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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 님의 서재입니다.

엄참기는 못참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9000
작품등록일 :
2023.02.08 13:29
최근연재일 :
2023.03.22 10:48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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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4
추천수 :
11
글자수 :
149,807

작성
23.02.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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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화

DUMMY

“나도 지하철 타고 오면서 드레이크 닮은 사람 봤는데... 근데 드레이크 진짜 잘 생겼지? 게다가 키가 2미터가 넘는다. 그거 매뉴얼에 다 있는데

근데 잠깐! 참기야, 너 머리 숱이 더 늘었구나. 이젠 머리 속이 아예 안보여."



남들이 못보거나 안보는 것까지 다 보고 사는 IQ 150의 세상 순수한 지호영.



내가 아는 유일한 자타공인의 수재.



한때 여의도 증권가에서 자기만의 분석법으로 엄청 잘나가던 증권맨이었는데 지점장의 비리에 연루되면서 인생이 꼬여버린 비운의 천재.



얘들이 윤년 2월 29일 생인 나 엄참기의 생일을 축하해 주러 온 나의 절친들이다.



"맞다 니들 말이 다 맞다. 오늘 정말 내가 큰 실수했다.

니들의 충언 겸허히 받아들일테니 니들도 니들 본업에 충실해라.

늙으면 후회뿐이라더라. 건배!"



언제 만나도 즐거운 이들과의 술자리가 이렇게 막을 올렸다.



"암튼 이 새끼 생일은 참 불길해. 아까 점심 때만 해도 혜성 맞이 하러 간다고 생지랄들이었잖아.

근데 지금 봐봐! 이젠 혜성이 사라졌다 아니다 지나갔다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 이런 흉흉한 소리뿐이잖아!

어게인 1999도 아니고 말이야!"



주승찬이 식당 코너에 달린 TV 화면을 가리키며 코웃음을 쳤다.



"어 승찬! 오늘 패션이 남다른데? 이번에 어떤 호구 등을 친거냐?"



"오, 엄참기! 거지꼴을 하고는 그래도 보는 눈은 있네.

이거 스쳐봐도 빗겨봐도 보는 순간 딱 명품이지? 죽이지?

내가 얼마전부터 아는 형님 도와서 새로운 사업을 하나 시작했는데...

와 씨발 이게 장난이 아닌거야"



"오케이! 됐어, 거기까지!

난 니 얘기 들으면 112에 신고하고 싶어지거든. 그러니까 거기까지만 하자~

모쪼록 이번엔 성공하길 빌께. 제발 면회갈 일만 만들지 말아줘. 나 바쁠 예정이니까!"



“아이 양욱 이 씨발놈! 이번은 진짜 다르다니까! 이게 어떤 사업이냐면 말이지..."



"애들아!

니네 일렉시오 혜성이 지구 근처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행성을 파괴했는지 알아?"



일순 모두 멍~



무자비하게 맥락없는 지호영의 한마디는 독이 바짝 오른 주승찬의 말을 막아서는 신비함이 있었다.



“야! 이 존만아!

이 형님이 중요한 사업 이야기를 하려는 이 찰나 왜 그 얘기를 하는건데?

내가 왜 그걸 알아야 하는건데~~!”



“승찬아. 너도 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일껄?"



“아 이 새끼 정말 무차별적으로 낭만적이네. 얘들아! 이 새끼 좀 어떻게 해봐라. 정말 미치겠다.”



“에헤이 주승찬, 아닥하셔!

너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린 모두 가끔씩 별 보면서 눈물짓고 그런다구. 안그래?”



속마음을 알 순 없지만 모두 호영이를 살리고픈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 없는 표정의 주승찬은 씨발이라는 말과 함께 의자로 꺼져들었다.



난 이런 호영이의 맥락없는 순수함이 좋았다.



꽉찬 그의 뇌에도 분명 빈 곳은 필요할테니까.



“몇 개나 작살냈는데?”



“아~ 우리 참기가 많이 궁금했었구나? 잘들어! 그게 자그마치 111개야. 엄청나지?

이 계산도 관측 가능한 범위내에서 한거니까 훨씬 더 많을꺼야. 그치?

이 놈은 완전 우주의 폭군이라구. 별들의 포식자인거지. 걸리는 족족 다 잡아먹었다니까.

그런데 이 파괴자가 오늘 우리는 그냥 두고 지나간거야. 대단한 일 아니니?

감동적이지 않아?"



이쯤되면 나도 수습이 어렵다. 칼부림나기전에 화제 전환이 필요한데...



