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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 님의 서재입니다.

엄참기는 못참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9000
작품등록일 :
2023.02.08 13:29
최근연재일 :
2023.03.22 10:4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028
추천수 :
11
글자수 :
149,807

작성
23.02.2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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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5화

DUMMY

"참기씨, 역설적이지만 야구처럼 룰이 많다는건 그만큼 판단이 쉽다는 거에요. 그냥 적절한 것을 찾아 적용하면 된다는 의미니까요.

정말 어려운게 무언지 아세요? 그건 룰이 하나뿐인 경우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유니버스처럼요."



"네? 룰이 하나뿐이라구요?"



"네, 오직 하나뿐인 유니버스의 룰, 그건 바로 균형이예요. 밸런스!

유니버스는 오직 균형이라는 룰 하나로 운영되는 경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리고 이 경기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엄프의 역할이구요. 다만, 어떤 방법으로 균형을 맞추고 어느 정도 수준으로 맞출 것인가는 엄프의 재량이구요.

반드시 수평만이 균형은 아니라는 말이에요."



이게 무슨 의미지? 선문답같은 대화에 나의 집중력은 먼 은하계로 떠나버렸다.



선생님 죄송한데 그냥 야구만 보면 안될까요?



멍청해진 내 표정이 전송이라도 됐는지 은하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잠깐만요, 참기씨"



네 선생님, 좋은 생각이세요. 사실 전 지금 잠깐이라도 쉬어야 할 것 같아요. 무슨 말인지 도통...



"참기씨!"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은하인!



"악! 엄마야! 씨.... 흡! 선생님?!"



외마디 비명은 놓쳤지만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입밖으로 빠져나가려는 리얼 감탄사의 뒷덜미는 잡아챘다.



그래도 마지막 매너는 지켜냈다.



뭐? 뭘봐? 사람이 놀라면 소리도 지를 수 있는거지 말이야. 왜 쪽팔리게 이렇게 쳐다보는건데?



갑자기 주변의 시선들이 내게 몰려드는게 느껴졌다. 근데 시선들에서 느껴지는 이 더러운 목마름은 뭐지?



놈들의 축축하고 냄새나는 시선의 끝은 내가 아닌 은하인에 맞춰 있었다.



"놀라셨어요? 참기씨? 어떻게요? 얼굴 보고 얘기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급한 마음에 그만..."



정말 미안한지 발갛게 얼굴이 달아오른 은하인은 어쩔 줄 몰라했다.



"아 괜찮아요 선생님. 그냥 오늘 제가 일이 많았었어서 ...좀 심신미약상태라서..."



나 때문에 은하인이 미안하다니... 노노노 이건 안될 말!



"정말이요? 그렇게 말씀해줘서 고마워요, 참기씨. 호호호"



그렇게 웃지 마요. 제발! 저 길바닥에 있는 더러운 놈들이 다 뛰어오게 생겼다구요!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여기에 오실 수 있는 거죠?"



"아~ 호호호. 저도 오리가미 비슷한거 할 수 있거든요. 참기씨처럼요. 저 어때요?"



패션쇼라도 하는 듯 은하인이 제자리에서 살랑 한 바퀴 돌자 출렁이는 그녀를 따라 거리에 감탄사가 터진다.



와우! 오우!



미국 성인 영화에나 나올 듯한 너무 타이트한 경찰복장의 은하인을 향해 몇 몇 놈들이 자수라도 하려는 듯 헤벌쭉해져서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아... 선생님... 지금 복장이 좀 너무... 아까는 이 복장 아니였잖아요... 사람들 눈이 너무 많으니까 일단 자리를 좀 옮기실까요?"



언제부터 길거리에 이렇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준법정신이 투철한 놈들이 많아진거지?



어찌 어찌 눈에 띠는 가장 가까운 카페에 자리를 잡고 나니 자수하려는 놈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복장이 좀 이상한가요? 참기씨가 가장 좋아하는 복장이라고 해서 입었는데."



"어떤 새끼... 아니 누가 그래요? 아! 승찬이죠? 그 새... 아니 그 친구 그거 순 양아치... 아니 질이 안좋은 친구에요. 그런 말 믿지 마세요."



