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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 님의 서재입니다.

엄참기는 못참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9000
작품등록일 :
2023.02.08 13:29
최근연재일 :
2023.03.22 10:48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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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1
글자수 :
149,807

작성
23.03.0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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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저런 표정을 짓는 이유는 본인 회사에 대한 자긍심 때문일까? 지점장의 표정이 보기 싫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정색을 한 지점장은 헛기침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흠.. 오늘 엄사장님 처음 뵙는데 이런 말씀 좀 그렇지만 지점장으로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입사이래 처음으로 그룹 비서실에서 전화받았습니다. 바로 이 특송건 때문에 말이죠. 엄사장님이 높은 분들과 어떤 관계인지 제가 알 순 없지만 반드시 일은 제대로 해 주셔야 합니다.

만일 문제가 생겨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이탈된다면, 전 가만 있지 않을거니까요. 바로 감사실에 투서 보낼 겁니다. 그러니 서로 얼굴 붉힐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이게 격려야? 협박이야? 그렇게 말 안해도 열심히 할거라구요.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마세요. 제가 책임지고 잘 배송토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말씀해 보세요 엄사장님"



"혹시 고객들에 대해 조금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왜 궁금하시죠?"



"어렵고 힘들게 고객 맞춤으로 준비하신 선물이니까 고객들에게 왜 이런 선물을 샀는지 배경 설명을 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요. 어차피 고객한테 서명 받으려면 만나야 하는데 할 말도 좀 있으면 좋겠구요"



"듣고 보니 맞는 말씀이네요. 그런 이유라면 알려드릴께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창영 증권 배지도 하나 얻을 수 있을까요?"



***



다음 날 난 단벌뿐인 정장을 빼 입고 렌트한 밴을 이용해서 그나마 차로 이동시킬 수 있는 물품들을 먼저 실고 배송을 시작했다.



"네, 안녕하세요 고객님. 창영증권에서 선물가지고 온 직원입니다. 아까 보내드린 문자는 받으셨죠? 네, 감사합니다 고객님.

제가 직접 선물 전달해 드리고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요. 올라가도 될까요?"



미리 보낸 방문 문자로 고객의 의심을 줄이고, 좋은건 아니지만 말끔한 양복으로 현관 모니터에서 점수를 따고, 언뜻 비친 창영증권 배지로 현관을 열게 만들었다.



"작년에는 택배업체시키더니 올해는 직원이 직접 들고 나왔나 보네. 작년엔 내가 좀 짜증이 나서 뭐라고 했었는데. 역시 창영증권은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네. 그치? 프실리아?"



VVIP 고객이 열린 현관문에 기대선 채, 안고 있는 작지 않은 애완견에게 말을 붙혔다.



"듣던대로 강아지가 아주 건강하고 예쁘네요. 역시 지점장님께서 선물을 제대로 준비하신 것 같습니다.

이번 선물은 고객님의 반려견인 프실리아의 안구색을 더욱 푸르고 청초하게 만들어 주는 영양제 입니다. 아직 프실리아가 어린 시베리안 허스키니까 지금부터 꾸준히 복용하면 큰 도움이 될거에요. 프실리아, 넌 참 좋겠다. 엄마가 너를 너무 사랑하셔서 말이야."



띵동



"지점장님 말씀이 꼭 아침 운동하시기전에 만나봬야 한다고 하셔서요 좀 일찍 왔습니다. 운동 후 드시라고 이번에 미국 식약청에서 허가된 단백질 보충제를 선물로 가져왔습니다.

이 제품은 간에 무리가 가는 성분이 없는 신물질로 만들 보충제로 선생님처럼 간염 이력이 있는 분들께 매우 좋다고 하더라구요"



서명을 받는 일은 의외로 순조로웠다.



1 주일이 지나자 차량으로 배송할 만한 건들은 모두 완료했다.



이제부터가 진짜지



일단 밴 차량에 실은 동식물을 지점과 가까운 지하철 역과 연결된 이마트 주차장에 세워두고 하나씩 오리가미로 배송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테스트해본 벌레들에겐 아무 문제도 없었다.



배송 시간은 하루중 지하철 이용객이 가장 적은 오전 10시~ 12시와 오후 2시~4시를 이용했다.



