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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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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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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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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발해14

DUMMY

“국장이면 모든 자료를 조회할 수 있지 않나. 알아서 찾게나. 은퇴한 사람한테 일 이야기 하는 건 질색일세.”


“그런 이야기가 아님을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 이야기가 무엇인지 난 모르네.”


설후연이 계속 거절하자 조경태는 마음이 급해짐을 느꼈다.


애초에 비밀경찰국의 신원은 철저하게 보호된다. 경력은 위조되며 은퇴 시에는 비밀서약서까지 쓰고 나간다.


당연한 일이다.


발해의 사건 보고서를 모두 열람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발해 신민의 신상명세를 다 뒤집어 깔 수도 있고 만일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절한 행동을 취할수도 있다.


그런 비밀경찰국, 그 중에서도 조직의 장인 국장끼리 만난다?


들통난다면 의심의 여지가 다분할 수밖에 없다. 아니, 어쩌면 만나는 순간부터 감시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고.


‘누구 모가지를 날릴 일 있나.’라는 설후연의 말은 한 치의 거짓도 담기지 않은 셈이다.


발언자가 개국공신인 초대 내무성 총리이자 공작인 설차의 직계라 할 수 있는 설후연임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성역은 없다.


“... 우선 들어가서 이야기 하시죠.”


“내 집이네만.”


“... 미행은 없었습니다. 아니면, 뭐 여기에 천막이라도 칠까요? 명패도 걸고?”


조끼에 폭탄을 둘둘 두르고 달려드는 듯한 조경태의 모습에 설후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죽으려면 혼자 죽게”


“외롭지 않습니까? 설 공작가의 직계와 함께 간다면 적어도 이름 석자는 어딘가에 남겠죠.”


“미쳤군, 정말로 미쳐버린 게야. 비경국 일이 워낙에 힘들다곤 하나...”


“들여보내 주십쇼, 국장님. 저 한다면 하는 놈인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설후연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더니 이내 내키지 않는 기색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한참이나 어린 후배 놈의 협박에 넘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심히 더러웠지만 뭐 어쩌겠는가. 같이 죽는 것보다는 그래도 땡깡 한번 들어주는 게 낫지.


두 사람이 서재에 앉자 설후연은 지친 기색으로 손짓했다.


“대강 차 한잔하고 나가게.”


“차 한잔하고 천막을 쳐야겠군요.”


“그놈의 천막, 천막. 천막이 그리 좋으면 천막에서 살지 그러나.”


“천막도 좋지만, 이곳의 지맥이 참으로 좋군요. 여기에 천막을 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한 마디를 안 지고 대드는 모습에 설후연은 과거의 자신을 미치도록 뜯어말리고 싶었다.


무슨 부귀와 영화를 얻자고 저 싹수 노란 놈을 푸릇푸릇한 봄 새싹으로 착각해 이리저리 챙겨주었단 말인가. 하늘 같은 선배의 집에 와서는 천막이나 치겠다는 녀석을.


“후우... 그래, 무슨 일이 묻고 싶은가? 내 기억나는 대로 답해줌세.”


“이십 육년 전의 사건 말입니다만...”


“이십 육년 전에 사건이 한두 개 일어났는가. 애초에 이십 육년 전이면 자네는 스물도 안 된 어린아이 아닌가. 자네는 그 때 일어난 사건을 다 기억하나.”


“그래도 큰 사건은 기억하지요. 특히나... 고귀한 핏줄이 얽혔다면 더더욱.”


“... 오래 살기 싫은 모양이지.”


어느 나라에서든 왕족은 궤가 다른 혜택을 받는다.


아니, 애초에 혜택을 받지 않아도 왕족인 것부터가 이미 엄청난 혜택이다.


왕과 같은 피가 흐른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불가침의 영역에 한 발을 걸친 것이며 뒷배에 왕이 있다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다.


지나친 권력을 누리고자 하지만 않는다면 왕족은 어지간하면 나라에서 못 할 일이 없고 못 이룰 일도 없다.


발해도 그건 마찬가지여서 왕족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아주 큰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건 존재는 했으며 왕족, 그 자체의 가치는 지영이라는 이레귤러 때문에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 감히 비경국 국장끼리 만나 왕족이 연루된 과거의 사건을 판다?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선배님께서 오해하시는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교묘하게 무언가가 감추어진 것 같아서 말이죠...”