아 진땀나. 정말 매너는 어렵다.



"호호호 승찬? 참기씨 고등학교 동창? 전 그 분 잘 몰라요. 참기씨 말고 다른 사람들은 잘 몰라요. 참기씨에 대해서도 여전히 연구중이지만요."



정신과 전문의라 내 어두운 속마음까지 다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연구하는건가? 제발 그러지 마요. 플리즈.



커피를 주문하는 사이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이 되자 문득 드는 의문이 있었다.



난 지하철 게이트에서만 되는 오리가미를 어떻게 은하인은 길에서 할 수 있지?



"선생님, 그런데 아까는 지하철이 아닌데 어떻게 오리가미를 하신거죠?"



"사실 제가 한 건 오리가미와는 좀 달라요. 하지만 참기씨도 좀 더 많은 다크 매터가 쌓이면 저처럼 장소에 상관없이 하실 수 있게 될거에요.

아직 참기씨는 다크 매터가 부족해서 지하철 전기가 필요한 것뿐이에요."



"어디든지 갈 수 있다구요?"



"그럼요 결국에는 그렇게 될거에요. 하지만 당분간은 참기씨가 실제로 가봤거나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본 적이 있는 곳만 가능할거에요"



그럼 혹시... 그 언젠가가 되면 선생님 집으로 가도 될까요? 이런 말을 하면 진짜 변태 치한일까?



"그리고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아까 말씀드린 엄프의 모든 능력들을 느끼게 될텐데 놀라거나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모든게 엄프가 되는 트레이닝이다 생각하시구요."



"진짜로요? 제가 엄프가 된다구요?"



"네. 그 시간을 단축하려면 먼저 어떻게 다크 매터를 빨리 모을 수 있는지 파악해야해요. 열심히 연구중이니까 조만간 좋은 소식 들려드리도록 할께요."



"네 그렇게 해주시면야 저는 좋은데...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데..."



그냥 이렇게 오래 오래 제 곁에 있어만 주신다면...



"그리고 참기씨. 요즘 누가 미행한다는 느낌이 드신 적이 있나요?"



"미행이요? 저를요? 왜요? 맞다! SNS 사진. 그거 3일이나 절 따라다니면서 찍은 거잖아요. 그거 말씀하시는거죠?"



"저도 그 사진보고 말씀드리는건데 그 사진을 보면 참기씨 뒤에 계속 같은 남자가 찍혀 있어요. 아마도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은 참기씨가 아니라 그 남자를 찍은 것 같아요."



"제가 제일 크게 나왔는데 절 찍은게 아니라구요?"



"네 참기씨가 크게 나온건 맞지만 그건 역이름과 시간이 그 남자와 함께 나오게 찍으려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남자가 있다구요? 누군데요? 전 전혀 모르겠는데?"



"인식하지 못하신 걸 보니 미행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우연일 수도 있구요."



"그럴거에요. 절 뭐하러 미행하겠어요? 제가 뭐 대단한 배송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제가 좀 민감했나봐요 호호호"



참기씨, 만일 그 남자가 참기씨를 미행했던게 맞다면 어쩌면 그 남자는 참기씨가 오리가미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음참기를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은하인은 이 말을 아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요. 가끔 참기씨는 남들이 못보던 것을 보면서 살아왔을꺼에요."



"못 보던거요?"



"참기씨를 화나게 하는거요. 예를 들면 사람들의 위선 뒤에 가려진 그들의 본심 같은 거?"



"에이 무슨... 저 사람 볼 줄 몰라요. 제가 얼마나 허당인데요."



문득 이게 다 너를 위한 거라고 위선을 떨던 선생들의 얼굴과 그들에게 개지랄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마다 슬픈 얼굴로 학교로 불려오던 엄마의 얼굴도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그런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건 제 성질이 더러워서 그런거라...."



"그런거 아니에요. 어떤 특별한 조건이 맞는 경우에만 그랬을꺼에요.

혹시 앞으로 상대의 본심이 느껴지는 경우가 생기면 제게 꼭 알려주세요.아셨죠?"



그럼요 그럼요. 그럼 또 만날 수 있는거죠? 지금처럼!



