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굴

검룡번세(劍龍飜世)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요개
작품등록일 :
2013.02.06 22:14
최근연재일 :
2015.01.19 22:52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9,507
추천수 :
354
글자수 :
95,124

작성
14.02.28 04:34
조회
1,188
추천
13
글자
10쪽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9)

DUMMY

음탕한 시화가 늘어서 있고, 고혹적 자태의 음희들이 미혼향에 취해 미약한 신음을 내뱉는 기묘한 공간. 그 가운데 유독 색(色)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신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정체는 바로 패도혈랑 우철백이 내는 것. 소헌에게 당한 다리를 간신히 고치고 나서도 통증이 가시지 않아 다리를 움켜쥐고 끙끙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옥을 깎아 만든 절세미남, 옥면혈랑 율원이 푹신한 태사의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의자의 푹신함과는 별개로 율원의 표정은 영 편치 못했다.


“그러니까 그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수인데 실력으로는 상대가 안 되니 꽃의 아리따움을 이용하려 했다 이 말인가?”


우철백이 붕대를 칭칭 감은 다리를 감싸 쥐며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다. 율원은 부채로 입을 가리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갑자기 철백의 다리에 냅다 부채를 집어던졌다.


“끄아아악!!”


“자네 왜 진작 그 말을 하지 않았는가? 자칫 잘못하면 가냘픈 꽃들이 다칠 뻔 하지 않았나!”


“가가!!”


“저희는 괜찮사와요. 하지만 가가께서....”


몽롱하게 약에 취한 가운데서도 지극히 감동해서 눈물을 글썽이는 음란한 미녀들은 연신 율원에게 달라붙기 시작한다. 그 광경을 보던 철백은 고통조차 잊고 분노에 겨워 율원을 몰래 노려보았다. 내색은 않았지만 이른바 질투였다.


“크으, 그건 내 불찰이다. 하지만....”


몸을 바로하며 철백이 인상을 찌푸리자 갑자기 율원의 곁에서 끈적거리던 이들이 피식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철백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게 아닌가? 철백은 정말로 주화입마에 들 것만 같아 숨을 가다듬으며 구결을 외웠다.


“하지만 너도 보았겠지. 그자는 우리 힘으로는 감당이 안된다. 어쩌면 혈랑대주께서 나서야 감당이 될지도 모르지.”


“그런 가당찮은..... 아니군. 그럴 만도 해.”


혈랑대 서열 10위권의 힘을 떠올리고 혀를 차려던 율원은 이내 넙죽 납득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의 역사는 길다. 단순한 초식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건 초절정의 고수뿐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퍼져있다. 그야말로 이제는 악역도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시대였다.


“그래서 내가 굳이 너를 찾아온 것이다. 옥면혈랑의 화원에 넘어가지 않는 사내는 없다고 했지.”


“흐음, 이해는 가지만 굳이 그 사내를 쓰러트려야 하나? 은밀히 소저를 모시기만 해도 될 터.”


율원의 표정은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철백은 율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허나 몸이 너무 달았는지 생각하는 바가 너무 형편없었다.


“그러다 실패하면 정말로 끝장이라는 건 알겠지? 그런 고수가 버티고 있는 곳에 누가 가서 납치를 저지른다고 생각하나? 자네가 할 텐가?”


순간 율원은 소헌에게 얻어맞은 턱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율원은 부채로 턱을 슬며시 가리고는 열심히 입을 꿈틀거려서 그 묘한 느낌을 흩어버렸다. 그리고는 힘껏 점잔을 빼며 부채를 탁 하고 접는다.


“그렇다면 별 수 없지. 유가 강을 제압한다 했고 그자가 아무리 강한 무인이라도 목석은 아닐 터, 내 어느 정도 손을 빌려주도록 하지. 하지만!”


역시나 단서가 붙는다. 그 목적은 아마 하나일 것이다.


“화산의 아리따운 소저와 며칠 시간을 보내는 건 자네 재량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수치심으로 자진만 안하면 아무 상관도 없겠지. 어차피 파천대주께서 볼일이 있는 건 아랫구멍이 아니라 윗구멍이니.”


그렇게 두 혈랑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그것은 음란한 교성 가운데 이루어진 끈끈한 동맹이었다.