“못 들은 걸로 하겠네”


“근데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는 것치고는 묘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단 말이죠? 솔직히 그분께서 작정하시면 이 나라에서 못 감출 것이 없으실 텐데.”


“...”


“그래서... 고민을 좀 해봤는데, 이 사건...”


...


“흠... 실수겠지?”


설후연은 그저 고개를 숙이는 일 이외엔 할 수 없었다.


반쯤은 의도한 것이고 반쯤은 실수한 것이었으니.


지영이 말했던 ‘적당한 사람’이 ‘적당히 앉혀두다가 치울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특히나 왕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설씨 가문의 인원이었기에 더더욱.


그래서 아직 실적이 드러나지 않은 젊은 인원 중에 싹수가 보이는 한 명을 골라 앉혔다.


그 한 명이 상상 이상으로 능력이 좋은 걸 누가 예상했겠는가? 덕분에 나중에 까발려질 비밀 하나가 작게 까발려진 셈이었다.


“... 자네도 늙긴 늙었나 보군”


“면목... 없습니다.”


“그래. 나가보게나.”


도망치듯 집무실에서 나온 설후연은 정원에 도착하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외투를 벗어 던졌다.


등 뒤를 후끈하게 달구었던 땀들이 산들바람에 그 열기를 잃고 숨통을 조여왔던 분위기 또한 편안한 자연의 분위기로 바뀌자 몸을 가득 채웠던 긴장이 한순간에 탁 풀리는 것만 같았다.


모를 수가 없다.


조금 전까지 생과 사의 문턱에 있었으니.


‘... 그래도 결국 살았지만’


왜 살았는지는 모른다.


자신이 개국공신 설차의 직계후손이라? 아니면 어릴 때부터 지영이 귀여워 해줘서? 아니면 지금까지의 정 때문에?


이젠 아마 영원히 알 수 없겠지.


“씁...”


명분


별거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굉장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당신이 길을 가다가 사람을 죽인다고 해 보자.


죽은 사람이 평범한 일반인일 경우, 조폭일 경우, 살인자일 경우, 연쇄살인범일 경우 등등. 그 사람을 ‘왜’ 죽였는지에 따라 주변인들의 반응이 달라질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가? 묻지 마 살인을 하면 어마어마한 비난을 받지만, 그 묻지 마 살인을 저지를 범인이 제대로 심판받지 않았을 때 그를 누군가가 죽인다면 ‘잘 죽였다.’, ‘영웅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이건 개인마다 다르다. 하지만 유사한 유튜브 뉴스 댓글 창을 보면 그 숫자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물며 국가 간의 일인데 명분이 중요한 것은 당연한 것. 물론 이미 가지고 있는 명분도 있었지만 조금 더 공고하게 하려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와선 약간 꼬이긴 했지만, 아예 실행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좀 귀찮아졌을 뿐이지.


...


‘... 그래도 쌓인 자료가 적진 않다.’


지금껏 성과를 보이지 못한 삶은 만두 연구동.


들어와 보니 그 말에는 약간의 오류가 있었다.


성과 자체는 있었다. 문제는 그 성과가 산업적으로 유용한가? 라고 묻는다면 고개를 절레절레할 정도라서 그렇지.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고작해야 방적기, 방직기 같은 소형 기계를 겨우겨우 돌릴 듯 말 듯 한 출력을 가진 증기기관을 만들어서 달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그 정도면 축력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인력으로 교대하면 그만이다.


그러니 인식 자체가 ‘어? 조금 더 성능이 개량된 장난감을 만들었네?’ 정도로 끝날 수밖에 없었고 나름 국가연구기관이 돈이랑 시간 먹어치우고 만든 게 ‘개량된 장난감’ 이니 당연히 성과가 없다고 볼 수밖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연구원들의 사기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


그러니... 열심히 하다 보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필시 그럴 것이었다.


...


보온통은 단순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온병, 딱 그 정도로.


차이점이 있다면 외부의 마감은 목재로 되어 있으며 은이 아니라 철을 반짝이게 가공했다는 점 정도? 아, 마지막으로 진공 상태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 정도가 있겠다.


