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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굴

검룡번세(劍龍飜世)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요개
작품등록일 :
2013.02.06 22:14
최근연재일 :
2015.01.19 22:52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9,518
추천수 :
354
글자수 :
95,124

작성
13.02.18 12:41
조회
2,685
추천
17
글자
8쪽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5)

DUMMY

“설명해 봐요. 왜 밥이 이것밖에 없는지.”


도향이 평소의 반절밖에 되지 않는 밥을 한술 떠서 열심히 우물거리면서 물었다. 양이야 어쨌든 배는 고팠던 모양이다. 소헌은 정말로 별것 아닌 것을 말하듯 건성으로 대답했다.


“별 것 아니란다. 쌀이 떨어진 것 뿐이지.”


“사오면 되잖아요. 돈도 많은데.”


이젠 아예 머리가 퇴화된 것 같은 대답에 도향은 반찬만 열심히 집어먹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제는 따질 기력도 없고 의지도 없었다. 소헌은 도향에게 생선살을 발라주면서 마찬가지로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다.


“돈도 다 떨어졌단다.”


“뭐라고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도향의 입에서 밥알이며 반찬이 튀어나온다. 재주 좋게도 그것을 모조리 피해낸 소헌은 다시 생선살을 바르기 시작했고 도향은 밥이고 뭐고 황급히 금고를 열어 보았다. 소헌이 또 어떤 수상한 짓으로 돈을 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돈은 그대로다.


“뭐야, 있잖아요!! 빨리 쌀 사와요. 난 밥이 모자란 건 정말 못 참아요.”


“안 된다. 그건 후일을 위한 자금이 아니더냐.”


“헛소리 하지 말고 사와요!”


도향이 금자 하나를 꺼내 소헌에게 집어던졌다. 그러자 소헌은 그것을 받아내는 동시에 재주 좋게도 다시 그것을 금고로 집어던져 정확히 있던 자리에 안착시킨다. 도향이 이를 갈며 다시 금자를 꺼내 집어던져봤지만 결과는 매한가지였다.


“아 진짜!! 마도천하고 뭐고 굶어 죽을 셈이에요?!”


“그럴 리야 있겠느냐. 그동안의 운영자금을 조금 절약하면 될 게다.”


도향은 그동안의 운영자금이라는 말에 인상을 팍 찌푸렸다. 이곳은 마교라기보단 동네 무관에 가까운 곳이었기에 운영자금이 들어오는 곳도 궁색하기 그지없던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린지 알아요? 다 같이 굶어 죽자는 말이거든요. 저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돈인데 뭘 더 쪼개겠다는 거죠?”


“그럼 우리 세력권에서 세금을 더 걷는 건 어떠냐?”


세금을 받는 이들이 들었으면 거품을 물 소리였지만 다행히도 이 마교는 세금 따위를 걷지 않는다. 아니, 걷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력권 따위가 없었다.

“아, 그러니까 세금 같은 건 안 걷는다고요! 이런 쬐끄만 곳에 누가 세금을 바치겠어요? 제가 저 아랫마을에 손을 빌려주고 그 수고비를 받는 게 전부라고요!!”


그렇다. 지금까지 도향은 마을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면서 생계를 이어갔던 것이다. 농번기에 김을 매거나 마을 축제에 전을 부치는가 하는 사소한 일이 대부분이었고, 가장 무림인다웠던 일은 홍수 때 떠내려가는 돼지를 건지고 무너진 축방을 다시 세우는 일이었다. 이러한 사정을 들은 소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제멋대로 납득하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대놓고 마교임을 보여주면 정파의 무리들이 눈치를 채겠지. 흠, 옛말에 와신상담이라고 했다.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아 보자꾸나.”


“하아, 대체 그 착각은 분수도 없나요? 잘 들어요. 마교는 망했어요. 오래 전에 폭삭 망해서 사부님도 마도천하는 꿈도 꾸지 말랬다고요!!!”


도향의 외침에 소헌이 정말로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선다. 지금까지 보여준 반응 줄 가장 격렬한 반응이었지만 도향은 그러거나 말거나 남은 반찬을 모조리 입에 털어 넣을 뿐이었다.


“그토록 마도천하를 입이 닳도록 추구하시던 사부님께서 결국 비원을...... 져버리셨던 건가?”


