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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굴

검룡번세(劍龍飜世)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요개
작품등록일 :
2013.02.06 22:14
최근연재일 :
2015.01.19 22:52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9,508
추천수 :
354
글자수 :
95,124

작성
13.02.15 01:19
조회
3,272
추천
17
글자
9쪽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4)

DUMMY

“사매! 사매!”


“흐아아암, 또 왜요?”


해가 중천일 때까지 늦잠을 자던 도향은 입맛을 다시며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소헌이 싱글벙글 웃으며 도향의 눈앞에 큼지막한 종이를 펴 보았다. 글자가 빼곡히 적힌 그것은 도향으로서는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뭐죠 그건?”


“신문이지.”


지극히 직관적인 대답에 도향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아침부터 소리를 질렀다.


“그러니까 그 신문인지 뭔지가 대체 뭐하는 물건이냐고요!”


“신문은 하오문에서 새로이 만들어낸 것인데 멀리 있는 곳의 소식까지 알 수 있어서 제법 쓸만하지. 마도천하를 위해 눈과 귀가 열려 있어야 하니 내가 큰맘 먹고 하나 신청했단다. 물론 마교의 본산의 위치를 알릴 수 없어 내가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정도는 괜찮지 않겠느냐?”


“에엑, 개방은 뭐하고요? 그런 짓을 한다면 개방의 가장 큰 수입원이 사라질 텐데 가만히 있었대요?”


“하오문은 오래 전에 신무림의 아래로 들어갔고 개방은 신무림에 의해 망했으니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여길 보거라. 개방의 잔당 소탕작전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나와 있구나.”


도향은 반신반의 하면서 소헌이 내미는 신문을 바라보았다. 먹 냄새가 채 가시지도 않은 신문에는 정말로 ‘개방잔당 소탕’이라는 글귀가 있었다. 도향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소헌을 바라보며 물었다.


“신무림이라는 데는 뭐하는 곳이기에 개방을 망하게 한 거죠? 세외 무림이라도 되는 건가요?”


“요녕성에서 처음 발호한 이들이니 세외이기는 하지. 사매는 정말 무림의 사정에 어둡구나. 이래서야 마도천하는 꿈에 불과할 게다.”


도향은 ‘당신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진짜 꿈이었거든요!’라는 외침을 간신히 삼키고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어휴, 이야기는 이쯤하고 빨리 들어가죠. 사형은 아침이라도 차려주시겠어요?.”


“아아, 역시 교주답구나. 밤새 마도천하의 계책을 꾸미느냐고 늦게 잔 건 다 알고 있단다. 내 금방 상을 올리마.”


소헌이 콧노래를 부르며 부엌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도향은 늘어만 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소헌의 정체가 무엇일지 종잡할 수 없었다.


“진짜 뭐하는 사람이야? 저 사람은.”


단순히 미쳤다고 하기에는 하는 짓이 그리 밉상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좋게 보이지도 않았다. 점점 복잡해져가는 마음에 도향은 고개를 내저으며 방으로 들어가 신문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신문이란 걸 처음 보는 그녀였지만 신문의 효용만큼은 그녀 역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무당파의 기재들이 첫 강호출도. 남궁세가에 한 은거기인이 몸을 의탁했다. 그리고 사천에서 뇌음사의 고승이 목격되었다고 한다, 라. 뭐 다 풍문 같은 거네.”


역시나 고급정보는 없었다. 사소한 것이라도 열심히 취합한다면 무림의 전체적인 상황을 알 수 있으니 마도천하를 획책하는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도향이 마도천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도향은 쓴웃음을 지으며 신문이란 것을 방 한구석에 던져두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과 밥. 그리고 다섯 가지 반찬에 도향의 것으로 추정되는 당과까지 챙겨 온 소헌이 들어왔다. 확실히 소헌이 들어온 뒤로 도향의 밥산은 여느 대문파 못지 않게 변했다. 그래서 도향은 소헌을 무력으로 내쫓지 못하는 것이리라. 도향은 순식간에 그릇을 비우고 자연스레 당과를 집어 들고 우물거렸다.


“아, 맛있다. 그런데 신문이란 걸 신청했다고 했죠? 척 봐도 꽤 비싼 것 같은데 얼마죠?”


“한 해에 은자 열 냥이란다. 개방에 비해 저렴하다는 걸 이점으로 내세우고 있지.”


확실히 개방에 비해서 저렴하긴 했다. 개방에서는 막대한 규모의 개방을 유지하게 위해 유일한 수입원인 정보료를 상당히 비싼 가격에 후려치는 게 보통이었다. 물론 저렴하다는 건 무림일통이나 마도천하를 획책할 때의 이야기였고, 그런 것에 관심이 없는 가난한 집단에서 은자 열 냥은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조금 비싸긴 한데..... 어? 그런데 사형은 돈이 어디서 난 거죠? 마도천하를 위해 돈을 다 바친 거 아니었나요?”


“당연히 금고에서 꺼내 쓰지 않았겠느냐.”