두 혈랑을 물리친 다음, 소헌을 바라보는 석일의 눈이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공손하기만 했다면, 지금은 마치 생사대적을 바라보는 매서운 눈을 하고 있었다.

그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소헌은 계속해서 객잔의 일을 도우며 마교의 재정을 윤택하게 했고, 그 덕에 도향은 화산파의 제자가 눈에 불을 켜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외면했던 불안이 폭발했다.


“한 수 가르침을 청합니다!”


“에엑!?”


식사 후, 빈 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향하는 소헌을 가로막고 석일이 느닷없이 포권지례를 취한다. 이에 놀라서 소리를 지른 도향은 급히 혜연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헤연은 오히려 석일을 응원하는 눈치였다.


“어, 언니! 아무리 사형이 강해도 화산의 제자가 마공을....”


“후훗, 그런 게 아녜요. 그냥 대련을 하고 싶어 하는 거랍니다.”


“그,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설마 이걸 빌미로 정사대전이 발발하지는 않겠죠?”


만약 팔이라도 잘리는 날에는 화산은 피의 복수를 감행해 올 것이다. 이런 조그마한 마교 정도는 화산의 일개지부로도 정리할 수 있을 테니 상황을 따질 것도 없었다.


“어머, 벌써 사형 편을 드는 건가요?”


“그, 그럴 리!.... 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정말로 잘 모르겠어요. 으음, 아니요. 맞아요. 사형은 강해요.”


무심코 부정하려다 도향은 소헌의 넓은 등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소헌을 인정하기 어색한 기분이 들었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좋소.”


도향이 잠시 한눈을 판 새에 소헌이 고개를 끄덕인다. 엄청난 긴장감이 객잔을 휩쓸고 지나가고, 졸던 희문이 그 기세에 흠칫 놀라서 깨어난다.


“우선 이 설거지부터 하는 게 좋겠소.”


“예?”


어리둥절해하는 석일에게 소헌이 빈 그릇을 안겨주며 진중하게 첨언했다.


“그릇을 씻고 물기를 반드시 잘 닦아두시오. 물기가 남아있다가는 음식 맛을 망칠수도 있소. 설거지가 끝나면 내 바로 비장의 조리법을....”


“자,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대협.”


석일이 한 아름이나 되는 빈 그릇을 탁자에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저는 조리법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건 대협과의 비무를 원하는 겁니다.”


“그렇소?”


소헌은 석일이 내려놓은 그릇무더기를 재주 좋게 한 손으로 받쳐 들고 휑하니 주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번에도 미묘하게 무시당한 석일이 당황해서 소헌을 쫓아 들어간다.


“대, 대협!!”


“비무라면 해 드리겠소. 다만 나는 매우 바쁘오.”


“그렇다면 제가 돕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비무를 하고 싶었을까? 석일은 냉큼 팔을 걷어붙이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그러자 희문이 헛웃음을 지으며 한달음에 달려와 소헌의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이놈아! 왜 남의 귀한 아들을 부려먹느냐?”


“아버지. 이건 제가 원해서 하는 일입니다.”


희문에게 굳건한 의지를 과시하며 석일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야말로 대장부의 기세라, 한동안 옥신각신하던 끝에, 석일은 마침내 소헌을 도울 것을 허락받고야 말았다.


“대협, 그럼 지금부터..... 으음?”


어느새 설거지를 마치고 그릇의 물기까지 싹 닦은 소헌이 기지개를 켜며 석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의 기척도 느끼지 못했는데 대체 언제 일을 마무리했단 말인가? 하지만 잘 된 일이라 생각하고, 석일은 다시 포권을 쥐고 비무를 청했다.


“대협! 지금이야말로 비무를 허락해주실 차례입니다.”


“흐음, 뭔가 착각하고 있으니 말해두겠소. 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


객잔을 닫을 시간이 다 되었는데 무슨 말일까? 석일이 의아해하는 것을 본 소헌이 손가락을 하나씩 펴면서 말한다.


“우선 지금부터 자정까지 야시장에서 일을 거들어야 하오. 그리고 야시장이 끝난 다음에는 청소를 하고 새벽에는 물을 뜨러 가야하고 장작도 패 두어야 하오. 그리고 이른 아침에는 신문을 돌리고 그 다음에 식사를 준비한 다음...”


