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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 님의 서재입니다.

엄참기는 못참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9000
작품등록일 :
2023.02.08 13:29
최근연재일 :
2023.03.22 10:4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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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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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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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아니요. 제 말은 일개 계열사 직원을 찍어 내려고 그룹 감사실이 조직적으로 거짓 증거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정말 심각한 문제 아니냐는 질문입니다."



김주승 부장은 컬링 스톤처럼 자신에게 밀려들어오는 테블릿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는 이 새끼가 갑자기 뭔 개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테블릿과 사진을 대조했다.



그의 눈이 튀어나오기 직전 아니 터지기 직전의 상태가 될 때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분명히 내가 이걸 그대로 출력한건데... "



어릴 적 틀린 그림찾기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트릭.



두개의 사진 속 시계는 다른 시간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애진 김주승 부장의 머릿속에 오전 내내 침을 튀기며 제보를 하던 정진기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인화된 사진과 기록들을 정리하던 로라 자비스는 몇 장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들이 이 남자를 미행하는 것 같단 말이야."



우연이라고 하기엔 자신이 찍은 3장의 사진 모두에 담긴 유독 머리가 까맣게 보이는 이 남자.



박스를 나르는 일을 하는 듯 보이는 이 남자는 그동안 그들이 노리던 대상과는 사뭇 다르다.



"이들의 행적을 안전하게 남기기 위해 SNS에 올린 사진이 이런 식으로 퍼지게 될 줄은 나도 몰랐어. 한국은 아주 흥미로운 나라야."



본문 아래 번역보기를 터치하자 다소 어색하지만 의미 전달에는 충분한 영어로 보이기 시작했다.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논의들이 되고 있네. 뭐 상관없지. 난 지워지지 않는 기록만 남기면 되니까."



다시 자신의 최초 포스팅을 보던 로라 자비스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가 정리하던 사진들 사이에서 3장의 사진을 집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사진 속의 시간이 바뀌었어!"



몇 번을 번갈아 봤지만 인화된 사진과 그녀의 휴대폰 SNS에 있는 시간은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SNS회사에 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건가? 그럼 나의 존재도 발각됐다는 거잖아? 그런데 이 시간이 도대체 무슨 의미이길래 바꾼걸까?"



충격 때문인지 걱정 때문인지 로라 자비스는 그녀의 휴대폰이 울리고 있는지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헬로? 응, 며칠 전에 돌아왔어. 그래, 놀았으니 다음 컨텐츠 작업해야지. 알았어. 거기서 만나자. 나도 할 말이 있어. "



로라 자비스가 서둘러 문을 닫고 나가자 창문에 드리워진 커튼이 펄럭거리며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 클레멘트 해변이 드러났다.



***



나에 대한 감사는 그룹 감사실의 심심한 사과와 절대 외부 발설을 하지 말아달라는 간곡한 부탁과 함께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이것 때문인지 나는 그 뒤로 몇 달을 계속해서 이달의 사원에 뽑혔는데 그 때마다 상금이 알려진 것보다 50만원 더 들어 있는 착오가 있었지만 그냥 못이기는척 넘어가 주기로 했다.



그리고 정진기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중화물 프로젝트는 전면 백지화 되면서 송두리째 날라갔다.



덕분에 턱밑까지 차올랐던 고단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주 정도 정진기가 보이지 않길래 왠일로 휴가를 다 갔나 했었는데 정직을 받았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중화물 프로젝트가 어긋나서 이거나 아니면 또 어디에선가 구린 짓을 한 것이 틀림없다.



"여기에 오니까 그나마 별이 좀 보이긴 하네."



독립문역 5번출구로 나가면 돌산인 안산이 있다.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한 이곳은 어릴 적부터 엄마 손을 잡고 많이 왔던 곳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어린 나를 데리고 늦은 시간에 산을 오르는 엄마의 모습은 사연 많은 여자처럼 보였을 것 같기도 하다.



