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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굴

검룡번세(劍龍飜世)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요개
작품등록일 :
2013.02.06 22:14
최근연재일 :
2015.01.19 22:52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9,503
추천수 :
354
글자수 :
95,124

작성
13.04.03 01:52
조회
2,707
추천
21
글자
8쪽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4)

DUMMY

소헌은 잠자코 혜연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기억을 잃은 탓인지 원래 성격이 저런 것인지, 싹싹하게 웃으며 요리를 나르고 있다. 그녀의 사제인 석일은 그녀가 한낱 점소이처럼 구는 것이 퍽이나 부담스러웠는지 계속해서 일거리를 대신하려 했지만 석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객잔에는 끊임없이 사람이 밀려 와, 혜연이 마냥 쉴 수는 없었다.


“영문을 모르겠지만 위협은 아닐 듯 하군.”


소헌은 기계적인 동작으로 연신 요리를 쏟아내며 중얼거렸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혜연이 화산파라는 사실은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소헌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손을 쓸 작정이었다. 예를 들어 화산파에 기별을 넣어 혜연을 화산파로 돌려보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도움을 주게 되면 오히려 자신들은 마교로 의심받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소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선 교주에게 보고한 다음 움직일 작정이었기에 그랬고, 또한 소헌 자신도 혜연의 무엇인가가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즉, 그녀가 모종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하지만 비밀이라고 해도 그리 위협적인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소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고 그저 마교의 재정에 보탬이 되는 일일노동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놈아! 잉어찜이다. 잉어찜에서 중요한 건.... 으헉!”


잉어찜의 올바른 조리법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려던 객잔의 본래 숙수이자 주인인 희문은, 소헌이 묵직한 분위기로 서서 빈 솥을 노려보는 것을 보고는 신음성을 흘렸다. 여태까지 주구장창 요리만 해대서 잊고 있었지만 소헌은 무림인이다. 희문은 그것을 뒤늦게 떠올리고는 오싹해진 등줄기를 허리를 비트를 것으로 털어내고 일부러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뭐 해 이놈아!”


“노인장.”


소헌이 진지한 얼굴로 희문을 부른다. 그리고는 주방 한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잉어가 없소.”


“뭐, 뭐얏?”


“냉장고에 있는 잉어를 모두 썼소. 새로 구해와야 할 것 같소만.”


겉은 잘 다듬은 나무로 되어 있고 속은 차디찬 강철로 만들어진 냉장고는 신문과 마찬가지로 신무림에서 강호무림 전체로 퍼트린 문물 중 하나였다. 얼마나 널리 퍼졌냐면 이런 촌구석에까지 냉장고를 쓸 정도였다. 겨우 그런 문제로 그렇게 무게를 잡았다는 게 어이가 없어서 희문은 그만 맥빠진 한숨을 내쉬었다.


“구해오면 될 게 아니냐. 내 이름을 내고 외상해오거라.”


“나도 그러고 싶소. 하지만 난 바쁘오. 내가 나가버리면 요리는 노인장이 하겠소? 흠, 만두가 다 됐군.”


소헌은 그 와중에도 쉬지 않고 요리를 만들고 있었는지 삶은 만두를 가지런히 그릇에 담아 희문에게 내밀었다.

사실 어지간하면 희문이 요리를 해도 된다. 하지만 소헌의 솜씨가 얼마나 뛰어난지 이미 객잔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성황을 누리고 있었다. 그 숫자는 노구로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렇게 한다면 손님이 반으로 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희문은 짐짓 소헌의 솜씨를 자신의 아래 취급을 하면서도 서도 소헌을 계속 주방에 세워 두고 있었다.


“에라! 네놈만 손이 있더냐? 아무나 하나 와 보거라.”


소란 속에서 용케 희문의 부름을 알아듣고 혜연이 쪼르르 달려와서 젖은 손은 앞치마에 닦으며 방긋 웃는다. 희문은 아차 싶어서 주위를 돌아보았다. 아무리 싹싹하게 굴어도 혜연은 명가의 여식이다. 그녀가 화산파의 여식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느 몰라도 적어도 희문같은 촌로가 마구 부려먹을 사람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여 희문이 만만한 아들을 찾아 눈을 굴리는 사이, 소헌이 아무렇지도 않게 만두가 든 그릇을 내밀며 말했다.


“이걸 저 자리에 가져다 두고 시장에 가서 잉어를 좀 사오시오 한시가 급하니 서두르는게 좋을거요.”


“네. 동생이 계산을 담당하고 있으니 거기서 돈을 조금 가져가도록 할게요. 그렇게 하는 게 맞죠?”


희문은 얼떨떨해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한 번 소헌을 바라본다. 이 인간은 소위 높은 사람 앞에서 주눅도 들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릇이 큰 건지 무신경한지 모를 일이었지만 그 덕에 희문의 소헌에 대한 인상이 정신나간 놈에서 도무지 알 수 없는 놈으로 바뀌었다. 사실 별 차이는 없었지만.



“아직 멀었나?”


