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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미드필더 삼촌의 미친패스가 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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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작품등록일 :
2024.06.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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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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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무슨 개떡 같은

DUMMY

16화



"아아아, 엄청납니다!"


송치훈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인다.


속초 홈구장을 가득 채운 하얀 옷의 속초 FC 서포터즈들이 소리를 지르며 안타까워 한다.


"정호성 선수가 뷰티스투타를 제공권 싸움에서 제압했어요!"


속초 FC의 코너킥이었다.


속초는 오늘 제대로 준비하고 나왔다.


디펜딩 챔피언답지 않게, 올 시즌 1라운드 충격의 패로 리그를 시작했다.


그러고서 리그 2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원래 속초의 자리였던 리그 1위를 빼앗은 팀과 속초에게 첫 패배를 안긴 팀.


모두 정호성이 이끄는 서울 조광이었다.


그런 서울과 지금 리벤지 매치를 하게 됐다.


속초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것을 넘어, 모든 걸 퍼붓는 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복수전일 뿐만 아니라, 승점 1점 차를 두고 선두를 다투고 있다.


속초는 이번 시즌 다시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오늘 경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그래서 감독과 선수 그리고 코칭 스태프와 서포터즈 등 그야말로 속초 FC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비장한 마음을 품고 오늘의 경기에 나섰다.


초반 그런 속초 FC의 위용은 상당했다.


전후좌우 가리지 않는 파상적인 공세와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 서울 조광은 수비하기에 급급했고.


급기야 전반 18분 슈퍼 리그의 간판 공격수이자 특극 용병 뷰티스투타가 전방에 깊숙이 들어가 패스를 받은 뒤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어 냈다.


뷰티스투타는 드리블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비수를 등지다가 한순간 터닝을 하며 날리는 강력한 슈팅 실력을 자랑한다.


실상 수비수들은 그 같은 플레이를 알면서도 막기 힘들어 했고, 거기서 실점이 많이 나왔다.


그야말로 월드 클래스 터닝 슛이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뷰티스투타는 수비수를 등진 채 작정하고 몸을 돌리며 슛을 날렸다.


그는 지난 시즌, 득점 랭킹 2위와 압도적인 차를 벌리며 득점왕을 차지했는데, 이번 시즌엔 1위가 아닌 2위로 개인 랭킹이 내려앉았다.


역시 정호성 때문이었다.


호성이 패스를 공급하는, 이제는 널리 알려진 '호호 듀오'의 브라질 용병 호구리오에게 밀려 뷰티스투타는 이대로면 득점왕을 차지하지 못하게 될 터였다.


뷰티스투타는 자존심이 상했다.


호구리오가 발이 빠르고 탄력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득점왕을 차지할 정도는 아니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나아가 전성기 때 세계 최정상 리그에서 정상급 공격수로 뛰었던 뷰티스투타가 보기에 호구리오는 세계적 수준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그가 브라질 선수면서 국가 대표는 물론 유럽 리그에서 제대로 뛰지 못하고, 이렇게 한국에서 뛰고 있는 거라고 뷰티스투타는 생각했다.


한데 그런 호구리오에게 득점왕 자리를 내 준다면, 뷰티스투타는 자존심이 무척 상할 것 같았고, 사실 지금도 이미 자존심이 꽤 많이 상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눈에 독기를 품고 오늘 경기를 기다렸고, 전력을 다해 경기를 뛰었다.


그렇게 드디어 기회를 잡아 슈팅을 했다.


"아아!"


그런데 서울 조광의 골키퍼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몸을 날리더니, 뷰티스투타의 슛을 주먹으로 살짝 쳐 냈다.


하지만 뷰티스투타의 슛이 너무 강해 공이 궤적만 바뀌어 다시 골대 쪽으로 향했는데.


파방!


놀랍게도 골 포스트를 강하게 맞고 아웃 라인을 넘어갔다.


코너킥이었다. 서울 조광 입장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슈팅이었고, 속초 FC는 너무도 아쉬운 슈팅이었다.


"...!"


아쉽게 골을 놓친 뷰티스투타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골대를 본다.


"흠, 아깝네."


그런 그에게 누군가가 가볍게 말한다.


"응? 뷰티, 아까워."

"...!"


정호성이었다. 호성이 코너킥을 막기 위해 패널티 박스 안 쪽으로 향하며, 서 있는 뷰티스투타에게 말했다.


"그래도 결과는 변하지 않아."


물론 뷰티는 호성의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호성이 그에게 좋은 말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은 잘 안다.


"아이 윈."


한데 놀랍게도 호성이 영어를 한다.


"유 루즈. 낫 체인지."

"...!"


뷰티스투타의 동공이 흔들린다.