“이 낡아빠진 집을 봐요. 은자 몇 냥도 없어서 빌빌대는 마교가 무슨 무림을 정복한다는 거겠어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설마 정말로 몰랐던 걸까? 도향이 폭탄선언에 소헌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진다. 도향은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언젠가는 밝혔어야 할 일이었고 깨달아야 할 진실이었기에 애써 태연을 가장했다.


도향이 밥을 다 먹자 소헌이 상을 정리한다. 평소와는 달리 침울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에 도향은 트림소리도 죽여 가며 소헌의 기색을 살폈다.


“저, 사형?”


모든 게 뒤집어진 상황에서 사형이라 불러도 되는 걸까? 도향은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소헌은 여전히 그녀를 사매로 여기는지 도향의 부름에 고개를 돌린다.


“무슨 용무라도 있느냐?”


“......아뇨, 나가보세요.”


심심한 위로라도 전하려다 도향은 그냥 그만두기로 했다. 어차피 착각한 쪽은 소헌 쪽이 아니었던가. 마교의 본산이 이 모양인데도 눈치 채지 못한 소헌이 멍청했던 것이라 생각하며 도향은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소헌이 다시 차를 가져올 때까지도 영 마음이 편치 못했다.


“차 맛은 괜찮으냐?”


소헌이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고 도향은 안절부절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힘이 없는 소헌이 조금 안쓰러우면서도 왠지 호감이 갔기 때문이다.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으니 소헌의 제법 그럴듯한 외모가 여실히 드러났다. 확실히 자신이 무작정 손을 쓰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소헌의 인상은 무척 좋았다. 아마 진짜 사형이었다면 꽤 친밀한 사이가 되었을 것이라, 도향은 생각했다.


“사형.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도향은 결국 어색한 표정으로 위로를 전했다. 그동안 미운 정이라도 든 것인지 침울해하는 소헌을 보기가 영 껄끄러웠기에. 이에 소헌은 마치 빚쟁이에게 숟가락까지 빼앗긴 사람처럼 처연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난 괜찮다. 나는 오히려 네가 더 걱정이구나.”


소헌은 무척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곧 우수에 잠긴 표정으로 돌아와 조용히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도향은 점점 소헌의 얌전한 모습에 온몸이 간지러워지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소헌이 착각이 심한 것 빼고는 정말 최고의 사형이 아니었던가? 무공의 수준은 모르지만 신변잡기에선 못하는 일이 없었고 무엇보다 사문에 정성이 지극한 사람이었다.

그에 비해 자신은 그런 사형을 물먹으려고 애쓰는 나쁜 사매였을 뿐이다. 도향은 점점 진실을 말해버린 것이 더없는 실수인 것만 같았다. 이대로 소헌이 떠나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매.”


“네, 네엣!”


소헌의 부름에 도향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도향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째 소헌의 목소리가 다시 유쾌하게 돌아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


“걱정 말거라. 내 반드시 마도천하를 이루어 주마.”


“.....네?”


도향의 외마디 물음에 소헌이 자신 있게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겠구나. 그래, 사부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자꾸나. 내 너의 수족이 되어서 마도천하를 이루어 주마.”


“잠깐만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그리고 돈 걱정도 하지 마라. 내가 설마 사매를 굶기겠느냐? 내가 소나무를 뜯어먹는 한이 있더라도....”


“자, 잠깐만요. 대체.....”


그때 도향은 알 수 있었다. 소헌은 애초에 완전히 다른 궤도에서 그녀의 말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과 더불어 소헌의 우수에 가슴이 두근거렸던 사실이 떠올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도향은 뜨끈한 찻물을 단번에 들이키고 정신을 다잡으며 말했다.


“나가요.”


“응?”


“나가라고!!!”


도향이 찻잔이며 이것저것을 집어던지며 고함을 질렀다. 소헌은 지극히 적은 움직임으로 그것들을 피해내며 찻잔과 쟁반을 챙겨 방을 나갔다. 소헌이 나가자마자 도향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으아아아! 이 인간은 대체 뭐냐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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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7) 13.02.21 2,243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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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5) +2 13.02.18 2,686 17 8쪽
4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4) +1 13.02.15 3,273 17 9쪽
3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3) +1 13.02.11 3,255 27 13쪽
2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2) +2 13.02.06 3,043 27 13쪽
1 1. 가짜 교주? 진짜 사형! (1) +2 13.02.06 5,084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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