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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 님의 서재입니다.

엄참기는 못참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9000
작품등록일 :
2023.02.08 13:29
최근연재일 :
2023.03.22 10:48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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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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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807

작성
23.03.1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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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DUMMY

은하인의 문자가 내게 자신감과 용기를 줘서일까? 우렁찬 대답이 내 입에서 터진다.



"네 필요하시면 얼마든지요. 그런데 들어갈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건 없습니다. 실망하실까봐 미리 알려드립니다 하하하"



내가 웃으며 다가서자 덩치는 의외라는 표정이 되었다.



"그런건 아저씨가 아니라 우리가 판단할테니까 그냥 지시에 따라 주세요"



"판단을 누가 할지는 끝까지 봐야 아는거 아닙니까?"



내가 말꼬투리를 잡는다고 생각해서 짜증이 났는지 덩치는 손짓을 크게 하며 나를 재촉했다.



내가 덩치 앞에 서자 그 옆의 또 다른 덩치가 다가와 내 손에 들린 순진한 소녀 그림과 설문지를 뺏어 들고는 스캐너를 들고 샅샅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 털던 덩치가 내 몸 구석 구석을 더듬으며 수색을 하기 시작했다.



"이거 좀 기분이 묘하군요.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거죠? 지난 번에 올 때와는 너무 다른데요? 지난 번 제가 다녀가고 나서 뭐 없어진 물건이라도 있었습니까?"



덩치에게 따지듯 묻는 와중에도 나의 신경은 등산복을 입은 남자에게 가 있었다.



왜냐하면 이 남자, 가슴팍에 뭔가 길고 단단한 것을 품고는 만지작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삑! 삑! 삑!



"여기 뭔가 있는데요?"



스캐너로 순진한 소녀 그림을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 빡빡 문질러대던 덩치가 프레임 안쪽을 가리켰다.



어쩐지 액자 무게가 좀 다르다 했다.



프레임 안쪽을 더듬던 덩치의 손에 작고 동그란 것이 들려 나왔다.



"뭐지?"



등산복이 메마르고 무미건조하게 간략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의 목소리와 어투는 눈빛처럼 진실되지도 성실하지도 않았다.



"은색 동전입니다. 영어가 써 있고 남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나라 동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남자가 새겨져있고 영어가 적힌 은색 동전이라면 미국 다임이다.



신예진이 미국 10센트짜리 동전을 저기다 붙였구나. 이것도 민영환과의 추억이 깃든 것인가?



액자를 받으면서 무게가 차이나는 것을 알았을 때, 확인해 봤어야 하는건데...



등산복이 품에서 손을 빼고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하며 짧고 간결하게 말했다.



"대형으로!"



그이 말이 떨어지자 검은 정장의 덩치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며 둥그런 인의 장막을 치기 시작했다.



그들이 모여들자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나를 가림과 동시에 그들 너머를 볼 수 있는 나의 시선도 방해됐다.



잠시 후, 검은 정장들의 인의 장막을 비집고 등산복의 사내가 내 앞에 다가섰다.



등산복, 너는 정말 CCTV에 잡히면 안되는 놈인가 보구나. 날 가두려기 보다는 널 가리는 용도구나. 이 덩치들이.



"너 누구니?"



다짜고짜 반말로 나의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내는 등산복.



등산복은 언제 꺼내들었는지 큼지막한 쇠 야스리 (줄)로 엄지 손톱을 밀어내어 훅 불며 말했다.



뭐야? 계속 품에서 만지작 하던게 야스리(줄)였어? 너 당구장 알바였니? 저렇게 큰 야스리(줄)도 있구나.



"누가 보냈니?"



"이미 지난 번에 다 말씀드렸었습니다. 전 창영증권에서 온 VVIP 선물배송 담당 엄참기입니다."



나도 이렇게 말을 하긴 했지만 먹혀들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지도하기 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묻는다. 너 누구니?"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협박하는 거에요? 당신들 조폭...헉!"



빡!



이웃의 누구라도 들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리를 지르려는 나의 시도는 머리위로 떨어진 강력한 가격으로 가볍게 무산됐다.



등산복이 들고 있던 쇠 야스리로 내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던 것이다.