“무, 무슨 금고요?”


“사매의 엉덩이 밑에 숨겨진 금고를 말하는 거지.”


그 순간 도향의 안색이 급변하며 그녀는 방바닥에 장치된 비밀문을 열고 금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전표만 남아 있고 금자는 하나도 없었다. 도향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헌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도향이 물고있던 당과가 바닥에 뚝 떨어지고 상이 엎어지는 등 방안이 시장통처럼 소란스러워진다.


“그, 그, 그 많던 금자를 다 쓴 건 아니겠죠?”


“물론 남겨 왔단다.”


소헌이 멱살을 잡힌 와중에 품속에서 금자 몇 개를 꺼내든다. 그것을 찬찬히 세어본 도향은 날카로운 눈으로 소헌을 노려보았다.


“금자 하나가 비잖아요. 어디 갔죠?”


“신문을 장기구독했단다. 앞으로 몇 년은 신문걱정 없이 살 수 있겠지. 하하, 벌써부터 천하의 모든 정보를 알게 된 기분이구나.”


“으아아!! 대체...”


은자도 아니고 금자 하나가 삽시간에 날아갔다는 사실에 분노한 도향이 버럭 소리를 지르려다 문득 말을 멈추었다. 마교의 교주로서 소헌을 혼내는 것이 그럴듯할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소헌이 돈을 이상한 데 쓴 게 아니라 명목상으로는 꼭 필요한 데 쓰지 않았는가. 도향은 간신히 화를 억누르고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으윽..... 그래요. 좋은 선택이네요 사형. 하지만 금고에 다시 손을 대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건 다 후일의 대사(大事)를 위한 자금이니까요.”


그 말에 소헌은 흠칫 놀라는가 싶더니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내 생각이 짧았구나. 사매가 왜 돈을 숨겨놨나 했더니 다 그런 이유에서였군. 정말 미안하구나. 이제부터는 절대 금고에 함부로 손을 대지 않기로 하마.”


소헌은 배알도 줏대도 없는지 또 멋대로 도향의 의사를 해석하고는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도대체 하는 일마다 비상식 일색이라 도향은 오히려 소헌이 점점 의심스럽게만 느껴졌다. 자신이 되도 않을 거짓말을 알면서 저러는 것인지 정말 모르는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소헌의 표정은 능청스러웠다.


그러다 문득 도향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훗날을 위해서라는 말을 꺼낸 이상 돈을 꺼내 쓸 수 없는 건 그녀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한마디로 자승자박이었다. 어쩌면 소헌은 이런 걸 노린 걸까?


“안색이 좋지 않구나. 몸이 또 안 좋아진 것이더냐?”


“아뇨. 신경 꺼 주세요. 제발요.”


기왕이면 신경을 끄는 건 물론 돈만 놓고 사라졌으면 했지만 뭔가 대단히 착각하고 있을 소헌이 순순히 떠날 리 만무했다.


그날 밤 도향은 착잡한 심정으로 이불 속에서 뒤척였다. 어떻게 하면 소헌의 시선을 돌려놓은 다음 금고에서 돈을 꺼낼 지 생각해 보았지만 마땅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으아아! 그냥 힘으로 뺏어버릴걸 그랬나?”


도향은 급기야 진짜 마교도 같은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영 내키지 않는다. 하기야 사부였던 연청석도 평범한 무인에 가까웠는데 도향이라고 죄책감 하나 없는 명실상부한 마인일 리 만무한 것이다. 그것은 또한 그녀의 사형제 역시 마찬가지였고.


“에휴, 차라리 정파의 첩자같은 거였으면 좋겠네. 그냥 몇 대 패버린 다음 쫓아내면 되는 건데.”


그러나 지켜본 바로는 소헌은 적어도 정파의 첩자는 아닌 것 같았다. 저렇게 미친짓을 하는 작자를 보낼 정도로 정파의 사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더군다나 이 마교는 그냥 둬도 망할 지경이었고.

만약 소헌이 첩자였다면 그랬다면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무공을 쓸 용의가 있었지만 소헌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순수하게 마도천하를 위해 힘쓸 뿐이었다.


“에휴, 그냥 돈 없는 셈 치자. 지금까지도 잘 살아왔잖아.”


도향은 그렇게 체념하고는 억지로 눈을 붙였다. 그야말로 체념에 한해서 득도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도향이 득도하여 승천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작가의말

맙소사, 연재수에 비해 꽤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군요.


원래 쓰던것보다 많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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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1) +1 13.02.23 2,787 20 13쪽
8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8) 13.02.21 2,940 19 15쪽
7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7) 13.02.21 2,242 19 12쪽
6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6) 13.02.21 2,471 26 27쪽
5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5) +2 13.02.18 2,685 17 8쪽
»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4) +1 13.02.15 3,273 17 9쪽
3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3) +1 13.02.11 3,255 27 13쪽
2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2) +2 13.02.06 3,043 27 13쪽
1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1) +2 13.02.06 5,083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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