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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 님의 서재입니다.

엄참기는 못참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9000
작품등록일 :
2023.02.08 13:29
최근연재일 :
2023.03.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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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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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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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DUMMY

담합으로 인한 인국비료 경영진의 전격 구속 및 교체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자 곧 각 신문사와 방송사들은 경쟁적으로 향후 비료 가격에 대한 전망들을 내 놓으며 한동안 시끄러웠다.



하지만 늘 그렇듯 부잣님네들의 못된 짓은 흥미로운 유명 연예인 부부의 맞바람 이야기에 바로 묻혀버렸고 가을이 지나면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민 국장님, 정말 이런 분이셨습니까? 평생 동안 몸바쳐 일해 온 회사를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리시다니요? 처음 제게 와서는 은퇴할 때까지는 일하신다고 하셨잖아요?"



"하하하, 어쩌다보니 제가 엄사장님한테는 실없는 소리나 하는 못믿을 사람이 되었군요."



뭐가 좋은지 민영환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저거 봐봐. 징그러운 지렁이라도 기어간듯 깊게 패렸던 이마 주름살도 퍼진 것 같은데.



"그래서 어디로 가시는 건데요? 멀리 가시는거죠?"



"일단 신 고문의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그래서 더 추워지기전에 따뜻한 곳으로 가려구요."



따뜻한 곳으로 간다면서 민영환이 신예진의 손을 꼭 잡는다.



그러자 신예진의 얼굴에 뭔가 부끄러워하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뭔가 있네 뭔가 있어. 어디 뭐 신혼 여행의 성지인 하와이라도 가시나봐요?"



뭐야? 아차 걸렸다! 라는 이 표정들은.



"어떻게 아셨어요? 사실 유학할 때, 우리끼리 신혼 여행은 하와이로 가자고 약속했었거든요"



다시 붉어진 신예진의 볼이 귀여워 보인다면 중년의 부인에게 실례일까? 아니면 내가 보는 눈이 없는건가?



"가실 때 가시더라도 이건 말씀해 주시고 가세요. 이 10센트요, 이건 뭔데 자꾸 저한테 가지라고 하시는거예요? 제가 이거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세요?"



내가 짐짓 생색을 내려고 등산복의 야스리에 맞아 꿰맨 머리 흉터를 가리키자 둘이 매우 미안한 표정이 되었다.



"아니... 뭐 그랬다는거예요. 다 지난 이야기인데 ... 그런 표정을 지으시면 제가 쫌 그렇잖아요."



"사실 이번 조사를 통해 담합 부분에 대해서는 밝혀진게 많았지만 신 고문에게 약물을 투여하고 감금한 부분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신 고문의 집에서 상주하며 감시하던 주요 인물들은 모두 거짓말처럼 사라진 상태고 엄사장님을 공격했던 자들에 대한 CCTV 도 남은게 없어요.

그리고 신 고문의 증언이 법적으로 효력이 없을 수도 있다더군요. 약물로 인한 심신 미약인 상태였던지라...

결정적으로는 신고문이 원하지 않아요. 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인지라..."



CCTV 기록을 그대로 두었다면 내가 너무 피곤해졌을테니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잖아.



그리고 신예진의 마음, 이해가 간다. 나도 기억하는 것조차 싫은 것들의 분명 있으니까.



하지만 내 머리 속에는 브릿지 전도사라고 하던 조시훈과 차 간호사의 이미지가 매우 또렷하게 남아 있다.



"아 그거야 공정위 일이 아니잖아요. 경찰이 찾아내겠죠 뭐. 그러니까 이 동전 뭐냐니까요?"



동전은 또 봐도 내 검지 손톱보다도 작은 크기다.



"그건 1872년에 만들어진 희귀 동전이에요. 2010년 마지막으로 경매됐던 가격이 180만달러 정도였으니까 지금은 좀 더 올랐을 수도 있겠네요. 참기씨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드렸던 사례비였는데 이것 때문에 몸을 상하셨다니 너무 죄송해요"



뭐라고? 이 동전이 20억이 넘는다고?



갑자기 동전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지며 영롱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깟 머리야 꿰매면 되지 뭐. 어차피 머리숱이 많아서 티도 안나는데.



"그럼 이거 거의 보물 수준인데요. 제가 이걸 받아도 돼요?"