신경을 곤두세워서인지 주변 승객이나 행인들의 숨소리와 말소리, 걸음걸이와 동선, 심지어 향수냄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느껴졌고 이런 예민함은 배송건을 케어하는데는 매우 유용했다.



그래서인지 한 건만 배송해도 너무 피곤하고 힘에 부쳤지만 이만큼 안전하고 확실한 배송 방법은 없을 것 같았다.



띵동



"고객님. 자제분들이 다 유학중이시라 적적하시다 하셔서 올해는 특별히 앵무새를 가져왔습니다. 조류에도 관심이 많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재미삼아 말을 한번 가르쳐 보시면 말벗하는 재미가 제법 괜찮으실거에요. 강아지처럼 손이 많이 가는 것도 아니고 깔끔하니까 성가스럽지 않으실 겁니다"



"지점장님이 신경 많이 쓰셨네요. 지난 번에 그냥 지나가는 말로 애들 유학이야기 한건데. 와 깃털 색이 너무 멋지군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가져왔어요? 밖에 배달차도 없는 것 같던데."



이 주택의 어딘가에는 집 외부를 볼 수 있는 CCTV가 설치되어 있는게 틀림없다.



"마을 초입부터 도로 포장 공사를 하는지 길 상태가 좋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앵무새를 계속 차에 실고 오면 너무 흔들릴 것 같아서 미안하더라구요. 그래서 앞으로 새롭게 살 이 동네 환경에 대해 알려도 줄겸 차를 대고 걸어왔습니다. "



"어이구 정말 배려심이 깊으시네. 그러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진해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을텐데. 정말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맙네요. 내가 이러고 있을게 아니다. 지점장님께 바로 전화드려야겠네요!"



하일라이트는 아마존 강물에 담긴 아마존 물고기를 받은 고객이었다.



날 붙들고 어찌나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지 배송 시간이 가장 오래걸렸다.



눈이 퉁퉁 붓도록 울던 고객은 물고기를 집안으로 옮긴 후, 내게 감사하다며 작은 봉투를 내밀었다.



지점장님께 혼난다고 이러시면 안된다고 극구 사양하는 척 하며 들고 나온 봉투에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손글씨로 꼭꼭 눌러 적은 편지가 들어 있었다.



내용은 이랬다.



생각보다 물고기가 커서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그래서 그렇게 울었다고?



특송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엄사장님, 도대체 뭘 어떻게 하신거에요, 네? 어떻게 고객분들 만족도가 만점이냐구요."



창영증권 선릉 지점장의 들뜬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흘렀다.



"몇 분은 저희 경쟁사인 미라이 증권사에서 저희 지점으로 돈을 옮기셨다 이말입니다. 하하하하"



"일이 잘되서 다행입니다."



"제가 초면에 감사실이니 뭐니 막말드려 죄송합니다. 워낙 중요한 고객들이시고 제 목줄이 달린 일이다보니 제가 민감했었습니다. 이해하시죠? 엄사장님"



"그럼요. 지점장님. 나쁜 감정같은거 없습니다."



"역시 엄사장님은 대인배셔 하하하. 그럼 앞으로도 저희 특송건 계속 해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도 되는거죠? 꼭 부탁드려요. 네?"



참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네, 알겠습니다. 연락주세요. 지점장님"



창영증권일이 피곤하긴해도 회사에 보고만 하면 공식적으로 공가를 낼 수 있는 일이라 나는 좋다.



정진기 매니저를 보는건 피곤하니까.



***



"엄참기씨, 어서 들어오세요"



오랜만에 출근한 회사에서 난 그간의 창영증권 업무에 대한 간단한 보고를 정진기에게 해야 했다.



근데 정진기의 분위기가 좀 다른데



"창영증권 VVIP 배송건 관련 보고를..."



"참기씨, 그 업무에 대해서는 저도 들어서 알고 있으니 별도 보고는 필요없습니다. 대신 제가 몇 가지만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시죠?"



웬일이지? 나에게 동의를 요구하네?



"네 말씀하세요, 정진기 매니저님"



"왜 참기씨는 항상 그렇게 정없게 거리를 두고 정진기 매니저님이라고 저를 부르죠? 그냥 정매니저님 혹은 진기매니저님 이렇게 부르는걸 내가 들어 본 적이 없네요"



뭐야? 이 전개는? 혹시 정진기 너도 나한테 사랑고백할꺼니?