혹시 내 눈이 개기름을 처바른듯 번들대는 건 아닌가 싶어 눈을 빨리 깜빡였다.



"그리고 끝으로 한가지만 더요. 제가 선물한 안약 아직도 잘 가지고 있죠?



"그럼요, 지난번에 하신 말씀도 있고해서 잘 간직하고 있어요"



누가 준건데 함부로 했을까? 능력만되면 스위스 은행 금고에 보관하고 싶을지경인데



"그럼 한 두개 정도는 휴대하고 다니다가 오리가미가 힘들거나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사용하세요.

잠깐이지만 다크 매터를 채워줄거에요. 아셨죠? 꼭!"

자 그럼 참기씨 저는 이만 갈께요. 조심해서 들어가시고 또 연락할께요."



"네 선생님"



가벼운 목례를 하는 사이 은하인은 올 때 처럼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그녀가 들고 있던 저 컵을 내가 가지고 가면 이건 절도일까? 변태일까?



사무실 문에서 서성이는 정진기를 보니 뭔가 개운치 않은 아침이 될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정 매니저님. 즐거운 아침입니다."



불길한 예감을 날리기 위해 직장 동료사이에 나눌 수 있는 아주 상투적이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인사 카드를 뽑아 들었다.



"뭐 그렇다고 치죠. 그보다 엄참기씨, 어젯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일이 없는지...



"어젯밤일이라고 하시면..."



"기억을 못하는 건가요? 아니면 모른 척 하는건가요? 혹시 다른 사고가 더 있기라도 한건가요?"



"아뇨 그건 아닌데... 혹시 지하철에서 부딪친 일 때문에 그러시는건가요?"



"그게 단순히 부딪친 일인건가요? 성추행 현장범이라고 하던데요. 제가 어젯밤에 경찰이 참기씨 신분조회한다고 온 연락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십니까?"



"아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매니저님. 하지만 어제 일은 단순한 오해에 의한 해프닝이었습니다. 경찰이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집까지 데려다 주기까지 했어요."



아 보기만 해도 빡치는 저 눈 빛! 뭔 말을 해도 믿기를 거부하는 의심으로 가득찬 저 눈깔!

어쩌면 정진기는 내가 숨쉬는 것도 의심할지 모른다.



"참기씨. 진심으로 그 말이 맞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저는 회사의 경영진을 대리하는 매니저로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테니까요."



"틀림없습니다. 어려운 결정 같은거 내리지 않으셔도 ..."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다한 정진기는 내 대꾸는 듣지도 않고 그대로 가버렸다.



아 빡쳐!



징징징



모르는 전화 번호다.



혹시?



"여보세요, 엄참기씨 핸드폰이죠?"



아, 은하인이 아니다



"네 맞습니다. 누구시죠?"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워진 말투.



"안녕하세요 저는 서부 경찰서 고인환 경사라고 하는데요 2010년 엄정희씨 실종사고관련해서 알려드릴 사항이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혹시 제보자인가요?"



뇌의 회로중 일부가 끊어진 듯 순간 모든 프로세싱이 멈췄다.



이걸 놀랐다고 해야 하나? 당황했다고 해야 하나?



"실종자 관련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시네요."



10년만이다. 생각할 것도 없다. 무조건 만나봐야 한다.



"지금 어디계신데요? 제가 만나뵐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목소리가, 지금은 폰을 들고 있는 손이 떨린다.



"네 안그래도 제보자께서 엄참기씨를 꼭 만나보고 싶어하셔서요. 그래서 연락드린겁니다."



"그런데 무엇을 제보한다고 하시던가요? 사고 이후 우리 엄마를 봤다고 하시던가요?"



"아 그런것까지는 아직 모르고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하시던대요.자세한건 엄참기씨를 만나서 이야기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그럼요. 물론이죠. 어디로 가면 될까요?"



***



경찰서에서 이야기 하는 건 나도 그렇지만 어머니의 고교동창 이정란도 달가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서부 경찰서 앞에 있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보니 정말 몰라보겠다. 참기 넌 내가 기억 안나지?"



"네, 죄송하지만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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