이질적인 타격음이 울려 퍼지자 내 귓속에서 윙윙거리는 이명이 들려왔고 곧 뺨 위로 뜨거운 뭔가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뒤따르는 극렬한 고통. 하지만 깨진 머리가 주는 고통은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주는 수치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조폭이냐고? 후후후 나를 그런 것들과 비교하다니. 그건 신성모독이야!"



빡!



짧고 강력하게 끊어치는 스윙! 맞은데를 또 맞은건가? 가중되는 충격에 무릎이 꺾였고 한층 가까워진 잔디위로 나의 붉은 피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후후후. 쓸데없는 짓하지 말고 묻는 말에나 대답해."



등산복이 숙여진 내 머리통 위에 야스리를 올려 놓고 슬슬 앞뒤로 움직이자 야스리 표면에 파여진 홈들의 깊이가 덜덜덜 떨리는 진동을 통해 하나 하나 느껴졌다.



"머리숱이 엄청 많네. 하지만 내 야스리질 몇 번이면 그 많던 내 머리가 다 어디갔나? 싶을 거야."



등산복이 자세를 낮추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냥 말해. 어차피 넌 말하게 되어 있으니까. 괜히 고생하지 말고. 나의 지도는 전혀 인각적이지 않거든."



뭐야? 이 진실해 보이는 눈빛은. 등산복, 이 새끼 이거 완전 진심이다. 이대로두면 이 살벌하게 생긴 야스리로 내 머리 껍데기 다 벗길 작정이잖아?



이 놈 정말 미친 놈이다. 씨발, 게임! 그거 시작해야 하는건가?



맞다. 지금 등산복 니가 덩치들을 방패삼아 CCTV로 부터 숨어 있는 상태라면 나도 마찬가지다. 오리가미, 가능하다.



"나한테 이래 놓고 뒷 감당이 되겠어?"



"뒷 감당? 재밌네. 말하는걸 보니 좀 더 버텨볼 생각이구나, 택배. 일단 그 입부터 지도할께. 잡아!"



등산복의 명령에 덩치 둘이 달려들어 내 머리채를 쥐어 당겨 고객를 쳐들리게 만들더니 머리를 꼼짝 못하게 단단히 붙잡았다.



"벌려"



억센 손이 내 볼을 강하게 누르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나의 지도는 항상 기본을 중시해. 원인을 제거하는데 집중하거든. 머리를 쓰는 놈은 머리를, 말이 많은 놈은 입을 갈아버리거든"



내 입안으로 등산복의 야스리가 쑥 들어오며 목젓을 때리자 헛구역질에 몸이 요동쳤다.



그러자 덩치들의 압박이 더 거세지며 나를 옭죄더니 턱과 머리를 조이듯 눌러 억지로 야스리를 앞니로 물게 만들었다.



"그간 지도한 경험에 의하면 이가 갈리는 경우도 있고 빠지거나 부러지는 경우도 있어. 그런데 그건 다 내가 하기 나름이긴 해. 빠르면 갈리고 느리면 빠지고 후후후

그리고 이 없다고 말못하는건 아니더라고. 오히려 더 잘하더라"



등산복이 느긋한 표정으로 야스리를 은근히 움켜 쥐었다.



이젠 시간이 없다. 게임 선언, 그거 어떻게 하는거지?



내가 아는 유일한 게임 선언이 떠 올랐다.



"흘...레....이....얼..."



순간 가슴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폭발하듯 퍼져나가며 손마디 발가락 마디가 쩌릿해져 왔다.



콜라에 멘토스를 집어 넣은듯 삽시간에 발생한 강력한 화학반응과도 같이 들끓는 뜨거운 열감이 가슴을 꽉 메워 들었다.



언젠가 꿈속에서 느꼈던 뜨거운 열감과 결.



하지만 못 참을 만한 수준이 아닌 정제된 느낌.



"뭐라고? 이제 니가 누군지 말하고 싶어진거야?"



"흘...레....이....얼..."



"하하하하 내가 뭐랬어? 결국 이렇게 된다고 했잖아. 신의 뜻은 거역할 수 없는거거든. 풀어줘봐. 뭐라는지 들어보게"



등산복의 손짓에 머리를 누르던 압박감이 사라졌다.



"이제 말해봐. 니가 누군지. 또박 또박!"



등산복이 입을 벌렸다 오무렸다 놀리며 턱을 푸는 나를 근엄하게 바라본다.



"플레이 볼이라고! 이 씨발놈아!"