영어였다. 분명 기초적이지만 영어였다. 그것도 매우 도발적인.


"퍽 유!"


뷰티는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크게 욕설을 했다.


"오?"


호성 또한 조금 놀라면서도, 뷰티스투타의 욕설이 오히려 즐겁다는 듯 입꼬리를 올린다.


"먹히네, 내 영어가."


그러고는 홀로 웃고서 혼잣말처럼 말한다.


"초희한테 배운 영어가, 먹혀. 으하하-!"


그리고 뷰티스투타에게 다가가 밀착하는 호성.


"너는 내가 막는다, 이 새끼야."


호성은 한국어로 욕한다.


"X밥 새끼가, 깝죽대는군!"


이번엔 뷰티가 말했다. 그것도 스페인어로.


하지만 호성은 알아듣지 못한다.


"뭐라는 거야, 진짜. 야, 한국에 왔으면 한국 말 처 하라고."


그렇게 상호 온갖 도발과 신경전을 벌이는 두 선수.


속초 FC의 키커를 바라보며 몸싸움을 한다.


호성은 물론 원래 몸싸움을 싫어한다. 운동 선수임에도, 상대 선수와 땀 흘린 몸을 부대끼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할 때는 한다.


지금처럼 상대를 밟아 주고 싶을 때.


솔직히 호성은, 이번 시즌 경기를 뛰며 자신의 호적수라고 할 만한 상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만이 아니었다. 사실이었다. 호성은 초희를 맡게 된 이래 신체의 놀라운 변화를 겪으며 한순간 실력이 상승했고.


그런 그에게 한국 프로 축구 리그는 실상 좁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으며, 이곳 리그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체감했다.


하지만 수준이 뛰어난 선수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예컨대 지금 몸싸움을 하고 있는 가브리 뷰티스투타.


한 시절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아르헨티나 패트리어트 뷰티스투타는 호적수로 느껴졌고, 그만큼 호성은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몸싸움도 하는 것이었다.


펑!


마침내 키커가 높게 킥을 올리고.


정호성과 뷰티스투타 모두 눈에 불을 켜고 공중의 공을 바라본다.


파앗!


그러고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점프를 뛰는데.


"와아아아아!"

"...!"


놀랍게도 호성이 뷰티스투타보다 훨씬 높이 떠 있었다.


자신보다 큰, 키 185센치의 뷰티보다 호성이 훨씬 높이 떠 속초 FC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차단했다.


쿠궁!


심지어 뷰티스투타는 호성에게 밀려 제대로 점프도 하지 못한 채 땅 위로 쓰러졌다.


세계적인 포스트 플레이어가 호성 앞에서 평범한 공격수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와아아아-!"


원정 온 서울 조광의 서포터즈들이 열광한다.


반면 속초 FC의 서포터즈는 속이 탈 지경이다.


"흠."


그렇게 공은 서울 조광의 소유가 됐고.


호성은 쓰러져 있는 뷰티스투타를 보며 짧게 말한다.


"유 루즈."

"...!"


그러고서 앞을 향해 뛰어간다.


"아, 서울 조성의 역습입니다!"


송치훈 캐스터가 크게 말한다.


"아아, 엄청 빠르네요."


박문수 해설 위원이 호성을 보고 말한다.


공중 볼 경합에서 뷰티스투타를 이기고 코너킥을 차단한 호성이 어느새 전광석화처럼 달려 역습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 정호성 선수인가요?!"


송치훈 캐스터가 눈을 크게 뜨며 말한다.


"체력이면 체력! 속도면 속도! 힘이면 힘!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요! 대체 1년 만에,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단군 이래 최대의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반도의 기운을 모조리 흡수한 것 같군요. 마니산에서 기도라도 올리고 온 걸까요?"


*


나는 달렸다.


뷰티 놈을 신나게 자빠트리고 신나게 달렸다.


관중들이 열광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는 이 소리가 익숙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나로 인해 관중들이 소리를 지른다.


“정호성-!”

“달려요!”

“가자, 가자!”


서포터즈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투두두둥둥!


그들은 이내 북까지 친다.


“오오오-!”


그러고는 놀랍게도 함성에 멜로디를 싣더니, 노래를 부른다.


“정호성! 왕자- 우리의 왕자-!”


노래였다. 분명히, 나를 위한 노래였다.


“인생은 30부터-!”


···아니, 이게.


“다 꺼져라, 영 보이즈-!”


이게 무슨 개떡 같은 노래야.


“올드!”

“···!”

“올드 프린스가 나가신다!”


아, 씨X.


힘이 빠진다.


하마터면 휘청일 뻔했다.


그래도 우리 팀의 역습 상황.