“이것도 니가 따로 분석한거야?”



김도형! 그건 잘못된 질문이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금 승찬이 일어나는거 안보이냐?



“어 맞아 도형아! 어떻게 알았어?

NASA 웹사이트에 가면 혜성 루트에 대한 데이터가 있는데.. 음···그만 하자. 링크 보내줄께 도형아”



맥락없는 호영이도 살기는 느낀다.



“저 또라이 새낄 확 그냥! 하라는 코인 연구는 어쩌고 갑자기 혜성타령이야!”



“승찬아, 호영이 말 듣고보니 우리 모두 죽을 뻔한 거잖아. 운 존나 좋은거 맞네!"



나는 더 늦기 전에 흑화하는 주승찬의 말을 끊으며 잔을 들었다.



“내가 오늘 역대급으로 쪽팔려서 힘들었는데 니들이 이렇게 생일 축하해줘서 정말 고맙다. 건배!"



"건배!"



***



뉴스에서 떠드는 것처럼 학자들에게 수수께끼만을 남긴 채, 싱겁게 사라져버린 일렉시오 혜성.



정말 그런 혜성이 있기는 한건가?



싱겁게 끝난 혜성 맞이 행사였지만 모여든 인파의 수는 상상을 초월했다.



제법 오랫동안 술잔을 기울인 나와 친구들은 새벽 1시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로 향했다.



상당히 늦은 시간이었지만 혜성 맞이를 위해 서울시가 특별 편성한 지하철은 여전히 승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그럼 난 여기서 택시타고 간다. 난 2명 넘게 타는 교통 수단은 적성에 안맞아서 말이지. 참기야 생일 진심으로 축하한다"



주승찬이 반쯤 말린 혀로 일행들에게 인사를 하며 택시를 잡겠다고 반대편으로 걸어 갔다.



"저렇게 보내도 되나?"



"욱아. 괜찮아, 승찬이 집이 택시 기본요금 거리잖아"



"누가 저 새끼 걱정하냐? 거리에 아직 사람도 많은데 어깨 빵했다고 시비 붙어 사고칠까 봐 그러지."



"승찬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제 나이 먹었잖아! 옛날같이 그러지 않아. 욱아."



나는 안다.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게 더 편하고 빠르지만 굳이 지하철을 같이 타러 가는 양욱의 마음을.



중학교 때부터 한 반이던 우리는 서로가 어떻게 커왔는지 잘 안다. 그리고 어떤 약점들이 있는지도 잘 알고.



승찬이의 말썽은 그 깊이와 폭이 매우 다양했었다.



패싸움, 담배, 이성문제, 음주, 도박 등 수 많은 합의와 선처를 거쳐 가며 딱 소년원에 안갈만큼만의 사고를 쳤었다.



하지만 약한 친구를 때리고 돈을 빼앗거나 왕따를 시키는 짓은 하지 않았다.



승찬의 표현에 의하면 "건달의 도"라고 했다.



이유없는 반항아 주승찬과 달리 난 좀 결이 다른 문제아였다.



왜냐하면 내겐 명백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분노 조절 장애.



내가 아픈거라며 붙여준 꼬리표에 적힌 병명이다.



그래서인지 난 1년에 몇 번씩 상대를 가리지 않고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



특히, "너를 위한 거야" 라는 말에 가려진 선생들의 본심을 알아보는 신묘함이 내게 있었다.



신이라도 내렸냐구? 그럼 돈 벌었게.



그저 아무런 증거도 증인도 없는 외로운 나만의 거짓말 논쟁일 뿐.



좀 억울한 건 사고를 칠 때마다 천둥 번개가 치는 바람에 사람들의 기억에 좀 더 드라마틱하게 남았다는 거였다.



엄마말로는 난 갓난 아기때부터 천둥 번개만 치면 열이 나고 자지러지게 울어 진정시키기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이젠 어디까지나 과거일뿐. 고등학교 졸업 이후, 군대를 거치고 지금의 회사를 다니면서는 단 한번의 분노 조절 장애 사고도 없었다.



지난 지하철 꿈은 빼고.



"이쯤에서 갈라져야 할 것 같은데. 호영아 니가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나? 도형이랑 같이 가면 될 것 같은데. 그렇지? 도형아!"



"맞지 맞지 아이고 우리 귀여운 호영이. 이 형이랑 같이 가자. 넌 이 형이 눈치 안보고 살게 해줄께. 아이고 귀여운 내새끼"



키 큰 도형이의 포옹으로 호영이가 사라졌다.



