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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굴

검룡번세(劍龍飜世)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요개
작품등록일 :
2013.02.06 22:14
최근연재일 :
2015.01.19 22:52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9,499
추천수 :
354
글자수 :
95,124

작성
13.05.27 16:42
조회
2,688
추천
14
글자
8쪽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6)

DUMMY

“낯익은 얼굴이군. 분명 여기에 얼씬하지 말라는 교주님의 엄명을 들었을 텐데?”


소헌이 북해를 연상케 하는 차가운 태도로 물었고 철백은 갑자기 소헌에게 얻어맞은 곳이 미친 듯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인상이 일그러질 정도로 아파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씨벌!!”


사파에 널리고 널린 고수처럼 철백은 우악스럽게 칼을 빼들고 소헌에게 달려들었다. 선수필승이라는 말을 신봉하는 사파고수는 원래 후발제인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 법이다.

실제로 철백은 인상에 걸맞지 않는 민첩함으로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그의 손에 죽어나간 고수만 십 여명이고, 잡졸이나 촌민을 포함하면 세기 벅찰 정도다. 그래서 철백은 잠시나마 공세를 쥐며 자신이 소헌에게 얻어터진 기억을 잊을 수 있었다. 그게 바로 패인이었다.


“감히 교주님의 명을 거역하다니. 완전히 겁을 상실한 것이더냐?”


그리 날카롭지는 않지만 흉맹한 기세로 날아드는 귀두도를 상체를 기울여 가볍게 피해내고, 소헌은 혀를 차면서 철백의 다리를 걷어찼다. 그러자 통나무가 분질러지는 듯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철백의 한쪽 다리가 마치 학의 다리처럼 앞으로 꺽여 버렸다.


“크아아악!!!”


철백은 귀두도를 내팽개치고 정강이 즈음부터 스스로 앞을 향하고 있는 다리를 움켜쥐고 바닥을 굴렀다. 생으로 다리가 부러져 나간 탓인지 도저히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뒤늦게나마 혈도를 짚어 통증을 없애 보려 했지만, 무슨 영문인지 혈도가 짚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철백은 그저 평범한 촌민처럼 바닥을 구를 수밖에 없었다.


“어, 어흠! 상당히 손속이 잔혹한 자였군.”


어찌나 당황했는지, 율원은 정파 나부랭이나 할법한 소리를 하면서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 저 멍청한 인간백정은 모르겠지만 소헌은 어찌 할 수 없을 정도로 고수다.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기에 꽤 강한 고수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엄연히 무공을 익힌 자의 다리를 생으로, 그것도 일격에 분지르는 괴물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네놈도 한패겠군.”


소헌이 자신을 바라보자 율원은 갑자기 딸꾹질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자신이 누구던가? 초절정 풍류남아 율원이다. 애첩들과 아름다운 꽃 앞에서 불쾌한 생리현상을 보여줄 바에야 목숨을 끊을 정도로 고고한 남자다. 율원은 가까스로 딸꾹질을 진정시키고 파안대소하기 시작했다.


“하하, 알고 보니 정말 대단한 고수로군. 무례가 안 된다면 존명대성을 듣고 싶소만.”


“흥, 그리 궁금하다면 한마디 해주지 않을 수 없지.”


명성을 탐하는 자였던가! 율원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여유를 되찾았다. 명성을 탐하는 자라면 이야기가 쉬워진다. 적당히 구워삶으면 자신은 위기를 모면하고 저 못생긴 철백도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그는 소헌을 너무 몰랐다.


“건방진 놈!”


소헌이 뜬금없이 벌컥 화를 내며 율원에게 귀신처럼 홀연히 다가가서 그의 턱주가리를 올려쳤다. 율원은 기괴한 비명을 내지르려다 혼미한 가운데도 풍류공자로서의 체면을 지키며 우아하게 나가떨어졌다.


“가가!!”


“율 공자니임!!!”


율원의 애첩들이 울며불며 그에게 달려간다. 산파극에 가까운 애처로운 슬픔이 넘쳐나는 가운데, 소헌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했다. 소헌은 전에 없이 엄청나게 화를 내면서 으르렁거렸다.


“고작 마졸 따위의 이름에 존명대성이라는 말을 붙이다니!”


“마, 마졸?!”


무슨 마졸이 이렇게 무지막지하단 말인가. 정녕 소헌 정도의 실력자가 마졸이라면 이미 무림은 누군가의 손에 일통되고도 남았을 것을. 소헌은 돌연 몸을 돌려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까지 박으면서 오체투지하기 시작했다.


“천세천세 천천세!!”


“사, 사형!!”


도향이 더없이 당황해서는 소헌을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땅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주제에 흙먼지 하나 안 묻은 모습으로 소헌이 양 손으로 도향을 가리키며 최였다.


“네놈의 옹이구멍 같은 눈은 이 분을 몰라보고 있었단 말이다!! 대(大)천마, 천도향의 위엄을 보아라!”