서포터즈들의 병신 같은 응원가 때문에 장딴지에 힘이 빠져 넘어질 뻔했지만.


그래선 안 된다. 넘어져도 할 건 하고 넘어져야지.


우리 팀 왼쪽 윙어가 상대 진영 깊숙이 공을 몰고 가더니, 크로스를 올린다.


흠, 노 마크 찬스에 그대로 사이드에서 돌파를 하면 좋을 텐데 왜 크로스를 올리는지.


아쉽게 크로스도 부정확해서 패널티 박스 안에 있는 우리 팀 공격수들한테 가기에는 거리가 좀 짧다.


상대 패널티 박스 안 상대 선수는 세 명 우리 팀 선수는 네 명.


역습이 성공해 수적 우위에 있는 상황이, 부정확한 크로스로 무위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


그래서 나는 달렸다. X나게 달렸다.


짧은 크로스가 사실 상 루즈볼에 가까워, 공을 뺏기기 전 왼쪽 패널티 박스 안을 향해 내가 X나게 달렸다.


그러자 상대 중앙 수비수 역시 튀어 나온다.


“와아아아아!”


하지만 내가 더 빠르다. 분명히 공으로부터 내가 더 멀리 있었는데, 내가 더 빠르게 공에 접근한다.


타닥!


그러고는 간발의 차로 내가 먼저 공을 터치하고.


공을 걷어내기 위해 역시 전속력으로 달려온 중앙 수비수는 역동작으로 주춤해 쉽게 제치고.


“···!”


나는 이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이 되었다.


솔직히, 지난 시즌까지 벤치를 뜨겁게 달구던 나였으면 이 상황에서 당황했을 테다.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 자체를 별로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 없다.


평온하다. 아니, 이 급박한 순간에도 평온함을 넘어 내 머릿속의 미니 맵과 함께.


우리 팀의 공격과 상대 팀의 수비 상황이 면밀히 파악된다.


슈팅 한 번이면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


나는 아주 잠시 생각하고서 공을 툭 찼다.


“···!”


공은 골키퍼 왼쪽 다리를 지나쳐 패널티 박스 정중앙으로 향한다.


그러자 비어 있는 골문을 향해 우리 팀 공격수, 호구가 가볍게 공을 찬다.


철썩-!


골이었다. 그렇게 우리 팀은 속초 FC를 상대로 득점을 했다.


“우오오오오!”


나는 물론 골을 넣을 수 있었다. 골 키퍼가 나왔을 때 빈틈에 공을 차 골을 넣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슛을 하지 않고 패스를 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역시 골보다는 어시스트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슬슬 준비해야 한다.


천만 원이다.


이번 시즌 끝나고 알 부랄에서 뛰면, 이렇게 도움 하나 당 천만 원을 준단다.


그런데 내가 미쳤다고 슛을 해?


천만 원이면 초희 꼬까옷이 몇 벌인데.


“오오오-! 정호성!”


서포터즈들이 다시 노래를 부른다.


그들은 길게 모두 어깨동무를 했다.


“인생은 30부터-! 다 꺼져라, 영 보이즈!”


하, 씨X. 가사를 써도 어떻게 저딴 걸 쓰냐.


저거 쓴 새끼, 내가 꼭 찾아서 대가리 깨부순다.


“올드! 올드 프린스가 나가신다!”

“···”


힘이 쭉 빠진다.


어시스트를 했는데도 힘이 쭉 빠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천천히 우리 팀 서포터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그들 앞에 서서, 양 팔을 교차해 커다랗게 X자를 만들어 보였다.


아, 노래 좀 그만 부르라고, 개새끼들아.


“하하하하!”


한데 서포터즈들은 더 크게 웃는다.


“꺼져라, 영 보이즈!”


그리고 또 노래를 부른다.


"..."


나는 뭔가 쓸쓸함을 느꼈다.


*


경기는 끝이 났다.


3대2로 우리가 승리했다.


이로써 우리를 바짝 추격하고 있던 2위 속초 FC와 승점 차가 4점이 되었다.


속초는 분전했다.


간판 공격수 뷰티스투타를 앞세워 전방위적인 공세를 계속 펼쳤고, 실제로 2점이나 우리는 실점을 했다.


하지만 서울 조광은 더 이상 만년 하위권 팀이 아니다.


엄연히 리그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강팀이다.


우리는 침착하게 동점을 만들었고, 이내 경기 전 극장골까지 추가해 결국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추가 두 개의 골 중 하나는 역시 또 내가 만든 골이었다.


이로써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휘이이익-!


경기가 끝난 직후, 속초 FC 팀들은 필드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나와 신경전을 펼쳤던 뷰티스투타조차 주저앉았다.