"지랄하네 미친 놈. 가긴 어딜가? 오늘 우린 다 같이 가는 거다, 알았냐? 내가 니들 집까지 다 바래다 줄거니까! 출발!"



훅 올라오는 술기운에 기분이 좋아진 난 객기를 부리며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지하철 게이트를 향해 걸었다.



"이렇게 왼쪽에 양욱, 오른쪽에 김도형과 지호영을 끼고 있노라니 좌청룡, 우백호가 따로 없네 우히히히히히"



"어이구 엄참기옹, 풍수지리를 좀 보시나봐요. 그럼 저기 저 처자가 있는 곳은 살만한 곳인지요?"



양욱이 가리킨 여행사의 대형 광고판에는 수영복 차림의 외국 모델이 바닷가를 배경으로 서 있었다.



"어 그래 보자. 처자의 발육상태가 남다른 것으로 보아 저 곳이야 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옥토가 아닐까 싶구나. 가히 명당이라 부를만 하구나"



"도형아, 참기가 이렇게 말하니까 진짜 풍수 좀 아는 도인같다. 그치?"



"지호영 정신 차려! 이런 헛똑똑이 새끼 같으니라고. 너 그러다 또 이용당한다고."



"김도형! 너 쓸 데 없는 소리할래? 개소리말고 빨리 카드나 찍고 들어가 새꺄"



시끌벅적하게 뭉쳐서 온 우리지만 지하철 게이트로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한 줄로 줄을 서야 했다.



"그런데 욱아, 아까 그 사진,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냐?"



"사진? 사진이면? 오 음참기 ㅋㅋㅋ 발육상태가 남다른 처자?"



"ㅋㅋㅋ 미친 새끼. 모델 뒤에 무슨 역 같은거 있지 않았어?"



삑!



호영이가 먼저 게이트를 통과했다.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삑!



도형이가 들어갔다.



"난 모델만 생각나는데"



삑!



이번엔 욱이가 들어갔다.



"아 미치겠네. 분명 어디서 봤는데... 언제 봤더라...?"



내차례다.



삑!



끼룩 끼룩



촤아악 철썩 촤아악 철썩



"어 헉! 이게 다 뭐야? 여기 어디야?"



눈 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나의 몸과 생각은 모두 일시 정지!



술에 취해 벌게진 얼굴 위로 짭잘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 왔다.



"여 여 여....긴...조금 전 사진속의..."



쿵!



황당함에 밀려 나도 모르게 친 뒷걸음질에 뭔가 걸렸다.



뒤에서 날 받치고 있는건 방금 지나 온 지하철 게이트였다.



앞은 눈 부시게 모래 알이 반짝이는 바닷가. 뒤는 지하철 게이트. 그럼 결론은...



"아 이런! 나 또 꿈꾸냐?"



착각인 듯 상상인 듯 갑자기 눈 앞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갑자기 소리를 지르다 풀썩 쓰러져 버린 동양인을 눈여겨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상쾌한 아침입니다. 즐거운 하루를 준비..."



아침마다 내 멱살을 움켜 쥐고 흔들어대는 저 놈의 알람소리는 언제 들어도 불쾌하다.



상쾌하고 즐거우려면 난 지금 더 자야 되는데... 저 놈의 알람 소리 바꾸든지 해야지...



"뭐야? 왜 이렇게 톡이 많이 와 있지? 이게 다 어디서..."



휴대폰 상태창에 톡 표시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욱이 [엄참기 너 어디 간거야? 갑자기 사라지면 어떻게 이 미친놈아!]



도형 [집엔 들어갔냐? 니가 데려다 준다며? 톡보면 연락해라! 뒤지고 싶지 않으면]



호영 [너도 일렉시오 혜성이 갑자기 사라져서 울적해진거야?]



승찬 [엄참기! 너 오랜만에 언놈이랑 한 판 뜬거냐? 그런게 있으면 형을 불렀어야지? 팼으면 됐고 맞았으면 연락해라]



이 놈 저 놈에게서 온 톡을 50개 정도 읽고 나니 어렴풋이 간밤의 일이 생각이 났다.



"애들 만나서 술 한잔하고... 지하철을 타러 갔는데... 그러다 바닷가를 간거 같은데... 그리고... 집엔 어떻게 온 거지?"



지하철 이후의 기억이 없다. 나 뭐한거지? 불안하다.



왜냐하면 이런 블랙 아웃은 분노 조절에 실패 후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걱정했냐? 난 무사히 집에 잘 와서 잘 잤다. 나중에 연락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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