지영이라고 진공 상태를 만들면 더 좋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다만, 총을 만들게 되면 보온 통을 몇만, 몇십만 개를 만들어야 할 텐데 가물가물하게 기억하는 유리병과 수은을 이용한 진공 상태 만들기 실험 정도로 그 많은 통을 전부 진공 상태로 만드는 건 수지에 맞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의 설계에서 변경된 내용은 한 통에 하나씩 보관하던 보온 통 설계에서 한 통에 대여섯개씩 보관하는 설계로 노선을 틀었다는 점이 있겠다.


이 역시 간단한 원리인데. 같은 성능의 보온병이라면 대용량 보온병이 성능이 더 좋다. 그리고 통을 작게 여러 개 만드는 것보다 크게 하나로 만드는 것이 더 싸기도 했고.


“훌륭하다.”


지영은 실로 만족스러운 기색으로 총을 만지작거렸다.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건 불씨를 직접 다루어야 하며 위험성 높은 화승식 소총의 방식을 피했고 복잡하고 비싸기 짝이 없는 치륜식을 건너뛰어 부싯돌 문제가 해결된 수석식 소총의 방식과 유사한 방식의 소총이 나왔으니 이 정도면 굉장히 훌륭한 소총이었다.


“그래, 이리 훌륭한 소총에 정해둔 이름은 있는가?”


그 말에 두 사람은 서로를 끔뻑이며 바라보다 이내 정해둔 이름이 없음을 깨달았다.


치륜식 만든답시고 맨땅에 삽질하다가 어쩌다 나온 소총에 이름이 있을 리가.


그럴 시간도, 정신도 없었다.


“흠... 두 사람이 정해둔 게 없으니 내가 정해주겠네. 그래, 이리 위대한 업적을 세웠으니 두 사람의 이름을 널리 퍼뜨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에이, 설마. 하는 기색으로 두 사람은 지영을 바라보았으나 지영의 입은 멈출줄 몰랐다.


“태규-진원 소총... 흠, 어감이 살지는 않는군. 하지만 걱정 말게. 내가 누군가? 반드시 두 사람의 이름이 알려지도록 하겠네”


두 사람은 당장에라도 뜯어말리고 싶었다. 그러니까... 지영의 말대로 된다면 관련 서류를 비롯해 온갖 곳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이리저리 돌아다닌다는 말인데... 어, 딱히 바라는 관심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쨌건 왕이 주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어찌 보면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라 ‘아뇨, 싫어요. 하지 말아요.’라고 거절하기엔 이 둘의 간은 크지 못했다.


“훈장은... 따로 심사 후 서훈토록 하지. 아, 마지막으로 성과급 명목으로 이십 년간 생산비용의 일 할을 그대들에게 줄 테니 반씩 나눠 가지게. 괜히 조금 더 먹겠다고 싸우지 말고, 알겠나?”


“...?”


“...!”


어... 그러니까 총 한 정에 대강 천 오백 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두 사람에게 떨어지는 성과급은 인당 칠십 오 원이다. 만약에 발해가 이십 년간 십만 정만 뽑아내도 칠백 오십만 원이다.


적어 보일 수 있지만, 총리급 관료의 연봉이 이만 오천 원, 그러니까... 백미 이백오십 섬 정도 된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더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서울 중앙구에 가까운 주거구의 신축 주택이 십만 원에서 십 이만 원 정도 한다는 것을 알아두었으면 한다. (참고로 7급 관료의 연봉은 이천 원이며 만일 성과급을 받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백 년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구매할 수 있다.)


두 사람은 묵직한 돈이 자신을 짓누르는 것 같은 행복한 느낌에 입을 헤 벌릴 뿐이었다. 전국에 이름이 알려져? 뭐가 문젠가. 돈이 하늘에서 쏟아질 텐데.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최근 글이 잘 안 써져서... 아무리 책상에 앉아 있어도 내용이 나오질 않더군요.

조금 더 분발하겠습니다.




tmi

발해 서울 중앙구 근처 주거구에 사는 사람들은 사실 그 밖으로 안 나가도 살 수 있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시설은 물론 여가, 편의, 공공기관 등 모든 혜택을 다 누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것도 가장 좋은 품질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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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평화를 끝낼 준비4 +2 23.09.26 14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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