뷰티는 몰랐을 것이다. 월드 클래스인 그가 오로지 한국이 좋아, 우리 나라 리그로 오게 되면서.


이렇게 전력을 다해 싸웠음에도 패해 주저앉는 날이 오리라고는.


“···”


나는 천천히 걸어서 그 앞에 섰다.


뷰티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속 시원하나?”


뷰티가 말한다.


영어도 아니고 스페인어인 것 같다. 물론 나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다.


“이겨서 속 시원해, 호성?”


내 이름을 언급한다. 또 욕을 하는 건가? 뭐, 그럴 수도 있겠지.


“···!”


하지만 나는 손을 내밀었다. 주저앉은 뷰티의 손을 잡고, 그를 일으켜 세우고 싶어서.


뷰티는 놀라는 눈빛이다. 그러더니 천천히 내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수고했다.”


나는 그런 그를 보고서 말했다.


그러고는 땀에 젖은 내 유니폼을 벗어 그에게 건넸다.


“···”


뷰티스투타는 여전히 놀란 눈빛이다.


나의 이런 행동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하지만 이내, 그는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더니 홀로 고개를 끄덕이며 씨익 미소 짓는다.


그러고서 역시 자신의 유니폼을 벗어 나에게 건넨다.


우리는 그렇게 유니폼을 교환했다.


“유 루즈.”


나는 뷰티스투타를 보고 말했다.


“아이 윈.”

“···!”

“밧, 아이 리스펙트 유.”


진심이다. 나는 뷰티스투타를 리스펙트한다.


지금이야 내가 잘 뛰지만, 작년까지 나는 국내 리그에서 주전도 차지하지 못한 듣보잡 벤치 선수였다.


이런 내게 한국에 온 뷰티스투타는 당연히 스타 플레이어였다.


화려한 커리어를 뒤로하고, 중동의 오일 머니를 뿌리치고 오로지 한국이 좋아 한국 리그로 온 선수.


심지어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는 나와 달리 인성도 좋다고 한다.


비록 지금은 내가 이겼지만, 그리고 이번 시즌을 끝으로 내가 한국 리그를 떠나면 아마도 다시는 뷰티스투타를 상대로 경기를 할 것 같지는 않지만.


내가 이 사람을 리스펙트한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운 이 사람을.


“···”


뷰티스투타는 빛나는 눈으로 나를 본다.


땀을 잔뜩 흘려 피로한 얼굴에 순간 생동감이 깃든다.


“호성.”


뷰티가 내 이름을 부른다.


“너야말로 대단하다. 솔직히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에서 뛰고 있었는데, 너로 인해 나도 축구 선수로서 내 위치와 삶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

“고맙다. 너는 분명, 앞으로 위대한 선수가 될 거다.”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


순간 나는 다시 짜증이 났다.


“야, 한국 왔으면 한국말 하라고. 물회만 사 먹지 말고.”

“···”

“이렇게 된 거 오늘 한 잔 콜? 물회에 소주 한 잔, 콜?”


그러면서 소주 잔을 들어 입에 털어 넣는 시늉을 했다.


순간 구겨졌던 뷰티의 얼굴이 다시 밝아진다.


“···콜!”


그렇게 우리는 그날 친구를 먹었다.


뷰티가 나보다 세 살이나 더 많기는 하지만, 친구를 먹기엔 부족함 없는 나이였다.


속초 FC의 통역사와 지혁이 놈까지 더해 함께한 자리였다.


*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 팀 서울 조광의 홈 구장에는 폭죽이 터졌다.


퍼벙! 펑! 펑!


우리는 지금 막, 여수 담배공사를 6대0으로 처발랐다.


물론 단순히 처발라서 이렇게 폭죽을 터뜨린 게 아니다.


우리는, 우승했다.


서울 조광은 우승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고, 리그 경기가 몇 경기가 더 남아 있었지만.


우리는 순전히 우리의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 지었다.


그렇게 나는 생에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게 됐다.


씨X, X나 기쁘다.


물론 내 축구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믿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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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심 봉사 수발들 듯 +1 24.06.19 3,031 58 12쪽
» 무슨 개떡 같은 +5 24.06.18 3,168 52 16쪽
15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2 24.06.17 3,212 54 14쪽
14 서울의 왕자 +4 24.06.16 3,246 49 13쪽
13 다 필요 없고 +4 24.06.15 3,277 51 12쪽
12 봄날의 벚꽃처럼 +2 24.06.14 3,470 55 16쪽
11 혓바닥이 길다 +1 24.06.13 3,572 56 14쪽
10 배수의 진 +1 24.06.12 3,628 57 14쪽
9 달려라, 호구 +2 24.06.11 3,718 5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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