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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굴

검룡번세(劍龍飜世)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요개
작품등록일 :
2013.02.06 22:14
최근연재일 :
2015.01.19 22:52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9,478
추천수 :
354
글자수 :
95,124

작성
13.02.06 22:23
조회
3,041
추천
27
글자
13쪽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2)

DUMMY

“사매! 사매!!”


소헌을 내쫓고 방 안에서 명상에 잠겨 있던 도향은 귀를 거슬리는 목소리에 명상을 그만두고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문이 덜컹 하면서 떨어져 나간다. 경첩이 박살난 걸 잊고 있던 것이다. 도향은 신경질적으로 문을 끼워 넣고는 목소리의 근원을 노려보았다.


“아직도 그 소리인가요?”


“하하, 이걸 보게 사매. 돼지고기를 이만큼이나 사왔다네. 사부님께서도 무척 좋아하실 거라네.”


“사부님은 돌아가셨어요. 며칠 됐죠.”


도향은 약간의 처연함을 담아 말했다. 사부의 병수발을 들며 진즉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사부의 비참한 죽음은 그녀에게도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그것을 다시 일깨워준 것은 어떤 향수 때문도 아니고 다름 아닌 괴인의 기행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도향은 잠시나마 저 괴인의 면상을 날려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사, 사부님이.....”


소헌은 정말로 놀란 듯 종이에 싼 돼지고기까지 떨어트리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정말로 사부를 잃은 것처럼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그 꼴을 보자 도향은 더욱 열이 뻗쳐 그만 냅다 달려가 소헌을 걷어차고야 말았다.


“시끄러워!! 당신이 뭔데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거야?”


내공을 싣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강한 일격이었는데 바닥에 엎드려 통곡하는 소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도향은 잠시나마 내공을 담아서 소헌을 마구 밟을까도 생각해봤지만 스승의 죽음이 얼마나 되었다고 의미없는 살인으로 손을 더럽힐까? 도향은 하는 수 없이 소헌의 등을 탁탁 두드려서 그를 진정시키고 말했다.


“다 울었어요?”


“크흐흐.... 아직이다.”


“......그럼 계속 울어요.”


이젠 토를 달 힘도 빠진 도향은 문득 소헌이 떨어트린 돼지고기에 눈이 갔다. 침이 고였다. 그리고보니 고기를 먹은 지 꽤 되었던 것 같았다.

도향은 자기도 모르게 종이에 싼 돼기고기를 집어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도향은 어느새 돼지고기를 썰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며 들고 있던 부엌칼을 문간으로 집어던졌다.


“어이쿠, 손이 미끄러진 모양이구나.”


언제 왔는지 부엌 문간에는 소헌이 서 있었다. 재주 좋게 부엌칼을 척 받아 든 소헌은 퉁퉁 부은 눈으로 도향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목소리까지 다 갈라져 정말로 사흘 동안 상을 치른 몰골에 도향의 어처구니는 다시 저 멀리로 날아가 버렸다.


“뭐예요 당신?”


“요리를 하는 중이냐? 그래, 산 사람은 살아야지. 사매 덕분에 하나 더 배웠구나.”


“사부님 따라가고 싶어요? 질문에 대답이나 하시죠?”


도향이 으름장을 놓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소헌이 항아리에서 물을 떠다 솥에 부으면서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네 사형이다. 그리고 돼지고기는 삶아 먹자꾸나. 사부님께서도 삶은 돼지고기에 소금을 찍어 드시는 걸 좋아하셨지.”


“당신 진짜!”


도향이 냅다 소헌의 면전에 주먹을 뻗어내며 소리를 질렀다. 평범한 이였다면 피하지 못할 정도로 매서운 주먹질이었다. 그러나 소헌은 솥에 불을 떼기 위해 허리를 숙였고, 덕분에 도향의 주먹은 빗나가고야 말았다.


“으으, 피했다 이거죠?”


도향이 약이 올라 연신 주먹을 날렸지만 소헌은 선반에 손을 뻗거나 고기를 손질하면서 우연에 가깝게 주먹을 피해냈다.

그렇게 우스운 광경이 계속되던 도중,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기 시작하고, 도향은 다시 자기도 모르게 향긋한 내음에 정신을 빼앗겼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아앗! 안 돼. 정신 차려. 이봐요. 자꾸 그런 식으로 날 놀리면....”


“흠, 그렇구나. 사부님께서 새로 제자를 받으셨다면 나를 못 알아볼 수도 있겠지. 내가 너무 성급했구나.”


소헌이 밑간을 마친 고기를 솥에 넣으며 제멋대로 도향의 생각에 대해 납득했다. 그러나 도향은 이번에는 소헌의 태도에 휘둘리지 않고 당당히 허점을 꼬집었다.