적당히 높은 곳에 올라 밤하늘의 탁 트이고 별이 보이기 시작하면 엄마는 나를 앞에 세우고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별 이야기를 해 주었다.



지금은 대부분 기억나지 않지만 그 당시 엄마는 별자리에 대한 지식이 상당했던 것 같다.



아직도 미팅 같은데 가면 종종 써 먹는 정의의 여신인 아스트라에아가 들고 있었다던 천칭자리 이야기도 그때 들었던 이야기중의 하나니까.



이 천칭에 사람들을 달아보고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판단하는... 이렇게 되면 산타클로스와 업무가 겹치는데...



그리고 아주 드물게 아빠 이야기도 했다.



출장에서 돌아오시면 참기를 너무 예뻐해 줄꺼라고.



하지만 출장갔다던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 흔한 사진 한장이 없어 얼굴도 알지 못한다.



지금과 달리 어릴 때는 외할머니댁에 가끔 가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외할머니는 아빠 욕을 했고 엄마는 아빠편을 들다가 외할머니와 싸우기 일쑤였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 그런건 없다. 미운 감정이라면 모를까...



하지만 아빠편을 들던 엄마를 생각하면 미워도 못하겠다. 엄마가 싫어하니까.



엄마는 여기에 아빠와 자주 왔었던게 아니었을까?



7월에 들어서서인지 유독 천칭자리가 도드라져 보인다.



"요즘 여기에서 자주 명상을 해서인지 좀 기운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단 말이지!"



명상과는 아무 상관 없지만 괜시리 팔을 접어 이두에 힘을 줘 본다.



"느낌이 단단해. 뭔가 꽉 차들어 오는 느낌이 든다고. 나 혹시 숨만 쉬어도 근육이 생기는 그런 특이종 아닐까?"



1시간 정도 명상후 다시 내려온 독립문역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난 곧 바로 게이트로 가지 않고 좀 떨어져서는 주위를 둘러봤다.



이건 지난 번 SNS건 이후 생긴 버릇이다



둘러 본다고 달라질 것이 없음을 알지만 멈칫거리는 날 어쩔 수가 없다.



언제 어디서나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기록될 수 있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끼친다.



게이트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나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삑!



"어멋! 뭐에요! 어딜 만져요 만지기를! 치한이야! 변태다!"



뾰족한 비명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든다.



"어 저기요. 괜찮으세요? 아줌마. 제가 일부러 그런게 아니구요. 그냥 부딪친건데요."



"부딪치긴 뭘 부딪쳐요? 내가 만진거랑 부딪친 것도 구분 못하는줄 알아요! 누가 경찰 좀 불러줘요. 빨리요!"



"만지다뇨? 무슨 그렇게 큰 일날 말씀을 하세요. 제가 갑자기 나타나서 놀라게 해드린 것은 죄송한데 치한이라뇨. 그런거 아니에요."



몰려드는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와중 누군가 사진을 찍는 것이 보였다.



"저기요? 누구 마음대로 사진을 찍는거에요? 그거 당장 지워요. 지우라구요!"



지난 번 트라우마로 높아진 나의 언성을 뚫고 아줌마의 고주파 비명이 터져나왔다.



"야! 너같은 놈도 창피한건 아냐! 얼굴 팔리기는 싫은가보지! 여기요. 더 찍어요. 이놈 얼굴 더 찍으라구요. 아주 넌 내가 콩밥을 제대로 먹여줄테니까!"



아줌마의 말에 용기를 얻었는지 사방에서 사진찍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거 저거 택배 일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어쩜... 회사 유니폼 입고 저러고 싶을까 몰라"



"왜 아니래. 근데 변태 그거 병이래잖아. 충동이 생기면 참지를 못한데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는다고 하더라고"



아 정말 미치겠네! 화를 낼 수도 안낼 수도 없는 이 상황.



다시 오리가미로 도망가버릴까?



그랬다가는 치한이 아니라 변태 외계인이 되어 전세계 사람들에게 추격을 당하게 될 것이다.



아 씨발! 저기서 경찰복을 입은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다.



