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조금전 위원회에서 일렉시오 혜성의 발사를 결의했다고 합니다."
무한한 어둠이 있다면 이럴까? 절대 암흑의 공간을 울리는 낮고 굵은 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두아르도, 그들을 확신하게 만든 게 무엇이지?"
저절로 목과 어깨를 움츠리게 만드는 또 하나의 거친 목소리가 물었다.
"아시다시피 그 어디에도 확실한 근거라곤 없습니다.
다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에 위원회가 도박을 하는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이 말을 끝으로 얼마간 녹슨 못으로 강판을 긁는 듯한 숨소리가 울려퍼지며 어둠에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새로운 엄프 (UMP) 를 옹립한다? 후후후후"
후덥지근한 사내의 웃음이 누런 가래처럼 어둠을 타고 흘러 내렸다.
"어디 권능이라는 것이! 마능이라는 것이! 절대력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트레이닝으로 키워지는 것인가!"
폭발하듯 터진 그의 고함이 사방의 어둠을 무자비하게 져며내며 겉껍질을 발라내자
들춰진 어둠의 속살들은 동공을 지져낼 듯 눈부신 발광체가 되어 주위의 어둠을 삼키기 시작했다
거친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나 악종의 절대력인 다크 매터는 이미 전대 엄프 (UMP)를 넘어선 바 있다.
내 비록 단 한 번의 실수로 지금은 갇힌 몸이 되었지만 나의 귀환은 시간 문제일 뿐.
이런 내가 우주의 변방에서 이제 갓 트레이닝을 시작하는 애송이를 신경써야 하겠는가!"
그의 분노가 높아지자 발광체의 레벨이 한단계 상승하며 그 범위를 넓혀 나갔다.
이 때 영리한 에두아르도가 나섰다.
"지당하십니다.... 악종.
악종께서는 그냥 계획하셨던 일을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엄프 (UMP) 후보자에 대해서는 제가 준비해 둔 것들이 있으니까요.
또한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다른 종족들의 준비 또한 날카롭기 그지 없사오니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후보자는 위원회를 희망고문하게 될 것입니다."
악종에 대한 두려움에 목이 막힌 에두아르도는 잠시 말을 끊어 숨을 고른 후,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우리의 위대한 전사가 이미 지구에 가 있지 않습니까? 실패란 없습니다.
진행 과정에 대해서 앞으로도 계속 보고 드리겠습니다."
"계속?"
"제....제.....제가 실수했습니다. 다음 번에 마지막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지!"
이렇게 대화가 끊어지자 눈알을 태울 듯 빛을 내던 발광체도 스위치를 끈 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조금 전의 일이 착각이라도 되는 양 태고의 어둠이 그 자리를 꿰찼고 다시 어둠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어둠 위에 어둠을 수차례 덧칠한 듯 음습한 음모, 바로 그런 어둠이었다.
***
"일렉시오 혜성은 출발했습니까?"
"네, 위원장님. 조금전에 보내졌습니다."
"우리쪽 준비는 잘 됐겠지요?"
"그럼요. 저들이 눈치채는 일은 없을 겁니다."
"걱정입니다. 확신없는 무모한 도박으로 기회를 망치는건 아닌지..."
"그가 엄프 (UMP) 후보자가 맞다면 제대로 된 선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요. 위원님의 말처럼 그가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바랄 밖에요."
위원장의 시선이 꼬리를 길게 늘어 뜨리며 날아가는 일렉시오 혜성을 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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