


석일이 의아하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거친 숨을 헐떡대던 다섯 사내가 있었다. 하나같이 험상궂은데다가 핏빛 복식을 하고 있어 척 화도 혈 어쩌고 하는 별호가 붙을만한 이들이었다.


“혈랑대, 눈치도 빠르구나. 벌써 사저를 찾다니.”


“하악, 하악, 눈치는 개뿔! 잘 싸우다 도망가던 게 누군데 지랄이야!”


도향은 생각 같아선 석일을 한 대 쳐주고 싶었다. 전후사정을 들어보니 혈랑대와 충돌한 듯 했는데 피리소리를 듣고 무작정 달려온 것이 틀림없었다. 그야말로 강아지도 안할 짓이었다.


“오히려 잘 됐군. 이 자리에서 결착을 지읍시다.”


소헌이 나서서 말했다. 혈랑대 다섯은 소헌을 힐끗 바라보고는 기가 차서 가래침을 탁 뱉고는 무시하고 석일에게 다가간다.


“저런, 무시당하셨군요.”


혜연이 싱글거리며 말했다. 소헌이 눈썹을 꿈틀 하더니 한 손에 들었던 생선두릅을 혈랑대에 집어던진다. 생선이 일제히 산개하며 정확히 한 명마다 한 마리의 생선이 날아가 면상을 철썩 때린다. 그러자 혈랑대 전원이 창의력 넘치는 욕설을 퍼부으며 각자의 흉흉한 무기를 꺼내든다. 그중 낭아봉을 든 사내가 가장 먼저 나섰다.


“씨벌!! 닌 뭔데 끼어들어?”


“흠, 설마 내 정체가 궁금한 거요?”


“니미 궁둥이나 쳐 빨어라 호로 새끼야!”


“이런, 말씀들이 과하군.”


소헌이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반찬거리 중 두부를 집어 들고 조금씩 떼어서 혈랑대에게 던진다. 두부조각이 절묘하게 날아가 욕설을 퍼붓던 이들의 입을 척 막는다. 그들은 일제히 두부를 뱉어내며 다시금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개 같은 놈이 이게 무슨 짓이냐?”


“진정들하고 두부나 드시오. 꽤 맛있는 거요. 다른 것도 드셔보시겠소?”


소헌이 태연히 손에 든 반찬거리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세상에 혈랑대를 이렇게 괄시하는 이가 있던가? 혈랑대가 으르렁대며 석일을 내버려두고 소헌에게 적개심을 품는다. 본래 목적이 윤혜연이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은 듯 했다.


“크아아!! 너 이 새끼 뭐냐고!!!”


소헌은 마교라고 말하려다 도향의 명령을 떠올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혈랑대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여기선 곤란하오. 내 정체가 궁금하면 날 따라오시오. 사매, 찬거리를 부탁하네.”


그렇게 말하고는 소헌은 정말로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여 쏜살같이 도망친다. 이제 혈랑대 전원이 완전히 눈이 뒤집어져 혜연을 무시하고 소헌을 쫓기 시작한다. 도향은 멀어져가는 소헌을 바라보며 찬거리를 가리키고는 말했다.


“이걸 가지고 일단 양 할아버지 객잔으로 피해 있어요. 전 사형을 따라 가볼게요.”


“예.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석일의 포권을 건성으로 받아주고, 도향은 전력을 다해 소헌의 뒤를 쫓았다. 얼마나 빨리 도망쳤는지 소헌은커녕 혈랑대의 뒷모습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무작정 달리던 도향은 결국 방향을 잃고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장날이라 소헌이나 혈랑대의 발자국은 이미 다른 이들의 발자국에 가려진 지 오래였다.

망연자실해서 한숨을 내쉬는 찰나, 저 멀리 산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아스라이 들려온다. 도향이 화들짝 놀라서 그 산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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