"저는 지하철 성범죄 수사대 소속 이철민 경사입니다. 저와 함께 수사대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니요, 전 억울해요. 그냥 부딪친거라구요"



"네 알겠습니다. 자세한 경위는 수사대에 가서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주변이 혼잡하니 신속한 이동 부탁드리겠습니다"



와 이래서 사람이 홧병이 생기고 울화병에 죽는구나.



***



"그러니까 아까부터 반복적으로 하시는 주장은 그냥 단순 부딪친거지 의도를 가진 접촉이 아니다라는 말씀이잖아요? 맞죠?"



"그럼요. 맞습니다. 제가 무슨 이유가 있었겠습니까? 아이참 미치겠네 진짜!"



"그럼 해당 지하철은 탑승하신건 어느 역이였죠?"



"독립문역이요"



"그럼 3호선에서 타셨다는 말씀인데 1호선 환승은 어디서 하셨습니까?"



"네? 환승이요?"



순간 말이 막힌다. 오리가미를 한 탓에 환승역이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환승도 없이 3호선을 타고 구로역까지 오셨다는 말씀인가요?"



"아니요. 그건 아니죠. 그러니까 제가 지금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혀서 기억이 안나는 거니까... 맞다 종로3가요! 종로 3가에서 갈아탔죠."



지하철 짬밥 7년. 좀 생각하면 환승역 쯤은 바로 나온다.



"그럼 언제부터 저 여성분을 따라 오신겁니까?"



"네? 무슨 질문이 그래요? 따라오다뇨? 지금 절 치한으로 단정짓고 계신건가요?"



"아니 그런 의미로 드린 말씀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저 여성분이 본인의 앞에서 걷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묻는 질문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요. 전 그냥 쭉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 여자분이 소리를 지르셔서 저도 깜짝 놀랐죠.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저분이 제 앞에 있는지 알게 됐어요"



"그런데 이상하군요. 저 여성분 말씀으로는 지하철을 내리면서 부터 분명히 자기 뒤를 따르는 사람이 없다고 하시거든요.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 분 뒤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아까 구로역에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구요."



"지금 현재 저희 대원이 해당 지역의 CCTV를 수거하여 수사대로 이동중에 있습니다.

두 분중 어느 분의 말씀이 맞는지는 CCTV를 보면 간단히 확인이 가능할테니 잠시만 기다리시죠."



말을 마친 이철민 경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걸어 나갔다.



와 이거 미치겠네! CCTV를 까면 갑툭튀인게 바로 들통날텐데. 그러면 뭐라고 해야하는 거지?



이번엔 정말 방법이 없다. 막다른 골목이며 단두대다.



"저기요. 저 휴대폰 잠깐만 사용해도 될까요? 급히 전화할데가 있어서요"



"안됩니다. 조사 마치시면 그때 돌려드리겠습니다. 곧 이경사님 돌아오실테니까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복을 반듯하게 입은 경찰의 FM 스러운 답변이었다.



이번엔 은하인도 날 도울 수 없을 것 같다.



연락이 온데도 이런 모습은 정말 쪽팔려서... 변태라니 치한이라니



돌아온 이철민 경사의 표정은 그럼 그렇지 내가 너 같은 놈 많이 봐서 잘안다. 너 딱 걸렸다 였다.



"비디오 조사실로 잠깐 같이 가실까요?"



안내되어 온 비디오 조사실에는 구로역에서 가져왔다는 CCTV 화면이 흐르고 있었다.



"자 엄참기씨. 여기 피해 여성분이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보이시죠?"



"네, 그런 것 같네요. 입으신 옷이 같은 것 같네요"



"여기까지는 그 분 말씀처럼 뒤따르는 분이 없습니다. 보이시죠?"



"네 그렇네요"



아 빌드업 뭔가 불길하다.



"여기 이 마지막 화면, 게이트에 누가 보이나요?"



"그 여자분인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피해 여성분이 맞아요. 그런데 엄참기씨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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