"그럼요. 당연히 받으셔야죠. 생명의 은인이시잖아요."



신예진이 말 끝에 민영환을 올려다보자 미소 띤 민영환의 팔이 명품 스카프처럼 신예진의 어깨를 감쌌다.



어우 이거 넘 느끼한거 아닌가? 찐한 버터향과 코코넛향이 나는 것 같다.



"엄사장님. 이렇게 뵙자고 한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이번엔 신예진이 민영환의 눈을 마주치며 웃음을 나눈다.



제발 이제 그만 좀 해요! 어디가서 불닭 사발면이라도 한 사발 들이키든지 해야지 원 참.



"저와 민국장이 엄사장님 사업에 투자를 좀 할까합니다."



"네? 투자를요?"



아 놔! 난 진짜 회사 사장이 아니라구요. 그냥 편의상 창영증권 지점장이 날 엄사장이라고 부른건데 그걸 곧이 곧대로 들으셨다니...



"네 저희가 상환 조건이 없는 100% 앤젤 투자를 하고 싶습니다. 엄사장님께요."



"그냥 준다구요? 저한테요? 왜요?"



신예진이 확신에 찬 눈 빛으로 나의 말을 받았다.



"엄사장님이라는 사람에게 투자를 하고 싶어요.

투자금은 엄사장님 마음대로 사용하세요. 현재 하시는 택배일에 사용하셔도 되고 새로운 사업에 사용하셔도 좋아요.

그것도 아니면 그냥 엄사장님 사고 싶은거, 먹고 싶은거, 놀러가는거 등등 뭐든 하셔도 됩니다.

단, 향후 엄사장님이 정말 투자 받을 필요가 있을 때, 저희에게 제일 먼저 투자의 기회를 주신다고 약속해 주세요.

저 이렇게 보여도 돈 많아요. 왜 아무도 관심없는 인국비료 주식이 한주에 200백만원이 넘는지 아세요? 부동산 부자거든요 호호호"



수고비 혹은 사례비 뭐 이런 이름으로 돈을 받는 것보다 뭔가 있어보이긴 하네. 역시 돈 좀 써 본 사람들은 다르네.



"제게 투자해 주신다니 저도 뭔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은데요."



나의 반응에 기분이 좋아진 신예진이 활짝 웃었다.



"투자자는 신예진 개인이 아닌 인국비료가 될 거에요. 엄사장님이 인국비료 설립 이념인 인재보국에 맞는 첫 번째 투자 대상자가 되시는거에요

10년동안 매년 5억원을 투자토록 하겠습니다"



"네?! 매년 5억씩 10년이요? 그럼 50억인데. 그렇게 큰 돈을 제게 투자한다구요?"



입이 안다물어진다. 이 사람들 둘 나이 합치면 100세가 넘는데... 세상 헛살았네. 헛 살았어. 사람보는 눈이 이렇게 없나?



"맞아요. 이제 엄사장님은 오늘부터 연봉 5억을 받는 상위 0.1%의 인재인거에요.

많은 역량있는 인재들이 날개를 펴고 날지 못하는 건 기회라는 것을 아예 잡을 수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크지만 그전에 그들이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도 크다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자신에 대해 의심하고 좌절하고 결국 포기하게 되죠. 하지만 이번에 보여준 엄사장님의 명석함과 과감한 추진력은 매우 인상적이고 보기 드문 것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엄사장님을 인정해 드리고 싶고 또 엄사장님께 엄사장님을 제대로 알아 본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가 못미더우시면 여기 이 사람 민영환 국장의 30년 경력을 믿어보세요. 속는 셈치고 한번 저희를 믿어 보세요. 틀림없이 제 말이 맞을테니까요"



흐리멍텅하고 모호하던 신예진은 온데간데 없고 내 앞에는 확신에 찬 기업 총수 신예진이 추호의 망설임이나 머뭇거림이 없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뭐 그렇게 까지 말씀하신다면야... 나중에 속았다고 돈 돌려달라고 하시면 안됩니다. 아셨죠?"



"하하하하 그럼 우리 투자 받아주는 겁니다"



아무 조건없이 날 믿는다며 호쾌하게 웃는 민영환과 그의 팔에 매달리 듯 기대어 있는 신예진의 미소에서 상상속에서만 그리던 아빠와 엄마의 모습이 언뜻 스쳐간다.