“사, 사형! 어쩐지 요즘 반찬이 풍성하더니 무슨 노예처럼 일했던 건가요?!”


도향이 화들짝 놀라서 소헌에게 달려온다. 지금까지 저녁마다 모습을 감추고 무공수련도 잘 하지 않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미친 듯이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수혜자가 도향 자신이라는 것도.


“마도천하를 위해 이 정도도 못하겠느냐? 너는 아무런 걱정 말고 위엄을 갖추거라.”


평범한 사람이라면 실신했을 정도의 노동을 아무렇지도 않은 것으로 치부하고는 소헌은 석일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일을 도우려면 이 중 삼분지 일은 도와야 하오. 쉬운 신문배달부터 시작해 보겠소?”


“가능은 합니다만 그 일은 대체 언제 끝나는 겁니까?”


석일이 의외로 순순히 소헌의 말에 응하며 역으로 물어온다. 이에 소헌은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교주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계속할 것이오.”


석일의 시선이, 그리고 어쩐지 무서운 혜연의 시선이 도향을 향한다. 도향이 흠칫 놀라서 열심히 고개를 저으며 손도 내젓는다.


“괘, 괜찮아요! 이제 돈 안 벌어도 돼요. 밥도 조금만 먹고 당과도 줄일게요. 그러니까...”


“걱정 말거라. 비원을 위해서라면 이 몸이 두동강나도 걱정이 없으니까. 흠, 그런데 양 소협에게 하나 묻겠소.”


횡설수설하기 시작한 도향을 토닥이면서 소헌이 무림인다운 기도를 과시하며 석일을 바라본다. 석일이 입술을 꾹 깨물고 자세를 바로 한다. 마치 매화검수의 가르침을 받을 때와도 같은 무게감에 석일은 절로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묘한 눈으로 석일을 바라보던 소헌이 천천히 입을 뗀다.


“이토록 나는 비원을 위해 힘써야 하는 정말로 바쁜 몸이오. 그런데 굳이 내 시간을 빼앗을 작정이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함이 옳을 것이오. 솔직한 말로 나는 비무 따위를 하게 되면 돈을 잃게 되는 처지요.”


“물론입니다.”


소헌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석일의 어깨를 탁 붙잡고 묻는다.


“그렇다면 그 피해를 보상해줄 생각이 있소?”


석일이 잠시 말을 잃는다. 화산의 절기를 이해할 정도로 명석한 그라 소헌의 말을 이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요점은 비무를 하려면 돈을 내리는 소리인데 과연 가당키나 한 소리일까? 하지만 석일은 금방 납득하고야 말았다. 애초에 소헌은 마교인이 아니던가? 어쩌면 마교에서는 다들 이런 식으로 비무를 할지도 모르고.


“좋습니다. 그럼 한번 비무를 치를 때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작가의말

뭐 쓸데없는 소리만 늘어놓는데 벌써 4천자군요. 그나저나 오랜만에 쓰는데 병맛이 유지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늘 진지한 소설만 쓰다가 이런 걸 쓰려니 감이 잘 안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룡번세(劍龍飜世)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 작품은 내키면 업데이트 됩니다. +2 14.02.28 848 0 -
19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10) +2 15.01.19 397 9 16쪽
»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9) +7 14.02.28 1,189 13 10쪽
17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8) +4 13.07.01 2,660 19 9쪽
16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7) +3 13.06.20 1,911 16 9쪽
15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6) +2 13.05.27 2,689 14 8쪽
14 이 작품은 내키면 업데이트 됩니다. +1 13.05.27 1,612 2 1쪽
13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5) +2 13.05.03 3,067 16 10쪽
12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4) +4 13.04.03 2,708 21 8쪽
11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3) +2 13.03.08 2,844 15 9쪽
10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2) +2 13.03.05 2,273 16 11쪽
9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1) +1 13.02.23 2,787 20 13쪽
8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8) 13.02.21 2,940 19 15쪽
7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7) 13.02.21 2,242 19 12쪽
6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6) 13.02.21 2,471 26 27쪽
5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5) +2 13.02.18 2,685 17 8쪽
4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4) +1 13.02.15 3,272 17 9쪽
3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3) +1 13.02.11 3,255 27 13쪽
2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2) +2 13.02.06 3,043 27 13쪽
1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1) +2 13.02.06 5,083 4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