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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 님의 서재입니다.

엄참기는 못참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9000
작품등록일 :
2023.02.08 13:29
최근연재일 :
2023.03.22 10:4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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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807

작성
23.03.1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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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DUMMY

그때, 담임의 거짓으로 가득 찬 같지 않은 인생 조언과 충고질에 나의 지랄병이 돋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주승찬은 중학교 졸업장도 없을 뻔한 상황이었으니까.



주승찬, 입술 좀 그만 물어 뜯어라. 그러다 주둥이 다 씹어 먹겠다.



"지금 간다. 내가 가서 기가 막히게 찍어 올테니까 너랑 아저씨는 새끈하게 잘 닦으세요."



나와 민영환을 번갈아 보던 주승찬이 심호흡을 하며 방문을 열고 나가자 민영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엄 사장님이나 친구분께 너무 무리한 부탁을 드린 것은 아닌지 계속 신경이 쓰이는군요."



"아직도 그 소리세요? 이제와서 그런 소리 의미없다는거 아시잖아요? 빨리 나가서 대기하세요. 순진한 소녀 안구하실거에요?"



민영환이 나의 머리를 힐끔거리는 모습과 그의 표정에 미안함이 밀려드는게 보였다.



"민국장님, 두 분의 애틋한 옛 사랑 이야기와 곤경에 빠진 신예진 고문님의 살려달라는 숫자 신호, 그리고 뭔지 알 수 없는 10센트짜리 동전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면서요?

담합을 주도하고 비위를 저지른 주체가 신 고문님이 아닌 신씨 3형제라는 것을 증명해 내야한다면서요?

지금 이 상황에서는 신예진 고문을 구하는 것이 의미 없는 거라면서요?

그러니까 제 머리 좀 터지 것 가지고 그만 신경쓰세요. 전 괜찮으니까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도...."



"저와 승찬이는 오늘 민 국장님이 멋지게 일을 마무리 하실 수 있도록 판만 깔아드릴거에요.

공정위 카르텔 조사 국장으로서의 임무 완수와 옛 사랑을 구해내는 일, 이 모두는 바로 민 국장님의 손에 달린거라구요.

그러니 미안하다거나 신경쓰인다거나 하시는 말씀은 이제 그만하시고 빨리 가서 준비하세요. 저 오늘 겁나 피곤하다구요! 하아아아함"



하품을 늘어지게 하는 나를 황당한 듯 바라보던 민영환이었지만 이내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문을 닫고 사라졌다.



"후... 정말 피곤해 죽겠네. 안약빨은 이제 정말 끝났네. 끝났어. 하아아아함. 그나저나 나는 무슨 말로 이 놈을 붙들고 있어야 하나?"



5분쯤 지났을까 누군가를 달래는 듯한 주승찬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아 형님, 그러니까 흥분하지 마시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



"뭐? 흥분? 니 말을 들어? 주승찬 너 많이 컸다."



이미 술이 떡이 됐는지 혀가 고르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니까 참기 그 새끼가 이젠 돌아버리기라도 한거냐고! 이 방이야? 이 방안에 있는거냐고?"



문이 벌컥 열어 젖혀지자 문의 경첩이 달아나려는 문짝을 필사적으로 붙들며 끼이익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어? 엄참기. 정말 너구나. 야 이 미친 새끼야. 니가 날 오라가라 한다고? 아버지가 한번 오냐 오냐 이뻐해주니까 니가 눈에 봬는게 없구나."



이경찬. 이 망나니 새끼가 찍새 주승찬이 찍어오고 딱새인 내가 닦아야 할 성질 고약한 오늘의 구두다.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나는 저급한 구두!



"나이도 어린 노무 새끼가 형님을 오라가라해? 당연히 니가 날 찾아와서 인사해야 하는거 아니야? 어디 급도 안되는게 친구 덕에 고급 클럽에 와서는... 여기 와보니 니가 뭐라도 된 것 같디?"



이경찬의 모임에 신씨 형제중 하나가 끼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주승찬의 제보 때문이었다.