옥면혈랑 율원이 꽃으로 치장한 마차에 탄 채 거드름을 피우며 묻는다. 그 마차를 몰면서 줄담배를 태우는 철백은 마차 곳곳의 꽃 장식을 수천 번이나 베어버릴 기세로 노려보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얼마 안 남았으니 조용히 기다리도록.”


“흠, 꽃다운 소저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절로 흥이 나는구나. 하하하핫!!”


나체나 다름없는 대여섯의 아름다운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 저런 소리라니. 그러나 율원을 배배꼬듯 감싸 안고 있는 여인들은 나름대로 도라도 닦는지 아무런 질투나 내색 없이 교태를 부릴 뿐이다. 철백은 계집들의 음탕한 모습을 힐끗 바라보고는 괜히 성질을 부리며 더욱 거칠게 채찍을 휘두르며 마차를 몰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뒤에야 마침내 그들은 패도혈랑과 아우들이 패퇴한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왠지 저 마을을 보니 그때 얻어맞은 뺨이 다시 부어오르는 것 같아, 철백은 인상을 찌푸렸다.


“흥, 촌구석이군. 저걸 뭐라고 부르지?”


“워낙에 촌구석이라 이름도 없다.”


철백이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애꿎은 말에게 더욱 세게 채찍을 휘둘렀다. 율원은 수염 하나 없는 매끈한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흠, 매중화가 있는 곳이니 매화지촌(梅花之村)이 좋겠군.”


한심한 작명이었지만 철백은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곧 그에게 형언할 수 없는 모욕을 준 의문의 고수(?)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온몸의 털이 곤두설만큼 긴장한 탓이었다.

매혹적인 자태를 한 수십의 여인들과 수려한 외모의 청년. 그리고 우락부락한 산적이 마을의 초입에 들어서니 마을 사람들은 기겁하면서 자리를 뜨기 바빴다. 척 봐도 뭔가 문제를 일으키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로만 보였기 때문이다. 율원이 허름한 집에서 풍겨나는 오래된 먼지 냄새에 불쾌함을 감추지 않고 철선을 펴서 입과 코를 가린다.


“그래, 아리따운 매화는 어떻게 찾을 생각인가? 한시라도 빨리 이 구역질나는 곳을 떠나고 싶군.”


“추종향을 뿌려 두었지. 저 쪽이다.”


혈랑대의 비전 중 하나인 혈랑비(血狼鼻)를 운용하며 철백이 저 멀리 시장을 가리킨다. 척 봐도 난잡한 모양새라 율원은 더욱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네가 먼저 가서 소란을 피워라. 저런 복잡한 광경은 정말 질색이구나.”


내가 네 부하냐! 라는 말이 치밀어 올랐지만 별 도리는 없었다. 철백은 특유의 험상궂은 얼굴로 마을 사람들을 쫓아냈고 이에 율원이 한마디를 던진다.


“하하! 못생긴 늑대가 나타나니 더러운 염소들이 도망치는구나.”


“어쩜 공자님은 이렇게 감수성이 풍부하실까?”


“가가, 전에 저를 위한 시를 주어주기로 하셨잖아요오~.”


철백은 기가 차서 침을 탁 뱉고는 여인들에게 속으로 오만가지 욕을 퍼부었다. 안타깝지만 철백을 실질적으로 도와줄 이들이라 싫은소리 하나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사람들을 쫓아내며 시장을 가로지르던 그들은 마침내 그들이 목표로 한 이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소헌의 말에 따라 잉어를 사러 온 혜연을 말이다. 율원은 수려한 미소를 지으며 돌연 시를 읊기 시작했다.


“미친 놈.”


철백은 정말로 작은 소리로 욕을 내뱉고야 말았다. 음탕하기 짝이 없는 시를 읊으며 자아도취에 빠진 덕분에 듣지 못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어쨌든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았다. 그 미친 고수도 보이지 않으니 혜연을 납치해다가 그냥 돌아가면 될 듯 했다. 고작 이런 일을 위해 율원에게 사정했다는 것이 영 마음에 안 들었지만 별 수 있으랴? 철백이 콧김을 내뿜으며 혜연에게 다가가려는 찰나, 율원이 번개처럼 혜연에게 다가가서 방긋 웃는다.


작가의말

오늘도 일필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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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10) +2 15.01.19 397 9 16쪽
18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9) +7 14.02.28 1,188 13 10쪽
17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8) +4 13.07.01 2,660 19 9쪽
16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7) +3 13.06.20 1,911 16 9쪽
15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6) +2 13.05.27 2,689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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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5) +2 13.05.03 3,067 16 10쪽
»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4) +4 13.04.03 2,708 21 8쪽
11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3) +2 13.03.08 2,843 15 9쪽
10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2) +2 13.03.05 2,273 16 11쪽
9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1) +1 13.02.23 2,787 20 13쪽
8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8) 13.02.21 2,939 19 15쪽
7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7) 13.02.21 2,242 19 12쪽
6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6) 13.02.21 2,471 26 27쪽
5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5) +2 13.02.18 2,685 17 8쪽
4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4) +1 13.02.15 3,272 17 9쪽
3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3) +1 13.02.11 3,255 27 13쪽
2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2) +2 13.02.06 3,043 27 13쪽
1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1) +2 13.02.06 5,082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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