“아니거든요? 사부님도 사형도 사저도 당신이란 존재는 언급도 한 적 없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서 사형이라니요? 누굴 바보로 아나 진짜!”


도향이 소리를 빽 지르거나 말거나 소헌은 부엌 여기저기를 뒤져 약간의 채소를 꺼내 썰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도향이 부엌칼을 쥔 소헌의 손목을 확 움켜쥐는 순간 도향은 섬뜩한 느낌에 소헌에게서 손을 뗐다.


“음, 왜 몸을 떠느냐? 감기에라도 걸린 것이더냐?”


“......아뇨, 아무것도요. 그럼 뭐죠? 당신은 우리 마교의 숙수라도 되는 건가요?”


“그럴 리 있겠느냐? 나는 사부님의 문하에서 무공을 전수받은 사람이다. 정 못미덥거든 사부님......아니, 사형께 여쭈어 보거라. 연 사매는 날 무척 싫어했으니 아마 없다고 할 테니 말이다. 하하하!”


유쾌하게 웃는 소헌을 바라보며 도향은 이젠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건 착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쩌면 한숨 자고 나면 모든 게 꿈이라서 다시 깨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도향은 힘없이 골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별 생각없이 문고리를 잡았다.


“아....”


요란한 소리와 함꼐 문이 덜컥 빠진다. 하지만 도향은 만사가 다 귀찮아서 아예 문을 마당에 던져두고 방 한가운데에 벌렁 드러누웠다. 어차피 무공을 익혔는데 찬바람 좀 쐰다고 감기에 걸릴까? 그런 생각을 하며 도향은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꿈이 아니었네.”


“음, 일어났느냐?”


얼마나 잤는지 머리가 몽롱한 가운데도 도향은 소헌의 웃는 낯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소헌은 언제 다 차렸는지 따끈한 밥상을 마련해 온 뒤였다. 먹음직스러운 냄새에 도향은 잠시나마 소헌이 좋은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식기 전에 먹거라. 돼지고기가 열을 내려주는 데 도움이 될 게다.”


“열이라니요?”


도향을 오랜만에 먹는 돼지고기에 왠지 코가 시큰해지는 것을 느끼며 반문했다. 소헌이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열이 나서 덥다고 문을 떼놓은 게 아니었느냐? 그래서 일단 문을 고쳐 놨단다. 그리고 열이 난다고 해서 무작정 찬바람을 쐬면 더 안 좋단다.”


소헌이 뭐라도 하든 아무래도 좋았다. 도향은 돼지고기를 게걸스럽게까지 먹으면서 소헌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미친 사람치고는 행색이 얌전하고 마음씨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소헌의 첫인상이 점점 좋아지는 가운데, 한 상을 모조리 비운 도향이 배를 두드리며 숨을 내쉬었다. 얼마나 먹었는지 배가 불룩해진 것 같았다.


“하하, 우리 사매는 먹보구나.”


“닥쳐요. 맛있는 고기를 사왔으니 무례를 용서하겠어요.”


도향은 만복감에 젖어 미치광이의 헛소리를 한번 정도는 납득해 주기로 했다. 쫓아내는 건 다시 기분이 나빠졌을 때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소헌이 밥상을 들고 나가고 도향은 한참이나 멍한 상태로 만복감을 만끽하다가 문득 자신이 소헌의 분위기에 휩쓸린 것을 깨달았다.


“정신차려 천도향. 고기도 좋지만 저 사람은 절대 사형이 아니야. 어쩌면 나를 노리고 온 정파인일지도 몰라.”


잠시마나 소헌이 사형이라면 이런 맛있는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도향은 그런 생각을 애써 지우면서 이를 악물었다. 이번에 소헌이 들어오면 정말로 단호하게 쫓아낼 각오를 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각오도 무색하게, 소헌은 도통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너무 조용하다. 도향이 슬쩍 문을 열다가 아차 싶어서 문고리를 움켜쥐었지만 문이 떨어져나가지 않는다.


“어라, 고쳐졌네?”


심지어 이전보다 더 부드러운 것 같았다. 망치질 소리 하나 안 내고 어떻게 경첩을 고쳤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건 소헌의 솜씨일 것이다. 도향은 조심스레 밖으로 나와 소헌을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소헌의 모습은 어디어도 없었다.


“도망..... 아니, 정신 차리고 갔나?”


왠지 허탈한 기분에 도향은 고개를 내저으며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다시 무공을 수련하기 위해 명상에 잠기려는데 그때 천천히 문이 열린다. 소헌은 한 손에 뭔가를 잔뜩 들고 있었다. 도향은 내심 소헌의 손에 든 무언가에 눈이 가면서도 겉으로는 차가운 태도를 유지했다.