만행에 가까운 이경찬의 술주정을 말리기 위해 자주 그들의 방을 들락 날락하던 주승찬은 그 방에서 이경찬과 어울리던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경찬의 주사중 핵심 메뉴인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그럼 제가 누군지 알아?' 신공의 영향도 있다고 했다.



"엄참기, 너 마침 잘됐다. 오늘 이 자리에서 니가 무슨 생각인지 한번 들어보자.

너 앞으로 어떻게 할건지 빨리 말해봐. 계속 아버지 옆에서 얼씬거리면서 마음 약한 아버지의 동정심이라도 얻어낼 생각인가 묻는거다."



"이경찬 이사, 지금 취해서 이러는거니 아니면 내가 두려워서 그러는거니? 내가 잘못본거겠지? 그렇지?"



"뭐라고! 이 미친 놈아! 니가 두렵냐고? 허 기가 막히네. 너 진짜 죽고 싶냐?"



"아이고 형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돼요. 좀 참으세요."



몸도 제대로 못가누는 이경찬이 내게로 엎어질 듯 덤벼들자 주승찬이 뒤에서 이경찬을 끌어 안으며 겨우 자리에 앉혔다.



"너 따위가 무섭냐고? 지하철에서 택배나 하는 너를 내가 무서워 한다고? 하하하하하하!

너 내가 이 클럽에서 누구와 어울리는지 알고나 하는 말이냐? 난 여기서 대한민국의 재계를 움직이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다고. 그런데 뭐가 어쩌고 저째? 내가 너를 무서워한다고?"



틀린 말도 아니고 뼈 때리는 말인 것도 맞는데 왜 난 이경찬 저 새끼가 이렇게 가소롭지?



"아이고 우리 형님. 오늘 술이 좀 과하셨네. 좀 진정 좀 하세요. 네?"



고삐 뿔린 망아지처럼 지 성질을 못이겨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는 이경찬을 주승찬이 진땀을 흘리며 붙자고 있는 사이 나는 전화를 들었다.



"민국장님? 저예요. 하하하하 아까 외우셨던 대사 기억하시죠? 전 신진서 인국비료 첫째인 신진서인겁니다."



***



미친 듯이 화를 내며 이경찬이 클럽 매니저를 따라나가고 문이 채 닫히기도 전에 신진영의 룸에 왠 낯선 양복쟁이가 들어왔다.



"어이 아저씨! 방 잘못 찾아 들어왔어. 나가세요, 네?"



"인국비료 삼남 신진영 사장님이시죠? 전 공정위 카르텔 조사국 민영환이라고 합니다."



공손히 내밀어진 민영환의 손에 그의 명함이 들려 있었다.



뭐 공정위? 카르텔 조사국? 이게 뭔소리야?



명함을 받아 들은 신진영은 술 기운이 저 멀리 사이판쯤으로 달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아 ...네... 민영환 국장님이시군요. 그런데 어떤 일로 이런데까지.. 아니 절 찾아오셨는지..."



신진영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금이 저린다는 기분이 무엇인지 실감하고 있었다.



기업에서 검찰만큼 무서워한다는 또 하나의 저승사자인 공정위, 그중에서도 으뜸인 카르텔 조사국장이 눈앞에 있으니 말이다.



"단도 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저희는 인국비료의 가격담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증인을 모두 확보한 상태로 현재 검찰 기소만을 남겨둔 상황입니다.

검찰 기소가 이루어지면 인국비료의 실질적인 경영을 하던 신 사장님의 큰 형님과 둘째 형님 모두 처벌을 면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물론 삼남이신 신 사장님 본인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가격 담합. 이걸 알아냈다고? 어떻게? 내부에 제보자가 있었나? 아니면 다른 회사에서?



신진영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신예진 고문에게 행해진 약물 투약에 의한 약취 및 감금 사실에 대한 정황도 파악된 상황이라 죄가 가볍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공정위의 관심사항은 아니지만 두 사안이 엮어진다면 가중처벌 조건으로는 충분하리라 판단됩니다"



뭐야? 사촌 누나 신예진에게 약물을 먹이고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다고? 그렇다면 이 남자의 말은 괜히 떠보는 것이 아니다!'