쨍!



내가 게임 시작을 선언하며 이를 악 다물자 입안으로 들어와 있던 두툼한 야스리가 공기를 한껏 품은 엿가락 처럼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잘려 나갔다.



그러자 녹슨 야스리의 오래된 철 맛이 입안에 강한게 들어찼다.



이런 것도 된다고? 그렇다면...



당황한 것도 잠시 등산복은 쥐고 있던 반쯤 남은 야스리를 바로 내 얼굴로 찔러 넣었다.



빡!



내 얼굴을 찢어버릴거라 믿어 의심치 않던 등산복의 야스리가 허공을 가르는 순간 난 50 센티미터 오리가미를 시전하여 등산복의 우측으로 자리를 옮겨 그의 관자놀이를 강하게 들이 받았다.



허물어지는 등산복의 뒤를 지키던 덩치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의외의 속도로 빠르게 나에게 손을 뻗어왔다.



쓕!



퍽!



헉!



덩치가 제 아무리 빨라도 내 입에서 쏘아진 야스리 반토막이 어깨에 들이 박히는 것을 막거나 피하지는 못했다.



예상밖의 상황 전개는 둘러싸고 있는 덩치들을 흐트러 뜨리며 대형에 구멍이 생겼고 난 구멍으로 오리가미했다.



"놈이 도망간다. 잡아!"



다시 한번 눈 앞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꼭 필요한 만큼의 거리를 만들어서는 다시 나타나는 택배 놈.



정신이 돌아온 등산복이 허공에 손을 허우적대며 소리를 질렀다.



덩치 무리들을 뒤로하고 정원 끝까지 내달리자 계단 아래 굳게 닫힌 대문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오리가미를 생각하기도 전에 대문이 활짝 열리며 또 다른 몇 몇의 사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문까지 열어주지 않아도 되는데."



있는 힘껏 열린 대문을 향해 몸을 날린 나의 바디 첵으로 움찔하던 남자들은 아무런 충격이 따르지 않자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저 놈! 잡으라고!"



영문을 모르겠는 남자들이지만 열린 문으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등산복의 고함이 부촌의 고즈넉함을 산산히 부숴버리자 구르듯 도망치는 내 뒤로 덩치들이 따라 붙었다.



이대로 사람들이 많은 큰 길까지만 달려나가면 된다. 저 골목만 돌면... 그렇게 되면... 놈들을 따돌릴 수 있다.



손에 닿을 듯 뒤에 바짝 붙은 덩치들. 아슬 아슬한 간격으로 쫓기던 나는 이젠 잡았다라는 확신이 남자들에게 들 때쯤 골목을 꺾어 돌았다.



좁은 골몰길에서 검은 양복의 덩치들이 봇물터진듯 갑자기 쏟아져 나오며 큰 길의 한켠을 막아서자 지나가던 놀란 행인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아악!"



"뭐야!"



하지만 비명을 지르는 행인들 만큼이나 덩치들의 놀라움도 컸다.



"이 새끼 어디 간거야?"



덩치들이 여기 저기 시선을 날려봤지만 보이는 거라고는 자신들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행인들의 질책의 얼굴들 뿐이었다.



전도사 조시훈은 부어오른 오른쪽 눈언저리를 더듬으며 잔디위를 구르는 반토막난 야스리를 혼돈스러운 눈빛으로 바로 보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앞니로 두꺼운 철을 끊어내고 그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거지?

이 자야 말로 그간 교단이 걱정하던 메시아를 거부하고 교단에 반항하는 악을 추종하는 세력이란 말인가?"



조시훈은 말로만 듣던 악의 추종세력을 만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자신이 상대에게 유효타를 허용했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교주를 만나 메시아를 영접하는 영적 경험을 하기전까지 자신은 인간병기라고 불리우는 대원들 사이에서도 레전드로 불리우는 탑티어 대원이었다.



물 한모금, 풀 한뿌리만 있어도 자신은 10일 이상을 생존할 수 있었고 짧은 못 한개만 있어도 일개 소대정도는 쉽게 정리가 가능한 전설의 블랙 옵스팀장이 바로 조시훈 자신이었다.



그러던 자신이 결박된 것이나 다름없던 상대의 움직임을 읽지 못한 채 틈을 보이고 어이없게도 공격을 허용하고 정신이 아득해 지다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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