“저, 정말로 마교.....”


율원은 터진 입술과 코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분명 이 곳에는 마교가 없다. 그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철백 역시 그러했다. 무엇보다 하오문의 신문에서도 마교의 발호를 알려온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 자는 새로 발호한 마교임이 틀림없었다. 그것도 무지막지한 힘을 가진.


“냉큼 무릎을 꿇지 않고 무엇 하고 있느냐?”


마치 대포로 쏘아낸 것처럼 소헌이 일직선으로 율원에게 달려든다. 율원은 차마 체면을 찾지도 못하고 본능이 시키는 대로 기괴한 비명과 함께 냅다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자 소헌은 마치 원래 그렇게 하기로 한 듯 율원의 코앞에 사뿐히 멈춰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세천세 천천세! 이 보잘것없는 율원, 대천마를 뵙사옵니다.”


“공자님께서 머리를....”


“아아, 이건 꿈이야.”


애첩들이 하나둘 쓰러져나가고 율원은 이마가 깨져라 머리를 받으면서 피를 쏟아냈다. 그제야 소헌은 조금 만족스러운 얼굴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도향에게 말했다.


“하명하시지요, 교주님.”


“이 인간아!! 아까부터 대체 뭘 하는 거야?”


도향은 기어이 폭발하고야 말았다. 저러다 죽지 않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피를 쏟나내는 율원의 주위는 이미 바닥이 피에 젖어가고 있었고, 그 뒤에 시립해 있던 반라의 애첩들이 태풍을 맞은 수수대처럼 파죽지세로 쓰러져가고 있었다. 사람 하나 구하려는데 이 난장판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리고 무슨 생각으로 그녀를 유치찬란한 말투로 소개했는지, 도향은 소헌의 머리를 열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교의 위엄을 드높이고 있었다.”


“위엄 같은 소리하네. 사형 깡패에요? 왜 사람을 무작정 두들겨 패는 건데요?”

“네 명에 따라 목숨을 붙여 놓으려고 그렇게 했다. 만약 살인을 금하지 않았다면 이미 목을 잘라 두었을 것이다.”


“과연 마교답군요.”


석일이 정말로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화산파의 제자가 저런 소리를 하니 왠지 소름이 돋아, 도향은 몸은 부르르 떨고는 언성을 높였다.


“돼, 됐어요. 그냥 돌아와요.”


“이 자를 내버려둘 참이냐?”


“저, 저런 잡것은 상대할 가치도 없잖아요.”


솔직히 도향은 소헌의 행동을 제지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본 실력으로 따지자면 소헌은 분명 그녀보다 윗선에 있는 고수였다. 그런 고수를 고작 교주라는 허올 좋은 말로 조종할 수 있을까?


“그렇군. 우리 위대한 마교가 저런 잡것들을 상대할 필요는 없을 터.”


소헌은 다시 멋대로 도향의 말을 받아들이고는 살기를 거두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시간을 지체한 것이 아깝다는 듯 재빨리 걸음을 옮겨 혜연에게 다가갔다. 갑자기 소헌이 다가온 것에 의문을 품고 혜연이 고개를 갸웃하자 소헌이 말했다.


“그대는 왜 저런 작자를 상대하면서 시간을 버린 게요?”


“하도 막무가내로 나오는 터인데 저처럼 연약한 처자가 어찌하겠어요?”


소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혜연을 바라보다가 피 한 방울 묻지 않는 앞치마를 정리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객잔으로 향했다.

율원은 그때까지도 머리를 떼지 못하고 있었다. 철백의 비명소리가 쉰 소리로 바뀔때쯤, 율원이 슬며시 고래를 들면서 중얼거렸다.


“뭔가, 이상해. 왜 교주가 마졸에게 쩔쩔매는 것 같지?”


작가의말

간만에 쓴 글. 먼치킨 만세만세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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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10) +2 15.01.19 397 9 16쪽
18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9) +7 14.02.28 1,188 13 10쪽
17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8) +4 13.07.01 2,660 19 9쪽
16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7) +3 13.06.20 1,910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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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4) +4 13.04.03 2,707 21 8쪽
11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3) +2 13.03.08 2,843 15 9쪽
10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2) +2 13.03.05 2,272 16 11쪽
9 2. 기억 잃은 꽃을 지키는 방법 (1) +1 13.02.23 2,787 20 13쪽
8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8) 13.02.21 2,939 19 15쪽
7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7) 13.02.21 2,242 19 12쪽
6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6) 13.02.21 2,471 26 27쪽
5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5) +2 13.02.18 2,685 17 8쪽
4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4) +1 13.02.15 3,272 17 9쪽
3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3) +1 13.02.11 3,255 27 13쪽
2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2) +2 13.02.06 3,043 27 13쪽
1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1) +2 13.02.06 5,082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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