역시 형들의 말처럼 자신은 큰 일을 할만한 배포가 없는 것일까?



신진영의 몸이 티나게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 최대 비료 회사가 수장들을 모두 잃고 표류하다 좌초되어 산산히 부서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또한 할아버지이신 신인국 전회장님의 창립 이념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구요."



뭔가 여지가 있는 듯한 말.



"무슨 방법이라도..."



피폐해진 신진영이 민영환이 슬쩍 보인 패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였다.



"인국 비료 전체 경영권은 지키기 어렵겠지만 지금 신 사장님이 맡고 계신 계열사는 지키실 수도 있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있습니다만"



"그런게 있다구요? 그게 뭐죠? 선생님 아니 ..국장님"



자신도 모르게 선생님이라는 말이 나와버린 신진영에게는 그 선택지라는 말이 황금 동아줄을 내려주겠다는 말처럼 들렸다.



"리니언시라고 들어보셨나요?"



리니언시.



담합에 가담했던 여러 기업중 가장 먼저 담합 사실을 신고하고 성실히 협조한 기업에게 제재를 감면해주는 제도.



"저희도 조사를 통해 다 알고 있습니다. 신진영 사장님이야 형님들이 시켜서 몇 가지 심부름정도 하신거잖아요? 안그래요?"



자신도 모르게 강한 긍정의 고개짓이 신진영의 상체를 들썩이게 한다.



"어차피 형님들은 너무 깊숙히 관여되어 있으셔서 구제가 어렵다는거 아시잖아요?

그러니까 제게 담합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물과 담합에 가담한 다른 회사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시면 신진영 사장님에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음...."



얼마동안일지 알 수 없지만 신진영은 본능적으로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하실 생각이 필요하신가 보군요. 역시 신진영 사장님은 신중하시군요. 그렇다면 시간을 드리지요.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택은 항상 본인의 의사에 따라 만들어져야 하니까요."



신진영의 알콜로 꽉찬 뇌가 출렁이며 생각이라는 것을 하려고 애를 썼다.



이걸 어쩌지? 이 남자 말이 정말 모두 사실일까? 정말 공정위 맞아? 큰 형이라면 공정위 정도는 주무를 수 있는거 아닐까? 그래도 가족인데 형들을 찔른다는게...'



신진영의 눈빛이 몹시 흔들리며 고민의 깊이가 더 깊어지는 차에 민영환의 전화기가 물색없이 발랄하게 울렸다.



숨참고 러브타임 우우우우



"여보세요, 민영환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신진서 사장님. 어쩐일이세요? 이 시간에?"



국장이라는 작자가 전화기를 손으로 가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얏! 신진서? 신진서면 큰 형 이름이잖아. 지금 이 시간에 큰 형이 공정위 카르텔 조사 국장에게 전화를 했다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의구심으로 가득찬 신진영의 표정은 민영환의 반응으로 인해 곧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어 그래요? 두 분이서 같이요? 참 어려운 결심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지금 바로 보시죠. 제가 그리로 가겠습니다."



신진서, 신진수, 니들 둘이 나를 팔아먹으려고 하는구나'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다르다는 이유로 두 형들은 나이 차이가 제법나던 어린 신진영에게 곁을 주지 않았고 호의적이지도 않았다.



심지어 두 형들은 회사를 위하는 것이라며 수상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신예진 고문에게 온갖 못된 짓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와서 둘이서 짜고 나를 공정위에 팔아넘기겠다는 거야 지금?



민영환이 전화를 끊고 작별인사라도 하려는 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신진영에 말을 걸었다.



"제가 선약이 있어서 먼저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시간은 더 드릴테니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그럼 실례 많았습니다."



"어디가세요? 민국장님. 생각할 시간 주셨잖아요? 그러면 제 답은 듣고 가셔야죠? 안그래요?"



"이게 워낙 생각할게 많은 어려운 사안인지라...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시는게 어떠실지..."



"저요? 무슨 말씀을요. 어려울 것 하나 없습니다. 국장님. 담합 자료 제가 다 제출하고 관련자 정보도 모두 드리겠습니다.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국장님. 저 좀 빼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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