"호칭이야 차차 정리해 나가면 되는거 아니겠어요? 하하하. 오늘 내가 확인하려고 한 건 다은게 아니라...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정진기가 뜸을 들인다.



"이렇게는 불편하다 그쵸? 내 스타일 알죠? 그냥 단독직입적으로 묻겠어요. 회장님과는 화해하신건가요?"



정진기의 눈빛이 번들대며 뱀 껍질 비린내가 났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화해라뇨?"



"참기씨도 참 하하하. 저도 다 듣는 말이 있는데. 이번 창영증권 건도 회장님께서 직접 불러서 만들어 주신 거잖아요.

내가 이번에 참기씨 비서실 배송건으로 배정하면서 느낌이 좀 있었거든요.

물론 좋은 느낌이었죠. 뭔가 따뜻하고 향기로운 가족애 같은 뭐 그런거 있잖아요 하하하"



아 이 미친 새끼. 정진기! 너 정말 낯짝도 두껍다. 좋은 느낌? 가족애? 왜 이경찬은 외줄이라 불안하디? 나까지 두 줄로 만들어 쭉뻗는 기차 선로라도 만들어 보시게?



"그런거 없습니다. 이 일은 회장님이 주신 일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예요? 정말 참기씨, 이렇게 나오면 나 많이 섭섭해요. 회장님 지시가 아닌데 왜 이경찬 이사님이 저한테 그런 지시를 내리.."



"섭섭하셔도 할 수 없습니다. 아닌건 아닌거니까요.

정진기 매니저님께서는 앞으로도 지금까지 하셨던대로 이경찬 이사님의 지시에 따라 일하시면 됩니다.

더 드릴 말씀없으니 나가 보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창영증권 일로 자주 자리를 비우게 될 것 같은데 따로 보고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미 듣는 말이 있다고 하시니까 말입니다."



"아니 그게 참기씨!"



닫히는 문 뒤에서 교활한 정진기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정진기는 자기 이익에 대해 정말 징그럽게 솔직한 사람이다.



***



"저 집이구나. 장난 없네. 무슨 성 같네"



방배역에서 나와 좀 걷다 보니 으리 으리하고 담장 높은 집 옆에 더 으리 으리한 집, 그 옆에 더 큰 집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그 중에 제일 담장 높은 저집이 창영증권 선릉 지점의 초특급 VVIP가 사는 집이다.



이상해 보일 정도로 불안해 보이던 지점장은 지점밖에까지 따라 나오며 이번에 정말 어렵게 모신 고객이니 제발 신중에 신중을 기해 달라며 신신당부를 했었다.



정말이지 일이 어긋나면 안된다며 식은 땀까지 흘리던 지점장.



지점장, 지야 똥줄이 탈지 모르지만 난 그다지 걱정되거나 염려되지 않았다.



배송할 물건이 아주 심플하고 취급상 까다로울게 없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포장으로 봐서는 딱 그림이나 사진 액자 쯤 되어 보인다.



어디까지나 내 입장이지만 지금껏 배송한 다른 선물에 비하면 오히려 좀 성의 없어 보이는 느낌이다.



디리리리리리 리리리리



"네 안녕하세요 창영증권 선릉지점에서 신예진님께 고객 사은 선물 가지고 왔습니다."



선한 표정으로 현관문 옆에 달린 카메라를 바라보면 자본주의 미소를 날렸다.



그런데 나를 지켜보는 카메라가 이뿐만이 아님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갑자기 수많은 카메라가 나를 향해 돌아서는 소리와 카메라 렌즈들의 줌인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요즘 부쩍 감각들이 민감해졌어. 그래서 더 피곤하다.



"창영증권이시라구요? 본인 명함 한번 카메라에 대 주세요"



지난 번의 성공적인 배송 실적에 고무된 지점장이 손수 찍어다 준 창영증권 명함에는 엄참기라는 이름이 크고 강렬하게 꽉 박혀있었다.



"특송 담당? 이게 뭐하는 거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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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23.03.07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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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 23.03.03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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