“아직 있었네요.”


“말도 없이 사라져서 걱정한 모양이구나. 차가 다 떨어져서 산 아랫마을에 좀 다녀왔단다. 그런 김에 당과도 조금 사왔지.”


“다, 당과?”


명상이고 뭐고 도향은 당과의 달적지근한 향기가 떠올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슬슬 소헌이 없는 현실보단 꿈이 조금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도향은 어느새 어린애처럼 당과를 물고 쩝쩝대기 시작했고, 소헌은 그런 도향을 바라보며 문득 떠오른 물음을 던졌다.


“흠, 그런데 수저도 두 벌 뿐이고 신발도 없는데 진 사형과 연 사매는 어디 멀리라도 갔느냐?”


“제작년쯤인가? 사부님이 쓰러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떠났어요. 사부님이 마도천하를 이루라고 떠나보냈죠.”


“흠, 그렇군.”


소헌은 착잡한 심정으로 도향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숱한 마교를 찾아다녔지만 단 한 번도 사형제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 말인즉슨 사부님의 비원을 이루기 위해 떠난 두 사람은 아직 변변한 세력도 구축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을 의미했다.

한편 당과에 빠져 있던 도향은 소헌의 손길이 영 못마땅했지만 거진 반년 만에 맛보는 당과의 맛에, 소헌의 손을 쳐내는 시간도 아까워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아무튼 돌아와서 기쁘구나. 조금 더 빨리 왔다면 사부님을 뵐 수 있었을 테지만. 사람 명이야 하늘의 달린 것이니 별 수 있겠느냐.”


“도사 같은 소리 마요. 여긴 마교라고요. 명색이 마교도인 사람이....”


도향은 자신이 어느새 소헌을 인정할 뻔한 것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당과를 떨어트릴 뻔 했다. 소헌은 마치 진짜 사형이라도 되는 듯 도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사형이었던 진 대사형도 저렇게 자신을 위해 주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정말로 웃기지도 않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아, 그리고 네가 치장할 것들도 사왔단다. 사부님의 수발을 들다가 예쁜 얼굴에 분칠 한번 못해봐야 쓰겠느냐. 내 종류를 몰라 이것저것 사왔으니 더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거라.”


“으에엑!! 이건 엄청 비싼건데...... 당신 돈 많은가 봐요?”


“10년만에 뵙는 사부님을 뵈러 어찌 빈손으로 오겠느냐. 원래는 선물을 사오려고 했지만 급한 마음에 먼저 빈손으로 왔다가 이렇게 사 온 거란다.”


소헌이 잡다한 물건들을 들어 보이며 자랑스레 말한다. 도향은 한참이나 분이며 빗을 만지작거리다가 문득 표독스러운 눈으로 소헌을 노려보았다.


“흐으음..... 돈을 얼마나 쓴 거죠?”


“은자 열 냥 정도 썼구나.”


“야이 미친 새끼야!!!”


도향이 소헌의 턱을 걷어찬다. 소헌이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방 한구석으로 나가떨어지고 도향이 진심으로 분노해서 나동그라진 소헌에게 물건을 마구 집어던지고 그를 짓밟기 시작한다.


“그거면 몇 달은 생활하는 건데 고작 이런 걸.... 이런 걸!!! 당장 돼지고기로.... 아니, 쌀로 바꿔 와요!!!”


“흠, 진정해라. 아직 돈은 많이 남았으니 쌀을 사오면 되는 게 아니더냐.”


두들겨 맞는 주제에 소헌은 침착한 어조로 도향을 달랬다. 도향이 숨을 씩씩 몰아쉬며 소헌을 바라보았다.


“돈.... 더 있는 거예요?”


“물론이다. 다 사부님의 비원을 위한 것이니 내 모두 내놓아야하는데 내가 그 생각을 못했구나. 날 더 때려도 좋다. 이렇게 생각이 짧아서야.....”


“헛소리 그만하고 돈이나 꺼내 봐요.”


도향이 채근하자 소헌이 대뜸 소매에서 전표 두 장을 꺼내들고 허리춤의 주머니에서는 금자를 열댓 개 꺼내든다. 도향이 식겁하면서 소헌의 멱살을 잡는다.


“다, 당신.....”


“전표는 조금 큰 마을까지 가서 바꿔야 할 게다. 금자도 작은 돈으로 바꿔야 쓰기 좀 편하겠지. 아까 돼지고기를 사는데 금자를 내밀었다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환영해요. 정말로 환영해요.”


도향이 소헌을 꽉 끌어안으며 눈물을 그렁거렸다. 그리고 그날, 소헌은 도향의 진짜 사형이 되었다.


작가의말

1장의 제목이 영 마음에 안 드네요. 뭘로 바꿀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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