***



어중띤 시간대인데도 터미널에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참기야. 너 왜 갑자기 외할머니댁에 가는거야? 원래 외할머니 댁에 잘 안가지 않았나?]



"야 지호영. 손자가 외할머니 집에 가는게 뭐 잘못된 것처럼 말하는 너의 그 불경한 태도. 옳지 않아."



[아니 내 말은 그런게 아니잖아? 니가 갑자기 주말에 왕래가 없던 외할머니한테 간다고 하니까 이상해서 그런거지.]



난 잠깐 숨을 고르고 아주 무덤덤한척 대답을 했다.



"내일이 10년전 우리 엄마 실종된 날이잖아. 그 동안 한번을 안갔었는데 이번에는 한번 가보려구"



난 아직도 기일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흐른다. 덕분에 나도 감정을 고르며 쉴 수 있다.



[참기야, 지난 번에 니가 알아봐달라는거 있었잖아? 지하철에서 니 사진을 찍은 인플루언서에 대해서 말이야]



"어? 누구? 아 맞다. 그래 그래. L J 뭐 어쩌구 하던 그런 놈이었지?"



[역시 우리 참기야. 기억하고 있었구나. 찾아보니까 이 인플루언서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더라고. 그 지역이 샌 클레멘트라는 곳인데...]



"아 지역까지는 됐고. 아니 그럼 내 사진 찍자고 미국에 사는 사람이 한국까지 왔던거란 말이야?"



[뭐 니가 주장하던대로 니 얼굴이 크게 나왔으니까 뭐 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잘보니까 너 말고도 사진마다 찍힌 남자가 한 명 더 있더라고]



어 이건 은하인이 하던 말과 같은 말인데



"남자?"



[응. 똑 같은 남자가 있더라고. 그 남자가 누군지 찾아내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인물 이미지는 다 뒤진 것 같아 헤헤헤헤.]



지호영 이 놈. 또 뭘 만들어 낸거니? 안면인식 AI라도 만들어서 모든 SNS를 다 뒤집고 다닌거니?



[알아 참기야. 너 지금 많이 놀랐구나? 내가 어떻게 찾아냈는지. 하지만 오늘은 내가 좀 바쁘니가 다음에 그 부분은 자세히 설명해 줄께. 암튼 그 남자는 브릿지라는 단체 사람이야.]



"브릿지? 너 지금 브릿지라고 했어?"



[어 브릿지. 참기 너 이 단체 알아?]



브릿지가 뭐하는 단체인지는 모르지만 나도 거기 소속된 한 남자를 최근에 만났지 않은가?



신예진의 집에서 만난 열혈 무도인 조시훈 전도사!



"브릿지, 거기 뭐 하는 단체야? 혹시 사이비 종교 단체 그런데 아냐?"



[역시, 너도 알아 본 모양이구나. 맞아. 브릿지는 백인목이라는 사람이 교주로 있는 종교 단체야. 20 몇 년전쯤에 백인목이 메시아를 만나 그의 계시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브릿지에서는 아직도 그 메시아라는 존재를 신으로 모시고 있데. 그런데 이 메시아라는 존재가 좀 후덜덜이래.

계시를 내리면 내리는 족족 다 맞는데다가 투명인간처럼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게 여간 신비로운게 아니래.

그래서인지 세계적으로 상당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종교단체이자 정치단체래. 아프리카에 있는 몇 몇 나라들은 대통력도 갈아칠 정도로 쥐락 펴락한데.]



설마했는데 진짜 사이비잖아?



조시훈이 계속 주절거리던 메시아도 진짜로 있는 거고. 이 놈 이거 그냥 단순히 혼자 미친 놈인 줄 알았더니 떼로 미친 놈이었구나.



"그럼 니 말은 그 인플루언서가 내가 아닌 그 브릿지 남자를 찍은 것 같다는거야?"



[응,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 참기야]



"호영아, 너 지금 니가 하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말하는거지? 니 말대로라면 그 브릿지 남자가 날 미행했다는 말이잖아. 그게 말이 되냐?"



[어 맞아 난 그렇게 생각해. 3번씩이나 우연이 겹칠 수는 없으니까. 너 혹시 그 종교에 관심 있니?]



아 이걸 그냥 치고 깽값을 물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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